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지 : 백두대간 05차(한계령~단목령)
산 행 일 : 2012. 05. 26.(토)
산행코스 : 한계령 ~ 망대암산 ~ 점봉산 ~ 단목령 ~ 북암령 ~ 조침령 (거리 12km, 7시간 소요)
산행참가 : 21명.
<산행지도>
지난번 미시령 구간만큼이나 이번 구간도 산행 준비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달갑지 않은 분들과의 조우도 그러려니와, 어두움 속에서 대간길 최고 난이도의 암릉구간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늘 예기치 않은 일들과의 대면은 일상적인 것이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어려움은 그중 쉬운 편에 속하는 것이고, 몸과 마음으로 해결해야 어려움이 더 큰 문제라 생각하며, 동네 철물점으로 가서 나이론 밧줄을 사는 것으로 이번 산행 준비를 마치고 나니, 다시금 이번 산행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오늘 예정된 한계령~점봉산~단목령~조침령으로 이어지는 등로 대부분은 '자연특별보호구'라는 명목으로 영구 봉쇄된 지역이다. 태고의 식생을 간직한 국내 최고의 천연림지대라, 대간꾼들은 자연훼손의 주범이기 때문에 이들의 통행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악법도 법이니 법을 어기면서까지 산행을 감행해야 하는 우리는 범법자 임에는 이견이 없으나, 자연 훼손의 주범이라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양재를 출발하며 오늘 산행에 대한 약간의 개요를 설명하면서, 이번 구간이 생물자원 보존의 마지막 보루이기에 발자국만 남기고 오자는 말과 함께 먼 후손에게 물려줄 최고의 유산이 자연임을 덧붙이고는, 자리에서 잠을 청한다.
버스는 예정했던 시간에 맞추어 필레약수 약간 못 미친 지점에 멈춰 서고, 시간을 보니 산행 준비를 하고 출발지로 향하면 적당할 시간이다. 출발 지점인 한계령 근처에서 얼씬거리다가 단속차량의 순찰에 걸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출발도 못해보고 우회로를 찾아 헤메야 하므로, 버스에서 모든 산행 준비를 마치고 지난번 보아 두었던 들머리로 향한다.
산행 준비를 마치고 한계령으로 향하는 백두들의 표정이 비장(祕藏)하다.
사실 이렇게까지 긴장할 필요는 없었는데...ㅋㅋ
한계령 들머리 직전이다.
버스 실내등도 소등하고, 모든 인기척은 최대한 억제한 체,
일반적인 대간꾼들이 이용하는 들머리 반대쪽(서쪽)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렌턴도 켜지 않고 손으로 더듬으며 길을 찾아 오르다 보니, 우측으로 암봉들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다.
불과 10여분 전 산행을 시작할때는 지척도 분간키 어려웠는데, 아침 여명은 순식간에 시작되었다.
일행들에게 간격를 두고 천천히 조심해서 진행하기를 요청하고, 혼자서 공단 지킴터를 향해 오른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두 눈 부릅뜨고 살펴보았으나, 어둠 속에서 공단 지킴터는 발견 조차도 못하고 그냥 지나친 듯하다. 아마도 우리가 따른 샛길이 새로이 옮겨온 지킴터 조차도 우회하여 통과한 듯하다. '출발한 지 10여분 이상 올랐으니..'라며 스스로를 긴장에서 해제시키며, 뒤따르던 일행들에게 올라오라고 연락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주위 분간이 가능할 정도로 밝아져 있다.
일행들을 기다리는 동안, 우측 나뭇가지 사이로 설악 서북능선이 뚜렷이 모습을 드러낸다.
고도 960m 지점으로, 이곳에서 대간길은 우측으로 휘어지며 이어지게 된다. 이제 잠시 후 부터는 본격적인 암 능 구간을 통과해야 하므로, 긴장도 늦추고 켜 보지도 못한 랜턴도 갈무리해 넣는 등, 암릉구간 통과 준비를 하며 잠시 여유를 찾는다.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5년 전쯤 어느 추운 겨울날, 지친 몸을 끌고서 이곳을 내려섰던 기억이 어슴프레 나는 곳이다.
