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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낙동정맥 02차(톨리~석개재) : 안개속에서 두개의 1200봉을 오르내린 낙동길

by 재희다 2007. 10. 14.

산 행 지 : 낙동정맥 제2구간(통리역~석개재) 강원 태백, 삼척시, 경북 봉화군.

산 행 일 : 2007. 10. 13.(토)

산행코스 : 통리역~태현사~1090봉~훅찌이밭재~면안등재~고비덕재~백병산갈림길~백병산~백병산 갈림길

~한개고디~토산령~구랄산~면산~석개재 (약 17km)

산행참가 : 22명.

 

기타사항.

- 산죽이 많고 조망이 별로 없는 숲길 구간으로 필히 긴바지 긴팔 착용.

- 또한 백병산은 낙동길에서 약간 비켜나 앉아 있으나, 낙동정맥의 최고봉으로 조망이 좋다고 하니 들러서 감.

- 토산령부터 구랄산을 거처 면산까지의 구간은 고도표에서 기복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10여 개의 봉우리가 있다고 하니 결코 만만한 구간은 아님.

 

<산행지도>

 

 

이제 진짜 낙동 정맥 종주사 시작되려나 보다.

사람들 입담으로는 낙동길이 대간길 보다 어렵다는 말을 하곤 하는데, 지난 첫번째 구간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듯했다. 하지만 이번 구간의 고도표를 대하는 순간, 우뚝 솟은 백병산과 면산의 위용은 그 시작점인 통리와 중간 안부인 토산령 및 종료지점 석개재의 고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더욱 더 큰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어찌하랴, 기왕지사 낙동길을 시작하였고, 이제 겨우 두번째이니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제발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볼 수만 있더라도 좋겠다고 빌면서 영등포로 향한다.

 

 

03:59 통리역 옆에서 산행 준비를 하고 낙동길 두번째 산행을 시작한다.

야간에도 문을 열어 놓은 통리역의 화장실은 낙동길을 걷는이들에게 요긴하게 사용된다. 역장님 땅큐 ~!

 

<통리역(桶里驛)>

통리역은 1940년에 문을 연 영동선의 오래된 역으로, 역사는 1968년에 신축되었다고 한다. 모두 왕복 9회의 무궁화호 열차가 정차하고, 화물열차도 무조건 이곳에서 정차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급경사 극복을 위해, 뒤에서 밀어주거나 제동을 도와주는 보조 열차를 달기 위해서 라고 한다.

 

우리나라 철도 최고의 난구간을 꼽자면, 태백선 예미~조동 간 30.3퍼밀(천분율) 구간이 대표적이다. 그 뒤를 잇는 아니 그보다도 더 심한 구간이 딱 한군데 존재하는데, 바로 영동선 통리~도계 구간이다. 이름만 들어도 후덜덜한 '통리재'를 끼고 있는 이 구간은 직선거리로는 5km도 안 되는 무척 짧은 구간이지만, 고도차가 무려 400m 가까이나 된다.

 

철도에게 있어서 경사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애초에 철도라는 운송수단이 생겨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마찰력을 최소화하여 적은 힘으로도 무거운 물건을 움직일 수 있게 함이었는데, '작은 마찰력' 때문에 조금이라도 경사가 발생하면 쇠바퀴는 레일 위에서 헛돌게 마련이다. 그래서 보통 일반철도에서의 한계구배(기울기)는 40퍼밀(4%) 정도라고 한다. 즉 1km를 움직임에 있어서 높이차가 40m 이상 발생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만약 주변 지형이 이보다 더 급한 경사를 지니고 있다면, 두 가지의 대안이 존재한다.

첫번째는 한계구배를 맞춰가며 빙빙 돌아가는 방법이고,

두번째는 '구배의 의미를 상실시키는' 방법이다.

즉 쇠바퀴가 굴러가도록 하는 마찰력이 아닌, 다른 동력원을 이용해 열차를 통째로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스위스의 톱니바퀴식(APT) 산악철도가 바로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이런 방식이 우리나라에도 존재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통리재가 바로 그곳이다.

