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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네팔 랑탕 트레킹 8일(라마호텔~툴루샤브루) : 집으로 가는 길에서 찾아야 할 것은

by 재희다 2019. 5. 3.

산 행 지 : 네팔 랑탕히말 트레킹(Langtang Himal Trekking) 8일차 (라마호텔~툴루샤브루)

산 행 일 : 2019. 05. 03.(금)

산행코스 : 라마호텔(2,470m) ~ 림체 ~ 밤부 ~ 도멘(샤브루베시 갈림길) ~ 툴루샤브루(2,250m)

               (13km, 6시간 소요)

산행참가 : 17백두.

 

<산행지도>

 

 

오늘 일정은 도착지인 툴루샤브루의 고도가 출발지인 라마호텔 보다 200m 낮아서 내림길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라마호텔에서 출발하여 랑탕계곡을 따라 내려가다가, 도멘 직전의 툴루샤브루 방향 갈림길에서 좌측 능선으로 가파르게 올랐다가 다시 지계곡으로 내렸다가 또다시 툴루샤브루가 있는 지능선 위로 올라야 해서, 실제는 고도를 800m쯤 높여야 하는 쉽지 않은 구간이다. 하지만 전체 거리가 13km 정도로 짧아 5시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데, 어제 강진곰파를 출발한 이후로 줄곧 내림길에 익숙해진 근육을 다시금 긴장시켜야 하고, 이미 며칠간 계속된 트레킹 일정으로 많이 지친 상태라서 끝까지 방심하지 않고 페이스를 조절하며 진행하는 게 좋아 보인다.

 

라마호텔 롯지의 방과 방 사이의 벽이 얇은 합판으로 되어 있어서 옆방에서 자는 분의 숨소리도 들릴 정도다. 혹여 젊은 청춘남녀가 옆방에 든다면 쉬이 잠을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다행 중 불행으로 아무런 흥밋거리도 없었고, 어제 처음으로 물로 씻을 수 있었던 탓인지 나름 곤한 잠을 이루었던 것 같다.

 

 

밖에서 전해오는 부산한 움직임에 눈을 뜨고 어제 세수를 했던 내 모습이 궁금하여 셀카를 찍었더니, 웬 젊은이가!

고산증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곤한 잠을 자서 그런 건지 얼굴은 팅팅 부어서 젊어진 듯 보이지만,

며칠째 면도를 하지 않아 턱 주변이 거무티티하며 눈동자와 표정은 희망이 사라진 무념(無念) 그 자체다.

그저 살아있으니 그저 해야 할 것 같은 일상들을 따를 뿐이다.

 

 

나와는 달리 세상은 오늘도 변함없이 그렇게 부산한 일상을 시작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모든 준비를 완료한 분들은 식당에 모여 따뜻한 차를 마시며 오늘의 트레킹을 준비하는데,

 

몇몇 분의 얼굴 상태는 말이 아니다.

트레킹 내내 햇살이 뜨겁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는데,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던 몇몇 분의 얼굴은 검붉게 그을려 있고, 용호형님의 얼굴은 화상을 입은 듯이 보인다.

혹여 나중에 네팔 트레킹에 나서게 된다면 자외선 노출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듯하다.

 

 

우리의 트레킹 백은 잘 포장되어 말 잔등에 실려 먼저 출발하고,

 

 

백두들은 네팔 쿡이 정성 들여 준비한 조반을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입 안으로 밀어 넣는다.

 

 

솜뭉치 마냥 피곤한 몸이지만 랑탕계곡의 서늘한 아침 공기에 힘을 얻어,

 

라마호텔을 뒤로하고 툴루샤브루를 향해 트레킹을 시작한다.

 

 

아직도 햇살이 비추지 않는 깊은 골짜기라 상쾌한 새벽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랑탕 계곡길을 따르는 백두들.

 

 

 

 

완만한 사면 오름길을 따르니 햇살이 비춰오고,

 

림체 쯤을 지나는데,

 

좌측 능선 봉우리 사이로 능선 너머 코사이쿤드의 봉우리쯤이 잠자던 호기심을 일깨운다.

 

 

며칠 전 오름길에서 따스한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쉼을 하던 곳에는,

예쁜 소녀가 앉아서 아침햇살을 즐기고 있다.