다행스럽게도 암릉에는 밧줄이 매여져 있고, 잡을 곳도 많아서 그리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다.
암릉을 오르며 돌아본 한계령 휴게소에는 아직도 불이 훤히 켜져 있다.
암릉은 계단식으로 이어져 있어서, 한 사람씩 올라도 그리 많이 지체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뒤돌아본 한계령 방향의 조망이 좋아서, 잠시 기다리는 게 오히려 즐거움을 더한다.
돌아본 서북능선 방향. 좌측 봉우리가 귀때기청봉이다.
몇해 전, 커다란 기쁨을 주었던 가리봉(좌측 끝)도 시야에 들어온다.
당겨본 가리봉.
잠시 전 필례약수 쪽에서 버스로 올랐던 도로도 시야에 들어온다.
첫번째로 오르는 암봉은 적당한 난이도에 계단식으로 이어져 있어서 몸풀기 구간으로 배려한 듯하다.
뒤쪽으로 펼쳐진 설악산 서북능선의 파노라마를 감상하며 여유롭게 암릉을 오르는 정복순님.
여성회원 중 암릉을 가장 즐기는 분이 정복순님이라면, 남성 회원 중에는 박두규님인 듯하다.
가리봉 방향으로 주변의 암봉들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암릉의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아서, 걱정은 조금씩 기우로 바뀌어 가는 느낌이다.
첫번째 암봉은 언제 올랐나 싶게, 바로 내려서는 절벽이 나온다.
위 사진의 절벽을 내려서서 좌측 위로 올라도 될 듯 하지만,
산행기에서 여러 차례 본 기억이 나는 아래 사진의 나무사다리 통과를 위해, 직진의 사면 방향으로 진행한다.
얼마 만에 보는 외나무 사다린 인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그 사명을 다하고 있다.
나무를 잡고 요렇게 내려서면 된다네요.
꽃잎도 예쁘지만, 내면이 희고 순수해서 '분덕화'라 명명되었다는 야생화!
가져온 빨랫줄도 제 사명을 다하며 보람을 찾았다.
어느 추운 겨울날, 눈과 얼음으로 덮인 이곳을 미끄러져 내려갔었는데..ㅉㅉ
이곳에서 좌측 위쪽으로 올라야 했는데,
옛 기억을 더듬어 사면을 따라 직진하는 바람에 잠시 알바를 한다.
희미한 족적을 더듬어 사면을 돌아 오르면,
앞쪽으로 올라야 할 암봉이 지척으로 보인다.
우측 귀둔 방향 지능선의 암봉들이 서로 뽐내기 대회를 하고 있다.
길은 바위 절벽 아래로 이어지는 듯 하지만,
밧줄이 없으면 통과가 어려울 듯하여 잠시 전에 지나왔던 갈림길로 돌아 나온다.
갈림길로 돌아 나와 능선 위로 올라서니, 대청봉 옆쪽으로 아침해가 환한 모습을 드러낸다.
대청봉과 화채봉 사이로 뜨는 해는 이곳이 아니면 또 어디에서 볼 수 있겠는가!
잠시 암릉을 지나 조그만 암봉을 좌회하니, 밧줄이 매어진 절벽이 나타난다.
잠시 전에 돌아나온 절벽을 지나 아래로 이어지는 절벽에는 밧줄이 매어져 있다.
좌측 절벽 위쪽 암봉에는 돌오리 한 마리가 앉아서 우리를 곁눈질하고 있는데, 15년 전 싱가포르 출장 때 딸애 첫 선물로 샀던 노란 오리와 너무 닮았다. 언제 이곳까지 날아와 있었지.., 혹시 집에 가서 찾아봐야겠다!
바위 사이로 이리저리 매여져 있는 밧줄에 의지해 절벽을 내려선다.
