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지 : 호남정맥 17차(어림마을~서밧재) 화순군 이서면, 동면.
산 행 일 : 2009. 09. 26.(토)
산행코스 : 어림마을 ~ 오산(별산) ~ 묘치고개 ~ 천왕산 ~ 서밧재
(도상거리기준 14km)
산행참가 : 16명.
<산행지도>
지난번 무등산 산행 때 흐린 날씨로 광주의 진산인 무등산의 윤곽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기에, 이번 산행 때는 멀리서 나마 무등산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와 함께 별산에 올라 좌측으로 내려다 보게될 동북호의 경치를 기대하며 양재에서 버스에 올라 산행지인 서림마을 고개로 출발했다. 남부지방은 토요일 아침까지 흐리다는 기상예보가 있었지만, 잠깐의 가을비가 지나가고 나면 아침 운해는 더더욱 좋을 것이라며 아전인수격의 해석을 곁들이며 느긋한 마음으로 잠이들고, 버스는 어느새 목적지인 어림 마을에 도착하였다.
날은 맑았지만 별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는 것으로 미루어 구름이 끼어 있는 듯 하고, 땅이 젖어 있는 것으로 보아 간밤에 벌써 비가 한차례 지나간 듯하다. 등로를 덮고 있는 덤불들이 물방울을 매달고 있어서 총무님이 우의로 무장을 하고 앞장을 선다.
어림마을 고갯마루 도착.
산행준비를 마치고 서늘한 아침 공기를 들이키며 산행을 시작한다.
들머리로 들어서서 잠시 오르자 우측으로 보호수 팻말이 나타나고, 보호수인 200년 된 소나무는 어둠에 묻혀 있다.
간간히 시야가 트이는 곳을 지날때면 좌측 멀리로 무등산 정상인듯한 곳의 군부대 불빛도 바라보며,
한 시간쯤 오르막을 오르면 능선 마루에 도착하고, 이어서 별산까지는 완만한 능선이 이어진다.
별산 정상 도착.
북쪽 무등산 방향으로 불빛들이 간간히 눈에 뜨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온통 칠흑 같은 어둠뿐이다.
동북호 방향 조망을 위해 해뜨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고 하여, 서둘러 가야 할 정맥길로 들어선다.
<별산(687m, 오산이라고도 함)>
별산은 두 개의 암봉으로 되어 있는데, 원래 이름이 별산인 것을 오산으로 부르다가 2004년부터 다시 별산으로 바꿨다고 한다. 지명은 '이서면과 동면 경계에 있는 산 벼랑에 있어 별산이라고 한다'는데 오산으로 불린 것은 아마 '금계 별(鱉)'자를 '자라 오(鰲)'자로 잘못 읽어서 그런 듯하다.
별산을 지나 593봉 오름길 어디쯤의 덤불과 나뭇가지가 얽힌 등로를 무심히 걷다가,
엇! 하는 사이에 오른쪽 눈을 나뭇가지가 공격? 했고 비명과 함께 두 손으로 눈을 감쌌지만,
이미 오른쪽 눈은 엄청난 통증과 함께 눈을 뜨고 있기 조차 어려운 상태다.
잠깐의 방심이 많은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음을 새삼 느끼며,
이후 등산은 왼쪽 눈 만으로 겨우겨우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593봉 도착.
별산 이후 어둠과 잡목을 헤치며 한 시간여를 쉬지 않고 걸으면, 바로 옆으로 임도가 지나는 593봉쯤에 도착한다.
이제 주위 분간이 되기 시작하며 조금은 여유를 찾아 임도에서 잠시 쉼을 한다.
593봉에서 바라본 동쪽 방향.
좌측으로 보이는 높은 산이 조계산쯤 되지 않을까 짐작된다.
당겨본 운해와 조계산 방향.
등로는 잠시 더 임도를 따르지만, 임도는 온통 잡목으로 덮여 있어서 진행이 여의치 않다.
등로 우측으로 보이는 동면 방향 조망.
460봉을 지나자 내림길이 급경사로 바뀌고,
어느 사이에 솟아오른 해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임도와 숲길이 번갈아 나타나더니, 임도는 좌측 아래로 갈라져 내려가고,
무심코 임도를 따르던 몇몇 분이 임도를 따라 잠시 맛보기 알바를 다녀온다.
군데군데 야생 밤나무가 있지만, 나중에 큰 알밤이 많은 밤나무 단지를 지나기에 그냥 못 본 채 지나친다.
사실 밤나무밭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알밤은 구경만 했음.
옛말에 이른 데로 수확은 볕이 좋을 때 무조건 해야 하는데..ㅉㅉ
아침 안개가 자욱한 숲의 느낌은 항상 편안함과 의욕을 갖게 하고,
300봉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잠시 여유를 찾으려 애써 보지만,
아려오는 오른쪽 눈을 뜨고 있기 조차 어렵다.
안개 자욱한 숲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묘치고개 도착.
적벽으로 가서 수려하고 빼어난 동북천 상류 창랑천의 절벽들을 보고 싶지만, 후일을 기약하고..
안개 자욱한 묘치고개를 뒤로한다.
