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지 : 용인등봉, 문지골 트레킹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산 행 일 : 2018. 07. 28.(토)
산행코스 : 석개재 ~ 북도봉 ~ 용인등봉 ~ 문지골 갈림길 ~ 문지골 6폭포 ~ 덕풍산장
(12km, 7시간)
산행참석 : 15백두.
<산행지도>
폭염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시기에 가야 하는 산행이라, 미리부터 산이 아닌 계곡 트레킹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다만 어느 계곡으로 가야 우리만의 오롯한 피서를 즐기게 될 건지가 문제였다. 국내 여러 계곡들을 검토해 보았지만 인파가 많이 몰리지 않는 깊은 계곡을 찾기란 쉽지 않았는데, 마침 창병씨가 옛날에 갔었던 삼척 용소골 옆에 있는 문지골이 괜찮다는 의견을 내었고, 검토해 보니 나름 우리의 산행 스타일에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여 산행지를 문지골로 정했다. 산행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는 듯하여, 약간의 과일과 얼려 놓은 물병만 두어 개 배낭에 넣고서 집을 나섰다.
참가 인원이 적어서 21인승 리무진이 배차되었고, 젊은 기사분이 버스를 능숙하게 몰아 고속도로를 쉽게 통과하는가 싶더니, 버스가 국도 구간으로 접어들자 선잠조차 들지 못하게 하더니만, 구불구불한 산길 구간으로 접어들자 오금이 저려올 정도로 달린다. 에어컨이 없어도 한기를 느낄만큼 바짝 쫄아든 마음은 석개재에 도착하고서야 누그러졌고, 도착한 버스에서 잠깐의 단잠을 즐긴 후 버스에 불이 밝혀지자 산행 준비를 시작한다.
강원도와 경상도를 경계하는 석계재에서 산행 준비를 마치고 버스 문을 나서니 더운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해발고도가 900m에 달하고 신새벽임에도 열대야가 이런 산간오지조차 뒤덮고 있음을 절감한다.
<석개재(石開峙, 900m)>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과 경북 봉화군 석포면을 넘나드는 고개로, 910번 지방도가 지난다. 석개(石開)는 봉화군 석포(石浦)의 옛 이름으로, 온통 돌과 계천(溪川)으로 이루어진 까닭에 석포(石浦), 석계(石溪)라 불려졌는데, 석계(石溪)가 석개(石開)로 오기되어 지금에 이르게 된 게 아닌가 한다. 또한 석개재(石開峙)는 석포면(石浦面)의 경계란 의미로 사용되었다는 설도 전해오고 있는데, 석개(石開)는 글자 그대로 "돌문이 열린다"라는 뜻으로서, 돌이 많은 산으로 사방이 막혀 있는 석포(石浦)에서 이 돌문이 열리면 이곳에 1만 가구 이상 살게 될 것이라는 전설도 있단다.
석개재에서 임도를 따르는 길과 이정목 뒤편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르는 길이 있는데,
옛날 낙동정맥 산행 때는 임도를 따라 1.5km 정도 진행하다가 정맥 능선으로 합류했었기에,
오늘은 산행 부담이 작은지라 낙동정맥 능선을 따르기로 한다.
임도 들머리에는 낙동정맥트레일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곳 석개재가 트레일 1구간 출발점이고 낙동정맥 능선과 나란히 이어지는 임도길이 낙동정맥 트레일이다.
<낙동정맥 트레일>
백두대간 매봉산(강원도 태백시)에서 분기하여, 부산광역시 다대포의 몰운대(沒雲臺)에 이르는 산줄기의 이름인 '낙동정맥(落東頂脈)'과, 트레킹길 중 산줄기나 산자락을 따라 길게 조성하여 시점과 종점이 연결되지 않는 길을 지칭하는 '트레일(Trail)'이 합하여 형성된 합성어로, 경북의 봉화에서 청도에 이르기까지, 10개 시군의 낙동정맥 주변을 잇는 역사·문화 자원을 연계한 숲길이다.
낙동정맥트레일 1구간은 낙동강 최상류인 석개재에서 시작하여, 봉화중에서도 산골 중의 산골로 꼽히는 샘터마을을 지나, 울창한 숲과 맑은 물이 어우러진 반야계곡을 지난다. 시원한 계곡을 지나 따뜻한 감성이 묻어나는 석포역과 승부역으로 이어진단다.
