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지 : 이탈리아 돌로미티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eredo) 트레킹
산 행 일 : 2022. 07. 15.(금)
산행코스 : 아우론조 산장(Rifugio Auronzo, 2333m) ~ 알피니 예배당(Cappella degli Alpini) ~ 라바레도 산장(Rifugio Lavaredo, 2352m) ~ 라바레도 고개(Forcella Lavaredo, 2454) ~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 2405m) ~ 랑그알름 산장(Rifugio Langalm, 2283m) ~ 메조 능선 고개(Forcella Col de Mezzo, 2313m) ~ 아우론조 산장(Rifugio Auronzo, 2333m) (10km, 4시간 30분 소요)
산행참가 : 13백두 + 4인 가족. (한왕용의 "이태리 돌로미티 Altavia1. 트레킹 10일)
<산행일정 및 지도>
동부 돌로미티 관광의 중심지인 코르티나 담페초를 중심으로 어제까지 5일간의 북서쪽 브라이에스 호수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알타비아 1. 트레킹을 도중에 마감하고, 오늘은 돌로미티에서의 마지막 트레킹으로 코로티나 담페초 북동쪽에 있는 '라바레도의 세 봉우리'라는 트레치메를 한바퀴 도는 둘레길 트레킹을 하는 날이다. 코르티나 담페초에서 전용 벤을 타고 북동쪽으로 20여분 달리면 소라피스 왕의 눈물이 모여 만들어졌다는 아름다운 미주리나 호수(Lago di Misurina)를 지나게 되고, 다시 10여분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 트레치메 트레킹의 출발 지점인 아우론조 산장에 도착하게 되는데, 많은 트레커들과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라 늦게 도착하면 아래에 주차를 하고 한참을 걸어 올라야 하므로 가급적 일찍 도착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좀 더 편한 트레치메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고 된다.
돌로미테 산군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 라바레도의 세 봉우리)는 직벽 높이만 약 1,000m 이상인 세 개의 봉우리 치마 피콜로(Cima Piccola, 2856m), 치마 그란데(Cima Grande, 3003m), 치마 오베스트(Cima Ovest, 2972m)로 이뤄진 거대한 암봉이다. 암벽 등반의 성지이자 돌로미테 트레킹 코스 중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라는 웅장한 세 봉우리를 마주하게 되면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절로든다.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아우론조 산장에서 트레킹을 시작하여 트레치메를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돌아오는 트레킹 코스는 나란히 솟은 세 개의 봉우리가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다채로운 풍광을 보여준다. 트레일은 산허리를 따라 평탄하게 이어지며 까마득한 애추 너덜지대와 거대한 산군을 발아래로 펼쳐놓는다. 걸음을 더할수록 조금씩 모습을 바꾸어 드러내는 초원지대에는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고개를 내밀고, 머리 위로는 시시각각 갯수를 달리하는 웅장한 바위 봉우리들이 장엄한 시선을 드리우고 있다. 고고하게 치솟은 바위 봉우리들의 시선을 내내 느끼며 걷는 트레치메 라운딩 트레일의 가운데 지점에는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 2405m)이 자리하고 있다. 여러 산장들 중에 가장 뚜렷하게 트레치메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트레커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산장이다. 하늘에 맞닿을 듯 치솟은 바위 봉우리들과 군데군데 싱그럽게 펼쳐진 초원 그리고 영롱한 빛깔의 호수까지, 트레치메 트레킹은 이탈리아 알프스 돌로미티 여정의 정수라 할 것이다.
며칠 만에 겨우 제대로 된 저녁식사를 했고 호텔에서 준비한 아침식사도 푸짐하고 입에 맞아서 넉넉한 아침식사를 하고서는,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은 트레치메 트레킹이라 단촐하게 꾸린 배낭을 메고서 산뜻한 기분으로 트레치메 트레킹 출발 지점인 아우론조 산장으로 향하는 전용 벤에 오른다.
