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8년

정선 취적봉과 덕산기계곡 트레킹 : 멋진 풍광과 함께한 물놀이 트레킹의 추억

by 재희다 2018. 8. 17.

산 행 지 : 취적봉, 덕산기계곡 트레킹 (강원도 정선군)

산 행 일 : 2018. 08. 11.(토)

산행코스 : 정선 석공예단지 ~ 취적봉(729m) ~ 덕산1교 ~ 덕산기계곡 ~ 북동교

              (12.5km, 7시간)

산행참가 : 21백두.

 

<산행지도>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지난번 문지골 계곡 트레킹에 이어 이번에도 계곡 트레킹을 가기로 하고 장소를 찾던 중에, 용현 형님이 덕산기계곡을 추천하고 창병씨도 추천에 가세하기에 검토해 보았더니 산행과 계곡트레킹을 아우룰수 있는 적당한 코스인것 같았다. 다만 최근의 가뭄으로 계곡이 메말라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 약간 우려스러웠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취적봉 능선을 타고 가다가 계곡 중간 쯤으로 내려와 하류방향으로 트레킹을 한다는 것이 조금 걸리는 부분이었다. 일반적으로 계곡 트레킹은 상류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는게 훨씬 재미있고 사고의 위험도 줄일수 있다. 그런데 덕산기계곡을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정성군 화암면 북동리가 나오는데, 이곳은 들고나는 길이 외길 뿐인 오지라서 버스가 회차를 할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은 곳으로 보였다. 다행이 산행기를 검토하다 보니 트레킹의 종착지인 북동교에 버스가 들어와 있는 사진이 보이기에, 최종적으로 덕산기계곡 업스트림 트레킹을 확정했다.

폭염을 피해 계곡트레킹을 가기로 하자 등산화가 부담스러워졌다. 신고 다니는 등산화가 중등산화라서 물이 들어가면 빠져나올 구멍이 없어 무척 불편할 것 같았고, 아쿠아 신발은 바닥이 얇아서 자갈과 바위가 있는 계곡을 걷기에는 적당치 않아 보여 새로이 싼 경등산화를 구입하고 산행에 나서기로 했다.

 

덕산기계곡이 있는 정선에는 고산준령이 첩첩이 늘어서 있고, 화암팔경과 함께 덕우팔경이 있다. 덕우팔경이 에워싸고 있는 취적봉은 연산군의 네 세자가 버드내(유천리)에 유배되어 감자로 목숨을 연명하고, 피리를 불며 고향 생각을 달래다가, 중종이 내린 사약을 받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하여 취적봉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취적봉 주위에는 빼어난 경치를 노래한 동계 12경 또는 덕우 8경이 있는데, 내일 취적봉을 오르며 덕우 8경 중 대부분을 먼발치에서나마 보게 되리라 기대하며 버스에 오른다.

 

 

산행 들머리가 있는 덕우리 정선석공예단지 주차장에 도착하여,

여유 있는 산행이 예상됨에 따라 두어 시간의 단잠을 더 청한 후 일어나 산행 준비를 한다.

 

정선석공예단지 건물 뒤편으로, 올라야 할 취적봉이 어슴프레 가늠된다.

 

 

감입곡류 하천인 어천을 건너는 하돌목교로 들어서며 취적봉 산행을 시작한다.

 

<어천(漁川)>
동대천이라고도 하며, 강원도 정선군 동면 백전리 산지에서 흘러 내려온 물줄기들이 합류하여 북북서 방향으로 흘러 정선읍에서 조양강과 만나는 하천이다. 어천은 비교적 규칙적인 곡류 패턴을 보이는 감입곡류 하천이며, 하곡의 폭이 좁기 때문에 곡류하는 반원의 직경도 짧다. 어천은 물고기가 많아서 붙인 이름이며, 어천의 형세는 뱀의 형상이고 정선읍 뒷산은 제비가 새끼를 치는 형국이라, 정선읍에서 인물이 나오지 않고 동면에서만 인물이 나왔다고 한다. 이 어천을 잡아야 정선읍이 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뱀을 잡으려고 삼구팔학(三龜八鶴)을 만들어 땅에 묻었다는데, 삼구팔학은 세 마리의 거북이와 여덟 마리의 학이다. 이 말은 전설로만 내려오다 1985년 수해 당시 한 마리 거북이가 노출되어 사실임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구전에 의하면 거북이 하나는 상동, 또 하나는 하동에 묻었다고 하며, 여덟 마리 학은 정선읍의 비봉산과 조양산에 묻었다고 한다.

