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지 : 한남금북정맥 01차(속리산 천황봉~갈목재)
산 행 일 : 2012. 12. 08.(토)
산행 코스 : 법주사 + 속리산 천황봉(1,058m) ~ 667봉 ~ 갈목재(380m)
(산행거리 13.4km + 6.4km)
산행참가 : 16명.
<산행코스>

지난 5월 초에 시작한 백두대간 남진 산행길이 어느덧 청옥산에 이르러 겨울철 경방기간 산행 금지에 가로막혀 더 이상 진행은 조금의 다툼을 동반하게 될듯하여... 이를 회피코자 한남금북정맥을 새로이 시작하기로 했다. 전체 151km를 8개 구간으로 나누어 내년 4월까지 진행하여 마무리하고, 경방기간이 끝나는 즈음에 다시 대간남진 길을 이어가고자 한다.
우리의 산행이 무박으로 금욜 저녁에 출발하게 됨에 따라 서울에서 가까운 곳으로 산행을 가게 될 경우, 정차된 버스에서 잠을 청해야 되는 시간이 길어져, 사람에 따라서는 무척이나 힘들어하는 경우가 발생함에 따라 가급적 서울에서 3시간 이상 떨어진 곳으로 코스를 잡다 보니, 이제 남은 정맥길이 한남금북과 금북정맥만이 남았다. 일단 올해에 한남금북정맥을, 그리고 내년 겨울에 금북정맥을 걸을 예정으로 그러고 나면 서울 근교의 한남정맥과 한북정맥 두 개만 남게 되어, 나중에 시간될 때 조금씩 다니다 보면은 우리 백두산우회도 1대간 9정맥 길을 모두 걸은 산악회가 되어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한남금북의 시작지점인 속리산 천황봉을 향하기로 한다.
한남금북정맥은 그 이름이 말하고 있듯이 한강의 남쪽 울타리이며 금강의 북쪽 울타리이기도 하다.백두대간 줄기의 속리산 천황봉에서 시작하여 충북의 북부 내륙을 가로질러 보은, 청원, 청주, 괴산, 음성을 거쳐 경기도 안성 땅 칠장산까지 이어지는 도상거리 약 152km의 산줄기이다. 이 산줄기의 산들을 보면 백두대간 천황봉에서 갈라져 나와 말티재, 시루산, 구봉산, 국사봉, 선두산, 선도산, 상당산, 좌구산, 칠보산, 보현산, 소속리산, 마이산, 차현, 황색골산, 칠장산 등으로 이어진다.
칠장산에 이른 한남금북정맥은 북서쪽으로 한강의 남쪽 울타리를 이루는 한남정맥을 갈래쳐 김포 보문산까지 이르고, 남서쪽으로 금강의 북쪽을 따라 금북정맥을 또 하나 갈래 쳐 태안반도 안흥진까지 내달린다. 그 때문에 한남금북정맥은 온전한 정맥이라기보다는 금북과 한남을 백두대간에 이어주는 역할로 여겨져 산꾼들로부터 그저 그런 조그만 정맥으로 치부되고 있으나, 한남금북정맥은 도상거리도 만만치 않고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산세와, 그 산자락 곳곳에 어린 숱한 전설과 이야기들로 우리 민족과 함께 해 온 당당한 이 땅의 정맥이다.
아직 겨울의 초입 정도라고 할 수 있을진대 올해는 유난히도 매서운 추위가 일찍부터 맹위를 떨치더니 예년에는 가끔씩 내려주던 눈까지 자주 그리고 많이 뿌려 놓았다. 그동안의 많은 적설은 당국의 제설작업으로 오늘의 출발지인 속리산면 대목리까지 버스가 들어가는데 문제가 없었는데, 어제부터 조금씩 내리던 눈발이 버스가 출발하여 조금 지나지 않아 진눈깨비로 변하고, 종국에는 숱한 역경에도 늘 우리를 출발지로 안내하는데 문제가 없었던 애마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고, 대안으로만 검토했던 법주사 앞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았다.
원래 계획은 천황봉 남서쪽 아래 마을인 대목리에서 출발해서 천황봉까지 2시간이면 넉넉히 어프로치를 끝내고 천황봉에서 아침 일출을 감상하고 한남금북정맥 첫걸음을 떼고자 했었는데 많은 적설로 인해 버스가 대목리로 들어갈 수 없어서 부득이 법주사 앞에서 출발하기로 하기로 함에 따라 천황봉까지의 어프로치가 1시간 이상 더 걸리게 되었다. 그래도 이런 정도의 적설에도 불구하고 산행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데 위안을 삼고 목적지를 바꾼 버스는 속리산 법주사 앞 레이크힐스 관광호텔 앞에 무사히 도착했다.
가로등 불빛아래 쌓여만 가는 눈을 바라보며 과연 산행금지구역에 속한 한남금북 첫번째 구간을 이런 적설에도 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쌓여가눈 눈의 깊이만큼 쌓여만 간다. 한참을 그렇게 뒤척이다 정맥 산행을 할 수 없으면 속리산 눈꽃산행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불 꺼진 버스에 불을 밝히고 산행 준비를 시작한다.
05:45 불 꺼진 속리산 관광호텔 앞에서 산행 준비를 마치고...