알타비아 1. 코스에 있는 산장에서 제공되는 아침식사도 괜찮았지만, 역시나 담페초 최고 호텔로 꼽히는 코르티나 호텔에서 제공되는 아침식사는 음식의 종류와 질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다.
트레치메 트레킹 출발지점인 아우론조 산장이 관광객들로 늘 붐비는 곳이라 서둘러 출발해야 한다는 한 대장의 공지에 푸짐한 아침식사를 허겁지겁 마치고는 때맞춰 도착한 전용 벤에 분승하여 트레치메로 향한다.
'이탈리아의 알프스(사실이 그렇기는 하다)'라 불리는 아름다운 미주리나 호수를 지나는데, 앞쪽으로 파란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는 암봉이 보인다. 여기서는 두 개로 보이는 저 봉우리가 오늘 걷게 될 트레치메다.
트레치메 트레킹을 시작하는 아우론조 산장을 향하는 급경사 오름길로 들어선다.
아우론조 산장 부근의 주차장이 꽉 차게 되면 이곳에 주차를 하고 셔틀을 타고 올라야 한단다.
몇 개의 소형 주차장을 지나쳐 포장도로가 이어진 멘 꼭대기에 있는 아우론조 산장(Rifugio Auronzo, 2333m) 주자창에 도착하여 트레치메 트레킹 준비를 한다.
남서쪽 잠시 전에 지나온 미주리나 호수를 중심으로 좌측은 치마 카디니 디 린비안코(Cima Cadini di Rinbianco, 2402m)가 있는 카디니 디 미주리나(Cadini di Misurina) 산군, 우측은 크리스털로 산(Monte Cristallo, 3221m) 방향.
트레치메(Tre Cime di Lavaredo)를 한바퀴 도는 트레킹 코스를 시계방향으로 돌아도 되지만 대부분의 트레커들이 반 시계방향으로 진행한다. 생존에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진행하는 방향으로 우리도 아우론조 산장에서 반 시계방향으로 트레킹에 나선다.
이번 돌로미티 트레킹의 현지 가이드를 맡은 여행사를 이끄는 안나의 고향이라는 동남쪽 아우론조 마을 방향 조망.
트레일은 트레치메 암봉 아래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이 보이는 애추 사면으로 이어져 있는데, 보기와는 다르게 차가 다닐 정도로 널찍하고 평탄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정도다.
돌아본 아우론조 산장 남쪽 맞은편으로는 '카디니 디 미주리나(Cadini di Misurina) 산군'이 송곳을 박아놓은 듯이 삐죽삐죽 솟아있다. 저 '카디니 디 미주리나(Cadini di Misurina) 산군'은 Auronzo di Cadore의 서쪽, Cortina d'Ampezzo의 북동쪽, Dobbiaco의 남쪽으로 솟아 있으며, 미주리나(Misurina)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위치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산 루카노(San Lucano)의 치마 카딘(Cima Cadin, 2839m)이다.
사람들만 걷기에는 너무 널찍하고 편평하다 싶었는데, 앞쪽에서 큼지막한 트럭이 나타나 널찍한 길을 꽉 채우며 지나게 되므로 길 안쪽으로 바짝 붙어서 지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현지 가이드 마우로가 커다란 바위 앞에서 다이노사우르스의 발자국 화석을 알려주고 있다.
어제 펠모산 산록길에서도 다이노사우르스 발자국 유적이 있었는데, 대략 이곳과 비슷한 고도인 것으로 보아 펠모산에서 놀던 다이노사우르스들이 트레치메 트레킹을 하려 이곳에 들렀는지도 모를 일이다. 2억 5천만 년 전에도 트레킹이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ㅋㅋ
지난 며칠간의 트레킹과는 달리 별다른 오르내림도 없는 평탄한 트레일이라 편안한 마음으로 마냥 조달대며 걷는 사이에 어느새 출발지인 아우론조 산장은 작은 돌멩이 마냥 작아져 있고,
지금은 산악인을 위한 예배당이지만, 옛날 1차 세계대전 당시 전물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알피니 예배당(Cappella degli Alpini)'을 지나게 된다.
