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지 : 지리산 (경남 함양군, 전남 남원시)
산 행 일 : 2017. 09. 23.(토)
산행코스 : 음정마을~연하천 삼거리~별바위등~영원고개~영원령~빗기재~삼정산~상무주암~문수암~삼불암
~약수암~실상사(백일마을 주차장) (18km)
산행참가 : 19백두.
<산행지도>
칠암사 순례길 코스(펌)
일반적으로 지리산 3대 종주코스는 '성삼재~중산리'의 성중종주, '화엄사~대원사'의 화대종주, 그리고 우리가 유람으로 진행하는 태극종주를 지칭한다. 3대 종주코스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실상사~중북부능선~삼각고지~영신봉~삼신봉~고소산성(외둔)'의 남북종주를 꼽을 수 있다. 이 남북종주는 북능 13.6km, 주능 9.2km, 남능 28.4km로 총 51.2km에 이르는 종주코스다. 지난 태극유람 네번째 산행의 하산지점인 음정마을에서 지리산 중북부능선 접근이 용이함을 확인한 후, 이번 칠암자 순례코스를 겸하여 지리산 중북부능선을 걸어 보기로 했다.
지리산 칠암자길은 지리산 중북부능선인 삼정능선 기슭에 자리한 7개 사찰과 암자(실상사, 약수암, 삼불사, 문수암, 영원사, 상무주, 도솔암)를 연결한 16km 정도의 순례길이다. 오늘 우리는 중북부능선의 최고봉인 영원령과 지리산 최고 조망처 중 하나인 영원령 남사면의 벌통바위, 일명 와운카페라 불리는 조망처를 둘러보고자 칠암자 중에서 도솔암과 영원사를 제외하는 대신에 영원령 능선을 걸은 후 5개 암자만 둘러보기로 한다.
양재를 출발한 버스는 새벽 3시쯤에는 음정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휴게소에서 졸음 방지용 숙면을 취하느라 한참이 걸렸고, 왜 그리로 갔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네비 실수 때문이라며 인월면 성산리 마을로 들어가서는 오도 가도 못하며 차를 돌리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덕분에 서 여사님은 예상보다 2시간이나 더 단잠을 즐길 수 있었고, 버스는 5시가 가까워서야 음정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부담없는 칠암자순레길이라는 눈속임에,
다소간 늦어졌음에도 백두들은 시종 여유로운 모습으로 음정마을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포장도로를 따라 음정마을 당산목 쉼터를 지나 음정마을을 통과하여,
포장도로를 두고 지름길의 산길로 접어들며 알바를 가려는 분들을 돌려세워 산길로 접어들고,
제법 가파른 산길을 10여분 오르니 벽소령 작전도로라고 불리는 임도로 들어서게 된다.
잠시 임도를 따르니 차량 통제소에 이른다.
지난번 하산 때는 잠겨있지 않았는데 오늘은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 있다.
벽소령 작전도로를 따라 오르다가 보니 어느새 주위가 밝아지며,
북동쪽 함양읍 방향으로 산 그리매가 모습을 드러내고,
벽소령 작전도로를 따라 연하천 삼거리로 향하는 백두들.
백운산(좌 904m)과 창안산(우 925m) 너머 함양 방향에서 산그리매가 실루엣처럼 넘실거리며 다가온다.
앞쪽 지리주능선 방향으로 보이는 형제봉 암릉을 살짝 당겨본다.
연하천 삼거리에 도착하여 후미를 기다리며 잠시 쉼을 한다.
산행을 하다가 가끔은 작금의 우리 정치 현실을 생각할 때가 있다.
우리 백두들의 장거리 산행에서 보면, 걷는 능력이 조금 더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고, 그날 컨디션이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감기나 배탈 등으로 컨디션이 나쁜 사람도 있으며, 산행 준비를 철저히 해 온 사람과 바쁜 일상으로 미쳐 잘 챙기지 못한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앞서가는 사람과 뒤쳐지는 사람이 생기고, 목적지에 먼저 도착한 사람과 나중에 도착하는 사람이 있으며, 산행이 힘들게 느껴지는 사람들과 즐겁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우리는 뒤쳐지는 분들을 기다려 모두 함께 산행하는 즐거움을 알고, 앞서간 이들을 시기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여유를 가지며, 우리 모두가 고통과 힘듬을 나누고, 위안과 행복을 함께하게 된다.