눈 산행의 설레임에 방향감각을 잠시 잊고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백두들을 불러 세우고...

소복이 쌓인 눈이 우려와 설레임을 동시에 갖게 하는 가운데 법주사를 향한다.

아직 셔터가 내려진 입구에서 창을 두드려 표를 사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속리산국립공원>
속리산은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산의 이름은 원래 9개 봉우리로 이어져 있어서 구봉산(九峰山)이라 하였고, 광명산(光明山), 형제산(兄弟山), 미지산(彌智山), 소금강산(小金剛山)등 여러 별칭을 가지고 있었으며, 우리나라 8경 중 하나로 경관이 뛰어날 뿐 아니라 천연기념물이 풍부하다.
속리산에는 8개의 이름(속리산, 구봉산, 소금강산, 광명산, 지명산, 미지산, 형제산, 자하산)과 8개의 봉우리(천황봉, 비로봉, 길상봉, 문수봉, 보현봉, 관음봉, 묘봉, 수정봉), 그리고 8대(문장대, 입석대, 경업대, 배석대, 학소대, 신선대, 봉황대, 산호대)가 있으며, 8석문(내석문, 외석문, 상고내석문, 상고외석문, 비로석문, 금강석문, 상환석문, 추래석문)이 있고, 물줄기는 속리산 아홉 굽이를 돌아 흐르는데 여기에 놓인 다리가 8개라 한다. 유난히 8자 많은데 이는 불교에서 열반에 들기 위한 여덟 가지 바른길 즉 8정도(正道)를 의미한다고 한다.
속세와 이별한다는 뜻을 지닌 지금의 속리산이라는 지명을 갖게 된 것은 784년(신라 선덕여왕 5년)에 진표(眞表) 대사가 김제 고을의 금산사로부터 이곳에 이르자, 들판에서 밭 갈던 소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진표 대사를 맞았다. 이를 본 농부들이 짐승도 저러한데 하물며 사람들이 오죽하겠느냐며 속세를 버리고 진표대사를 따라 입산수도 하였는데 여기에서 ‘속리’라는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천황봉을 주봉으로 비로봉. 입석대. 신선대. 문수봉. 문장대. 관음봉. 묘봉. 상학봉. 등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들로 산세가 웅장하면서도 활짝 핀 연꽃 봉우리를 연상케 한다. 또한 속리산 암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상고암(上庫庵)은 비로봉 아래 930m 지점에 자리 잡고 있는데, 신라 때인 720년 창건되었으며 암자 이름 중에 ‘고(庫)’ 자를 쓴 것은 법주사 법당을 지을 때 천황봉 소나무를 벌목하여 저장해 두었던 곳이어서 상고암이라 하였고, 특히 이곳의 홍송(紅松)은 그 향기가 대단하여 목침으로도 애용되었으며, 이곳은 만리풍이 부는 곳으로 여름에는 모기가 없고 겨울에 내리는 눈은 대관령에 내리는 날 이곳에도 온다고 한다. 만리풍이란 한반도 전역 멀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 하여 스님들이 붙인 이름이다.
법주사 앞에서 달천을 따라 우측 천황봉 가는 길을 따라 잠시 걷다 보니,
탈골암 갈림길이 나타나고...