 

 

하돌목교를 건너면 취적봉 등산 안내도와 이정표가 있다.

 

 

하돌목교를 건너 우틀하여 어천 제방을 따르다가 이내 좌틀하여 밭두렁으로 들어서는데,

옛날 어릴 때나 보았던 수수밭이 펼쳐진다. 폰카메라로 찍으니 아쉽게도 분간이 어렵다.

 

 

수수밭을 지나니 소나무숲이 울창한 취적봉 산행 들머리가 나오고,

초입은 비교적 완만한 능선 오름길이 이어진다.

 

 

오르면 오를수록 되돌아 보이는 어천이 똬리를 틀며 사행하는 뱀처럼,

굽이굽이 한반도 모양의 감입곡류 지형을 만들어 놓아,

동강을 바라보는 백운산에서의 조망과도 흡사하다.

 

<감입곡류(incised meander, 嵌入曲流)>
하천의 곡류현상 중 한 가지로, 주로 산간지방에서 산지 사이를 곡류하는 현상이다. 지반의 융기 또는 침식 기준면의 하강으로 자유곡류하천이 원래의 패턴을 유지하면서 하도를 깊이 파면, 하도 양안에 깊고 대칭적인 하곡을 이루면서 감입곡류를 하게 된다. 감입사행이라고도 하며, 감입곡류는 융기 이전 원래의 유로를 유지하면서 더욱 깊은 골짜기를 형성하게 된다. 감입곡류는 융기준평원을 침식하는 하곡에서 흔히 볼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산간지대를 흐르는 대하천의 상류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압록강이 대표적인 감입곡류로 알려져 있으며, 그 밖에 두만강·한강·대동강·금강 상류도 그와 같은 특색을 보인다. 특히 남한강 상류 지역의 영월 지방도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잠시 쉼을 하며 조망을 즐기는 백두들.

 

 

잠시 오르니, 좌측 나뭇가지 사이로 조망이 트이며 덕우리 마을이 살짝 조망된다.

 

 

점점 가팔라지는 능선을 오르다 보니, 사모바위가 앞을 막아선다.

 

<사모바위(시계바우)>
전망대를 지나면 사모바우(시계바우)가 오뚝하게 능선을 가로막는다. 사모바위 암벽은 오른쪽으로 돌아서 오른다. 사모바우는 덕우리에서 올려다보면 모자처럼 생겼는데, 이 바위에 바위 그림자가 없어지면 정각 12시가 된다. 시계가 없던 시절에는 이 바위가 정오를 알려주어 시계바우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사모바위 아래에서 돌아본 덕우리 백오담마을과 운금장 방향.

 

<백오담 마을>
지금은 없어져 복원할 계획이라는 백오담은 덕우리 유천마을 중앙에 있던 연못 자리로, 옛날 연못에 흰 까마귀가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욕심 많은 이가 명당이라 탐욕하여, 연못을 메우고 그 터에 집을 지은 후 가세가 기울었고, 그 후 아니 지금도 그 집으로 이사가는 사람마다 집안이 패가망신한다고 한다. 지금도 문짝이 떨어져 나간 폐가만 남아 있다고 한다. 운금장은 덕우리 2반 유천마을 남향에 있는 산으로, 구름이 산봉우리 위로 피어오르는 모습이 황홀하다고 한다.

 

 

사모바위 우회길로 들어서는 백두들.

 

사모바위 우회길은 급경사 사면길이라 밧줄로 가이드레일을 만들어 놓았다.

 

 

사모바위를 우회하여 다시 주능선으로 올라선 백두들은 우측 능선을 따라 취적봉으로 향하고, 사모바위 정상에서의 조망이 궁금한 나는 좌틀하여 사모바위 꼭대기로 향한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듯, 바위와 관목들로 진행이 쉽지 않은 능선을 잠시 따르면 사모바위 정상에 서게 된다.

 

사모바위 정상에서 올려다본 취적봉 방향.

 

취적봉 북서쪽 지능선이 병풍 모양의 절벽으로 되어 있다.

 

북서쪽 덕산기계곡 입구 방향.