우리네 삶을 좌우하는 정치 현실도 그렇게 흘러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보는데,
그것은 능력의 차이나 노력의 차이 또는 빈부의 차이로 발생하는 간격들을 좁히며, 모두가 조금 더 행복해지고, 그러면서도 '오늘 산행의 마무리'라는 목표를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성장발전이라는 목표 또한 간과하지 않는 정치가 이루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갑자기 회장님의 얼굴이 떠오르네!
먼저 와서 미안하고, 기다림이 싫지 않은 우리의 백두들!
늦게 와서 미안스럽지만, 나의 최선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이 있어 행복한 분들도 도착한다.
벽소령임도 연하천 삼거리에서 중북부능선으로 오르는 오름길은 무척이나 가파른 너덜 계단길이 길게 이어진다.
지금은 산행 초반이라 그런지, 지난번 하산 때보다 지겹지 않게 올랐다며 중북부능선 정상부에 올라선다.
중북부 능선 마루에 도착한 백두들은 금줄을 넘어 우측 능선을 따라 별바위등으로 향하고,
직진본능의 백두들이 갈림길을 놓칠까 봐,
후미를 기다려 함께 별바위등을 향한 우측 능선으로 접어든다.
별바위등을 향하는 완만한 능선 오름길에,
생명이 다한 몸뚱이를 새 생명에게 아낌없이 주고 있는 고사목을 만난다.
비탐등로임에도 능선길은 반질반질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이며,
키높이로 자란 산죽들만이 길 흔적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가끔씩 자그마한 암릉도 나타나며,
우측 나뭇가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곤 하는 천왕봉 방향 지리능선에 감탄하는 사이에,
산죽이 무성한 숲으로 둘러싸인 별바위등(1,400m) 정상부에 도착하여 홀로 인증을 한다.
별바위는 이곳에서 도솔암 갈림길 방향으로 조금더 진행하면 나오는 전망바위를 말한다고 하는데, 네이버 지도에는 이곳을 별바위등으로 표시해 놓았다. 아마도 별바위는 전망바위를 지칭하고, 별바위등은 별바위가 있는 능선봉우리를 말하는 듯하다.
잠시 후, 북동쪽 방향으로 전망이 트인 전망바위에서 서니,
소나무 가지 사이로 멀리 가야산(1,430m) 방향에 멋진 산그림이 그려져 있다.
별바위등을 뒤로하고 잠시 내려서니 백두들이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대부분 양식으로 식사를 하는데, 나만 도시락을 꺼내 놓으니 '대접받으며 산다'며 한마디씩 한다.
사실은 양식 살 돈인 없어서 시골에서 보내오는 쌀로 도시락을 싸 준 것인데..ㅉㅉ
새벽산행의 지친 다리를 쉴 수 있어서 뭘 먹어도 즐거운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금 영원령을 향한 산행에 나선다.
잠시 완만한 내림길이 이어지더니 앞쪽으로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되고,
가파른 오름길을 잠시 오르니 뒤쪽으로 조망이 트인 암릉이 나타난다.
암릉에서 바라본 천왕봉 방향.
지나온 별바위등 방향.
남쪽 지리산 주능선 방향 파노라마.
암릉에서 시원하게 펼쳐지는 지리주능선을 조망하는 순회 형님.
직벽의 바위에서 석이버섯 채취에 열중인 덕현 형님.
위험하다고 아무리 만류해도 역시 꾼은 꾼인가 보다.
다시 한번 명선봉 방향을 담아보고는 별바위로 향한다.
바위에 소나무가 자라난 별바위(1,395m)에 도착한다.
별바위라는 명칭은 옛날 낙동정맥 주왕산 구간에서도 본 적이 있는데,
그곳과 마찬가지로 지리산의 별바위도 말로 표현하기 힘든 조망을 선사해 준다.
별바위에서 포즈를 잡아봤던 보성씨.
별바위에서 바라본 동쪽 천왕봉 방향.
남쪽 삼각고지 방향으로 이어진 지리 중북부능선 조망.
북쪽으로는 가야 할 삼정산과 멀리로는 삼봉산도 조망되고,
아래쪽으로는 삼정마을과 마천면 강정리가 손바닥을 보듯 조망된다.