휴게소 앞 갈림길에서 우측의 천황봉 가는 길을 따른다.
이제 길은 가파른 오솔길로 바뀌어 아이젠을 착용하고 무릎 아래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천황봉을 향한다.

고도를 높여감에 따라 쌓인 눈의 깊이도 깊어지고,
천황봉을 향하는 발걸음의 속도도 자꾸만 더뎌진다.

이제 날은 어슴프레 밝아 올 무렵 속리산 주능선에 가까워졌음인지 계단길이 시작된다.

여명에 윤곽을 드러낸 능선 위로 그믐달이 걸려 있고...

잠시 후 상환암 갈림길에 도착한다.
상환암은 세종이 7일간 머물며 법회를 열고 크게 기뻐하며 그 이름에 자신의 심회를 담았다고 하는데, 시간이 지체되어 100미터 옆에 두고도 그냥 지나친다.

뒤돌아본 수정봉 능선의 봉우리들이 하얀 눈을 뒤집어쓴 체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

수정봉의 시선을 뒤로한 채 천황봉을 향해 계단을 오른다.

주변의 소나무들도 눈을 뒤집어쓰고는 이리도 추운 날 어디 가냐고 묻고 있는 듯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을 찾아 오르는 백두들!


가파른 경사길을 묵묵히 오르다 보니...

속리산의 8대 석문중 하나인 상환석문에 도착한다.

거대한 화강암 바위가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 상환석문을 향하는 백두들!

상환석문을 통과하여...


돌아본 상환석문.

상환석문을 통과하여 바위 모퉁이를 돌아가니...

하얀 눈옷을 입은 산죽길이 포근히 이어진다.

아직은 매서운 칼바람이 불지 않지만 그래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천황봉을 향하는 백두들.

쌓인 눈으로 등로의 분간이 희미한 능선길을...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레 오르는 백두들!

전망이 좋은 너럭바위 한켠에 앉아 있는 바위하르방!

서쪽 방향 조망이 장관인 너럭바위에서.

눈 쌓인 능선길을 따라 백두들도 올라오고,


눈 쌓인 너럭바위 틈새에 넘어진 창병씨는 포근한 눈 사이로 차가운 바위의 고동소리를 들으려는 듯...ㅋㅋ

서쪽 방향 충청도의 산들을 배경으로 선 총무님 내외분.



산행을 시작하여 처음으로 너럭바위 전망대에서 참시 쉼을 한다.


이제 속리산 주능선이 가까워진 듯... 주능선의 봉우리가 가까이 다가와 있다.
천황봉을 향해 가변운 발걸음으로 출발!

상고암 갈림길 도착.

이제 쌓인 눈이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향한다.

차가운 눈 속을 뚫고 흐르는 조그만 계곡의 지류를 건너,

정삼각형으로 잘라진 바위를 지나고...

속리산 주능선 봉우리 바로 아래에 다다른 듯 좌측 위쪽으로 암봉들이 올려다 보이고,

천황봉에서 시작하는 정맥길을 갈 수 있을지 내심 걱정하며 푹푹 빠지는 눈길을 오른다.

드디어 속리산 주능선에 도착.

아침햇살에 하얗게 빛나는 속리산 천황봉도 상고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고,

주능선의 나뭇가지는 온통 눈과 상고대로 치장하고 있다.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천황봉을 향한다.

가야 할 천황봉 방향.

눈옷을 껴입은 나뭇가지들이 탐스럽다.

설경을 배경으로 잠시 멈춰 선 김영규님 부부.