 

서쪽 정선 방향 아래쪽으로 덕우리 백오담마을과 반선정(伴仙亭), 구운병 등의 덕우팔경이 내려다 보인다.

 

남서쪽 방향으로는 뾰족한 준봉들이 늘어서 있고,

 

남쪽 방향 능선 너머로는 민둥산이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다.

 

남쪽 어천 건너편의 석곡리 보리산 방향.

 

남동쪽 화암면 군의산 방향.

 

동쪽 화암동굴이 있는 각희산 방향.

 

살짝 당겨본 동쪽 하늘이 일출로 밝게 빛나고 있다.

 

 

밝은 햇볕이 산하의 음영을 지워가는 장면을 하염없이 지켜보고 싶지만,

앞서간 백두들이 기다릴 것 같아서 다시 한번 서쪽 정선읍 방향을 담아두고는

사모바위 정상을 뒤로하고 취적봉을 향한다.

 

 

잠시 오르니 조망이 트인 쉼터가 나온다.

 

전망 쉼터에서 바라본 서쪽 정선읍 방향.

 

 

나뭇가지에 걸린 이정표도 참으로 간결하다.

 

취적봉이 가까워질수록 어천이 만들어 놓은 감입곡류 사행천의 모습이 뚜렷해진다.

 

남서쪽 기우산 방향.

 

 

취적봉 정상 갈림길에 도착한다.

취적봉은 이곳에서 우측으로 20m쯤에 있는데,

나중에 하산은 좌측 제월대 방향의 능선으로 갈 예정이다.

 

 

고산준령이 첩첩이 늘어서 있는 정선에서 728m 높이의 취적봉은 예상보다 가볍게 올라선다. 암릉 위로 올라서니 조망이 시원하다. 어천이 골골 샅샅이 누비는 장관은 동강의 백운산 조망에 비하여도 결코 뒤지지 않아 보인다.

 

 

취적봉 정상에 도착하여 쉬고 있는 백두들!

 

<취적봉(吹笛峰, 729.3m)>
정선읍 덕우리 마을 건너편에 피리를 부는 산이란 뜻의 취적봉(729.3m)이 있는데, 백두대간의 금대봉(1,418.1m)에서 발원한 물이 어천을 지나 조양강에 어우르기에 앞서, 석곡리와 덕우리를 빠져나가며 얼싸안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산 이름의 유래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오른다. 조선 중종반정 후, 연산군의 네 아들이 이곳에 유배됐다. 그들은 감자로 목숨을 연명하고 피리를 불며 고향 생각을 달래다가, 중종이 내린 사약을 받고 결국 짧은 생을 마감해야 했다. 마을 건너편 석벽이 덕우 8경 중 하나로, 그들이 피리를 불었다던 취적대이고, 그 뒷산이 바로 취적봉이다. 또한 인근의 지족산 자락에서 보면 마치 동자가 피리를 불고 있는 듯 보인다고 해서 그렇게 불린다는 설도 있다.


취적대를 뺀 덕우팔경의 나머지 7경은 다음과 같다.
낙모암은 덕우리 백평마을 삼합수 강변에 모자 모양을 한 기암절벽이고,
제월대는 백평마을 강변에 암봉 사이로 달이 건너다니는 깎아지른 석봉이다.
구운병은 대촌마을 강변에 아홉 폭 병풍을 세워 놓은 듯한 기암이고,
옥순봉은 대촌마을 강변에 상투를 틀어 올린 듯한 석봉이다.
반선정은 대촌마을 강변에 있는 정자 터로, 주변을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운금장은 유천마을에 있는 산으로, 구름이 이 산봉우리 위로 피어오르는 모습이 아름답다.
유천마을 중앙에 있는 백오담은 연못이 있던 자리로, 옛날 연못에 흰 까마귀가 서식했다고 한다.

 

 

남동쪽 보리산과 기우산 방향.

 

보리산과 백이산 방향.

 

동북쪽 문래산 방향.

 

동쪽 각희산 방향.

 

동남쪽 화암면 방향.

 

남쪽 민둥산 방향.

 

민둥산 방향을 한번 더...

 

남서쪽 예미산 방향.

 

민둥산 방향을 한번 더 담아두고.

 

 

취적봉 인증을 남긴다.

 

 

취적봉을 뒤로하고 갈림길로 돌아 나와, 북서쪽 제월대 능선을 따라 덕산기계곡 입구 방향으로 향한다.