별바위에서 자세를 갖춰보는 순회 형.
별바위를 뒤로하고 암릉을 지나서,
도솔암 방향 능선 갈림길이 있는 봉우리에 올라서니, 다시금 장쾌한 지리능선이 조망된다.
명선봉 방향.
반야봉과 만복대 방향.
남쪽 지리 주능선 파노라마.
도솔암 갈림길에 도착하여 좌측 영원령 방향으로 들어선다.
도솔암은 칠암자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고 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있다.
그리고 도솔암 남쪽에 삼소굴이 있는데 삼소굴은 사명대사의 사형인 청매조사가 수행을 한 곳이라 한다.
아쉽지만 오늘 우리는 영원령을 넘어야 하므로 도솔암과 영원사는 후일을 기약한다.
도솔암 갈림길 봉우리를 뒤로하니 고만고만한 봉우리가 연속된다.
산행을 계획하면서 벽소령 임도를 따라 벽소령으로 갔다가, 지리주능선을 타고 형제봉을 거쳐 삼각고지에서 지리산 중북부능선으로 들어설까도 고민했었는데, 영원령 부근 삼정능선이 빨래판이라는 어는 산행기를 읽고 코스를 축소했었다. 이제 막상 삼정능선에 들어와 보니 능선길에 크고작은 봉우리들이 끊이지를 않는다.
이곳에도 군데군데 산죽들이 최근에 꽃을 피웠던 듯, 그 생명을 다한 곳이 자주 발견된다.
꽃을 피운 부근의 산죽들이 모두 고사한다는 예기가 떠오른다.
또 하나의 봉우리에 올라서니 반야봉과 만복대가 시원스레 조망되고,
고리봉과 세걸산으로 이어진 장쾌한 지리산 서북능선이 조망된다.
이제 백두산우회 최고의 약초꾼 두 분이 산행보다는 야생 버섯 찾기에 열을 올린다.
개암버섯(식용) 군락지를 발견하고 카메라에 담는다.
사실 나는 군락지가 등로 바로 곁에 있어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쳤는데..ㅉㅉ
그냥 예뻐서 담아본 이끼와 버섯.
암릉을 만나면 산행은 뒷전이고 뭔가를 열심으로 찾고 있는데,
백화점 식품코너에서 본 자연산 백화고도 난생처음 본다.
등로도 아닌 암벽에 밧줄이 메어져 있다. 왜일까?
바위에는 온통 석이버섯이 가득 붙어 있다.
카메라에 한가득 담아 둔다.
영원고개로 향하는 능선에도 올망졸망한 봉우리와 암릉이 이어진다.
울창한 숲에서 가끔씩 나타나는 암릉 위에 올라서면 좌측으로 지리산 서북능선이 시원스레 조망되고,
부운치 너머로는 백두대간에 뾰족이 솟은 고남산도 자그마하게 보인다.
좌전방으로는 가야 할 영원령과 벌통바위(와운카페)가 모습을 드러낸다.
영원고개 건너편으로 가야 할 영원령과 삼정산 능선이 지척으로 가까워졌다.
메어진 밧줄에 의지해 직벽의 암릉을 내려서며 영원고개를 향해 고도를 급격히 낮추기 시작하니,
북동쪽 생초면 방향의 산그림이 실루엣처럼 너울거리며 다가오는데,
우측 맨 뒤쪽 봉우리가 황매산쯤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사거리 안부인 영원고개에 도착하니, 비탐지역임에도 좌.우로 통하는 등로가 뚜렷하다.
우측은 와운마을로 이어지고, 좌측을 들무골로 들어서서 양정마을로 이어진다.
영원고개에서 영원령을 향해 10여분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다가 보면,
좌측으로 벌통바위, 일명 와운카페라 불리는 지리산 중북부능선 최고의 조망처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오늘 산행의 백미인 와운카페를 놓칠 수야 없으므로 좌측 사면길로 들어선다.
일명 와운카페로 불리는 벌통바위 전망대는 지리산 중북부능선 최고의 조망처로 알려져 있다. 능선에서 서쪽으로 100여 미터 떨어져 있으며, 와운마을 천년송에서 영원령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등로에 위치해 있다. 와운마을 뒤쪽에 자리하며 빼어난 조망을 가진 암릉 위에 여러 명이 함께 쉴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있어서, 지리산꾼들이 '와운카페'라는 별명을 붙여 놓은 곳이다.
