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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몽골 고비사막 6일차(8/1) : 카라코룸(하르허린) 탐방

by 재희다 2024. 1. 11.

 
여 행 지 : 둔드고비(Dundgovi), 오보르항가이(Ovorkhangai).
여 행 일 : 2023. 08. 01.(월)
여행코스 : 엉긴히드 Secret of Ongi ~ Saikhan Ovoo ~ Oldzeyte, 바비큐 전문점(점심) ~ 카라코룸 에르덴조 사원 ~ 뭉크 텡게르 게르 캠프(MUNKH TENGER)  (258km, 11시간 남짓 소요) 
여행참석 : 20 백두.
 
<여행 지도>

 

 
오늘은 고비사막의 마지막 밤을 보낸 둔드고비 아아막 옹기 마을의 "Secret of Ongi tourist camp"를 떠나, 오보르항가이 아이막에 있는 초창기 몽골 제국의 수도였던 카라코룸으로 이동하여 거북바위와 에르덴 조 사원을 둘러보고 지도탑이 있는 곳까지 트레킹도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트레킹 일정표에 나와 있는 일정을 빠짐없이 진행한 날은 지금까지 하루도 없었기에 오늘 일정에서는 뭐를 빼먹을지 사뭇 궁금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에르덴조 사원만 둘러보고 남은 일정은 여러 자투리 여유시간과 긴 자유시간으로 대체되고, 켐프에서의 저녁식사 대신에 근처 오르혼 강변의 게르 식당으로 이동하여 또 허르헉을 먹는 바람에 애꿎은 양 두 마리가 저승으로 떠나야만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첫째 날 아리야발 사원에서 허르헉을 먹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지 말았어야 했다. 기도빨이 이리도 잘 듣는 곳이라는 사실을 미리 짐작이라도 했었더라면 로또나 연금복권이라도 당첨되게 해 달라고 빌었을 텐데..ㅉㅉ

 

 

낮게 드리운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새파란 하늘이 비는 뿌려주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듯 한 "Secret of Ongi tourist camp"의 전경이 사막이라고는 선뜻 떠올리기가 쉽지 않은 풍경인데, 

 

아침식사를 하러 가는 도중 숙소 뜰에는 토끼 한 마리가 세수라도 하러 가는지 서성이고 있다. 몽골의 우는 토끼는 덩치도 조그마하고 귀도 작은 편인데 이 녀석은 한국의 산토끼인 멧토끼를 닮았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툴라이멧토끼(Lepus tolai)인 듯하다. 

 

<툴라이멧토끼(Lepus tolai)>
토끼목 토끼과에 속하는 포유류로 멧토끼의 일종이다. 몸길이는 400~590mm, 꼬리길이는 72~110mm이다. 야행성으로 풀이나 초본 식물, 뿌리를 먹는다. 반건조한 초원과 반사막, 바위 지역, 숲 등지에서 서식하며 고도 범위는 일반적으로 해발 600~900m입니다.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에 분포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도 한 시간여 동안이나 여유를 부리다가 체크아웃을 하고는, "Secret of Ongi" tourist camp 직원의 배웅을 받으며 몽골의 옛 수도 카라코룸으로 향한다.  

 

 

옹기 사원(Ongiin Khiid) 부근을 지나는데 여행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있고, 부근에는 고비사막에서는 보지 못했던 커다란  몇 그루의 나무가 눈길을 끈다. 

 

 

북쪽으로 갈수록 황량한 고비사막에 녹색이 짙어지며 대평원의 분위기로 바뀌더니 이정표쯤으로 보이는 비석을 지나니, 

 

이내 전방에서 마을의 모습이 나타나며 Saikhan-Ovoo에 도착하여 하루종일 달려야 하는 자동차에게 밥을 먹인다.

 

 

Saikhan-Ovoo를 뒤로하고 다시 카라코룸을 향해 황량한 고비사막을 달려가는데, 

 

고비사막에서 방목되는 가축들이 즐겨 먹는다는 한국의 부추를 닮은 풀이 최근에 내린 비에 흰 꽃을 피우고 있다.  