 

하산은 북서쪽 제월대가 있는 능선으로 한다. 부드러운 능선을 걷다가 양쪽이 절벽인 위태로운 급경사를 내려서면, 상장바위산과 고양산이 멀리 시야에 들어오고, 발아래로 낙모암과 구운병이 수려하게 보이며, 옛날 진을 쳤다는 구진베리 협곡(덕산기계곡)이 실낱같이 발 아래 가물거리는 능선길이다.

 

 

급경사를 내려서면 부드러운 능선길이 잠시 이어지고,

 

 

작고 간결한 이정표를 지난다.

 

 

좌.우가 모두 급경사이지만, 능선은 숲으로 덮인 부드러운 등로가 잠시 이어진다.

 

 

좌측으로 소나무 재선충병 구제를 해 놓은 곳을 지나는데,

 

조망이 살짝 트이며, 남쪽으로 기우산에서 군의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조망된다.

 

제월대 능선을 따라 낙모암으로 향하는 백두들.

 

 

소나무 숲으로 덮인 능선길이 이어지더니,

 

 

전방으로 어천이 만들어 놓은 동그란 물도리 지형인 백평마을 은내뜰과 상정바위산 방향이 시야에 들어오고,

 

좌측으로는 덕우팔경의 하나인 구운병이 내려다 보인다.

 

<구운병(九雲屛)>

구운병은 덕우리1반 대촌마을 강변에 아홉 폭 병풍을 세워 놓은 듯한 기암으로, 덕우 8경의 백미를 이루는 곳이다.

 

살짝 당겨본 구운병과 은내뜰 조망.

 

 

소나무가 있는 전망대에 서니,

 

앞쪽으로 낙모암이 내려다 보인다.

 

<낙모암(落帽岩)>
낙모암은 나라안에서 오지의 청정 계곡으로 남아 있는 덕산기 계곡이 어천에 합류하는 덕우리1반 백평마을 삼합수 강변에 모자 모양을 한 기암절벽이다.

 

 

제월대 절벽을 따라 내려서는데, 좌측 구운병 방향 조망이 트이고,

 

감입곡류를 만들며 흐르는 어천의 작품인 백평마을 은내뜰도 조망된다.

 

 

제월대 절벽 위에는 위험 표시판이 세워져 있고,

 

내려다본 제월대 낭떠러지가 간담을 서늘케 한다.

 

낙모암이 한눈에 들어오고,

 

어천이 만들어 놓은 둥그런 섬 모양의 은내뜰에 자리한 외딴 농가가 그림으로 다가온다.

 

 

돌아본 제월대 모습.

 

<제월대(霽月臺)>

제월대는 덕우리1반 백평마을 강변에 있는 깎아지른 절벽 암봉을 말한다. 달이 걸리고 넘는 방향과 높이로 시간을 가늠했다 하여 이름 지어진 뼝대(바위로 이뤄진 높고 큰 낭떠러지를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로, 깎아지른 뼝대가 석봉을 이룬 곳이다.

 

주변의 바위가 마치 반죽이 굳은 모습 같다.

 

제월대를 배경으로 백두의 여인들!

 

 

어천과 덕산기계곡이 만나는 합류지점이 발아래로 보이고,

 

낙모암도 코 앞으로 다가선다.

 

우측으로는 가야 할 덕산기계곡(구진베리)이 시야에 들어온다.

 

 

제월대 능선을 따라 덕산기계곡 입구로 내려서는 백두들.

 

깎아지른 천 길 단애 제월대 능선을 따라 강으로 내려선다. 이곳에서 우측 덕산기 계곡을 건너면 구진베리 약수가 나온다. 구진베리 약수는 30년 전에는 눈병과 피부병 등에 효험이 있다 하여 많은 사람이 찾았으나, 요즘은 온천개발로 찾는 사람이 없는 청정 샘물이 되었다 한다.

 

 

제월대 능선 날머리에 도착하니, 낙모암 안내판과 이정표가 있다.

덕산기계곡은 우측으로 가야 되지만, 어천과 덕산기계곡 합수점이 있는 좌측으로 들어선다.

 

 

어천을 건너 반선정으로 가는 징검다리에서 입수(入水)하여 덕산기곡으로 가야 하는데,

연출자의 의도를 무시하고 징검다리 건너기를 고집해 보지만...ㅉㅉ

 

어천에 입수하여 낙모암 아래 덕산기계곡 입구로 향한다.