 

1930년대 태백지역의 탄광을 개발하기 위해서 일제는 동해안과 태백 탄전을 잇는 철도를 구상하게 되었으며, 그래서 만들어진 노선이 일명 '철암선'(철암~묵호, 현재의 영동선)이다. 이 구간 중 통리재 구간에는 '인클라인'이라는 특수한 방식의 철도설비를 설치하여 높은 경사를 극복하려 하였다.

 

인클라인 방식은 쉽게 얘기해서 케이블카 방식이다. 굵은 쇠줄로 열차를 연결해 차량을 고개 위쪽으로 끌어올리고, 다시 고개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차량을 지지해 주는 방식이다. 과거 통리~심포리 구간에 존재하였던 통리재 인클라인의 경사도는 약 15도(경사도로 27%), 열차가 쇠줄에 이끌려 고개 위쪽으로 올라가는 동안에 열차에 탑승했던 사람들은 인클라인 선로 옆에 마련된 보도를 통해 고개를 걸어서(!!) 올라갔다고 한다. 하지만 효율면에서 인클라인은 무척이나 비효율적인 방법이었으며, 1960년대 본격적인 경제개발이 시작되면서 태백 탄전의 생산량이 늘어나게 되자 보다 원활한 수송을 위해 인클라인 구간을 개량하는 공사를 벌이게 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구간이 일명 '황지본선'이다. 1963년 통리~심포리 간 약 8.5km의 우회로가 생기면서 인클라인은 폐선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이제는 우회노선인 황지본선도 역사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황지본선 내 산골터널의 변위발생 문제 등등으로 인해 현재 황지본선을 대체할 또다른 우회노선이 공사 중에 있으며, 그중 핵심을 차지하는 총연장 16km의 루프식 터널인 '솔안터널'이 작년에 전구간 관통, 오는 2009년이면 영동선 동백산~도계 간 선로 이설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솔안터널 구간이 생기면 일단 확실한 것은 현재의 통리~심포리~흥전~나한정~도계 간의 황지본선 구간은 '폐선'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스위치백 구간의 관광자원화가 삼척시와 철도공사 사이에서 꾸준히 논의되고 있지만, 일단 엄연히 영동선 구간에서는 삭제될 운명에 놓인 것이다.

 

즉 통리역도 2009년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04:01 철로 담장을 따라 조금 진행하다가 통리경찰서를 지나면 이내 철도 건널목이 나타난다.

 

 

04:03 철도 건널목을 통과하여 돌아본 통리역 모습.

 

 

04:06 통리재 삼거리를 지난다.

삼거리에서 416번 지방도로 접어들고 있는 백두들.

 

통리재 삼거리에서 416번 지방도로 접어들자,

 

 

04:08 우측으로 '태현사'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05:05 1090봉 오름길에 잠깐 동안 희미해진 낙동길 흔적을 찾고 있는 틈에 찰칵!

 

 

05:56 고비덕재 헬기장.

 

고비덕재는 고비(고사리)가 많이 자라는 언덕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어두운 밤이라 고사리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우거진 수풀 속에 헬기장의 흔적만이 남아있다.

 

고비덕재 헬기장에 있는 이정표.

 

 

06:14 백병산 삼거리.

낙동길은 면산으로 이어지지만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낙동길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백병산으로 향한다.

 

 

06:31 백병산 정상 증명.

 

 

<백병산(白屛山, 1,259m)>
강원도 태백시 통동과 백산동에 걸쳐 있는 산으로, 높이는 1,259m이다. '백산'이라고도 부른다. 매봉산에서 시작하는 낙동정맥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정상 서쪽의 병풍바위 등의 암봉이 병풍을 두른 듯하고, 갈수기 때 하얀 암봉으로 보여 백병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병풍바위에 올라서면 청옥산에서 두타산, 매봉산, 함백산, 태백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이 한눈에 보인다. '백병산(百屛山, 흰 병풍 바위산)'이라는 이름은 백두대간에도 있었다. 주위가 안개로 덮여 있어서 낙동길 최고봉에서의 일출과 시원한 조망은 포기하고, 다시 삼거리로 돌아 나간다.

 

 

06:39 다시 백병산 삼거리로 돌아나와, 낙동길로 접어들어 면산을 향한다.

 

 

06:39 자욱한 안갯속에서도 빨간 옷으로 갈아입은 단풍나무가 너무 반갑다.