벌통바위(와운카페)에 도착하여, 정면의 반야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와운마을과 만복대 방향.
뒤이어 도착한 중북부능선을 종주한다는 산객에게 부탁하여, 서북능선을 배경으로 폼을 잡아 본다.
천왕봉에서 명선봉, 반야봉, 만복대를 지나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주능선이 모두 한장의 파노라마에 담긴다.
동쪽 천왕봉 방향.
남쪽 지나온 중북부능선과 명선봉 방향.
남남서쪽 반야봉 방향.
남서쪽 종석대와 만복대 방향.
서쪽 고리봉과 세걸산 방향.
서북쪽 부운치와 바래봉 방향.
뒤이어 도착한 버섯꾼과 약초꾼이 와운카페에서의 장쾌한 조망에 만족스런 산꾼의 미소를 머금는다.
옛날 낙남정맥 첫 산행에서 올랐던 삼신봉에서 북쪽으로 바라보던 지리능선의 장쾌한 모습이,
오늘 중북부능선 와운카페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는 지리주능선 조망 뒤로 뭉게뭉게 피어난다.
지리산의 가슴 뭉클한 감동에 대한 보답으로 쉼터 한켠에 구절초 꽃다발을 두고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린다.
와운까페를 뒤로하고 뚜렷한 능선 등로를 따라 조금 오르면, 영원령 정상(1,290m)에 도착한다.
영원령 정상에서의 지리주능선 파노라마.
북쪽 삼정산 방향.
동쪽 천왕봉 방향.
남쪽 명선봉 방향.
관목들로 주변 조망이 살짝 가려져 있는 영원령 정상을 뒤로하고 빗기재로 향한다.
커다란 바위들이 자리하고 있는 조그마한 봉우리를 한두개 넘으며 빗기재로 내려서다 보니,
앞쪽으로는 가야 할 삼정산이 조망되고,
우측 천왕봉 방향으로도 시야가 트인다.
몇 개의 조그마한 봉우리를 지나며 능선을 따라 고도를 낮추니,
빗기재에 도착하는데,
비탐구간 등로를 막아놓은 나무 울타리 건너편으로 국공파 복장의 아자씨 한분이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
놀란 가슴을 누르며 살펴보니, 옆에 막걸리 병이 놓여 있어서 적이 안심을 한다.
나무 울타리를 넘어 등로에 들어서니 '그쪽으로 가면 어디가 나오냐'라고 묻는다.
빗기재에서 좌측은 상무주암으로 이어지고, 우측으로 내려서면 영원사로 가게 된다. 영원령 동쪽 사면에 자리한 영원사는 7암자 중 실상사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지리산의 다른 이름인 두류를 따와 두류선림이라는 선방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오늘 가보지 못하는 영원사와 도솔암은 후일을 기약하고는 상무주암으로 향한다.
빗기재에서 상무주암 방향으로 들어서니 이내 암봉 오름길이 시작된다.
돌아본 영원령 방향.
암봉을 지나니 호젓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빗기재에서 상무주암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걸으며 오늘 우기라 걷는 칠암자 순레길을 생각해 본다.
길은 저 아래 골짜기와 봉우리 사이에 있고,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이것과 저것 사이에도 길이 있다. 그렇다 모든 길은 사이에 있다. 암자와 암자 사이에도 길이 있어 사람들은 그 길을 칠암자길이라고 부른다. 상무주암의 무주(無住)가 '머무름이 없다'이니 '길'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세월과 세월 사이로 이어진 길을 따르며 머무름이 없을진데, 무엇엔들 연연할 틈이 있겠는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예쁜 자연 조형물도 감상하게 되고,
길은 바위 아래로도 이어지더니,
상무주 고개, 고사목이 있는 쉼터에 도착한다.
암자 근처에서 술을 하기가 눈치 보여,
대부분 여기서 술 한잔 하며 쉬는 곳이라는데,
백두들은 벌써 쉬다가 떠났나 보다.
전망쉼터에서 돌아본 빗기재 방향 암봉 조망.