지켜보는 돌오리에게 부끄럽지 않게 폼을 잡아가며 내려가야지...ㅋㅋ
5년 전 눈과 얼음을 뒤집어쓰고 우리를 위협했던 암봉이 올려다 보인다.
이 암봉 아래에서의 난감한 상황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앞쪽 암봉에 올라서서 돌아본 모습이 흡사 멧돼지 머리를 닮았다.
지금은 고사상에 바쳐진 빙그레 웃음 짓는 돼지의 모양이지만,
주위 분간이 어려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상황에서 바라본 모습은 가히 성난 멧돼지 형상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란 주위 환경과 처한 상황에 따라 주변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음을 새삼 실감한다.
언제나 항상심을 가지고 평정한 마음의 눈으로 주변을 인식하는 나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데..
돼지머리 암봉 뒤로는 설악의 서북능선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돼지 뒤통수 쪽에는 대청봉 조차도 능선상의 자그마한 동산쯤으로 보인다.
역시 대단한 멧돼지 머리다!
좌측 속초 방향으로는, 만물상 능선이 지척이다.
돌아본 암봉들!
이제는 몇 개를 넘었는지 짐작조차 어렵다.
아마도 좌.우측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한번에 몇 개씩 건너뛰기도 해서 그런 듯하다.
암봉에서 귀때기청봉을 배경으로.
지난 새벽, 버스 안에서의 비장했던 표정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지나온 암봉에는 뒤따르는 백두들이 올라 있다.
싱그러운 초록 물결 위로 솟아 있는 암봉을 오르는 백두들!
이제 이 암봉을 내려서면, 더 이상 밧줄을 잡아야 할 정도의 암봉은 없다.
암릉구간을 통과한 후, 후미를 기다리며 잠시 여유를 찾는다.
접어 두었던 스틱도 꺼내고서, 본격적인 능선 산행을 시작한다.
우측으로 시야가 트인 곳에서 바라본 칠형제봉이 새로운 설악의 면모를 보여준다.
새로운 조망처를 찾아 잡목을 헤치고 올랐더니, 1157봉 삼각점이 놓여 있다.
1157봉 아래 조망처에서 바라본 만물상 뒤로 서북능선과 대청봉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망대암산 만물상 능선 조망.
돌아본 귀때기청봉 방향 조망.
대청봉 방향.
나뭇가지 사이로 만물상 칠형제봉이 내려다 보인다.
대청봉이 아침 안개에 흐려지며, 만물상은 더욱더 도드라져 보인다.
1157봉에서 돌아나와, 먼저 간 백두들을 쫓아 대간길을 이어간다.
1157봉에서 우측으로 휘어져 내려서니 대간꾼들에 의해 UFO바위라 명명된 바위 쉼터가 기다리고 있다.
UFO바위를 지나니, 대간길은 산죽 사이로 이어진다.
초록의 이불을 덮고 있는 산죽길이 위험한 암릉을 통과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포근함을 더한다.
비상시 우회로로 예정했던 십이담계곡 갈림길을 지난다.
돌아본 대청봉이 지척인 듯 가까이 느껴진다.
한계령에서 오색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대청봉 방향의 설악 주능선과 나란히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망대암산 방향의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지며,
싱그러운 아침 햇살과 연초록 잎사귀들이 산객들의 마음을 한결 여유롭게 해 준다.
김작가님이 찍은 특이한 식물의 이름은?
망대암산을 향한 오름길은 차츰 경사가 가팔라지더니,
등로 우측에 있는 조망바위에 올라서니, 설악산 연봉들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설악산 주능선 방향 조망.
사진 솜씨 못지않은 산행 실력을 가진 김종협님.
다음 주 백두회원 분들의 지리산 화대종주에도 함께할 예정이라 한다.
벌써 지리산의 멋진 장면들이 기대된다.
십이담계곡과 만물상 능선, 그리고 서북능선 조망.
서북쪽 필례약수 방향에는 가리봉이 버티고 있다.