천황봉 헬기장 옆 장각동 갈림길 도착.

천황봉 헬기장에서 바라본 문장대 방향 속리산 주능선.

얼어붙은 눈 덥힌 산하를 녹이려는 듯... 태양이 홀로 이글거리며 솟아오르고 있다.

문장대 방향 속리산 주능선을 배경으로.

속리산에서 북으로 이어지는 대간의 능선.
청화산이 지척인 듯 보인다.

가야 할 속리산 천황봉.

설화를 감상하며 천황봉을 향하는 백두들.

천황봉을 향해 마지막 걸음을 옮기는 백두들.

천황봉에는 이미 도착한 백두들의 모습이 보인다.

속리산 주능선을 뒤로하고 천황봉을 오르는 백두들.

아름다운 설화가 나보다 이뻐서 슬퍼진 복순님.

속리산 천황봉 도착.

속리산 주능선 끝자락에 문장대가 놓여 있다.

천황봉에서 바라본 서쪽 방향 파노라마.

북동 방향 파노라마.

속리산에 앉은 백두의 잉꼬.


위 사진의 중앙 우측으로 문장대와 관음봉 그리고 묘봉까지 볼록하게 조망된다. 저 구간이 소위 '충북알프스'로 서원리 서원교에서 시작하여 구병산을 지나 백두대간 구간의 못재에 이르러 대간을 만나 이곳 천황봉에 이른 다음 문장대까지 속리산 주능선을 달린 다음 저 관음봉, 묘봉을 지나 활목재에 이르는 약 45km의 구간을 이른다. 내년 가을쯤에는 우리 백두들도 문장대에서 활목재에 이르눈 구간을 걷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속리산 천황봉에서 한남금북정맥의 시작을 고하는 백두들!


남쪽으로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대간능선 너머로 구병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충북알프스의 출발점인 구병산도 언젠가 우리 백두들의 발길을 피하지는 못할 터..ㅋㅋ

따사로운 아침햇살을 받으며 속리산 천황봉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얼음과자로 후식도 챙긴다.

문장대 방향.

서쪽 방향 한국의 산들.

남서방향으로 가야 할 한남금북정맥 능선을 가늠해 본다.



천황봉에게 한남금북정맥의 시작을 고한다.

<속리산 천왕봉 1,058m>
속리산은 행정구역이 충북 보은군 내속리면, 외속리면. 경북 문경시, 화북, 화남면에 접하는 산으로 한국팔경 중의 하나이다. 태백산에서 남서방향으로 뻗어 나오는 소백산맥 줄기 가운데 위치하고 있으며, 남쪽으로 백두 대간이 지나고 천왕봉에서 한남금북 정맥이 분기하고 있다. 속리산은 화강암을 기반으로 변성퇴적암이 섞여 있어 화강암 부분은 날카롭게 솟아오르고 변성퇴적암 부분은 깊게 파여 높고 깊은 봉우리와 계곡은 가히 절경을 이루고 있어 광명산(光明山), 미지산(彌智山), 소금강산(小金剛山)으로 불리기도 한다.
속리산의 최고봉인 천황봉이 천왕봉으로 개명되었다. 산림청의 ‘우리 산이름 바로찾기’ 캠페인에
따라 경북 상주시가 지명위원회를 열어 속리산 천황봉의 이름을 천왕봉으로 바꾸기로 의결했다. 천황봉은 왕(王)이던 지명이 일본 천황을 가리키는 황(皇)으로 바뀌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지금까지 논란이 있었다.
속리산 최고봉의 올바른 표기는 '천황봉(天皇峯)'일까 '천왕봉'(天王峯) 일까?
충북 보은군이 논란이 되고 있는 속리산 주봉의 명칭을 놓고 심의에 나선다.
녹색연합이 일제 잔재인 '천황봉'을 '천왕봉'으로 바로잡아 달라며 국토지리정보원에 제출한 청원에 따라 보은군지명위원회도 이 문제를 논의했다. 녹색연합은 청원을 통해 "당초 `왕(王)'이던 지명이 일본 천황을 의미하는 `황(皇)'으로 바뀌었다"며 "일제에 의해 왜곡된 봉우리 이름을 바로 잡자"라고 주장했다. 산림청도 광복 60주년을 기념으로 '우리 산 이름 바로찾기' 캠페인을 벌여 속리산 천황봉은 천황을 빗댄 이름이라고 결론짓고 충북도에 개명을 요청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조선시대 윤휴(1617-1680)가 쓴 '백호전서' 등 고전에 '천황봉'으로 표기되는 등 천황이 일황이 아닌 왕자의 지존함을 가리키는 절대 중화주의 정신에서 유래한 호칭이라는 주장이다. 천신(天神)의 우두머리인 천황대제(天皇大帝)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어찌 되었던 지금은 천황봉이 아닌 천왕봉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위에 설명이 있다시피 천황봉은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이름이다. 그럼 왜놈들이 지리산 천왕봉은 그냥 "왕"으로 놔두고 여기는 "황"으로 고쳤다는 이야기 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래서 왕을 황으로 바꾸었으면 그 또한 역사의 암울했던 한 페이지로 남겼으면 어떨지...
나는 숱한 질곡으로 얼룩진 우리의 역사 그 자체를 사랑하며 보듬고 가고 싶다!!
09:30 천황봉을 뒤로하고 대간길과 따라 잠시 내려서면,