쉼터를 뒤로하니 이내 출입금지 표시가 걸려있는 삼정산 갈림길이 나온다.
삼정산 정상은 열어 놓은 줄 알았는데 들머리에 금줄을 메어 놓았다.
금줄을 넘어 삼정산으로 들어서는데, 앞쪽에서 창병씨 일행이 내려오고 있다.
삼정산 쪽에 손 총무님이 왕복운동을하고 있다며, 다녀오라 하고는 상무주암 쪽으로 향하고,
나는 급경사 오름길을 따라 삼정산으로 향한다.
밧줄이 메어진 급경사 오름길을 잠시 오르니 삼정산 헬기장을 지나는데 앞쪽에서 손 총무님이 걸어오며 문수암에서 만나잔다. 선두들을 너무 기다리게 하면 안 되는데 싶어서 서둘러 삼정산 정상으로 향한다.
헬기장을 지나자 이내 삼정산(三丁山, 1,225m)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석에는 1,182m라 기록되어 있는데 네이버 지도에 표시된 북쪽 능선의 봉우리 높이를 표기한 듯하다.
삼정산은 지리산 내에 있으면서도 봉(峯)이 아닌 산(山)으로 기명되어 있으며, 지리 주능선 삼각고지에서 별바위등~영원령~삼정산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중북부능선(삼정능선)상의 봉우리로,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과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의 경계에 있다. 즉 도(道)를 나누는 도경계 능선이다.
오늘 산행코스 중 유일하게 정상석이 있는 곳이서 삼정산 정상 인증은 모두 함께하자 했었는데,
이렇게 홀로 올라 셀카로 인증을 남긴다.
삼정산 정상부는 나무로 가려있어서 조망이 없고, 근처 바위에 올라서면 반야봉만 살짝 보인다.
삼정산 정상석을 뒤로하고 조금 내려서면, 전망 바위가 있는데,
지리산 최상의 조망터 중 한 곳으로 지리산 주능선 북사면 전체가 조망된다.
지리산 주능선 파노라마.
천왕봉 방향.
형제봉 방향.
반야봉 방향.
이것을 마지막으로 지리주능선 전체 조망과는 이별을 해야 하므로, 다시 한번 파노라마로 카메라에 담아 본다.
다시 왔던 길을 되짚어 삼정산 갈림길로 향한다.
급경사 내림길을 내려오다가 다시 우측 조망바위를 만나,
지나온 삼정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삼정산 갈림길로 돌아 나오니, 붕어빵인듯 쏙 빼닮은 부자(父子)가 출금 안내판을 보고는 발길을 돌린다.
아마 나도 아들과 같이 왔더라면 발길을 돌렸겠지 생각하며 좌틀하여 상무주암으로 향한다.
삼정산 동쪽 비탈에 자리 잡은 상무주암에 도착한다.
상무주암(上無住庵)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12교구 본사인 해인사의 말사이다. 상무주(上無住), 무주(無住)는 머무름이 없는 자유로운 깨달음의 경지라 하는데 그것의 최고(上)라는 뜻일까, 아니면 그 머무름조차도 초월한다는 뜻일까, 범인으로서는 짐작키 어렵다. 하지만 이런 최상의 수식어는 여기서 펼쳐지는 조망을 보면 언뜻 납득도 된다. 상무주암의 조망은 전남 순천 송광사의 보조국사비에 쓰인 비문이 보장할 만큼 빼어나다고 한다. ‘지눌이 옷 세 벌과 바리때 하나만으로 지리산 상무주암에 은거했는데, 경치가 그윽하니 천하제일인지라 선객이 거주할 만했다.’고 적혀 있다 한다. 상무주암 정면으로 지혜의 상징 반야가 시원하게 보이고, 조금 왼쪽으로 돌리면 천왕봉으로 이어진 지리 주능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상무주암은 30여 년을 이곳에서 암주로 용맹정진하였다는 현기 스님으로도 유명세를 더했다고 하는데, 어느 기사에서 읽은 그의 '동굴 이야기'가 떠올라 찾아본다.