 

샤브루베시 방향.

 

좌측 지계곡 너머에는 코사이쿤드쯤의 설산이 살짝 보인다.

 

 

유순한 내림길을 편안하게 따르며,

 

오름길에 보았던 풍경이라 땅만 보며 걷는데,

 

 

"손 총무님 머리!"라는 외침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바위가 얼마나 단단한지 머리로 과감히 실험을 한다.

 

밀려오는 고통을 참으며 태연하게 가던 길을 가시는 총무님!

나중에 보니 머리에 상처가 나 있었다.

바위는 아무런 손상이 없었는데.., "바위 승(勝)!"

 

 

어떤 고통과 시련도 인내하며 딛고 일어나 묵묵히 나의 길을 가는 손총무님.

부디 본인의 건강도 잘 챙기셔야 다른 회원들도 보살필수 있을 텐데..

며칠 전에 떠나온 샤브루베시가 있는 곳도 가늠되더니,

 

 

좌측 아래로 대지진 때 희생된 두명의 이스라엘인 추모 장소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산사태 지역을 통과한다.

 

 

계곡을 우측에서 좌측으로 건너는 출렁다리 직전의 쉼터에 도착하여,

잠시 다리를 쉬게 한다.

 

진열 해 놓은 기념품 앞을 서성여 보지만, 마땅히 살만한 게 보이지 않는다.

 

다와야 잘 지내지!

 

 

잠시의 쉼을 뒤로하고 다시 랑탕계곡 하산길에 나선다.

 

 

 

최근에 만들어진 듯 보이는 출렁다리를 건넌다.

 

 

출렁다리를 건너서 돌아본 랑탕계곡 모습.

 

 

계곡 좌측 사면을 따라 호젓한 숲길이 이어지고,

 

우레와 같은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백두들도 편안한 숲길을 따른다.

 

 

경사가 심한 사면은 길이 지그제그로 나 있어서,

 

보기와는 달리 그리 어렵잖게 오르내릴 수 있다.

 

 

짧은 바위 너덜을 지나면,

 

길은 이내 편안한 오솔길의 모습을 되찾는다.

 

 

우측 랑탕 계곡을 흐르는 물은 언젠가는 겐지스강을 거쳐 인도양에 도착할 텐데,

앞으로 얼마나 다양한 인간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풍경들을 보게 될까!

저 물줄기는 빙하에서 태어나 작고 미약한 계곡을 따라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넓은 강물이 되어 유유히 편안히 바다로 흐르는데,

우리는 태어나 요람에서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 자라나고,

점점 세월이 흘러 노년이 되면서 겪게 되는 풍파는 왜 점점 모질게 닥쳐올까!

 

 

지진이 아닌 홍수로 인해 온통 헤집어진 지계곡을 지나,

 

 

밤부(Bamboo) 마을에 들어서니, 야크가 아닌 소 젖을 짜는 모습이 보인다.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소의 뿔이 무섭게 생겼는데,

젖을 짜는 아낙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의 목적 달성에만 열중이다.

 

 

밤부 마을에 도착하여 잠시 쉬는가 기대했는데,

 

 

우리네 시골 마당의 닭들과 별반 다르지를 않다.

하지만 이곳의 닭들은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좀체 식용으로는 잘 잡지를 않는다고 하는데,

없어서 못 잡아먹지 벌레 땜시 안 잡아먹지는 않을 듯하다.

 

트레킹 도중에 한번도 마을을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는데,

이번 밤부 마을은 못 본 듯이 그냥 스쳐지나며 그렇게 트레킹이 이어진다.

 

 

길은 가파른 사면으로 이어지더니,

 

다시 울창한 숲으로 이어진다.

 

 

밤부 마을을 지나쳐 온 게 아쉬웠던지, 녹색의 숲길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목을 축일 정도의 짧은 쉼을 뒤로하고, 다시 아기자기한 숲길 걷기에 나선다.

 

 

크고 작은 나무와 풀들이 녹색의 향연을 펼치는 숲길은,

 

오랜 트레킹으로 쌓인 피로를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우측 절벽에는 원숭이들 전용의 바나나 농장이 올려다 보이고,

 

길은 깎아지른 협곡 사이로 이어진다.