산행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이곳에서 한남금북정맥이 분기됨을 알려준다.
그런데 온통 눈으로 덮여 있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분간이 어려워 그냥 능선으로 가려다가 표지판 뒤쪽으로 돌아 사면을 따라 진행한다.

정맥 분기점을 지나면 바로 커다란 바위가 가로막고 있는데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바위 암릉을 올라 상고대를 감상하며 희미한 정맥길을 찾아 본격적인 정맥 산행을 시작한다.

겨우내 아무도 가지 않은 듯 산죽 사이로 이어진 등로를 분간키 어렵다.

러셀로 무척 힘이 드는 가운데도 표정은 눈밭을 뛰어노는 어린이처럼 밝다.
이제 쌓인 눈이 무릎을 넘으며 산행속도가 현저히 더뎌진다.

어디로 가야 할지 길 흔적을 찾기 힘든 곳이 숱하게 이어진다.

그래도 가끔씩 눈에 띄는 빛바랜 표지기가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조금씩 북돋우어 준다.

급경사 오름길에는 쌓인 눈이 한길이 넘어서 제설작업?까지 해야 하는 곳도 있다.

잘못 밟으면 허리까지 빠진다. 앞사람 발자국을 밟아야 하는데...ㅋㅋ

923봉 내림길에 대목리 방향으로 조망이 트인 전망바위도 하얀 이불을 덮고 있어서 그냥 지나친다.

나뭇가지 사이로 구병산이 조망된다.

앙상한 나목 사이로 가야 할 한남금북정맥 능선도 가늠해 보고,

희미한 흔적을 더듬어 나아간다.

923봉을 지나 작은 봉우리를 살짝 우회하며,
이렇게 남동사면의 우회길은 바람도 불지 않아 포근한 느낌조차 준다.

923봉 내림길의 파헤쳐진 묘지를 지나고,

807봉을 지나자 앞쪽으로 전망이 트이며,
저 멀리 만수계곡이 내려다 보이고, 계곡의 끝자락은 구병산 기슭으로 숨어드는 듯하다.

807봉 내림길에서 직진의 능선길을 버리고 우측 사면으로 이어진 정맥길을 더듬어 내려간다.

665봉 쯤인 듯한데 많은 적설로 분간이 어렵다.

직진의 능선으로는 등로의 흔적이 없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우측 사면으로 내려선다.

경사가 급하여 걷는 것보다 온몸을 눈밭에 맡기는 것이 좋아 보인다.


그렇게 내려온 만큼을 다시 올라서면,

620봉 쯤으로 짐작되는 봉우리 근처 전망바위에 오르게 되고,
앞쪽으로 만수계곡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좌측으로는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대간능선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고,

돌아본 천황봉 방향으로는 923봉이 천황봉을 감추어 버렸다.

