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지 : 한강기맥 05차(운두령~보래봉) 강원도 홍천군, 평창군.
산 행 일 : 2018. 02. 10.(토)
산행코스 : 운두령 ~ 1271봉 ~ 1380봉 ~ 보래령 ~ 보래봉
(10km, 8시간 소요)
산행참가 : 20백두.
<산행지도>
올겨울 유난히도 심하게 몰아친 강추위로 한강기맥 산행을 한차래 미룬 끝에, 드디어 눈 산행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 운두령에서 시작하는 한강기맥 산행을 결정했다. 날씨는 1월 넷째 주보다 10도 이상 오른 것으로 예보되었으나, 바람이 불며 약간의 눈발이 날릴 것으로 예보되었다. 옛날 운두령에서 회령봉까지는 산행을 한 적이 있었기에, 일부 회원들은 보래령에서 출발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그럴 경우 중간탈출이 마땅치 않아서 목적지인 불발현까지 반드시 진행해야만 하는 부담이 있었기에 그냥 운두령에서 출발하여 혹시 러셀이 어려우면 보래령에서 탈출하기로 예정하고 양재를 출발한다.
지금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이어서 혹시 차량정체가 있으면 어쩌나 우려되었으나, 다행히 버스는 막힘없이 달려 영동고속도로 속사 IC를 나와 운두령으로 향한다. 그런데 노동계곡 입구를 지나 본격적으로 운두령을 향해 오르기 시작할 즈음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며 노면이 미끄러운 듯 버스가 이리저리 미끄러지는듯한 느낌이 든다. 바짝 긴장하며 제발 무사히 운두령에 도착하기를 빌며 조바심을 내는 사이에 무사히 운두령에 도착하고, 아무도 없는 운두령 휴게소에 정차한 버스에서 두어 시간 남짓 쪽잠을 더 즐긴 후, 일어나 산행 준비를 시작한다.
산행 준비를 마치고 버스를 나서니 흩날리던 눈발은 그쳤고 바람도 우려보다 강하지 않다.
'운두령 임특산물 홍보관' 우측으로 들어서며 한강기맥 산행을 시작한다.
무릎이 넘게 쌓인 눈을 헤치며 가야 하는 우려가 컸는데,
다행히 최근에 몇 사람 지난 흔적이 있어서 진행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이런 상태면 목적지인 불발현까지도 가능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가져본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1151봉에 도착한다.
한국에서 최고 오지로 꼽히는 홍천군 내면의 눈 덮인 능선을,
더욱이나 깜깜한 한밤중에 걷다 보니 은근히 두려움이 싹트기 시작했는데,
그나마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산불감시초소가 큰 위안이 된다.
그나마 희미한 러셀의 흔적도 끊어지고 무릎이 넘게 빠지는 눈을 헤치며,
좌측 노동리 방향으로 지능선이 분기되는 1172봉쯤을 지난다.
가끔씩 이어지던 발자국 흔적도 사라지고,
캄캄한 눈 덮인 능선을 정신없이 헤치고 가는 사이에,
잦아들었던 조난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금 커진다.
눈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스틱을 집고 빠져나오려고 깊이 박아 넣었는데,
스틱이 다 들어갔는데도 바닥에 닿지를 않는다.
조난에 대한 두려움으로 되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끊임없이 뇌리에 맴돈다.
돌아갈까를 수없이 되뇌는 사이에 이름 모를 봉우리에 올라서 주변을 살피니,
근처 나뭇가지에 1271봉이라는 표식이 걸려있다.
보래령까지 반 약간 못 미친 지점쯤이다.
그래 우찌 되었던 보래령까지는 가보자며 다시금 힘을 내어 보래령을 향한다.
어슴프레 주변 사물이 분간되기 시작하니,
백두들의 얼굴에도 안도의 웃음기가 돌기 시작한다.
주변에 쌓인 눈의 높이가 예상보다 훨씬 많다.
경사사 가팔랐으면 눈사태도 걱정해야 할 정도...ㅋ
1334봉쯤에 도착한다.
이제 긴장도 풀리고 러셀에 몸도 지쳤다.
매서운 바람을 피해 1334봉 지난 지점 남사면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비록 빵조각이지만 따뜻한 차와 컵라면 국물이 다시금 원기를 돋게 한다.
1360봉 헬기장에 선 보성씨.
1247봉쯤을 지난다.
날이 밝으니 눈이 덜 쌓인 곳으로 길을 내게 되니 힘이 훨씬 덜 든다.
1252봉쯤을 통과한다.
이제 보래령까지는 내리막 길이다.