'Cappella degli Alpini'는 베네토주 벨루노 지방에 있는 작은 예배당으로 '트레치메 디 라베레도(Tre Cime di Laveredo)' 또는 '라베레도의 세 봉우리(Three Peaks of Laveredo)'라 불리는 지역 내에 위치하고 있다. 1919년까지 트레치메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국경이었으나, 이제는 이탈리아 남부 티롤과 벨루노의 지방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여전히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과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지역 사이의 언어 경계를 형성하고 있다.
1420년부터 1797년까지 이 지역은 베니스 공화국의 일부였다. 프랑스에 의해 정복되었을 때 베네치아 속주의 일부로서 오스트리아 제국이 통치하게 되었다. 벨루노 주는 1866년 새로 형성된 이탈리아 왕국에 할양될 때까지 롬바르디아 왕국 – 베네치아의 일부로 나폴레옹 전쟁 이후 오스트리아의 통제하에 있었다.
1923년 벨루노 지방은 오스트리아-헝가리(티롤 카운티)의 일부였던 코르티나 담페초, 세인트 루시아, 리비날롱고 콜레 델 콜 디 라나를 얻었다. 예배당은 1916년에서 1917년 사이에 이탈리아 군대의 두 베르살리에리(보병대)에 의해 지어졌다. 예배당이 세워진 산은 제1차 세계대전 중 이탈리아인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사이에 여러 차례 피비린내 나는 전투의 현장이었기 때문에 이 교회는 원래 기독교의 마리아에게 헌정되었다.(역)
우측 아래 초원 끝에 작은 탑이 보이지만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그냥 멀리서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Tre Cime'는 '세 봉우리'란 뜻인데 이곳에서 보면 봉우리의 숫자가 예닐곱개는 되어 보인다.
Cappella degli Alpini 예배당을 뒤로하고 트레치메의 가장 동쪽에 자리한 '치마 피콜라(Cima Piccola)' 아래로 이어진 트레일을 따라 트레킹을 이어간다.
살짝 당겨본 치마 피콜라(Cima Piccola)가 가장 작아서 아담할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실제로 보니 어마무시한 암봉이다.
주변에 거대한 트레치메 암봉에서 억겁의 새월에 걸쳐 떨어져 내린 바위들이 금방이라도 굴러내릴 듯이 나뒹구는 사면 앞쪽으로 라바레도 산장(Rifugio Lavaredo, 2352m)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좌측의 커다란 바위는 금방이라도 굴러내릴듯한 바퀴를 닮았다.
트레치메의 가장 동쪽 봉우리인 치마 피콜라(Cima Piccola) 기슭에 자리한 라바레도 산장(Rifugio Lavaredo, 2352m)에 도착한다.
라바레도 산장(Rifugio Lavaredo, 2352m) 전경.
남서쪽으로 보이는 카디니 디 미주리나(Cadini di Misurina) 산군 조망.
라바레도 산장(Rifugio Lavaredo)을 뒤로하고 트레치메와 '파테르노 산(Monte Paterno)'의 안부인 '라바레도 고개(Forcella Lavaredo, 2454)'로 향한다.
접근 불가의 철옹성을 닮은 트레치메 모습.
좌측 라바레도 고개(Forcella Lavaredo, 2454)로 이어지는 길과 우측 몬테 파테르노(Monte Paterno)를 휘둘러 이어지는 트레일이 갈라지는 갈림길을 지난다.
트레치메를 한바퀴 도는 트레일은 우리가 진행하는 10km 코스와, 트레치메 암봉들만 짧게 도는 7km 코스, 몬테 파테르노(Monte Paterno)를 포함하여 조금 더 넓게 도는 15km 코스, 그리고 더 넓게 도는 24km 코스 등 다양한 코스가 있다고 한다.