 

<알리움 투베로섬(Allium tuberosum)> 
우리나라의 산부추와 비슷한 식물로 'Mongolian Leek'라고도 하며, 단단하고 섬유질이 있는 작고 길쭉한 구근(직경 약 10mm)에서 자라는 뿌리줄기 덩어리를 형성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양파나 마늘과 달리 끈 모양의 잎과 밑부분이 삼각형이고 너비가 약 1.5~8mm 정도이다. 키가 25~60cm인 줄기에 둥근 송이(산형 모양)로 많은 흰색 꽃을 피운다. 천천히 팽창하는 다년생 덩어리로 자라지만, 씨앗에서도 쉽게 싹이 난다. 따뜻한 지역에서는 쪽파가 일년 내내 녹색을 유지할 수 있다. 추운 지역에서는 잎과 줄기가 땅으로 완전히 돌아가고 봄에 뿌리나 뿌리줄기에서 다시 싹이  돋아난다. 맛은 부추보다는 마늘에 더 가깝다. 

 

광활한 고비사막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 

 

 

이제는 사막이라기보다는 초원이라고 해야 할 풍경이 이어지며 방목하는 양떼 무리가 자주 눈에 띄고,  

 

지도상 둔드고비에서 카라코룸이 있는 오보르항가이 주로 들어설 쯤에 초원 저편 평원에 소나기를 쏟는 광경이 펼쳐진다. 

 

<오보르항가이(Өвөрхангай/Ovorkhangai)>
오보르항가이 주는 몽골 남부에 위치한 주로, 주도는 아르바이헤르이며 면적은 62,895.33㎢, 인구는 101,314명(2011년 기준)이다. '오보르항가이'라는 주 이름은 몽골어로 "항가이산맥 앞쪽"을 뜻한다.

 

 

물웅덩이를 독차지한 말 무리와 주변에서 눈치를 보는 양떼들.

 

 

메마른 대지에 생명수를 뿌려주는 장면은 TV에서 봤던 아프리카 세렝게티를 다룬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같고, 

 

주변으로 구릉 수준의 산들이 보이며 약간 높은 지대를 통과하는데 돌보는 목동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양떼들이 도로조차 점령하고 있다. 

 

 

완만한 오름길을 이어가던 자동차가 내림길로 접어들어 내려서니 도로 옆에 몇 채의 게르가 있는 왕복 2차선의 포장도로가 나오는데, 포장도로(Ulaanbaatar-Arvaikheer)는 수도 울란바토르와 오보르항가이 주의 주도인 아르바이헤르(Арвайхээр/Arvaikheer)를 연결하는 도로다. 

 

상태가 양호한 울란바토르-아르바이헤르(Ulaanbaatar-Arvaikheer) 도로 전경.  

 

 

도로가에 있는 숯불구이/바베큐전문점(Smoke & Steppe - Authentic BBQ & Lunch)에서 점심식사를 하게 되는데, 식사로 제공되는 메뉴는 몽고식 볶음밥과 볶음국수 두 가지 중에서 선택해서 먹는다.  

 

가져간 고추장을 뿌린 볶음밥.

 

우리 일행들 중 한국 사람들은 주로 볶음밥을, 몽골 현지인들은 주로 국수를 주문하여 먹는다.

두 메뉴 모두 특별히 자극적이지 않은 무난한 맛으로 한끼를 해결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카라코룸을 향해 다시금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데 좌측으로 유채꽃으로 보이는 노란색으로 물든 평원이 펼쳐지고,  

 

이내 달리던 자동차가 멈춰 서는데 벌써 화장실을 찾는 분이 계시는가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니 자주색 꽃밭이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꽃검색을 해 보았더니 한반도 북부와 중국, 몽골, 러시아 등지에 분포하는 '개형개'라는 꽃이다. 

 

야생화 들판에서 추억을 남기는 백두들. 

 

 

다시 차에 올라 카라코룸을 향하는데, 주변의 풍경은 사막이 아닌 초원의 풍경으로 바뀌어 가축떼가 자주 눈에 띈다. 