가뭄으로 등로는 메말라 있어서 먼지가 풀풀 날리는데도,
흰꽃바디나물이 예쁜 꽃을 피어내어 산객들을 위로해 준다.
능선 마루금 등로에 하트 모양의 자연석이 이채롭다.
계곡이 있어야 할 돌이 꼭대기에 있다는 것은 이곳이 한때는 계곡이었다는 예긴데,
유구한 세월 앞에 선 인간의 한계를 절감한다.
임도 갈림길에 도착하여 임도를 따라와 기다리던 세 분과 합류한다.
북도봉을 향한 제법 가파른 오름길을 오르다가 첫번째 쉼을 한다.
신새벽임에도 바람 한점 없는 능선길을 오르려니 땀이 비 오듯 한다.
아예 웃통을 드러내고 바람을 기다려 보지만..ㅉㅉ
짧은 쉼을 뒤로하고, 조금은 완만해진 울창한 숲길을 따르면,
울창한 숲으로 덮인 북도봉 정상에 도착한다.
<북도봉(1,121m)>
강원도 삼척시와 와 경상북도 봉화군의 경계 능선에 있는 봉우리로, 행정구역은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리에 속한다. 북도봉의 유래를 알 수 있는 자료는 찾지 못했으나, 강원도에 속하지 않고 경상북도에 속한다 하여 그리 불리는지는 알 수 없다. 북도!
북도봉을 내려서면 북도봉과 묘봉갈림길 사이의 안부를 지나는데 실종 조난 사고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이곳 안부는 주변 지형이 뚜렷하지 않고 숲이 울창하여 등로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경고판은 산행 들머리에 있어야지, 이미 실종된 상태에서 경고판을 읽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경고판 옆에는 작은 이정표도 세워 놓았는데,
방향표시가 애매하여 여러 갈래로 얽힌 등로 때문에 잠시 혼란을 겪는다.
잠시 완만한 오름길을 따르다가,
쓰러진 고목을 아래로 통과하면 묘봉(민둥산) 갈림길이 나온다.
묘봉 갈림길(ㅜ자 갈림길) 도착.
묘봉은 이곳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500m쯤 떨어져 있고, 낙동정맥은 좌측으로 이어진다.
정맥꾼들이 예전에는 묘봉을 거의 그냥 지나쳤는데, 요즘은 대부분 묘봉을 들리는 듯하다.
<묘봉(猫峰)>
묘봉은 풍곡리 쪽의 문지골에 고양이가 많이 살았다고 전해지며, 지금도 문지골 막장에는 고양이 형상의 바위가 있어 묘(猫)봉으로 불린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묘봉은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500m, 10분 거리다.
잠시 편평한 능선을 따르면 묘봉갈림길 직전 안부로 이어질 듯한 갈림길을 지나게 된다.
능선길을 따라 우측으로 휘어져 내려서면 조릿대 지역이 나오고,
안부를 지나 오름길에는 나뭇가지가 붙은 연리지 나무 옆을 지난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면 다듬어 놓은 듯한 마당바위가 나온다.
마당바위를 옆으로 돌아 내려서는 백두들.
멧돼지가 능선을 온통 뒤집어 놓았다.
뭔가 맛난 게 땅속에 있었나 본데, 그 규모로 미루어 보아 엄청 큰 놈이지 싶다.
용인봉능선 분기점을 지난다.
용인봉능선은 이곳에서 북동쪽으로 분기하여 덕풍계곡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용인봉능선 분기 봉우리를 지나면 이내 용인등봉 정상에 도착한다.(06:13)
<용인등봉(龍仁嶝峰, 1,124m)>
삼척시 가곡면 덕풍계곡에서 올라오는 용인등(770m)이 부근에 있으며, 어진 용(龍) 같은 봉우리의 모습에서 명명된 듯하다. 또 다른 설은, 옛날 이곳에 '용'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이사를 할 때 목안(木雁)을 만들어 묻어두고 갔는데 그 뒤 나무기러기는 소리개가 되어 날아갔다는 전설이 있으며, 그 사람의 이름을 따서 용인등(龍仁嶝)이라 불리게 되었다고도 한다.
오늘은 산행이 일찍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기에 용인등봉 정상에서 조금은 이른 아침식사를 한다.
널널이 산행이라 그런지, 그닥 필요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치장도 하다가,
용인등봉 정상 인증을 남기고는 문지골 갈림길 봉우리로 향한다.
숲을 가득 메운 아침 안개가 햇살에 부서지고,
등로는 우거진 원시숲 속으로 이어진다.