 

 

 

이런 멋진 숲길은 언제까지나 걸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호언에도 수긍이 되고,

 

걸으며 쌓이는 피로보다 숲이 씻어주는 피로가 더 크게 느껴진다.

 

 

올 때는 우측 절벽에 매달려 있는 석청을 보며 신기해했는데,

이제는 그 무엇도 그다지 신기할 게 없고,

 

그저 편안히 이어지는 숲길이 마냥 좋을 뿐이다.

 

 

아직은 이른 시간인데 점심식사가 예정된 롯지가 있는 마을에 도착한다.

 

무겁지 않은 배낭을 내리고 점심 식사가 준비되기를 기다린다.

 

가야 할 툴루샤브루 쪽을 배경으로.

 

할 게 없으니 셀카도 찍어보며,

 

시간이 다소 무료하게 느껴질 즈음에야,

 

점심으로 라면이 준비되고,

한국에서 공수해온 라면으로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는 입맛을 찾아본다.

 

어둠이 깔리면 자고, 식사가 나오면 먹고, 걸으라면 걷는다.

점심을 먹었으니 걸으라는 예기는 없었지만 걸어야 할 때이기에 다시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선다.

 

 

 

 

언젠가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서 보트를 타고 서해까지,

그리고 황지에서 남해 바다까지를 답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문득 랑탕 계곡물에 보트를 띄워 트리슐리강, 겐지스강을 거쳐 인도양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랑탕계곡과 트리슐리강은 물살이 거치니 걸어서 가야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사면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잠시 내려가면,

 

 

 

도멘 직전에 있는 코사이쿤드 방향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샤브루베시 방향의 랑탕 계곡길을 두고,

좌측 코사이쿤드 방향 오름길로 접어들어 오늘의 목적지인 툴루샤브루로 향한다.

 

<코사이쿤드(Gosaikunda)>
코사이쿤드 호수(Gosaikunda Lake)는 네팔 랑탕국립공원(Langtang National Park)에 있는 고산 호수로, 고도 4,380m의 라수와(Rasuwa) 지역에 있다. 빙하가 녹은 호수의 물은 트리슐리강(Trishuli River)으로 흘러들고, 10월에서 6월까지는 얼어붙는다. 이 지역에는 모두 108개의 호수가 있으며, 그중 5개 호수의 규모가 크며, 5개 호수 중 가장 큰 호수가 코사이쿤드 호수다. 힌두교 신 중 하나인 시바(Shiba)가 한 때 머물렀다고 믿어지는 힌두교 성지 중에 하나이기도 하여, 매년 8월이면 이곳에서 축제가 벌어지는데, 그때가 되면 네팔 각지에서 몰려온 순례자들로 이곳이 가득 찬다고 한다.
코사이쿤드(Gosaikunda)는 둔체-헬람부(Dhunche-Helambu) 트레킹 루트에서 중요한 장소로, 이 트레킹은 같은 지역의 유명한 랑탕 밸리 트레킹에 인접해 있어서 두 트레킹을 결합 할 수 있다. 코이이쿤드 트레킹은 랑탕히말(Langtang Himal)의 둔체(Dhunche) 마을 또는 샤브루베시(Shabru Besi) 또는 카트만두 계곡의 순다리쟐(Sundarijal)에서 시작한다. 보통 랑탕 트레킹과 코사이쿤드 트레킹을 함께 하면 15일 정도가 소요되는데, 우리는 일정을 줄여서 가급적 많은 회원들이 참여하게끔 랑탕 트레킹만 하기로 했었기에 다소간 아쉬움도 남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이어온 샤브루베시 방향의 탕탕계곡 내림길은 끝이 나고,

툴루샤브루까지 다시 고도를 400m 이상 높여야 하는 오름길이 시작되는데,

 

길은 계곡 좌측의 급경사 사면을 따라 'Z'자 모양으로 이어진다.

 

 

등로 한켠의 나뭇가지에는 솜뭉치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자세히 보니 사람이 걸어놓은 솜뭉치가 아니라 식물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지그제그로 이어지는 길 조차도 가팔라지며,

내림길에 익숙해져 버린 다리가 좀체 적응을 꺼려한다.