보래령으로 내려서는 내림길은 눈썰매를 타고 싶을 정도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이채롭다.
보래령으로 내려서며 돌아본 1252봉 방향.
아침식사 후 러셀을 하며 앞서가던 창병씨가 보래령에서 어쩔 거냐고 묻는다.
보래령에 가서 결정 하자!
앞쪽으로 보래봉이 높아 보인다.
보래령 도착.
<보래령(寶來嶺, 1,090m)>
평창군 봉평면 보래골에서 홍천군 내면 창내로 넘어가는 고개로 옆에 있는 보래봉에서 명명된 듯하다.
보래봉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위치한 산으로, 보래령(1,090m)에서 회령봉(1,309m) 등과 능선이 연결되어 있다. 진한(辰韓)의 태기왕(泰岐王)이 신라의 침입을 받아 태기산으로 갈 때 보물을 가지고 이 산을 넘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보래령은 홍천군 내면에서 봉평으로 드나들던 고갯길이었다. 운두령 고갯길이 차도로 이용되면서부터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보래령 남쪽에는 산 이름을 딴 보래동이 있었다. 이는 『조선지지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쪽 봉평면 방향.
보래령 이정표.
보래봉 790m라는 표식에 결국 보래봉으로 향하게 된다.
보래령으로 내려서는 백두들.
보래령에 도착한 백두들.
산행을 마치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다.
그리고 운두령에서 보래령까지 6km 정도를 4시간 남짓 걸렸으니, 이제 날도 밝고 했으니 12시쯤에는 자운치 정도에 도착할 수 있을 듯하고, 자운치에서 우측 골짜기로 탈출하면 버스가 있는 자운리에 어렵사리 도착할 수 있을 듯했다. 그래서 일단 자운치까지 가서 탈출하자며 백두들과 함께 보래봉으로 향한다.
보래봉으로 오르는 등로는 제법 가파른 급경사에 올겨울 아무도 지나지 않은 듯 눈이 허벅지까지 빠진다.
앞에서 러셀 하는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뒤따르는 사람들조차도 미끄러져 속도가 나질 않는다.
눈이 고운 모래처럼 미끄러지며 한 발자국 내딛으면 두 발자국 미끄러져 내린다.
좀 더 쉬운 코스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어 보지만 어느 곳이나 매한가지다.
능선에서 약간 비켜나서 길을 내어 보지만 더 쉬워지지는 않는다.
후미와 차이가 많이 벌어진 듯한데도 김 여사님은 잘 따라오신다.
천신만고 끝에 보래봉 정상에 도착한다.
<보래봉(寶來峰, 1,324m)>
보래봉은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위치한 산으로, 진한(辰韓)의 태기왕(泰岐王)이 신라의 침입을 받아 태기산으로 갈 때 보물을 가지고 이 산을 넘었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봉평면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작가인 이효석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이 일대는 해발 600∼800m의 고원지대이며 한랭성 기후이다. 이런 지리적 조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랭지 채소 단지가 있다. 여름에는 메밀꽃이 피고 계곡물이 맑아 시원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또, 겨울에는 눈이 많이 내려 산 전체가 장관을 이룬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줄거리>
봉평장의 파장 무렵,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 생원은 장사가 시원치 않아서 속이 상한다. 조 선달에 이끌려 충주집을 찾는다. 거기서 나이가 어린 장돌뱅이 '동이'를 만난다. 허 생원은 대낮부터 충주집과 짓거리를 벌이는 '동이'가 몹시 밉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주제에 계집하고 농탕질이냐고 따귀를 올린다. '동이'는 별 반항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물러난다. 허 생원은 마음이 좀 개운치 않다.
조 선달과 술잔을 주고받고 하는데 '동이'가 황급히 달려온다. 나귀가 밧줄을 끊고 야단이라는 것이다. 허 생원은 자기를 외면할 줄로 알았던 '동이'가 그런 기별까지 하자 여간 기특하지가 않다. 나귀에 짐을 싣고 다음 장터로 떠나는데, 마침 그들이 가는 길가에는 달빛에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달빛 아래 펼쳐지는 메밀꽃의 정경에 감정이 동했음인지 허 생원은 조 선달에게 몇 번이나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꺼낸다. 한때 경기가 좋아 한밑천 두둑이 잡은 적이 있었다. 그것을 노름판에서 다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는 평생 여자와는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메밀꽃이 핀 여름밤, 그날 그는 토방이 무더워 목욕을 하러 개울가로 갔다.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성 서방네 처녀를 만났다. 성 서방네는 파산(破産)을 한 터여서 처녀는 신세 한탄을 하며 눈물을 보였다. 그런 상황 속에서 허 생원은 처녀와 관계를 맺었고, 그다음 날 처녀는 빚쟁이를 피해서 줄행랑을 놓는 가족과 함께 떠나고 말았다.