하늘에 닿을 듯 쭉쭉 자라는 금강송이 멋지다.
요즘 아이들처럼 잘 자란 소나무 숲길을 따르면,
좌측 아래로 갈림길 흔적이 뚜렷한, 문지골 6폭포 갈림길 봉우리 직전 안부를 지난다.
문지골 6폭포 갈림길 봉우리에 도착한다.
(용인등봉 이후로 폰카메라가 오작동하여 사진이 흐리다)
<문지골>
문지골은 용소골 서쪽 줄미등봉 능선과, 덕풍계곡에서 용인등봉으로 이어지는 용인봉능선 사이의 6km에 이르는 골짜기로, 용소골에 비해 깊지는 않지만 등산인들의 발길조차 많이 닿지 않은 청정계곡이다. 덕풍마을 용소골 입구에 문지골 이정표가 있다. 문지골은 용소골처럼 웅장한 협곡은 아니며, 골이 소박한 편이라 용소골 같은 풍광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지골은 아기자기한 청정미가 있는 골짜기로, 문지골의 매력은 은밀함과 깨끗함이다. 용소골이 거친 자연을 가진 남성미 넘치는 계곡이라면, 문지골은 여성스러운 느낌의 아기자기한 계곡이다. 용소골에 비해 훨씬 찾는 이가 적어 사람의 발길이 덜 닿아 자연 그대로의 매력이 담겨 있다. 정비된 등산로나 안전 시설물은 거의 없지만, 용소골처럼 깊은 소나 협곡이 드물어 위험한 곳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길이 희미하고 이정표가 없어 길 찾기에 신경 써야 한다. 문지골은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골짜기이지만, 위태로운 사면 길이 많고 고정로프 통과 구간에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산행 부담도 없고 시간도 널널하여, 백두들의 산행에서는 좀체 보기 드문 여유를 즐기는 느긋한 쉼을 한다.
과일도 나누고 분단장도 하며,
그래도 화제는 올여름 더위가 얼마나 심한지에 대한 예기다.
문지골 6폭포 갈림길 봉우리에서 따르던 낙동정맥과 이별하고,
좌측 지능선을 따라 문지골로 들어서는데 앞쪽으로 죽미등봉 능선이 가늠된다.
죽미등봉 능선은 옛날에 갔던 용소골과 문지골을 가르는 능선이다.
능선의 아름드리 나무들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겪었던 산불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급경사의 지능선을 따르던 등로가 우측 사면길로 접어드는데,
거의 수직에 가까운 사면길에 가느다란 로프까지 매어져 있다.
가녀린 한가닥 로프에 의지해 사면길을 내려서면,
이내 문지골 계곡에 도착한다.
돌아본 문지골 6폭포 윗쪽 골짜기 날머리.
이곳이 6폭포 위쪽이라서 폭포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데, 아래로 가는 등로는 계곡 건너편 사면으로 이어진다.
문지골 계곡 상류 모습.
6폭포로 흐르기 직전의 모습.
6폭포 아래에는 벌써 백두들이 도착해 있다.
6폭로 아래로 가기 위해서는 암릉 사면으로 이어진 위험한 등로를 따라야 한다.
폭포 아래에 도착한 백두들은 벌써 입수 준비를 하고 있다.
문지골 6폭포 도착.
3단을 떨어지는 폭포에는 벌써 백두들이 올라 있다.
비록 가뭄으로 수량이 많이 줄어들어 있기는 하지만,
더위를 식히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나도 배낭을 벗어두고, 폭포가 만든 바위 소에 몸을 담근다.
남은 생(生)에 오늘의 내 모습이 가장 멋진 날이기에,
달도 별도 모두 드러내며 포즈를 잡아 보기도 한다.
부부탕에 들어간 두 분은?
소장파가 앞장서서 오르고,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포즈를 취하자,
망설이던 분들도 하나둘 폭포수에 몸을 담근다.
오르다가 떨어져도 그저 물놀이의 한 순간!
보는 이가 있어서 더 즐거운 부부탕!
어떤 이는 다이빙을 하며 안경을 바닥에 두고 나오기도 하고,
어떤이는 멋진 선남선녀의 은밀한 모습을 담기에 바쁘다.
문지골 폭포수에 올여름의 더위를 식히는 회장님.
물속에 두고 온 안경 찾기 잠수를 핑계로 피서를 즐긴다.
한순간의 행복을 위해 모진 세파와 싸워나간다.