파테르노 산(Monte Paterno) 자락으로 이어진 트레일 쪽으로 자그마한 라바레도 호수(Laghi di Lavaredo)가 내려다 보이고,
트레일은 라바레도 고개(Forcella Lavaredo, 2454)를 향해 완만한 오름길로 이어진다.
트레치메(Tre Cime di Lavaredo)와 파테르노 산(Monte Paterno)의 안부인 라바레도 고개(Forcella Lavaredo, 2454)에 도착하니, 마침내 여러 봉우리로 보이던 트레치메가 이름대로 세 개의 봉우리(Tre Cime)로 정리되어 보인다.
남서쪽 카디니 디 미주리나(Cadini di Misurina) 방향.
서북쪽 스칼페리의 탑(Torre dei Scarperi) 방향.
라바레도 고개(Forcella Lavaredo)를 뒤로하고 트레치메를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 2405m)으로 향하는데, 현장학습인지 수학여행을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무리의 학생들과 뒤섞여 트레일을 걷게 되고,
앞쪽 로카델리 산장 방향으로 좌측 스칼페리의 탑(Torre dei Scarperi)과 우측 사소 디 세스토(Sasso di Sesto)가 신의 손길로 다듬어 놓은 듯이 보인다.
점점 더 세개의 봉우리로 바뀌어 가는 트레치메 모습.
우측 파테르노 산(Monte Paterno, 2744m)과 암봉에서 떨어져 흘러내린 애추 모습.
좌측 언덕이 트레치메 포토 포인트라는 예기에 잠시 들러서 기념사진을 남기기로 한다.
포토 포인트인 언덕 위에는 작은 돌탑과 히말라야에서 보았던 타르초가 보인다.
중국의 강점으로 쫓겨난 티베트 사람들이 티베트의 독립을 기원하며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북쪽 스칼페리의 탑(Torre dei Scarperi) 방향.
드디어 사진으로만 보았던 트레치메를 제대로 보았다며 사뭇 뿌듯한 기분으로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 2405m)을 향하는데,
좌측으로 트레치메 바위 봉우리에서 떨어져 내려 형성된 애추 아래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지난다.
좌측 아래로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을 들렀다가 가게 될 랑그알름 산장(Rifugio Langalm, 2283m)으로 이어진 트레일이 내려다 보이고,
트레일은 파테르노 산(Monte Paterno)에서 북쪽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 방향으로 이어진 암릉 아래로 이어진다.
살짝 당겨본 우측 암벽등반 명소인 프랑크푸르트 뷔르스텔(Frankfurter Würstel)의 암봉 모습.
묘지를 지키는 문인석이나 장군석을 닮았다.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를 다녀와서 가게 될 랑그알름 산장(Rifugio Langalm) 방향 갈림길에서 우측 로카델리 산장 방향으로 진행하면,
1차 세계대전 당시 만들어진듯 보이는 참호와 터널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이 지역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태리 군과 오스트리아-헝가리 군의 국경 경계를 따라 형성된 최전선의 전략적 요충지로 당시에 벌어졌던 산악전투의 현장이다.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 2405m) 옆에 자리한 작은 봉우리인 세스토 봉(Sasso di Sesto)과 파테르노 산(Monte Paterno, 2744m)의 뾰족뾰족한 봉우리가 솟아난 능선은 치열한 격전의 현장으로 곳곳에 터널과 참호, 요새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 2405m) 아래에서.
트레치메를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 2405m)에 도착하는데, 이곳이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국경 부근이라 '드레이지넨 산장(Dreizinnen Hütte)'란 독일식 이름도 병기되어 있다.