 

 

점심을 먹고 출발할 때는 탑승차량 5대가 Ulziit Rd를 줄지어 달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3대는 보이지 않고 2대만 달리고 있다. 앞서가던 우리 차가 멈춰서고 뒤이어 차를 세운 뒷차 기사와 예기를 나누더니, 사라진 3대의 차들이 지름길로 갔다며 따르던 Ulziit Rd를 두고 우측 초원으로 접어들어 길아닌 풀밭을 달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길이 아닌 초원을 달리는 차에서 불안한 10여분이 지나고 마침내 차량 바퀴자국이 이어진 도로에 접속하여 좌측 방향으로 진행하게 되는데 초원에서 바위들이 있는 산의 모습이 이채롭게 보이고, 

 

작은 개울도 건너게 되는데 혹여 차가 수렁에 빠지게 될까 염려되어 마음조리는 순간도 경험한다. 

 

 

비포장 도로를 달리던 차가 마침내 포장도로인 Kharkhorin-Khujirt Rd에 접속하여 우측 카라코룸 방향으로 진행하는데,  

 

초원 저 멀리로 노란색 부분이 있어서 당겨보니 유채꽃밭이고, 

 

차창 너머로 개천의 흔적이 보여서 당겨보니 꾀나 큰 규모의 개천으로 평원에서 형성되는 사행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카라코룸이 가까워질수록 멀리로 보이는 노란색 유채꽃밭의 규모가 어마어마한 규모로 조성되어 있고, 

 

내일 울란바토르로 갈 때 이용하게 될 Kharkhorin Rd 갈림길 삼거리를 지나면, 

 

몽골의 옛 수도였던 카라코룸/하르호린으로 들어서는 환영게이트를 지나게 된다. 

 

<카라코룸(하르호린) (Kharakhorum/Хархорин)>
카라코룸은 13세기 몽골제국의 수도였다. 초창기 몽골의 중심지가 동쪽에 치우쳐 있었는데, 칭기즈칸이 1220년 경에 이 지역에 머물며 중국 원정의 본거지로 삼았고, 칭기즈 칸의 셋째 아들인 2대 칸 오고타이 칸이 1235년 이곳을 몽골 제국의 수도로 삼아서 건설했다. 이후 5대 칸인 쿠빌라이 칸이 중국 베이징 인근인 대도로 천도할 때까지 약 30년간 몽골 제국의 수도 역할을 했다. 이후 1371~1388년까지 북원의 수도 역할을 하였으나 1388년 명나라에 의해 파괴되었다. 

몽골의 옛 수도를 부르는 명칭은 카라코룸, 하르호린, 하르코린 등 다양한데, 이는 몽골어가 고유의 언어로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 표기는 키릴 문자로 하고 또 이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영어로 표기 및 발음하면서 이렇듯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카라코룸이라 발음하면 몽골 사람들은 잘 알아듣지 못하는데 이는 몽골어 발음이 '하르호린'과 비슷하기 때문이라 한다. 하르호린으로도 불리는 이곳은 에르덴-조 사원과 함께 오르혼 계곡 문화경관으로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현재는 옛 카라코룸의 흔적을 찾기가 어렵고 그 시절의 모습을 보려면 에르덴-조 사원의 남쪽에 있는 카라코룸 박물관을  들려보는 게 좋겠다.(참고로 이 박물관은 일본의 지원으로 지어졌는데, 몽골의 건축물 중에는 일본의 지원으로 지어진 것들이 많다.) 박물관 내부에는 옛 카라코룸 궁전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이 있는데, 남서쪽에 칸의 궁전이 있고, 중앙에는 중국인들과 전 세계의 무역상들을 위한 거리의 건물들이 있었으며, 북쪽에는 무슬림의 거주지가 있었고, 위에 교회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안에 불교사원도 10여 개가 넘게 있었다. 모든 종교를 인정하여 어떤 탄압도 없이 인종, 언어가 다른 전 세계 종교인들과 상인들이 거주하였다고 한다.