이 짧은 기억이 올여름 폭염과의 싸움에서 많은 보탬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에 몸을 담그면 훨씬 좋다고 등을 떠밀어 보지만,
예쁘게 단장한 화장이 지워질세라...
문지골 6폭포에서의 피서를 뒤로하고,
문지골 6폭포를 배경으로 추억을 남긴다.
백두들이 떠난 문지골 6폭포를 한번 더 담아 두고는 나도 발길을 돌린다.
6폭포 아래쪽에도 폭포가 있어서 왔던 비탈로 올라서 내려가야 한다.
백두들이 떠난 자리를 채우려는 듯, 커다란 배낭을 멘 한 무리의 산객들이 올라오고 있다.
등로는 계곡으로 이어져 있어서 수시로 끊어지기를 반복하기에 제대로 된 계곡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5폭포를 내려서기 위해서도 가파른 사면 험로를 지나야 한다.
사면을 따르며 내려다본 5폭포 모습.
5폭포 아래 우측 골짜기로는 죽미등봉으로 이어지는 희미한 등로가 있다.
이어지는 작은 소폭들이 보기만 해도 무더위를 가시게끔 한다.
잠시 이어지던 족적은 계곡 물길에 잦아들어 버려서, 계곡의 바위 사이로 길을 더듬어 내려선다.
급하게 쏟아지던 물줄기는 넓은 바위지대를 지나면서 평화로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문지골 트레킹 등로가 워낙 험로여서 온몸의 근육을 바짝 긴장시키는 바람에,
앞서가던 분들도 자주 쉼을 하며 긴장을 풀고 있다.
돌아본 상류 방향이 그림인 듯 다가온다.
연이어 나타나는 작은 폭포를 지날 때마다 등로는 사면 험로를 지나게 되고,
계곡의 폭이 조금 넓어지는 곳 조차도 지나기가 쉽지는 않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등로를 찾다 보면,
바위 절벽에 드리워진 작은 밧줄을 발견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4폭포가 아닐까 싶었던 곳이 명함조차 없는 무명 폭포다.
가파른 사면으로 이어진 등로에는 낙엽까지 수북이 덮여 있어서,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
원시계곡의 모습을 간직한 문지골 상류 방향.
하류 방향.
이제는 계곡을 몇 번째 건너는지 기억조차 힘들다.
저 위에는 뭣이 있을까?
끝없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문지골.
이제 계곡에서 다슬기를 찾는 분들도 보인다.
4폭포를 지나며 내려다본 모습.
4폭포 아래에는 한 무리의 피서객들이 더위를 잊고 있다.
4폭포를 지나며 계곡이 한결 유순해질 것으로 기대했건만,
계곡의 모습은 별반 다르지를 않다.
누리장나무꽃.
개나무·노나무·깨타리라고도 하며 냄새가 고약하여 구릿대나무라고도 하는데, 어린잎은 나물로 먹고 꽃과 열매가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심는다. 생약의 해주상산(海洲常山)은 잔 가지와 뿌리를 말린 것인데, 한방에서 기침·감창(疳瘡)에 사용한단다.
무명 폭포 위를 건너기도 하는데,
수많은 이런 폭포가 이름조차 없이 남아있는 골짜기가 문지골이다!
돌아본 폭포 모습.
무~명폭포를 배경으로.
계곡에 널린 바위를 더듬어 내려서는데, 앞쪽으로 더 이상 진행이 어렵다.
족적을 찾다가 좌측 절벽을 보니 빛바랜 밧줄이 보인다.
밧줄을 잡고 오르는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별로 높지는 않지만, 미끄럽고 중간에 발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아서 젓먹던 힘을 쏟으며 오르는데, 절벽 한켠에는 사망사고가 있었다는 동판이 붙어 있다. 나중에 트럭기사분께 들은 바로는, 2년 전에 밧줄을 잡고 오르던 분이 미끄러져 떨어지며 자기 스틱에 머리를 다쳐서 유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문지골 최고의 난코스임이 분명하다.
밧줄 구간을 지나니 다시 계곡이 넓어지며 물 흐름이 여유로워 보인다.
우측 바위 절벽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이 위태롭다.
계곡 바닥에 십자가 모양이 그려진 곳을 지나면,
문지골 3폭포가 나온다.
3폭포를 내려서자 계곡은 한결 넓어진 느낌이지만,
등로의 상황은 별반 개선된 게 없어 보인다.
단지 달라진 게 있다면 바위의 모서리가 조금 둥글어진 정도!