한계령에서 걸어온 백두대간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십이담계곡과 대청봉 방향.
대청봉과 속초 방향.
당겨본 만물상 칠형제봉.
당겨본 속초 앞바다.
전망바위에서 돌아 나오니 금남정맥 계룡산 구간에서 보았던 금강문 모양의 암문이 있다.
망대암산 직전 능선에서 백두들이 조반을 들고 있다.
이런 여유로운 식사는 참으로 모처럼 만이다.
백두산우회의 살림을 책임지고 계신 손승천 총무님은 오늘도 식사를 거르고 망대암산 정상으로 답사를 가셨다. 보통사람들은 식사를 않으면 허기가 져서 몸도 가누기 힘드는데, 모든 사람들이 총무님처럼 식사를 않는다면 우리 농민들은 또 우찌 살아갈꼬 라며 한마디씩 거든다. 동감!
춥지도 덥지도 않고 시간에 쫓기지도 않으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날은 일 년에 몇차례 없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인 듯하다.
식사를 마치고 우측 조망바위에 올라 바라본 망대암산에는, 벌써 백두들이 오르고 있다.
조망바위에서 바라본 망대암산에서 점봉산으로 이어진 푸른 능선이 마냥 포근해 보인다.
필례계곡 군량밭 방향 조망.
군량밭 방향으로 이어진 능선의 끝자락에 957봉이 봉긋하다.
망대암산(좌측)에서 점봉산으로 이어지는 대간능선 조망.
조망바위에서 바라본 가리봉.
아침식사 장소로 돌아 나와,
점봉산 방향으로 가다가 좌측 암릉길로 들어서서 오르면 나오는 암릉 위쪽 봉우리가 망대암산이다.
망대암산을 향해 암릉을 오르는 백두들.
957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하염없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망대암산에서 바라본 설악산 방향 조망.
가리봉 방향.
점봉산으로 이어진 포근한 대간능선.
가리봉과 지나온 대간 능선을 배경으로.
07:52 점봉산을 배경으로 석경숙님과 정복순님.
김종협님이 만든 파노라마.
망대암산으로 오르는 백두들의 선두에는 역시 관악산 날다람쥐라 불리는 박두규님이 선두를 맡았다.
대청봉(우)과 귀때기청봉(좌) 사이의 서북능선 조망.
오색계곡과 대청봉 조망.
망대암산 증명.
<망대암산(1,236m)>
망대암산은 도적들이 주전골에서 엽전을 몰래 만들며, 이 산에서 망을 보았다 하여 망대암(望對岩)산이라 이름 붙여졌다. 한계령에서 오색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다 보면 우측으로 주전골이 있고 주전폭포도 있다.
가야 할 점봉산을 배경으로.
망대암산 정상에는 주변 조망과 어울리지 않게 조그마한 팻말만이 지키고 있고, 먼저 도착한 백두들은 후미를 위해 방을 내어주고, 벌써 점봉산을 향해 떠나고 없다.
저 푸르름 속 어디쯤에서 백두들이 대간길을 이어가고 있을 터이다.
망대암산을 뒤로하고 점봉산을 향한 대열에 나도 동참한다.
점봉산 우측 멀리로 방태산이 조망된다.
방태산도 몇 해 전 추운 겨울의 어느 날에 백두들은 허리까지 차는 눈을 헤치고 올라,
지금 서있는 이곳 점봉산과 설악산을 조망했었다.
당겨본 점봉산 오름길에는, 백두들이 점점이 가고 있다.
점봉산 오름길에 돌아본 망대암산은 이미 저만치 멀어져 있다.
점봉산의 야생화는 무척이나 생소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름은?
돌아본 망대암산과 한계령 방향.
유일하게 아는 꽃 이름은 철쭉뿐이다.