뭐라 형언키 어려운 장관을 마주하며 아련해 지는 느낌에서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단체 사진이라도 남기려는데, 대자연이 빚어놓은 걸출한 작품 앞에서 젊은 청년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회장님을 방해할까 저어되어 그 조차도 그만두기로 한다.
돌로미티의 하이라이트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 즉 '라바레도의 세 봉우리'.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 즉 '라바레도의 세 봉우리'에서 'Tre(트레)'는 '삼(3)'을 뜻하고 'Cime(치메)'는 봉우리를 뜻하는 '치마(Cima)'의 복수형이니 트레 치메는 '세 봉우리들'이란 의미인데, 사진의 좌측 동쪽에서 서쪽으로 각 봉우리 이름은 다음과 같다.
치마 피콜라(Cima Piccola/Little peak, 2857m) - 좌측 동쪽의 가장 작은(Piccola) 봉우리.
치마 그란데(Cima Grande/Big peak, 2999m) - 가운데 가장 큰(Grande) 봉우리.
치마 오베스트(Cima Ovest/Western peak, 2973m) - 서쪽(ovest)에 솟은 봉우리.
이곳에서 보는 트레치메의 북벽은 하나같이 칼로 잘라놓은 듯 곧추선 직벽이다. 세 봉우리 중에서 가장 높은 중앙의 치마 그란데(2999m) 북벽은 1933년 에밀리오 코미치(Emilio Comici)에 의해 초등 되었는데, 북벽의 오버행 부분은 알프스의 산들 중에서 가장 오르기 힘든 북벽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당시 등정에 2박 3일이 걸렸다고 한다. 반면에 일반적 루트로 오르는데 가장 힘든 봉우리는 의외로 가장 높이가 낮은 좌측의 치마 피콜라(2857m)라고 한다.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 앞 전망 벤치에서 바라다 보이는 좌측의 파테르노 산(Monte Paterno, 2744m)과 트레치메의 세 암봉 모습에서 웅혼한 대자연의 기운에 압도되며 보잘것없는 나의 모습과 인생의 덧없음을 절감한다.
이런저런 상념들을 떠올리다가, 돌로미티 알프스를 바라보며 억겁의 세월을 누리고 있는 저 암봉보다 그래도 암봉이 누렸을 세월에 비해서는 비록 찰나일지언정 두 다리로 자유의지를 실행하는 지금의 '나'를 선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상념의 바다에서 헤쳐 나온다.
그렇게 로카텔리 산장 주변으로 펼쳐지는 돌로미티의 그림들을 감상하다가, 새로운 버킷리스트가 생겨나고 있음에 당혹스러움을 느끼며 다음 행선지인 랑그알름 산장(Rifugio Langalm, 2283m)을 거처 종착지인 아우론조 산장으로 되돌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로카텔리 산장(Rifugio Rocatelli)을 뒤로하고 랑그알름 산장(Rifugio Langalm, 2283m)으로 향하는 가파른 오솔길을 따르면, 점점 트레치메(Tre Cime)에 가까워진다는 느낌인데 실제 트레치메와의 거리는 좀처럼 메꿔지지 않는다.
우측 랜드로 호수(Lago di Landro) 방향 갈림길을 지나는데,
앞쪽으로 보이는 절벽 사면 오름길을 오르면 트레치메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생긴다.
황량하던 돌밭으로 이어지던 트레일이 골짜기로 이어지며 야생화가 가득 피어난 초원을 만나 잠시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기도 하다가,
이내 다시 건너편 절벽 사면으로 이어진 오름길로 들어서서 오르면 우측 사면 아래가 아득하여 아찔한 느낌이 든다.
트레치메 둘레길 트레킹을 시작하여 가파른 오름길이 없는 평탄한 트레킹을 이어오다가, 멀리서 보았을 때는 만만해 보이던 사면 오름길이 짐작보다 길게 이어지며 누군가의 제안으로 길가에 앉아 트레치메를 배경으로 포즈를 잡아보는 척한다.
돌아본 파테르노 산(Monte Paterno) 방향.