 

애고 내림길이라더니 이게 웬 고생!

 

 

우측 나뭇가지에서 놀고 있던 야생 원숭이들의 고함소리를 핑계로,

힘든 걸음을 멈추어 보기도 하고..ㅉㅉ

 

 

시커멓게 그을린 듯한 바위에서 원인을 찾는 척 멈춰 보기도 한다.

 

 

잠깐씩 나오는 평지길이 이렇게나 반가운 것임을 깨달아 가는 사이에,

 

 

모두가 지쳐 있을 때 독야청청하신 전여사님의 미소가 부러울 뿐이다.

 

 

그렇게 길지 않은 오름길을 힘겹게 올라서니,

"환영합니다"라는 한글이 반가운 외딴 롯지가 나온다.

 

"애고 내려간다더니, 왜 이런 오름길이!"

 

 

무거운 짐을 지고서도 슬리퍼로 다니는 네팔 청년들이 부러울 뿐이고,

 

가야 할 툴루샤브루는 건너편 지능선 위로 보인다.

 

 

허름한 매점 앞에서 잠시 다리를 쉬게 하고는,

 

건너다 보이는 툴루샤브루로 향한다.

 

 

건너편 지능선 위에 자리한 툴루샤브루를 향하여 외딴 롯지를 뒤로하자,

 

 

길은 사면을 따라 평탄하게 이어지고,

 

 

내일 가야 할 코사이쿤드로 이어지는 길목에 자리한 싱곰파(Singh Gomba)가 있는 능선이 보인다.

 

사진의 중앙 지능선 위에 보이는 마을이 툴루샤브루다.

 

 

가파른 오름길에서 경사가 없는 사면길로 바뀌자 백두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지는데,

 

 

 

엇! 앞쪽 계곡 아래에 출렁다리가 보인다.

저 다리를 건너야 할 듯한데, 그럼 저 아래 계곡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한다는 것!

 

애고, 그냥 올라도 쉽지 않아 보이는데, 한참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한다니..ㅉㅉ

 

 

그래도 내림길이 반가운 김교수님이 계곡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아 보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에는 앞서간 백두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가파르게 내려서서 출렁다리를 건넌다.

 

출렁다리에서 본 툴루샤브루.

보기에는 완만하게 오르면 될 듯이 보이지만, 실재는 제법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

 

지나온 내림길을 돌아보니 위쪽으로 무너질 듯 보이는 절벽이 자리하고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 다시 계곡 바닥으로 내려가고,

 

 

계곡 바닥을 지나며 올려다본 출렁다리.

 

 

 

계곡 바닥에서 지능선 위에 자리한 툴루샤브루로 오르는 오름길을 시작한다.

 

 

돌아본 출렁다리 방향.

 

 

랑탕계곡 트레킹을 마치고 코사이쿤드 트레킹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은지,

툴루샤브르로 이어지는 길이 널찍하니 잘 나있다.

 

 

툴루샤브루 산사면 경작지 중간쯤에 위치한 롯지에서 잠시 쉼을 한다.

 

배낭을 내려놓은 백두들이 뭔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데,

 

롯지 옆에는 목재를 켜는 제재소가 있다.

아마도 몇 해 전에 발생한 대지진으로 무너진 집을 새로이 건축하는 데 사용되는 듯하다.

 

 

롯지 앞쪽 랑탕계곡 건너편의 세르파가온 방향 조망.

 

 

 

잠시의 쉼을 뒤로하고 다시 툴루샤브루 숙소로 향한다.

 

 

 

 

돌아본 랑탕계곡 방향.

 

 

보기와는 달리 순해 빠진 네팔의 바둑이.

 

다랑논처럼 조성된 경작지 너머 능선 위에 우리가 묵게 될 롯지가 있다.

 

랑탕계곡을 지긋이 바라보며 늘어진 검둥이가 살짝 부러워지기도 한다.

 

 

돌아본 랑탕계곡 방향.

 

 

 

이제 목적지가 지척으로 올려다 보이는데,

 

길은 사면 방향으로 한참을 돌아서 오르게 된다.