 

 

 

카라코룸/하르호링 환영게이트를 지나자 도로 주변으로 번듯한 건물들이 보이더니, 

 

몽골 최초의 불교 사원인 에르덴조 사원에 도착하여 사원 탐방에 나선다. 

 

<에르덴 조 사원(Erdene Zuu Monastery / Эрдэнэ Зуу хийд)>
몽골 최초의 불교 사원이다. 칭기즈 칸의 후손인 할하몽골(북원) ‘아브타이 사인 칸’이 3대 달라이 라마를 만난 후 1585년 몽골의 주 종교로 티베트 불교를 선언하고 에르덴 조 사원 건축을 지시했다. 예전 몽골 수도 카라코룸의 폐허에 있던 돌을 활용하여 108개의 불탑으로 성벽을 만들었다. (참고로 1635년 북원은 1616년 건국된 청나라 홍타이지에 의해 복속된다)

 

<달라이 라마의 유례>
우리가 알고 있는 티베트 불교 달라이 라마는 몽골과 관련이 있다. 16세기 후반 북원의 ‘알탄 칸’ 은 티베트 불교의 겔루파 수장인 ‘소남갸초’를 만나는데, 여기서 깊은 정신적 감명을 받아 이름을 하사한 것이 ‘달라이 라마’이다. 몽골어로 달라이(ДАЛАЙ)는 ‘바다’라는 뜻이고 라마(ЛАМ)는 ‘승려’를 말하여 ‘바다 같은 스승’이라는 뜻이다. 이때부터 티베트 불교의 달라이 라마가 대를 이어 내려오고 있다.
티베트 라마 불교는 13세기에 몽골에 들어왔으나, 이 에르덴조 사원을 짓고 나서 급속히 라마 불교가 몽골에 퍼졌다. 원나라가 폐망하고 북원 지역으로 돌아온 몽골 지배층은 결속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구심점으로 티베트 불교가 필요하여 적극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후 중앙아시아의 ‘준가르(Dzungars)’ 나라와의 전쟁으로 1688년에 손상되었다가 18세기에 재건축되었고, 1872년까지 62개의 사원과 1,000여 명의 승려가 있는 큰 사원으로 발전했었다. 1939년 공산주의 정권에 의한 불교 박해에서 모두 파괴되고 성벽 및 사리탑과 몇 개의 사원만이 남아서 오늘날 전해진다.
이곳에도 몽골어로 후르트(티벳어로 ‘마니차’)라고 불리는 원통 모양의 법구가 있는데, 유목민들에게는 우리나라 불교와 같이 법전보다는 실제 만지고 기원할 수 있는 이런 것을 활용했다. 통을 손으로 돌리면서 ‘옴 마니 반메 훔’이라고 외치며 희망하는 바를 기원하면 된다.

 

에르덴조 사원은 가로세로 400m의 정방형 모양으로, 사원 건립 후 나중에 만들어진 울타리는 불교의 108 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초르텐'(어떤 이는 스투파(탑)라고도 함)이 마치 성벽처럼 세워져 있다. 

 

<초르텐(mchod-rten)>

티베트에서 볼 수 있는 탑 모양의 건조물로, 인도의 스투파가 변형 발전한 원형플랜의 불탑이다. 사원 내외, 산야, 시가에 무수히 많이 있고 중국 북부에도 라마탑 또는 백탑이라 칭하여 다수 건조되었다. 여러 층으로 된 기대 위에 서있는 커다란 초르텐은 특히 고만(sgoman[티베트어], 여러 개의 문) 또는 쿠붐(Sku-ḥbum[티베트어], 10만체)이라고 불렸다. 캰체와 챤발린의 초르텐이 유명하다. 순례자는 최하층의 기단에서부터 시작하여 오른편으로 돌면서 최상층까지 약 100여 개의 사묘 또는 불감을 순례차 배례하고 최후에는 정상인 초르텐에 이르도록 되어 있다.

 

 

입구에서 가이드로부터 에르덴조 사원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성벽 같은 울타리가 둘러진 사원 내부로 들어선다. 