대부분의 트레커들이 반시계 방향으로 진행하는데,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들과 마주칠때면 누군가는 멈춰서서 기다려야 한다. 이래서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데, 유럽은 효율보다는 자유를 훨씬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ㅉㅉ
그리 어렵지는 않게 사면 길을 따라 절벽 위로 올라섰지만 기대와는 달리 트레치메 봉우리들은 여전히 저~ 만치로 보이더니,
울퉁불퉁한 구릉 저만치로 가야 할 랑그알름 산장(Rifugio Langalm)이 모습을 나타내며,
지도상 콜 포르첼리나(Col Forcellina, 2232m)로 표시된 언덕 위로 올라서자 언덕에 밑동이 가려져 있던 트레치메가 아랫부분의 그린듯한 애추까지 훤히 모습을 드러내며 가까이 다가선다.
작은 실개천을 건너, 트레치메 세 봉우리 중에서 가장 서쪽의 치마 오베스트(Cima Ovest) 북쪽 기슭에 자리한 랑그알름 산장(Rifugio Langalm, 2283m)을 지나게 된다.
돌아본 스칼페리의 탑(Torre dei Scarperi) 방향.
랑그알름 산장(Rifugio Langalm, 2283m) 전경.
랑그알름 산장(Rifugio Langalm, 2283m)을 뒤로하고 출발지였던 아우론조 산장을 향하는데, 좌측 트레치메의 세 봉우리 중에서 가장 서쪽의 봉우리인 치마 오베스트(Cima Ovest/Western peak, 2973m) 북벽에 뭔가가 있는 듯하여 당겨보니 절벽 오버행 구간을 오르는 크라이머들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절벽에 매달린 사람이 4명인데 어디에 있는지 찾아봐유!
우리는 등산이나 클라이밍과 같은 스포츠는 날을 잡아서 하는 특별한 행사로 여기는데, 유럽인들은 위험해 보이는 스포츠조차 일상생활로 여기는 듯하다는 생각을 하며 어렵잖은 트레일을 따르면,
트레치메에서 떨어져 나간 돌들이 쌓인 애추로 이어오는 트레일과 만나는 지능선에 도착하여 잠시 다리 쉼을 한다.
돌아본 로카텔리 산장(Rifugio Locatelli) 방향.
돌아본 파테르노 산(Monte Paterno, 2744m) 방향.
우측 리엔자 밸리(Valle della Rienza) 방향 풀밭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들. 어떻게 올라왔을까?
이곳에서 치마 오베스트 서쪽의 '메조 능선 고개(Forcella Col de Mezzo, 2313m)'로 가는 길은 암봉에서 떨어져 내린 돌들이 쌓인 사면으로 이어지는데,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이 보여 걷는 내내 조바심이 들게 한다.
사면에 쌓인 돌들이 작은 미동에도 흘러내릴세라 숨소리조차 죽이며 아슬아슬 이어진 트레일을 걸어, 가축들의 통행을 막는 장치가 있는 메조 능선 고개(Forcella Col de Mezzo, 2313m)에 도착한다.
메조 능선 고개(Forcella Col de Mezzo, 2313m) 이정표.
남서쪽 미주리나 호수 방향.
살짝 당겨본 '칸디니 디 미주리나(Cadini di Misurina)' 산군 방향.
메조 능선 고개(Forcella Col de Mezzo, 2313m)를 뒤로하고 아우론조 산장(Rifugio Auronzo, 2333m)으로 복귀하는 트레일로 들어서면,
우측 아래로 아침에 차를 타고 지나온 미주리나 호수(Lago di Misurina)가 자그마하게 내려다 보인다.