이 꽃의 이름이 분덕화가 아닌 것은 분명한데..ㅉ
망대암산에서 점봉산(1,424m) 정상까지의 점봉산 북릉 사면길은 비교적 완만하게 200여 미터의 고도를 30여분 쯤 한가롭게 높여간다. 오랜 풍상을 겪은 주목들의 널브러진 모습에서 노련한 완숙미도 엿보며, 바위로 빚은 만물상을 덮은 초록에서 겨우내 모진 설한을 이겨낸 강인함을 느낀다. 긴 역사의 큰 흐름을 말없이 간직한 이곳 점봉산의 초록 이부자리에서 예쁜 야생화와 빼어난 조망을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지만...
그래도 우리는 백두대간을 걷는 대간꾼이니, 저기 있는 점봉산을 아니 오를 수는 없다.
돌아본 가리봉과 한계령 방향 조망.
대청봉과 화채봉 방향 조망.
이리도 높은 산에 핀 야생화에, 그래도 찾는 이가 있어서 외롭지는 않을 듯하다.
점봉산 정상에는 빛바랜 조망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설악산 방향 조망.
점봉산 정상은 백두들만의 휴식처가 되어 있다.
과연 이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게 잘하는 일인지를 고민해 봤으면 한다.
주먹과 법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가장 쉬운 것일 터이지만,
조금 더 생각하면 함께 동의할 수 있는 방법이 당연히 있을 터인데 ...ㅉㅉ
작은점봉산과 곰배령 방향 능선.
남서 방향으로 방태산 주능선이 장쾌하게 드리워져 있다.
점봉산 정상의 야생화!
점봉산 정상 삼각점.
점봉산 정상석.
<점봉산(1,424m)>
강원도 인제군과 양양군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다. 점봉산은 산 머리가 둥글게 보여 덤붕산이라 한 데서 산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조선시대에 어떤 사람이 이 산속에서 사주전(私鑄錢)을 만들어 냈는데, 망치질 소리가 "점봉산 돈 닷돈 점봉산 돈 닷돈"하는 소리로 들려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고, 결국 관가에서 알게 되어 처형을 당했다는 예기도 있다.
원시림이 울창하고 모데미풀 등이 자생하는 등, 생태적 가치가 커 유네스코에서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하였고,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제1회 아름다운숲 전국대회에서 보전되어야 할 숲으로 선정되어 있다.
점봉산 정상 이정표.
점봉산 정상 증명.
작은점봉산을 거쳐 곰배령으로 이어진 능선 조망.
곰배령 건너로 켜켜이 드리워진 한국의 산그림.
점봉산을 뒤로하고 단목령을 향한다.
대간꾼들은 제 갈길을 가고, 홀로 남겨진 정상석만이 지키고 있는 점봉산 정상.
단목령으로 이어진 대간능선을 따라 점봉산 내림길로 내려서는 백두들.
점봉산 북사면의 색이 연초록이었다면 남사면의 색은 좀 더 짙은 진초록이다.
좌측 오색계곡 너머로 서북능선이 병풍처럼 조망된다.
산행 내내 눈독을 들였던 만물상은 이제 그만 놓아주고, 싱그러운 점봉산의 원시 숲 속으로 빠져든다.
오랜 풍상을 견딘 흔적이 아로새겨진 주목나무와 잠깐의 교감을 시도해 보고,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낯선 산객과 조우한다.
단목령 지킴터 통과 방법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고는 점봉산 정상을 향해 표표히 떠나갔다.
홍포수가 움막을 짓고 살았다는 홍포수막터를 지난다.
얼마나 유명했으면 지도에도 표시가 되어 있을까 생각해 본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숲이 울창해지며 주변은 점점 어두워진다.
아름드리 나무들도 자주 등장하고,
벼락이나 강풍에 쓰러진 아름드리 나무들이 등로를 가로막고 있는 곳도 많다.
그렇게 쉬엄쉬엄 걷는 사이에, 오색리 갈림길에 도착한다.
오색리가 3km 이면, 한 시간쯤만 내려서면 될 듯하다.
생각보다 오색리가 가깝게 있다.
961봉 직전 안부 삼거리에 도착하여, 후미를 기다리며 긴 휴식을 한다.