"우리가 햇살과 공기도 못 느끼는 동굴에 갇혀 있는데, 그게 동굴인지 모른다. 하지만 작은 틈이 생겨 그 틈으로 햇빛이 스며들면, 그때 알아채고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즉 어두운 동굴 속에 있으면 동굴이 세상으로 인식되어, 햇살이나 바람 같은 걸 느낄 수도 없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바세계에 사는 것이 이처럼 어두운 동굴 안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동굴에 조금의 틈이 생겨 햇살이 비추어진다면, 새로운 것에 대한 깨달음으로 그 틈을 점점 벌려 나가서 환한 새로운 세상을 마주 할 것이다."(펌)
혹여나 현기 스님이란 분이 아직도 계시나 싶어서 살펴보는데,
드리워진 장막과 '사진촬영 금지'라고 적은 빨간 푯말에 가로막혀 돌아선다.
상무주암 정면 방향 조망.
상무주암 담벼락 아래에는 음수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수통에 물을 조금 채운다.
음수대 앞 나무에는 이정표가 걸려있는데, '初入(초입)'은 어디를 말함인지?
백두들은 30분쯤 전에 이곳을 지났나 보다.
상무주암 옆에는 널찍한 쉼터가 있고,
쉼터 옆에는 현기스님이 참선을 했을법한 좌대가 마련되어 있다.
좌대에서 바라보면 좌측 천왕봉에서 우측 반야봉으로 이어진 지리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좌측으로는 천왕봉이 소나무 가지 사이에 자리하고 있고,
중앙으로는 벽소령과 비린내골이 조망되며,
우측으로는 영원령 너머로 명선봉과 반야봉이 조망된다.
쉼터로 돌아나와 올려다본 삼정산 정상부.
삼정산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능선의 봉우리들.
사실 삼정산 정상에서 능선으로 가려고 잠깐 고민했었는데, 저 능선으로 걸었어도 만만치는 않았을 듯하다.
상무주암에서 문수암으로 향하는 길은 급경사 내림길로 이어지다가, 잠시 앞쪽으로 전망이 트이며 천왕봉이 조망된다.
지도상 고도 차이는 100m쯤 낮추는 것으로 나와있는데, 급경사 내림길이 하염없이 이어진다.
아마도 산행 막바지라 그리 느꼈던 듯하다.
앞쪽 함양읍 방향으로 조망이 트이며 삼봉산과 법화산 사이의 오도재가 가늠된다.
오도재는 지난번 산행을 마치고 함양으로 이동할 때 넘었던 고개로, S자 고갯길이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고개다.
지능선에 올라서니 전망 좋은 쉼터가 나타나고,
삼봉산과 법화산이 조망된다.
쉼터 바로 옆에는 문수암이 자리하고 있는데,
북서쪽 함양 방향으로 삼봉산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문수암 해우소가 숲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나중에 사진으로도 냄새가 전달되는 날이 오면 이런 예기는 통하지 않겠지만..ㅉㅉ
문수암은 바위 절벽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데, 마치 높다란 절벽 바위틈에 있는 독수리의 둥지를 찾아든 느낌이다.
문수암 뒤쪽 바위절벽에서 흘러나오는 석간수는 7암자 최고의 물맛이라 한다.
백두들도 이곳에 석간수로 마음을 씻고 갔나 보다.
조금 전 상무주암 입구에 걸려있던 '사진촬영 금지' 팻말이 생각나서,
문수암 마루에 걸터앉아 예기를 나누던 노스님께 청하여 문수암 전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문수암 앞쪽 조망으로, 문수암에서는 산청의 황매산도 조망된다는데, 우측 멀리로 보이는 산이 황매산인 듯하다.
문수암 축대 한켠에 핀 구절초의 환송을 받으며 삼불사로 향한다.
문수암 입구의 이정표.
조금은 아쉬운듯한 문수암에서의 조망을 한번 더 담고는, 문수암을 뒤로한다.
완만한 사면길을 이어가다 특이한 모양의 바위도 담아보고,
상무주암에서 문수암 사이의 길은 급경사의 비탈길이었는데,
문수암에서 삼불사로 가는 길은 완만하고 호젓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삼정능선 능선마루 방향의 샛길도 지나면,
이내 삼불사에 거의 도착했다는 이정표를 만난다.
삼불사에 도착하니 마치 산촌 마을의 외딴집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비구니 사찰이라 그런지 주변을 야생화로 단장한 모습이 여느 암자보다 정갈한 모습이다.