 

 

샤브루베시 갈림길을 지나고,

 

돌담의 모습이 우리네 섬마을의 돌담을 연상케 한다.

 

 

 

대지진 때 무너진 가옥 옆에는 새로운 건물이 건축되고 있다.

 

 

 

 

돌아본 랑탕계곡 방향으로 설산들이 보인다.

 

살짝 당겨본 랑탕의 설산 모습.

 

 

이곳에는 상수도가 들어오는지, 신축 중인 건물에 수도 배관 공사를 하고 있다.

 

 

 

 

능선 주변에는 시멘트 건물이 들어차 있어서, 마치 작은 도회지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툴루샤브루 롯지 도착.

 

 

롯지에서 본 랑탕계곡 방향.

불과 엊그제만 해도 저기 설산 아래에 있었는데, 이제는 그림 속 풍경이 되었다.

 

 

 

롯지 뒤에서는 북서쪽 방향으로 가네쉬히말이 조망된다.

 

 

사진의 중앙 아랫 편 산사면에 꼬불꼬불 나 있는 길은 샤브루베시에서 골정(Goljung)으로 이어지는 도로다.

 

저 도로 아래에 샤브루베시가 있다.

 

 

옅은 안개가 끼어 있어서 가네쉬히말의 연봉들 모습이 뚜렷하지는 않다.

 

롯지 뒤뜰에는 네팔인 일행들이 고단한 하루 일정을 마치고 잠시의 한가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손총무님이 부르튼 얼굴로 방을 배정하고 또 트레킹 백을 배정된 방으로 옮기게 하느라 부산한데,

 

옆집 아낙은 제 할 일에 여념이 없고,

 

 

신축 중인 건물에는 벽돌공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롯지 안주인이 자기네 롯지가 안전하고 좋다며 자랑을 하다가,

서북쪽 설산을 가리키며 가네쉬히말이라 알려주며, 가네쉬히말 I, II, III봉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알려주는데,

워낙 멀어서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네쉬히말I.

 

가네쉬히말II.

 

가네쉬히말III.

 

 

시간이 흐르며 가네쉬히말 방향이 조금 더 뚜렷이 보인다.

 

 

 

 

 

 

가네쉬히말을 배경으로.

 

 

 

구름이 없었으면 가네쉬히말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혹시 내일 아침에 좀 더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고산증에서 풀려나니 입맛도 돌아오고,

이에 맞추어 푸짐하고 화려한 만찬이 차려졌다.

 

 

설산 등정 때 자외선에 고스란히 노출된 얼굴에는 영광의 상처를 고스란히 새긴채,

이제 내일 하루만 더 걸으면 여정이 끝난다는 안도감에,

네팔의 막걸리 격인 '창이'를 증류하여 만든 '럭시'를 마시며 밤이 늦도록 흥겨운 시간을 가지는데,

그럼에도 가슴 한켠에 자리한 외로움은 뭔지..!

 

 

그동안의 트레킹 노정에 비추어 별다른 특징이 없는 하루였다.

체르코리 정상 등정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마감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그런 것인지,

육체적으로는 피로가 누적되어 기계적으로 다리를 움직이는 상태였고,

정신적으로는 공동의 목표가 사라지고 각자의 목표인 집으로 향하는 상황이라 공동의 희망을 잃은 상태랄까!

 

우리네 삶을 돌아보아도 그렇다.

뭔가 이뤄야 할 것이 있고, 이루고 싶은 것이 있을 때에는 정신과 육체 모두가 그것이 매달리지만,

어느 순간 상황이 바뀌어 문득 정신을 차리고서 보면,

이루고 싶은 것이 사라졌거나 부질없다고 느꼈을 때에 맞닥뜨리게 되는 외로움.

분명 그것은 고독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우리가 이루어낸 것들을 추억하며 서로를 위로해 보지만,

이미 가슴 한구석에서 고개를 들기 시작한 외로움을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그런 외로움과 직접 맛짱을 떠서는 승산이 없다.

따라서 당장 내일 이루고 싶은 뭔가 다른 희망을 만들어 내고,

그 희망이란 놈과 가까이하기 위한 장애들을 극복하는 과정만이

우리가 맞이하게 될 외로움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 아닐까!

 

(랑탕트레킹 9일차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