 

 

사원 내부로 들어서니 좌측 일부에만 사원 건물이 몇 채 산재하고 있으며 나머지 대부분이 풀밭으로 휑하니 비어 있다. 한때는 100여 개의 절과 300여 개의 게르, 1천여 명의 승려가 거주하였던 거대한 사원이었지만, 1939년 공산정권 시절 파괴되고 폐쇄되었다. 이후 1947년 박물관으로 바뀌었다가, 1990년 몽골 공산주의가 몰락한 후 사원은 다시 라마 불교에 돌려주게 되고 최근 그 가치를 인정받아 복원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수십 명의 승려들이 거주하며 티베트 불교 사원으로서의 명맥을 잇고 있다고 한다.

 

 

'에르덴조'는 '100개의 보석'이라는 뜻으로, '보석사원'이라고도 불리는데, 현재 남아있는 건물은 달라이라마 사원을 비롯한 몇 개의 전각에 불과하여 역사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에르덴조 박물관'이라 적힌 안내판.

 

 

좌측으로 여러 전각들이 모여 있는 곳이 에르덴조 사원의 본당쯤인 달라이 라마 사원으로 저곳은 입장료를 내고서 들어가야 한다. 

 

'달라이 라마 사원' 안내판.

 

파란 하늘 배경의 달라이 라마 사원과 그 우측의 첨탑 조망.

 

달라이 라마 사원 내부 전경. 

 

 

가운데 Gol Zuu Temple를 중심으로 좌측이 Western Zuu Temple, 우측이 Eastern Zuu Temple로 좌우대칭을 이루며 나란히 서 있고, 그 아래에 크고 작은 전각들이 세워져 있다.

 

 

달라이 라마 사원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가며 파란 하늘 도화지에 그려진 그림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긴다. 

 

 

달라이 라마 사원을 나와 조금 더 들어가니 'Алтан суварга(황금탑)'이라 표시된 탑이 나온다. 

무덤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확한 내력은 알 수 없고 현지 몽골인들이 절을 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 

 

 

황금탑을 지나면 작은 2층의 기와지붕 건물과 "​라브랭(Лаврин)'이라는 뜻을 알 수 없는 안내판이 있는 건물이 나온다.

 

이제는 지은 내력과 용처를 알 수 없는 작은 건물.

 

승려들의 거처로 쓰이는 "​라브랭(Лаврин)'이라는 건물로 들어서는 백두들. 

 

라마 불교 승려들의 거처로 쓰인다는 건물. 

 

사진 촬영이 금지된 건물 내부 모습.

 

에르덴조 사원의 옛 모습에 관심을 보이는 백두들. 

 

 

사원의 주요한 전각들을 둘러보고 되돌아 나가는 길에 이제는 허물어져 풀밭으로 변한 옛 왕궁의 희미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한때 번창했던 사원의 수많은 승려들의 식사를 만들었던 커다란 솥들이 남아있고, 

 

왕의 거처로 쓰였던 둘레 100m의 게르 흔적도 남아있다. 

 

이곳 카라코룸은 칭기즈 칸의 셋째 아들인 2대 칸 오고타이 칸이 1235년 카라코룸을 몽골 제국의 수도로 삼아서 건설하여 송과의 전쟁을 마무리하고 북경 근처 대도로 도읍을 옮기기까지 30여 년 간을 도읍을 하였다. 이는 1231년~1259년 사이 28년간 9차에 걸쳐 몽고가 고려를 침공한 여몽전쟁 시기와 대충 겹치는 시기로, 몽고가 이곳을 발판 삼아 고려를 침공하여 유린한 것이다. 몽고의 침략으로 고려의 백성들이 당했을 환난을 생각하면 한없이 평화스러워 보이는 이곳이 다시금 여행객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한·몽 문화교류사>에 기록된 자료에 의하면 고려를 정복한 원은 해마다 한 두 차례 16~18세 소녀 400~500명을 뽑아 원나라에 공녀로 보냈다. 이때 고려 민간에서는 원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여자들이 남장을 하고 다녔는데 이들을 가리켜 가시내(가짜 사내아이의 준말)란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 당시 원으로 끌려간 고려인 숫자는 공주, 시녀, 노비, 공녀, 상인들을 포함해 약 20만 정도로 추산되며,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이들은 훗날 몽골지역에서 고려촌을 형성, 몽골인들에게 고려풍속을 전했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도 떠올리게 했던 에르덴조 사원 탐방을 마치고 카라코룸/하르호린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거북비석 전망대로 향한다. 