"적벽 가는 길" 비석 아래 적벽에 대한 설명 문구가 있다.
묘치고개 들머리로 접어드니 묘지가 나오고, 묘지 위쪽으로 정맥길이 이어지는데 표지기가 보이지 않는다.
능선 마루금으로 올라서 잠시 진행하며 알밤도 줍고,
알밤 줍는 분들을 기다리는 사이에 묘터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한다.
추석을 앞둔 터라 묘지가 단정하게 벌초가 되어 있어서, 둘러앉아 식사를 하기에 제격이다.
갈길이 멀어 그런지 다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다시 안개 자욱한 호남길 잇기에 나선다.
385봉쯤인 듯.
등로는 온통 잡목으로 덮여 있어서 업다운이 심하지 않음에도 진행이 쉽지 않다.
천왕산(424m) 인증.
천왕산 내림길에서 바라본 가야 할 구봉산 방향 능선 모습.
능선을 살짝 벗어나서 우회길에 너른 묘지터도 지나고,
장전리에서 구봉산 아래 밤나무 단지로 이어지는 임도에 도착한다.
덤불과 잔가지가 얽힌 등로를 벗어나 탁 트인 임도로 나서니 일단은 조금은 느긋해진다.
마침 밤나무밭 주인이 트럭을 타고 도착하여, 임도를 따라가면 밤밭인데 그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엄포를 놓는다.
앞서간 분들께 주위의 알밤을 "돌"보듯 그냥 지나치라 연락하고, 주인이 가지 말라는 길로 그냥 진행한다.
능선 좌측으로 밤나무 단지가 조성된 곳으로 이어진 시멘트 포장 임도를 따라 진행하면,
앞쪽으로 가야 할 구봉산이 다가온다.
임도는 통신탑까지만 이어지고, 등로는 밤나무밭을 통과하여 이어지는데, 주위에는 탐스런 알밤들이 지천이다.
밤나무 그늘에서 잠시 쉼을 한다.
좌측 장전리 영동마을 방향 조망.
밤나무밭을 통과하는 임도를 따르는 백두들.
돌아본 밤나무단지와 통신탑 모습.
밤나무 단지가 끝나는 지점에서 정맥길은 구봉산 방향의 숲길로 이어지고,
구봉산 갈림길을 지난다.
호남정맥은 구봉산으로 이어지지 않고 우측 내림길로 이어진다.
구봉산 내림길로 잠시 진행하면 다시 임도가 나타나고,
우측으로 잠시 조망이 트인 곳에서 바라본 복암리 방향.
서밧재 직전에서 돌아본 호남길.
서밧재 구암리 방향.
서밧재로 내려서다가 잠시 쉼을 하며 돗재까지 산행을 계속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를 놓고 격론이 이어지고,
마침내 부상자 치료를 위해 여기서 중단키로 하고, 돗재에서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부른다.
서밧재에서 천운산으로 이어진 가야 할 능선.
서밧재 좌측 벽송리 방향 조망.
서밧재 절개지 위에서 내려다본 15번 국도 복암리 방향 모습.
<서밧재>
마을 북쪽에 있는 재로 동면과 남면의 경계를 이룬다. 섶밭재에서 서밧재로 변한 것으로 추정되며,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릴 때 누에섶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오늘 산행은 이곳 서밧재에서 중단키로 하고, 서밧재로 내려선다.
서밧재 15번 국도를 아래로 통과하는 벽송리 방향의 지하차도.
저 길로 국도를 통과하려 했는데 다음 산행에서 갈 밖에는..ㅉㅉ
서밧재 문성석재 앞을 지나,
돗재에서 오고 있는 버스가 도착할 곳으로 조금 이동하여 한참을 기다려서 도착한 버스를 타고 광주로 이동한다.
광주에 있는 이곳에서 간단히 땀을 닦는 사이에,
나뭇가지에 눈이 찔린 나는, 회장님 친구분이 예약해 놓은 안과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나의 부주의로 산행도 중단되는 등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할 따름이다.
회장님 친구분의 소개로 광주 최고의 생고기집 "함평생우촌"에서,
신선하고 맛난 생고기를 배불리 먹고,
짧지만 어렵게 치른 호남정맥 한 구간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향한다.
산행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몇가지 주의사항을 잠시라도 게을리하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할 수 있음을 절감하며,
늘 조심하고 신중한 산행을 해야겠다고 되뇌어 본다.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친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다음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2009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년 두타산 청옥산 단풍산행 : 투타 청옥 무릉계곡의 진면목을 보다. (0) | 2009.10.25 |
---|---|
호남정맥 18차(서밧재~개기재) : 부드럽고 호젓한 호남정맥 능선 걷기 (0) | 2009.10.11 |
호남정맥 16차(유둔재~어림마을) : 운무 속에서도 즐겨 헤맨 무등산 (0) | 2009.09.13 |
MT. KINABALU 풍경 이모저모 (0) | 2009.08.25 |
말레이시아 키나바루산(MT. KINABALU) 원정 3, 4일차 : 키나바루산 정상 등정 (0) | 2009.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