<미주리나 호수(Lago di Misurina)>
카도르에서 가장 큰 자연 호수로 Auronzo di Cadore 근처의 해발 1,754m에 위치하며, 호수 둘레는 2.6km이고 최대 깊이는 5m이다. 1956년 Cortina d'Ampezzo 동계올림픽 동안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가 열렸던 천연의 야외빙상장이기도 하다. 이런 아름다운 미주리나 호수에는 전해지는 전설이 있는데, "Sabato Pomeriggio"라는 노래로 유명한 음유시인 클라우디오 발리오니(Claudio Baglioni)는 미주리나 전설을 노래했다.
미주리나(Misurina)는 토파네, 안텔라오, 트레치메 사이의 영토를 다스리는 소라피스 왕의 딸이었다. 미주리나 공주는 소라피스 왕의 품안에서 응석받이로만 자랐기에 철이 없고 괴팍스러웠다. 어느날 몬테크스탈로 요정이 가진 마술의 거울을 가지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아버지 소라피스를 졸랐고, 소라피스 왕은 딸의 응석을 견디다 못해 크리스탈로를 찾아간다. 소라피스 왕의 요청에 크스탈로 요정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신의 정원에 심어진 아름다운 꽃들이 강렬한 태양빛 때문에 시들어 잘 자리지 못하니 소라피스 왕이 산이 되어 그늘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한다. 이에 미주리나 공주는 마술의 거울을 가지고 싶은 마음에 앞뒤 가릴 겨를도 없이 덥석 거울을 잡아버린다. 그 순간 소라피스 왕은 산으로 변하고 이에 놀란 미주리나 공주는 아버지의 산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외동딸을 잃은 아버지 소라피스의 슬픈 두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강물처럼 흘렀고, 산 아래에서 그의 딸이 마법의 거울과 함께 영원히 살게 될 호수를 형성하니 미주리나 호수가 되었다.
여기서 토파네, 안텔라오, 트레치메, 소라피스, 크리스탈로 등은 모두 미주리나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봉우리의 이름이다.
트레치메의 서쪽 봉우리인 치마 오베스트(Cima Ovest) 산허리를 돌면 바로 출발지인 아우론조 산장이 나올 듯이 보이지만 '그거는 네 생각이고', 조금은 완만해진 비탈면으로 이어진 트레일은 예상보다 길게 이어진다. 이곳 돌로미티에서의 거리 가늠은 대충 않는 게 신상에 이롭다.
우측 풀밭 끄트머리에 앉아 있는 두 쌍의 연인들이 보인다.
십수 년 전 등산이란 맛을 처음 알았을 때에 나는 우리 산우회에서 막내 정도였다.
물론 지금도 그렇기는 하지만.. 그때 등산을 하다가 산을 찾은 연인들을 볼라치면
"나도 1년만 젊었으면 어여쁜 연인과 함께 왔을 텐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혜량할 길 없는 자연을 마주하고 다정히 앉은 연인을 보며 지금 내가 떠올린 것은,
지금도 늦지 않았고, 내 숨을 붙어 있는 한~~!
앞쪽으로 오늘 트레킹의 출발지이자 목적지인 아우론조 산장(Rifugio Auronzo, 2333m)이 나타난다.
좌측으로 올려다 보이는 저 암봉이 치마 오베스트(Cima Ovest)의 옆 옆 봉우리쯤임을 이제는 안다.
트레치메를 한바퀴 돌아오니 우측으로 보이는 카디니 디 미주리나(Cadini di Misurina) 산군의 봉우리들이 더욱 뾰족하게 보인다.
아우론조 산장에 늦게 도착한 차들이 추차한 도로를 지나 아우론조 산장으로 간다.
아우론조 산장(Rifugio Auronzo, 2333m)에 도착하여 트레치메 둘레길 트레킹의 종료와 함께,
백두산우회 돌로미티 트레킹 일정을 모두 마감한다.