 

 

에르덴조 사원 남동쪽 1km쯤의 산봉우리 정상에 가면 카라코룸의 유적으로 보이는 거북받침석(Turtle Marker)이 있는데, 카라코룸과 주변 조망이 시원스레 내려다 보이고, 

 

그 옆에는 몽골의 흥망성쇠를 무심히 지켜봐 왔을 어워가 있다. 

 

 

거북받침석 전망봉에서 몽골의 옛 수도였던 카라코룸을 조망하고는 오늘 묵을 숙소로 향한다. 

 

 

작은 시골 읍내 같은 카라코룸 시가지를 통과하여 오르혼강을 건너는 교량 직전에서 좌틀하여 강변으로 접어들면 이내 숙소인 '뭉크 텡게르 게르 캠프'에 도착하여 여장을 푼다. 

 

숙소 앞에서 바라본 카라코룸 방향.

 

 

여행 일정표 6일째에는 남근석 탐방과 지도탑 트레킹이 더 남았지만, 역시나 별다른 공지도 없이 오늘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저녁식사 시간까지는 아직도 2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서 같은 게르에 묵게 된 동료들을 부추겨 캠프 주변과 오르혼강 탐방에 나서는데, 

 

캠프의 직원들에게 주변에 산책할 만한 코스를 물으니 이곳에는 그런 게 따로 있지는 않다고 하며, 캠프 주변에는 뱀도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한다. 하늘에는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듯한 검은 구름이 덮어오고 있어서 잠시 망설이다가 "언제 우리가 비를 피해 걸었냐"며 산책에 나선다. 

 

오르혼 강변에서.

 

 

오르혼 강변의 또다른 게르 캠프를 통과하는데, 잠시 후 이곳에서 저녁식사로 네 번째 허르헉을 먹게 된다. 

 

 

하늘의 검은 구름이 짙어지며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아서 숙소로 향하는데,  

 

별다른 장애물도 보이지 않아 금방 도착할 것 같았지만 목책이 둘러진 작은 수로를 건너야 하고,  

 

마침내 작은 숲으로 숨겨진 수로를 통과하여 저녁식사 시간에 늦지 않게 숙소에 도착한다. 

 

 

여행 첫날 아리야발 사원의 기도빨이 워낙 강력했던지 벌써 네 번째 허르헉 식사를 하게 되었다. 우리 팀원들이 다른 것에는 소탈한 편이지만 산행과 먹는 것에는 욕심이 많은 편인데, 20명에게 양 2마리는 아무리 먹어도 남길 수밖에 없다.    

 

 

두 시간여의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향하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번개에 이어 우레와 같은 천둥소리가 캠프를 뒤흔들며 게르를 밝히던 전깃불이 꺼지고 이튿날 캠프를 떠날 때까지 단전이 되었다. 그러잖아도 씻기 싫었는데 잘 되었다며 단전 단수를 핑계 삼아 바로 침대에 들어 추위와의 싸움을 시작한다. 

 

 

오늘은 황량한 몽골의 고비사막에서 몽골 대초원의 옛 도읍지인 카라코룸으로 이동하여 왔다. 

하루하루 날이 지나며 바뀌는 계절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듯이, 

아침에 해가 뜨고 시간이 흘러 해가 지게 되는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듯이, 

차창 밖으로 보이는 몽골의 풍경이 사막에서 초원으로 바뀜을 인지하지 못한 채,

문득 침대에서 떠올려 보는 바깥 풍경이 사막이 아닌 초원임을 인식하게 된다. 

그렇게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어느 날 문득 삶의 덧없음을 느끼게 될 테지!  

 

 

See you tomo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