암자 전면에 삼불사(三佛寺)가 아닌 삼불주(三佛住)란 현판이 걸려 있다.
나중에 찾아본 사연인즉, 이곳 스님이 5~60년 전 관청에 신고를 할 때, 큰 절처럼 보이고 싶어서 '절 사(寺)' 자를 써서 신고하였기에 그리된 것이고, 실질적으로는 암자도 사찰도 아닌 세분의 부처가 머무르는 곳이라 삼불주(三佛住)가 맞다고 한다. '삼불주'란 이름조차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이곳을 건축할 때 지나던 어떤 불자분이 이런 이름이 좋겠다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참으로 도를 구하는 스님들의 멋진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삼불사 전각 전경.
삼불사 앞쪽 멀리로 황매산이 조망된다.
삼불사에서 바라본 삼봉산과 황매산 방향 조망.
삼불사 전경.
삼불사에서는 천황봉이 다시 조망된다.
삼불사를 뒤로하고 아래쪽으로 내려서면,
약수암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 이정표.
약수암 방향으로 들어서서 몇 군데의 너덜지대를 지나면,
삼정능선 갈림길이 있는 청성재에 도착하여 삼정능선 방향을 확인하고,
능선 아래쪽 방향의 약수암 방향 능선길로 들어선다.
청성재에서 약수암 방향의 능선길 모습.
능선을 따라 잠시 내려서니, 앞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함양윤씨 가족 묘지에 도착한다.
묘지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좌측 바래봉 방향.
인월 방향.
서룡산(1,073m) 방향.
삼봉산(1,187m) 방향.
백운산(904m)과 황매산 방향.
중앙 멀리로 보이는 산이 황매산이다.
우측 천왕봉 방향.
지리능선 방향.
뒤쪽 지나온 삼정능선 방향.
시원한 조망을 선사해준 함양윤씨들께 감사를 드리며 묘소 좌측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약수암을 향하면,
앞쪽으로 인월 방향 조망도 시원스레 트인다.
등로는 삼정능선 마루를 따라 완만한 내림길로 이어진다.
등로 옆 이정표.
얕은 안부를 지나고,
조그마한 언덕을 넘어서니 등로는 좌측으로 살짝 휘어져서 내려간다.
나무로 막아 놓은 실상사 방향 능선갈림길을 지난다.
좌측의 능선길은 지리산 남북종주를 하는 산꾼들이 가끔 이용한단다.
약수암 뒤쪽 능선인데 좌측 약수암 방향은 금줄로 막아 놓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약수암 날머리에 도착한다.
갈림길에 대나무로 만든 이정표가 있는데 좌측 수레길은 약수암으로 이어지고,
우측 실상사 방향 길은 약수암을 아래쪽으로 우회하여 약수암 입구 도로로 이어진다.
약수암은 실상사의 부속 암자라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넓은 터에 전각들이 배치되어 있다.
약수암은 물맛 좋은 약수가 나와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약수암의 대표상품인 보광전이다.
보광전에는 불상이 아닌 나무판에 새긴 아미타여래 조각상이 모셔져 있다 하며,
정식 명칭은 보광전 아미타여래설법상으로 보물 421호라고 한다.
가을 초입의 약수암 전경.
약수암은 불공용무 외의 자는 들어오지 말라고 막아놓은 탓에,
다시 갈림길로 돌아나와 실상사 방향의 우회길로 접어든다.
우회길은 대나무 숲으로 들었다가,
약수암 앞쪽 입구로 이어진다.
실상사로 이어진 도로 모습.
이 도로를 따라도 되지만 숲길보다 조금 길고 시멘트 포장이라 걷기가 좋지 않을 듯하여,
우측의 능선 숲길로 들어서면,
실상사로 이어지는 수레길 수준의 숲길이 뚜렷하게 이어지는데,
최근에는 관리를 하지 않은 듯, 군데군데 쓰러진 나무들이 방치되어 있다.
급격히 고도를 낮추던 숲길은 사면으로 접어들며 완만하게 이어지고, 앞쪽 백일리 방향으로 조망이 트인다.
서룡산과 삼봉산 방향 조망.
숲길은 산모퉁이를 돌며 호젓한 오솔길로 바뀌고,
좌측으로 추석이 다가옴에 따라 최근에 벌초를 한 듯한 묘지를 지난다.