 

징검다리에서 어천으로 입수한 분들은 무릎을 적시며 덕산기계곡 입구로 왔고,

 

징검다리를 건너며 입수를 거부했던 분들은 허리까지의 입수를 감내해야 했다.

 

 

낙모암 아래 덕산기계곡 입구에서 입수 기념 아침식사를 한다.

 

 

낙모암 아래에서의 느긋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덕산기계곡 트레킹에 나선다.

 

<덕산기계곡>

덕산기계곡은 정선군 정선읍 여탄리에서 덕우리 거쳐 화암면 북동리로 뻗은 10여㎞의 물길이다. ‘정선아라리’의 구성진 가락처럼 굽이굽이 휘고 돌고 늘어진 물길 따라, 흐르고 고인 옥빛 물줄기와 수직으로 솟은 뼝대(바위로 이뤄진 높고 큰 낭떠러지를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들이 이어진다. 몇 년 전까지 오지 탐방꾼들만 찾아드는 곳이었으나, 방송 연예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여름철 피서객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피서객들 발길은 대개 방송을 탄 계곡 들머리 덕산1교 부근에 집중된다. 상류 쪽은 여전히 드나드는 이들이 뜸해 한적한 ‘오지’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골짜기 안에는 11가구의 주민이 산다. 이 중 4가구가 민박집을 운영한다.

큰 비가 온 뒤, 사흘 뒤부터 일주일 사이가 계곡탐방에 적기라 하고 하며, 물이 줄어 잔잔해져야 보석 같은 물 빛깔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계곡을 따라 트레킹 하는 이들이 늘었지만, 대부분은 계곡 들머리의 취적봉 산행만 하거나, 능선을 따라 계곡 중간으로 내려와 하류로 내려가는 코스로 간다. 그래서 골짜기 상류 쪽은 아직도 청정지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덕산기계곡은 폭우 땐 계곡의 수량이 급격히 늘지만, 며칠 지나면 물이 다 빠져버려 금세 바닥이 드러난다. 평소엔 거의 말라 있다시피 한 건천, 즉 이른바 ‘비 와야 하천’인데, 물길 따라 걷는 동안에 비가 오면 폭포가 된다는 ‘비 와야 폭포’도 네댓개나 된다고 한다. 폭포 중 하나는 ‘나가라 폭포’라는 별칭을 가졌는데, 그 폭포에 물줄기가 보이기 시작하면, 탐방객들은 지체없이 이 계곡에서 나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물이 불어 며칠씩 고립될 수 있다고 한다.

덕산기계곡 물길은 오래전부터 정선읍과 북동리를 잇는 옛길로 이용된 곳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 골짜기 안에 40여 집이 살았다고 한다. 구진베리(굽은 절벽·굽은탱이)·새질내기(새로 길 낸 곳)·미네미(뫼넘이)·도사골(산 사이 골짜기) 등 정겨운 옛 이름들이 계곡 곳곳에 남아 있다.

 

오지 아닌 오지 정선 덕산기계곡은 예전에는 완전 오지였었지만 현재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지 아닌 오지 마을로 변했다. 물길따라 멋지게 펼쳐진 기암절벽의 품에서 계곡 트레킹의 맛을 맘껏 즐기며, 흘린 땀을 비취빛의 맑고 시원한 덕산기계곡 물에 온 몸을 맡기면 이 보다 상쾌하고 유쾌한 힐링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연일 폭염이라 숨도 턱까지 차오르는 무더위를 덕산기계곡에서 모두 식히고 갔으면 한다.

 

 

제월대 능선 모퉁이를 돌아가자,

낙모암 전방 갈림길에서 우틀하여 덕산기계곡으로 바로 갔던 분들이 기다리고 있다.

 

덕산기계곡의 물은 있는 듯 없는 듯 명경처럼 맑고,

 

수량도 걷기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줄어들어 있다.

 

지나온 낙모암 방향의 덕산기 계곡 모습.

 

입수를 않고 덕산기계곡으로 바로 진입한 분들도 식사를 하고 있었나 보다.

 

 

이제 모든 백두들이 모였으니, 연어처럼 덕산기계곡을 거슬러 올라 보자!