그나마 계곡의 폭이 넓어지며, 등로가 급경사의 비탈면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정도!
이제 계곡의 바닥에는 잔돌도 보이기 시작하고,
가끔씩은 제법 널찍한 등로가 이어지기도 한다.
이제 계곡 소폭들의 면모도 훨씬 유순해져 있다.
제법 넓어진 계곡을 잠시 따르면,
모양이 가장 매끄러운 문지골 2폭포를 지난다.
가도 가도 끝나지 않을 듯이 이어지던 문지골 내림길 등로는,
2폭포를 지나며 훨씬 뚜렷이 이어지더니 문지골 1폭로에 도착한다.
삼척의 문지골은 그냥 용소골보다 조금 오지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그야말로 등로조차 뚜렷하지 않은 오지 계곡으로, 진즉에 폭포 이름이 아리비아 숫자로 1, 2, ~ 6폭포로 명명된 것에서 그 쉽지 않은 길임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폭포라면 응당 그럴싸한 이름이 붙었을 터인데...ㅉㅉ
여튼 1폭포를 지나자 등로는 수레길 수준으로 바뀌며,
이내 용소골과 합류지점에 도착하고,
후미를 기다리며 쉼을 하던 백두들과 조우한다.
용소골 계곡을 건너면 이내 용소골로 이어지는 수레길에 올라서게 되고,
용소골과 응봉산 등산로 개설 안내도가 걸려있다.
우측 범바위봉 방향으로 아담한 기와집이 숲과 어울려 멋지다.
덕풍산장 도착.
덕풍계곡 입구에서 이곳 덕풍산장까지 6km 정도는 대형버스 출입이 불가능하여,
한낮 땡볕에 걸어가기도 어려울듯하여 트럭을 예약해 놓았다.
덕풍산장 모습.
예약해 놓았던 트럭에 올라 덕풍계곡 입구로 향한다.
첫번째 철다리를 건너고,
이내 두번째 철다리도 건넌다.
쨍쨍 내려쬐는 햇볕을 받으며 걸어가는 분들도 가끔씩 보인다.
덕풍계곡에는 물놀이를 하는 분들이 많이 보인다.
덕풍계곡 입구 직전에 하차하여, 마치 걸어서 내려온 듯 태연히 걸어 나간다.
트럭 영업이 불법이라 입구 직전에 내려준 듯하다.
돌아본 덕풍계곡 입구 모습.
본디 계획은 계곡에서 물에 몸을 담그고 버스에서 젖은 옷을 갈아입으려 했으나,
계곡 주차장 한켠에 샤워장이 있다는 예기를 듣고,
3천원씩을 지불하고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삼척시 도계읍 구사리에 있는 '콩이야기'라는 식당으로 이동하여 하차를 하려니,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진다. 하산할 때 왔었으면 좋았으련만...ㅉㅉ
문지골 산행의 기억 또한 잊으려고 탠탠소맥 뒤풀이를 시작한다.
각종 약초가 잔뜩 들어간 오리백숙과,
각종 산나물과 직접 기른 야채로 만든 밑반찬들이 하나같이 맛나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로 차려놓은 상을 실내로 옮긴 분들은 딸랑 선풍기 바람에 힘들어했는데, 야외에서 식사를 하는 여성분들은 션한 건들바람에 선경 같은 분위기다.
남은 잔정리를 하며 서로 많은 잔을 차지하겠다며 바보 승부를 시작하는 세분!
남은 두분 중 최종 승자는 주먹!
흐뭇한 표정의 최종 승자가 잔을 먼저 고른다.
별반 차이도 없는데...ㅋㅋ
그 사이에 야외에서는 쥔장 내외분과 한담을 나누며 훌륭한 요리에 감사를 표한다.
산행보다 뒤풀이가 좋았다며 다시 또 찾을 것을 기약하며,
콩이야기라는 훌륭한 식당을 뒤로하고 서울로 향한다.
우리 회원 중 최고령임에도 매번 산행에 참석하시던 권 법사님이 지난 25일 암 수술로 불참하셨기에,
입원 중인 병원에 들러 정정하신 모습을 확인하고 쾌유를 소망했다.
유난히 무더운 여름이다.
그래서 백두들도 14년 만에 처음으로 계곡 트레킹을 했다.
앞으로 얼마만큼 더 더위가 맹위를 떨치게 될는지는 모르지만,
문지골 6폭포 아래에서의 추억으로 무더운 여름을 견디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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