이정표의 너른이골 방향과 오색리 방향 표지판은 지워져 있다.
이윽고 후미 분들이 도착하고,
조침령까지의 긴 산행에 대비해 잔뜩 꾸려온 배낭을 모두 함께 비운다.
'먹어 주는 것도 힘들다'는 예기도 흘러나올 정도다.
아쉬운 대간길에서의 긴 쉼을 뒤로하고, 원시림 탐방을 위해 너른이골로 향한다.
(사실은 국공파 회피 목적임)
희미한 발자취 위로 거대한 나무가 부러져 있기도 하고, 아예 사람의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곳도 더듬어 지난다.
잠시 후 넓은 너른이골 계곡에 다다르니,
등로의 흔적이 선명해지며 주위는 원시림 그 자체고,
맑은 계곡물은 손을 담그기 조차 미안할 정도다!
군데군데 반석들이 있어서 여유를 부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대간꾼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쉬지 않고 설피마을을 향한다.
가끔씩 계곡을 이쪽저쪽으로 건너기도 하며,
잘 자란 나무들 감상도 하고,
맑은 원시림의 공기를 폐부 깊숙이 불어넣어 보기도 한다.
거대한 반석이 조그마한 급류를 만든 곳을 지나,
주변의 고목과 괴목들을 감상하노라면,
어느새 입산금지를 알리는 목책이 앞을 가로막아 서고,
드디어 해방구로의 탈출을 완료한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잘 가꾸어진 펜션형 주택 앞을 지나면,
근사하게 지어진 펜션 앞에는 주말을 쉬러 온 차들이 몇 대 주차되어 있으나,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여유롭고 자신 있는 걸음걸이로 설피마을로 향한다.
비포장 도로는 계류를 건너기도 하고,
길가에는 보호구역 지정 사유 등을 적은 안내판이 결려 있다.
도시인들이 그리고 싶어 했던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닐런지!
길가에서 잡초를 제거하던 한가로워 보이는 농부를 그림의 한자리에 담아 본다.
단목령 갈림길 도착.
단목령 가는 길을 사진에 담고,
설피마을 삼거리 주차장을 향한다.
이제 계곡을 건너는 것도 시멘트 다리를 통해 건널 수 있게 되었다.
그림 같은 풍경을 뒤로하고,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을까..?
드디어 설피마을 삼거리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은 곰배령 탐방객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주차장 한켠에 세워진 백두대간 비석 앞에서. 단목령은 여기서 먼 곳에 있는데 왜 이곳에 백두대간 비석을 세웠는지..!
거 봐. 단목령은 한참 떨어져 있잖이여!
주차장 안쪽으로 곰배령 들머리가 있다.
예약한 사람을 대상으로 출입증을 나눠주어 곰배령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조침령에서 기다리고 있던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며,
너무 일찍 끝이난 오늘의 산행과 다음 산행 그리고 화대종주 등 온통 산에 대한 예기로 이야기꽃을 피운다.
드디어 우리의 애마가 도착한다.
인제읍에 있는 목욕탕으로 이동하여,
개운함을 되찾고는,
평소보다 다소 이른 점심을 먹으려 식당으로 들어간다.
회장님께서 따로 사 오신 곰취나물로 편육을 듬뿍 싸서, 오늘 산행의 피로를 쌈 싸 버린다.
곰취는 그냥 먹으면 싱그러운 향과 함께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데,
살짝 데쳤더니 씁쓸한 뒷맛은 간데없고, 향기는 더욱더 오래도록 입안을 맴돈다.
평소 같으면 지금 쯤에나 하산했을 시간인데, 오늘은 벌써 일정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향한다.
역시 산행이 짧으면 귀가가 늦어진다는 철칙이 오늘도 적용된다.
내일도 쉬고, 모레는 석탄일이라 또 쉴 것이니..., 그래서 오늘 마음껏 ...!
다음 주말 지리산 화대종주 가시는 분들!
조심해서 잘 다녀오시고, 다음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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