전망대를 내려서서 눈 쌓인 능선길을 이어가면,

잠시 동안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이 이어진다.

돌아본 천황봉 방향.
우측의 뾰족봉이 807봉이고, 중앙의 923봉 우측 뒤로 천황봉이 살짝 보인다.

천황봉(우측 끝)에서 문장대(좌측 끝)로 이어진 속리산 주능선이 밀가루를 뒤집어쓴 듯하다.

조그만 봉우리가 수없이 이어지는데,
눈에 덮여 있어서 정확한 위치를 가늠키 어렵다.

우측으로 전망이 트인 곳에서 내려다본 대목리 방향에 천황사도 눈에 덮여 있어서 자세히 보아야 분간이 가능하다.

<대목리(大木里, 大睦里 대목골)>
원래는 봄철에 복숭아꽃이 만발하여 장관을 이루어서 임경업(林慶業)장군이 무예를 닦고 속리산으로 돌아가다가 도화동(桃花洞)이라 불러 처음에는 '도화동'이라 불리어 왔다. 일설에는 지형이 복숭아 같아 '도화동'이라고 불렀다고도 한다. 뒤에 마을 사람들이 크게 화목하게 산다 하여 대목동(大睦洞)이라고 바꾸어 불려오다가 한일합방 후 이 마을에 큰 나무가 있어 대목리(大木里)로 바꾸었다고 한다.
현재의 위치를 가늠코자 자꾸만 천황봉을 돌아보게 된다.

잠시 평탄한 능선이 이어지더니,
우측으로부터 687봉, 667봉, 635봉이 차래로 늘어서 앞을 가로막는다.

잠시 오르니 687봉에 도착하여,

능선은 좌측으로 휘며 667봉을 향한다.

이제는 천황봉도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당겨본 천황봉 모습.

천황봉을 배경으로.

667봉 내림길의 백두들.

능선은 635봉을 지나며 우측으로 다시 휘어진다.

또 다른 635봉 오름길에 돌아본 653봉? 방향.

선두에서 러셀을 하느라 수고하는 김창병님.

올망쫄망한 봉우리 우회길에서 정맥길 확인을 기다리는 막내 김보성님.

이어지는 봉우리들에는 그래도 표지기들이 몇개씩 나부끼고 있다.

고도가 조금 낮춰지니 쌓인 눈의 깊이도 조금은 낮아진다.

635봉 정상 돌탑.
정맥길은 봉우리를 우측으로 우회하며 우측으로 휘어져 간다.

638봉을 지나자 능선은 조금씩 고도를 낮춘다.

지도에 '안부사거리'로 표시된 지점인듯한 안부를 지나고,

조금 고도를 높이니 561봉에 도착하여 잠시 쉼을 한다.

강풍에 쓰러진 나무 덕에 조망이 잠시 트이고,

대목리 골짜기 건너편 산이 조망된다.

드디어 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무인감시카메라가 설치된 574봉에 도착한다.

574봉에서 정맥길은 우측으로 휘어져 내려가다가,

이내 주능선을 버리고 좌측으로 직각으로 꺾여져 내려간다.
표지기가 없었다면 눈 쌓인 능선을 따라 알바하기 좋은 곳이다.(직진방향의 능선 알바길)

직좌틀하여 내려가는 정맥길.

이내 볼목이재에 이르고,

<불목이재(佛目里峙) >
웃갈목이에서 삼가리 불목이로 넘어가는 고개로, 서북쪽에 있는 마을에서 보는 산의 지형이 부처님의 눈처럼 생겼다고 해서 불목리라 했다고 한다. 예전에 마을이 있었으나 화전민(火田民) 정리 때 다른 곳으로 이주하였다고 한다.
헬기장을 지나면,

정맥길은 우측으로 휘어져 완만하게 진행된다.

완만한 안부를 지나며 가파른 580봉 오름길이 시작된다.