 

 

 

 

 

06:43 산죽이 많다고 하더니, 드디어 키 큰 산죽들이 빼곡한 지역으로 들어선다.

 

 

07:05 산죽지대를 지나는 백두들.

이쯤에서 "큰덕"을 지나쳤을 듯한데, 현 위치를 알 길이 없다.

 

<늪목>

백산에서 삼척 땅으로 가는 고개다. 태백과 삼척군과의 경계에 습지대가 있고, 물이 질펀한 늪이 있다. 고개를 넘으면 삼척군 동활리 빙수촌으로, 고개 너머 삼척땅 산비탈에는 석회석 동굴이 많고, 곰굴이라 하여 굴속에 곰이 누웠던 자국과 곰 발자국이 바위에 찍혀 있는 곳도 있다. 늪이 있는 목(고개)이라고 늪목이란다.

 

이 근처 어디가 늪목쯤일 텐데, 사실 어디쯤이 늪목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아가씨들도!

 

 

07:25 송전철탑을 지난다.

 

김종협님이 찍은 철탑 사진.

 

 

<한개고디>
백산에서 삼척군 동활리로 넘어가는 험한 고개다. 옛날 백산에서 살던 처녀가 시집을 가는데 고개가 어찌나 높고 가파르고 험한지, 시댁에 줄 떡함지를 이고 가던 사람이 고개에서 구르자, 떡이 온통 고개 아래로 굴러가고 딱 한 개가 남았다고 해서 한개고디라 한단다. 고디는 높은 고개를 이르는 말이다.

 

 

07:58 한개고디를 지나서, 비교적 널찍한 등로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일출 전망대 설치 장소라고 쓰여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이곳의 전망이 좋을 듯한데, 안개가 이리도 짙게 끼여있으니...ㅉㅉ

 

 

08:20 1085봉쯤인 듯한데, 안개로 인해서 봉우리의 구분이 분명치 않다.

 

 

08:43 등로 좌측에 있는 수직굴.

 

아래로 자세히 들여다보니, 좌측(동쪽)의 절벽으로 이어져 있다.

 

 

08:55 토산령 도착.

 

<토산령(兎山嶺)>
태백시 철암동의 토산골 끝에 있고 삼척군 풍곡리로 넘어가는 큰 고개이다. 지금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오솔길이 되었으나, 옛날에는 큰길이었다. '兎(토)'는 '卯(묘)'와 같은 뜻으로, 12(十二支)에서 동쪽을 의미한다. '兎山(토산)'은 '卯山(묘산)'이니 '東山(동산)'이고, 따라서 '兎山嶺(토산령)'은 동쪽으로 넘어가는 고개라는 뜻이 된다. 철암이나 태백(上長面)에서 동쪽에 있는 고개라는 뜻이다.

 

 

09:06 구랄산 직전 봉우리의 표지기들.

 

 

09:29 구랄산 정상 증명.

"모두들 어디를 그리 바삐 가시고.., 혼자서!"

 

 

 

09:46 구랄산에서 면산으로 향하는 첫번째 봉우리를 지난다.

 

 

09:53 두번째 봉우리는 우회하여 지나고,

 

 

09:59 두번째 봉우리를 지났음을 표시하는 권선생님.

 

 

대충 네번째 봉우리쯤 되어 보이는데..ㅋㅋ

 

 

10:03 능선의 큰 소나무들은 여지없이 낙뢰로 인하여 꼭대기가 사라져 버렸다.

 

 

10:06 잠시 봉우리에서 쉼을 하는 사이에 올라오고 계신 권용호님 왈(曰), "방 빼!"

 

 

10:10 안개 자욱한 낙동길의 산죽들 모습.

 

 

10:24 세번째 봉우리라고!

 

 

10:37 네번째 봉우리라고!

 

 

10:38 단풍놀이 나온 고사목.

 

노루궁뎅이버섯도 단풍놀이 나왔나?

요즘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며, 가격이 올라서 kg당 30만원을 호가한단다.

 

 

10:53 살아, 생명이 있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10:48 다섯번째 봉우리라고, 왜 이런짓 하는지 몰라!

 

 

10:08 힘겹게 오른 면산 정상도 주위는 안개로 둘러싸여 조망이 전혀 없다.