 

 

덕산1교를 지나며 투명한 불에 들었는데, 보기보다 깊이가 장난이 아니다.

너무나 투명한 탓에 깊이를 가늠키가 어렵다.

 

 

새로이 개설된 도로 축대를 따르기도 하고,

 

 

제법 깊어 보이는 소를 만나면 얕은 물가로 우회하기도 하며,

 

 

연어(鰱魚)라면 마땅히 물속으로 가야 하는데, 옹달샘을 찾아온 토끼 마냥 물가를 따르기도 한다.

 

그래도 계곡 트레킹은 물을 거슬러 올라야 제 맛!

 

 

가뭄으로 물길이 잦아든 곳에는 갈대가 무성하여 산에서 족적을 찾듯이 강에서 물길을 더듬어 간다.

 

물가의 바위에는 이끼들이 예쁜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이어지는 맑은 소를 만나면 배낭을 벗어두고 온몸을 담가 보기도 한다.

 

 

비가 내리면 폭포가 된다는 ‘비 와야 폭포’에는 마른 바위들만 보인다.

 

 

푸른 하늘에 떠가는 구름이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어 여유로운 계곡 트레킹을 이어간다.

 

 

함께 추억을 남기자는 말에도 무심한 남정네들은 반응이 없고,

 

하는 수 없이 홀로서 덕산기 계곡 트레킹의 추억을 남긴다.

 

 

맑은 물이 고인 소를 만나면 어김없이 온몸을 담그며,

 

동심에 젖어 보기도 한다.

 

 

우측 기슭에 '가족민박'이라는 간판을 내 건 외딴집을 지나면,

 

작은 돌멩이가 가지런히 깔린 명경 같은 개울이 나오고,

 

 

백두들이 배낭을 벗어둔 채 동심에 젖어있다.

 

수영복으로 흰색은 금물(禁物)이라는데,

 

모두가 즐거워하니, 이 또한 나의 행복이라며...

 

모두에게 추억을 선사한 정 여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몰래 꼴쳐 온 맥주도 조금씩 나누고,

 

 

계곡을 거슬러 목적지인 북동교로 향한다.

 

 

'웃구진베리'의 내력을 적은 석판이 세워져 있고,

 

잠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르다가 다시 물길로 들어선다.

 

 

역암으로 굳다가 만, 금방이라도 부서질듯한 역암 덩어리가 이채롭다.

 

바닥에서 솟아나는 샘이 있는 곳은 무척이나 차가워서 담긴 발이 시려올 정도다.

 

 

차갑고 물맛도 좋은 샘이 곳곳에 널려있다.

피부병에 좋다는 구진베리 약수가 이곳인지 모를 일이다.

 

 

다시 시멘트 도로를 잠시 따르다가,

 

 

우측의 지름길 도로를 두고, 좌측 계곡으로 들어서면,

 

 

토종닭이 노닐어 입맛을 다시게 하는 인가 앞을 지나게 되고,

 

 

사륜구동 차량이 세워진 초막도 지난다.

 

초막 앞 개울을 가로질러 메어진 밧줄에는 진돗개 한 마리가 목줄을 걸고 있다.

목줄이 메어진 밧줄을 따라 미끄러지며 진돗개가 쉬이 개울에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무심코 다가가다가 뛰쳐나오는 진돗개에 깜짝 놀란다.

 

 

병풍처럼 둘러진 뼝대(바위로 이뤄진 높고 큰 낭떠러지를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를 따라 이어진 물길을 더듬어 오르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막아서고,

 

 

도로에 올라 잠시 따르니, 민박집 입구를 지나게 된다.

 

 

솔밭밑민박 앞 계곡에서 잠시 쉼을 하며 배낭털이를 한다.

 

 

그나마 조금씩 이어지던 물길도 말라버려, 건천으로 변한 덕산기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아슬아슬하게 쌓아 놓은 돌탑이 즐비한 주점 입구를 지난다.

 

민박을 겸한 주점 입구에는 산약초술을 판다는 간판도 걸려 있다.

 

 

선답자들의 답사기에서 보았던 협곡에 도착하는데,

협곡을 흐르던 물은 간데없고 온통 마른 자갈들만 나뒹굴고 있다.

 

협곡 바닥은 인근 민가의 진입로로 이용되었던 듯, 시멘트로 포장이 되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양철지붕의 허름한 정자에는 '세심정'이라는 현판이 떠억~하니 걸려 있다.