580봉 능선 위에 올라서자, 정맥길은 좌틀하여 능선을 따라 내려간다.

정맥길을 들어서서 처음 대하는 이정표가 반갑다.

580봉 내림길에서 잠시 쉼을 하며 남은길을 가늠해 본다.

하얀 이불을 덮고 있는 묘지를 지나고,

585봉에 도착한다.

515봉에서 다시 한남금북정맥길은 우틀하여 갈목재를 향해 내려간다.

묘지에서 좌우 어느 쪽이든 상관없으나,
감시초소에서 떨어져 있는 곳을 향하는 좌측길 방향으로 백두들의 발길이 이어져 있다.

드디어 탈출이 가능한 갈목재가 내려다 보인다.

갈목재에 도착한 백두들!

오늘의 목적지는 말티고개까지 가는 것이었는데 많은 눈으로 인해 들머리를 법주사로 바꾸었고,
러셀을 하며 산행을 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갈목재에서 오늘의 한남금북정맥 첫 산행을 마무리한다.

<갈목재(葛目峙)>
삼가저수지에서 갈목으로 넘어가는 고개로, 갈목리 마을 주위에 칡이 많아 갈목이라 하였다고 전해져 내려오기도 하고, 길이 갈라지는 목에 위치한 마을이라 하여 갈목리라고 불렸다고도 한다. 보은 8항의 하나로, 갈목재에서 삼가저수지로 내려가는 길은 흡사 강원도 구룡령을 내려가는 길과 같이 꼬불꼬불 이어져있다.
<보은 4증 8항>
'증'은 시루라는 뜻이며, '항'은 목덜미라는 뜻으로 급소를 말한다고 하는데, 도선국사의 도참설에 나오는 것으로 재해나 난리로부터 안전한 지대를 뜻하기도 한다. 쉽게 말해 피난처가 되는 곳이다.
보은에는 4증 8항이 있는데, 4증 중 동증은 마로면 적암리 시루봉, 남증은 마로면 변둔리 시루봉, 서증은 수한면 질신리와 광촌리 사이의 시루봉, 북증은 내북면 이원리 시루산을 말한다.
8항은 가항(구병리 멍에목이), 갈항(갈목리), 오항(성주리, 삼년산성 주변), 불항(불목), 구항(장갑 비들목), 사자항(속리산 중사자암 부근), 치항(마로면 임곡리 솔개미봉), 상자항( 확인 안됨)이라고 한다.
기다리는 버스를 향해 갈목리 방향으로 이동하는 백두들 !

돌아본 삼가리 방향.

많은 적설로 버스도 미쳐 다 오르지 못하고 고개 아랫쪽에 정차해 있다.

다행히 감시초소에는 인기척이 없고, 길에는 승용차가 정차해서 바퀴에 체인을 감고 있다.

이번 구간은 능선 분기점이 수없이 이어져 있고, 국립공원 산행금지 구역에 속해 있어서 표지기도 많이 제거된 상태다. 눈이 내려 쌓이면 능선길을 이어가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듯하다. 산행금지구역이라 해서 가지 않을 정맥꾼은 대한민국에는 없을 듯 하니 공단에서 이정표를 만들어 세우던지, 그렇지 않으면 표지기 재거라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막어서 될 일이 아니면 다른 방안을 제시해 주는 것이 녹을 먹는 사람들이 응당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ㅎㄱ
조금 멀리 갔나 ! ..ㅋㅋ
보은읍내 목욕탕에서 뜨듯한 물에 몸을 담그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김천식당을 향한다.

김천식당에서.
순대전골에 김천보님이 공수해 온 과메기를 안주삼아 "~~~ 삽시다 !"를 외친다.


많이 늦은 시간에도 산행 뒷 예기의 끈은 이어져만 간다.

눈 덮인 한남금북정맥길의 첫산행을 무사히 마치게 되어 너무 홀가분합니다.
이어지는 한남금북정맥이 쉽지 않을 것임을 다시금 느끼며 함께한 백두님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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