그런 이야기 끝에 허 생원은 '동이'가 편모(偏母)만 모시고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발을 빗디딘 허 생원은 나귀 등에서 떨어져 물에 빠지고 그걸 '동이'가 부축해서 업어 준다. 허 생원은 마음에 짐작되는 데가 있어 '동이'에게 물어보니 그 어머니의 고향 역시 봉평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동이'가 자기처럼 '왼손잡이'임을 눈여겨본다.(펌)
보래봉에서 본 회령봉 방향.
보래봉 정상의 안산 팀장 내외분.
눈 산행은 어떨까 하며 처음으로 산행에 오신 김성훈 교수님도 보래봉 정상에 섰다.
후미들도 도착하여, 만식형이 가져온 코냑 한잔으로 얼은 마음을 녹인다.
보래봉 정상 증명.
사진 기사 바꿔서 다시 한번!
보래령에서 이곳까지 790m 오는데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아직 자운치는 4km 가까이 남아 있어서 12시까지 도착은 불가능하다.
과거 운두령에서 오대산까지의 눈길 14시간의 점철을 밟지 않으려,
오늘은 보래봉 정상을 밟는 것으로 만족하고 보래령으로 탈출을 결정한다.
회령봉으로 가겠다는 손 점장의 페인트 모션을 웃음으로 넘기고,
보래봉에서 보래령으로 발길을 돌린다.
눈길에 마냥 천진난만한 본성들 어김없이 드러내 보며,
이미 러셀이 되어있는 눈길이 마치 봅슬레이 코스 같은 느낌이다.
오를 때는 한없이 멀어 보였는데, 보래봉이 벌써 저만치로 멀어지고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두꺼운 비닐을 가져오는 건데..ㅉ
보래령으로 향하는 만식형과 손 점장을 돌려세워 사진도 찍어 보고,
매번 자기 사진은 없다며 투덜거리던 손점장 독사진도 한 장 찍어 본다.
보래령 건너편 1252봉 방향.
다시 보래령에 도착한 백두들.
자운리에서 기다리는 버스 기사님께 보래령 터널로 와달라고 연락을 취한 뒤,
남쪽 봉평면 방향 보래령 터널 입구를 향해 보래령을 뒤로한다.
긴 산행에 대비해 가져온 따뜻한 차도 나누고,
보래령 터널 입구를 향해 탈출을 시작한다.
골짜기를 따라 잠시 내려서니 임도가 나오고,
임도를 가로질러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 등로를 따른다.
골짜기 등로를 따라 내려서는 백두들.
보래령 터널 입구 방향.
잠시 전에 지나온 임도와 이어지는 임도에 다시 내려서고,
임도를 따르는 백두들.
봉평면 덕거리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회령봉 등산로 안내판.
보래령 터널 입구에서 돌아본 보래령 방향.
임도를 따라 잠시 더 내려가면,
평창군 봉평면과 홍천군 내면을 잇는 도로에 내려서게 된다.
거의 동시에 도착한 버스에 오르며 금년도 눈 산행을 마감한다.
컨디션 난조로 보래령에서 먼저 탈출했던 웅빈 형을 태우려 봉평에서 잠시 머무는 사이에, 우리 애마의 전용 기사인 송 기사를 우연히 만났다. 아마도 동계올림픽 관련 탐방객을 태우고 왔던 듯하다. 봉평에 새로 생긴 목욕탕이 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장평으로 이동하여 간단히 목감을 하고, 다시 봉평으로 이동하여 뒤풀이를 예약해 놓은 옥봉식당으로 이동한다.
봉평의 매밀국수집 보다 좋았다는 평가에 다시 찾은 옥봉식당.
순대보다 머릿고기와 수육이 맛있는 옥봉식당에서,
'산행은 짧게, 뒤풀이는 길게'의 진수를 맛본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강남역에서의 호프 뒤풀이도 가지고,
끝내는 해장을 하자며 감자탕 집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오늘 심설(深雪) 산행으로 상당기간 눈 산행 예기는 더 이상 하지 않을 듯하다.
이제 세월은 흐르고 흘러 무자비한 산행도 서슴없이 감행할 상황이 아님을 절감한다.
어쨌던지 간에 무사히 산행을 마무리하게 되어,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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