점심식사를 굳이 아우론조 산장에서 하지 않고 미주리나 호숫가의 맛집에서 해도 되는데,
마지막 트레킹 끝 지점에서도 기어코 산장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산장 내 식당에는 양갈비 스테이크를 비롯한 맛 나 보이는 메뉴도 있는데,
우리의 선택은 늘 그랬듯이 수프 아니면 스파게티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라도 붙여먹으면 더 좋은데..ㅉㅉ
그래도 분우기가 좋다며 먹고, 살려면 또 어쩔 수 없이 먹고...
나는 코르티나 호텔에서 먹은 어제저녁의 스테이크와 아침의 풍성한 조식으로 먹는 모습만으로도 만족한다.
식사 후 아우론조 산장 옆 전망대로 가니 카도레 아우론조의 조망 안내도가 걸려있다.
역시나 이곳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 그저 그런 바위 봉우리에 저마다의 이름을 붙여 놓은 모양이다.
오늘 저녁에 함께 식사를 하기로 한 안나의 고향인 아우론조 마을 방향 조망이다.
아우론조 산장 앞의 한가로운 모습이다.
담페초의 코르티나 호텔로 돌아와 침대에서 모처럼의 느긋한 오후를 누리는데,
창밖이 시끌시끌하여 내다보니 전 세계에서 끌어모았다는 클래식 자동차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
전시된 클래식 차는 내 취향이 아니고 뭔가 재밌는 게 있을 것 같지도 않아서 그냥 침대와 사이좋게 시간을 보낸다.
오늘로써 이탈리아 돌로미테 일정을 마쳤고, 내일 당장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한 대장이 미리 예약해 놓은 병원을 찾아 어렵잖게 코로나 PCI 검사를 받는데 그저 친절하기만 한 병원이다.
병원을 나와 담페초 마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호텔로 돌아오니,
마침 오늘이 김영임 여사님의 생신이라서 마련된 성대한 축하연이 베풀어진다.
생일 축하연에 이어 '돌로미티 트레킹 마감 파티 겸 저녁식사'가 이어진다.
일찍이 한국인 트레커들의 가이드로 널리 알려졌던 안나가 트레킹이 끝나고서야 드디어 모습을 나타내는데, 대분분의 일행들이 처음 보는 분이지만 늘 옆에서 이끌어 주었던 듯이 반가이 맞이한다.
저녁식사를 하다가 얼큰한 라면 국물 냄새에 이끌려 식당 바로 옆 비밀의 방 베란다로 나가니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트레킹에서 최고로 좋았던 것을 하나 꼽으라면 "파란 하늘에 두둥실 흰구름 떠다니는 날씨" 였는데, 우리의 트레킹 일정이 끝났다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소낙비를 쏟아부어도 된다고 총무님께서 전화를 넣은 모양이다.
얼큰한 라면 국물 안주에 물잔에 따른 위스키!
전 소장이 비닐봉지로 만든 라면 그릇이 신기했는데,
아직도 어찌 만드는지 그 비법을 전수받지 못했다.
우리는 살면서 늘 후회하는 순간들을 연속해 왔다.
3차원 공간에서야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수정하면 된다.
그런데 시간이라는 4차원 시공에서의 잘못된 부분은 아직은 수정할 수가 없다.
언젠가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시공간에 무수히 흩뿌려 놓은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새로운 후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꿈은 꾼다.
'2022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대봉과 대덕산 야생화 탐방 트레킹 (0) | 2022.12.01 |
---|---|
이탈리아 돌로미티 9, 10일 : 베니스를 거쳐 인천으로의 버거운 여정 (0) | 2022.11.10 |
이탈리아 돌로미티 7일 : 펠모(Pelmo) 산록길(스타울란자 산장 ~ 카도레 조페 마을) (0) | 2022.08.31 |
이탈리아 돌로미티 6일 : 알타비아1.-4(아베라우 산장 ~ 스타울란자 산장) (0) | 2022.08.26 |
이탈리아 돌로미티 5일 : 알타비아1.-3(스코토니 산장 ~ 아베라우 산장) (0) | 2022.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