 

 

이런 오지에 '책방'이 있다.

'숲 속의 책방'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는데 차와 커피를 판단다.

여유가 있었으면 들어가 차 한잔 나누고 싶지만, 먼저 간 분들이 기다릴까 싶어서 발길을 돌린다.

 

 

'그리움과 혼숙을 하는 밤'은 어떤 느낌일까!

 

 

물 한 방울 흐르지 않는 덕산기 계곡을 거슬러 가다 보면,

 

 

좌측으로 검은 양철지붕의 인가가 보이는데,

 

인가 입구에는 막걸리도 파는 주막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주막집 입구에는 출입을 막는 금줄이 걸려있다.

 

 

주막을 지나 도로를 따를까 하다가, 우측 계곡으로 들어서니,

 

넓은 반석 위로 물이 흐른 자국이 선명한 마른 계곡이 이어진다.

 

급류가 빚어 놓은 작품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오르려니,

 

이런 암반 위에 옥류가 흐르는 모양이 연상되어 아쉬움만 키운다.

 

옥류가 만들어 놓은 작은 작품들이 모두 다 드러나 보인다.

 

 

이어지는 넓은 바위너래 지대를,

 

옥류가 가득 찬 모습을 그리며 가다 보니,

 

깊이 파인 바위 웅덩이 조차도 말라 있기에 자세히 살펴보니,

 

물이 상류 쪽 움푹 파인 곳으로 흐르고 있다.

아마도 구멍처럼 움푹 패인 곳에 지하로 흘러나가는 물길이 있나 보다.

 

 

돌아본 하류 방향.

 

상류 북동교 방향 전경.

 

 

바위너래 지대를 빠져나오는데 앞쪽에서 한 무리의 트레커들이 나타나 도로와 계곡 어느 쪽이 좋으냐고 묻는다.

젊은이들이 많아 보여 계곡 암반지대를 따라가는 게 좋다고 일러주고는 상류 방향으로 가던 길을 이어간다.

 

 

울창한 소나무숲과 층암절벽 뼝대가 조화를 이룬 경치를 감상하며 오르다 보니,

 

 

백두들이 자그만 물웅덩이에서 트레킹의 잔재를 정리하고 있다.

 

 

나도 간단히 세안을 하고, 도로를 따라 북동교로 향한다.

 

돌아본 마지막 물웅덩이 모습.

 

 

이내 오늘 트레킹의 종착지인 북동교에 도착한다.

 

북동교에는 북동쪽 함바위 마을 방향 계곡이 청정지역 휴식년제 지역으로 고시되어, 출입을 제한한다며 주민들이 지키고 있다. 청정계곡에 시멘트 포장길을 내고, 숙박시설을 만드는 등 자연을 훼손하는 사람들이 정작 누구란 걸 몰라서 그러는지 묻고 싶을 뿐이다.

 

이곳에서 좌측 함바위 가는 방향으로 다시 물길 따라 3㎞ 쯤을 더 오르면, 오른쪽 작은 골짜기 초입에 ‘옻물내기’ 약수터가 있는데, 예로부터 피부병에 좋다는 약수란다.

 

 

옷을 갈아입는 남자들에게 버스를 양보한 여성회원들이

양지바른 다리 난간에서 이글거리는 태양에 몸을 말리고 있다.

 

북동리를 출입하는 유일한 통로인 문치재로 오르는 도로는 구불구불 구절양장처럼 이어져 있다.

 

지나온 문치재 오름길 도로가 아득히 이어져 있다.

 

 

뒤풀이 장소가 있는 정선읍으로 이동하여,

 

정선 전통시장 내에 있는,

 

 

황기 막국수 집에서,

 

푸짐한 먹거리로 뒷풀이 시간을 가진다.

 

전병과 수육 등등이 하나같이 맛나다.

 

 

힘든 산행 대신에 널널한 트레킹을 해서인지, 텐텐과 먹거리 소비 속도가 평소보다 못하다.

 

그래도 씩씩한 백두의 여전사들은 여전히...ㅋㅋ

 

회장님의 정선 절친분들과 함께한 자리가 이어지고,

그 후의 기억은 ~~~

 

잠시 '계영배'의 교훈을 망각했던 나 자신의 철저하지 못함이

후회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