금번 낙동길에서 트인 조망을 감상할 수 있는 마지막 장소였는데...ㅉㅉ

 

 

 

이끼에 맺힌 이슬이 영롱하다.

 

 

조망이 없어도 지고 온 먹거리를 펼친다.

 

면산 정상에서 과일가게를 개업하신 김영식님.

 

면산 정상의 표지기 나무!

 

<면산(免山/綿山, 1,245m) / 두리봉>

경북 봉화군과 태백시의 경계에 솟은 산으로 마당뜨리 처럼 넓은 땅이 많다. 두리봉은 동점동 방터골 가장 안쪽 끝에 솟아 있는 산으로, 해발 1,245m의 산봉우리이며, 면산의 주봉이다. 생긴 모양이 두리뭉실하게 생겨서 두리봉으로 불린단다. 옛날 난리 때, 사람들이 이 산으로 피난 와서, 화전(火田)을 일궈 농사를 지으며 ()을 면()했다고 면산(免山)이라 하였단다. 그 후 '免山(면산)'을 '綿山(면산)'으로 표기하게 되었단다.

 

국립지리원 지도에는 면산(綿山))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정작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면산(免山), 또는 두리봉이라 부른다. 옛날 난리 화전을 일궈 난을 면했다 하여 면산이고, 정상부가 펑퍼짐하다 하여 두리봉이라 불린단다.

 

 

11:36 면산 정상 증명.

 

앞서 간 선두그룹 날쌘돌이들의 면산 증명.

 

 

면산에서 남서 방향 능선은 삼방산 방향이고, 동남 방향 능선은 석개재 방향인데, 이제부터 강원도와 경상북도를 가르는 도계 능선을 따르게 된다.

 

11:38 좌측 석개재 방향으로 출발하는 백두들.

 

 

12:03 노송의 신기한 자태.

 

 

12:05 육산에 어찌 이런 칼바위가 솟아 있을까?

 

 

12:08 주위에는 아름드리 황장목들이 쭉쭉 뻗어 있다.

 

 

12:10 낙동길 좌측으로 내려다 보이는 가곡면 쪽의 저수지.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원시림의 속살도 살짝 들여다본다.

 

 

 

12:19 면산 내림길의 백두들.

 

 

12:19 조그마한 봉우리를 지나고,

 

 

12:21 계속되는 산죽지대를 헤치며,

 

 

12:29 안개와 산죽뿐인 듯하여도, 노랗게 물든 입사귀는 저물어 가는 젊음을 아쉬워하는 듯하다.

 

 

12:46 산죽의 키가 더 크다.

 

 

가도 가도 이어지는 산죽터널을 헤치며 지나니,

 

 

12:52 다시 자그마한 봉우리를 지나게 되고,

 

 

13:18 1009봉에 도착한다.

 

1009봉 삼각점.

 

 

13:25 석개재가 가까워진 것인지 당집이나 상엿집으로 보이는 건물이 우측으로 보이더니,

 

 

13:26 애마가 기다리고 있는 석개재에 도착한다.

 

 

13:28 석개재 거대한 이정석 앞에서 낙동정맥 두번째 산행 완료를 고한다.

"장한 얼굴들!" 오늘도 안전하게 내려왔슴다!!

 

 

 

석개재 봉화군 방향.

 

석개재 날머리 모습.

 

석개재의 다음 구간 들머리 모습.

 

이번에 새로이 도입된 버스의 '청결 시스템!'

 

석개재 전경.

 

 

15:06 봉화 방향에 자리한 "명산랜드"에서 땀을 닦고,

 

 

15:15 오늘의 뿌듯함을 "아름답게 삽시다!"라는 외침에 실어 본다.

 

 

 

 

16:05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서울로 향한다.

 

 

낙동길의 쉽지 않음을 실감한 구간으로

구간 내내 자욱한 안개와 산죽 터널이 생각나는 산행이었다.

 

다음 산행은 주왕산 단풍 감상을 위해

내년 1월에 예정된 시기를 조정하여 이번에 실시하기로 했다.

 

산행기 너무 늦어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볼품없는 것이지만 궁금해하시는 분이 계신듯하여

비오는 일요일 오후를 통째로 PC와 씨름했습니다.

저의 게으름 널리 이해하시고,

내내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