나도 벌초를 하러 가야 하는데..ㅉㅉ
따르던 숲길은 널찍한 임도로 내려서고,
임도은 우측의 묘지까지만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이내 실상사에서 약수암으로 이어지는 임도에 접속하여 우측 실상사로 향한다.
우측으로 부도암터를 알리는 이정목을 지나며,
도로를 따라 내려갈까 하다가 좌측 숲길로 들어서고,
짧은 숲길을 지나면,
앞쪽으로 실상사가 나타난다.
이제는 푸르던 들판도 황금빛으로 변하며 계절의 바뀜을 알리고 있다.
선두들 보다 많이 지체된 듯하여 실상사를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어차피 실상사 앞에서의 뒤풀이를 예약해 둔 터라 실상사를 잠시 둘러보기로 하고,
한적해 보이는 실상사로 향한다.
<실상사(實相寺)>
통일신라 흥덕왕 3년(828)에 홍척(洪陟) 스님이 처음 창건했다. 그 후 정유재란(1597) 때 모두 불타 숙종(1674~1720) 때 크고 작은 건물 36동을 다시 지었으나, 고종 때 화재를 당해 현재 소규모로 복구한 채 이어오고 있다. 실상사는 훌륭한 스님들을 많이 배출하여 한국 선불교의 위상을 드높였다 하며, 경내에는 백장암삼층석탑(국보 제10호)을 비롯해, 석등(石燈 :보물 제35호)과 동.서 삼층석탑(보물 제37호) 등 각종 문화재가 많이 있어서 이 절의 역사적 의의와 품격을 대변해 주고 있다.
실상사 천왕문을 들어서면,
널찍하게 배치된 실상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지 가람이 아닌 논밭 주위에 세워진 실상사는 지리산 사찰을 대표하는 가람 중 하나이며, 보물인 보광전 석등과 두 개의 삼층석탑으로 유명하다.
보광전과 석등 그리고 두개의 3층석탑 전경.
실상사 경내에서 바라본 삼정산 방향.
범종각 옆의 기와로 된 탑은 세월호 추모탑이라 한다.
동쪽 삼층석탑.
삼층석탑 안내판.
서쪽 삼층석탑.
실상사 석등.
실상사 석등 안내판.
보광전 좌측의 반송이 널찍한 그늘을 만들고 있다.
보광전 모습.
두 개의 삼층석탑 모습.
요사체 전경.
'산사 속 인문학 산책'이라는 행사가 있는 모양이다.
실상사 소리풍경 전시장.
소리풍경 전시실 안으로 들어서면, 조용한 산사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소리풍경 안내문.
다시 한번 실상사 전경을 담아보고는 실상사 천왕문을 나선다.
실상사 앞에는 연잎들이 늦여름의 무성함을 뽐내고 있는데,
철 모르는 연꽃 봉우리가 이제 막 피어나고 있다.
봉오리를 터뜨린 연꽃.
해탈교 앞에는 원래 네 개의 장승이 서 있었으나, 그중 오른쪽에 것이 1936년 홍수에 쓸려 내려가고, 현재는 세 개만 남아 있다. 장승은 보통 남.여로 배치해 음양의 조화를 꾀하는데 이곳 장승은 모두 남자 형태의 것이라 한다.
지리산 북쪽의 큰 강인 임천강을 건너는 해탈교.
임천강 상류 방향.
하류 방향.
해탈교를 건너며 돌아본 삼정산 방향.
지리산 서북능선 방향.
백일마을 주차장에 도착하여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고,
주차장 옆 식당에 들어서니,
먼저 도착한 백두들이 이제 막 뒤풀이를 시작하고 있다.
별로 뚜렸한 기억은 아니지만, 입장휴게소쯤에 들러서 남은 잔 정리를 깨끗이 해치운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산행을 예상했었는데 역시나 지리산은 큰 산임에 틀림이 없었다.
주능선에서 흘러내린 지능선에 보석 같은 칠암자를 품고 있었으니...
쉽지 않은 산행이었으나,
영원령 남쪽 기슭의 벌통바위, 일명 와운카페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주능선의 파노라마는
또다른 기억으로 오래도록 뇌리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듯하다.
"긴~ 추석 연휴 건강히 보내시고,
10월 설악산 저항령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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