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지 : 네팔 랑탕히말 트레킹(Langtang Himal Trekking) 10일차 (둔체~카트만두)
산 행 일 : 2019. 05. 05.(일)
산행코스 : 둔체(2,030m) ~ 트리슐리(점심) ~ 카트칸두(830m)
(93km, 차량으로 이동 7시간 소요)
산행참가 : 17백두.
<산행지도>
어제의 일정으로 랑탕히말 트레킹을 마감하고, 오늘부터는 집으로 귀가하는 일정이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지프차로 카트만두까지 가게 되는데, 올 때는 베트라와티에서 람체와 둔체를 거치지 않고 트리슐리강 계곡을 따라 새로이 개통된 도로를 이용하여 샤브루베시로 갔었지만, 갈 때는 랑탕국립공원의 중심지인 이곳 둔체에서 산허리로 이어지는 아슬아슬한 벼랑길을 따라 람체를 지나 수많은 급커브가 있는 급경사 도로를 달려내려가 베트라와티로 간 다음 카트만두로 가게 된다. 도로의 많은 부분이 비포장이어서 흙먼지가 많고, 카트만두 시내 구간은 차량 매연도 심하므로 미세먼지 마스크를 준비하면 좋을 듯도 하다.
아침에 식당으로 내려오니 네팔 달력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궁금하면 지는 것이니 바로 다가가서 보니, 달력을 보고 네팔 숫자를 해독하고 있다.
네팔도 우리의 음력처럼 별도의 책력을 가지고 있는데, 네팔은 양력 4월 14일 무렵에 새해가 시작되게 되어 있고,
달력의 표시는 네팔력을 위에 크게 표시하고 양력을 아래에 작게 표기하고 있다.
그리고 숫자는 대충 아라비아 숫자와 같이 10진법을 쓰며 모양도 비슷하게 생겼다.
즉 아래의 네팔 달력은 새해의 시작인 1월의 달력인 것이다.
전날 저녁에 염소 고기로 배를 불린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롯지에서 제공된 아침식사는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다른 날에 비해 부실한 편이었고,
간단히 봉다리커피를 타서 선잠을 깨우고는 짐을 꾸려 롯지를 나선다.
둔체 시가지는 꾀나 근사한 건물들이 즐비하다.
도착한 지프차 3대에 트레킹 백을 나눠 싣는데 무지막지한 흙먼지 때문에 덮개를 잘 덮어야 한단다.
<둔체(Dhunche, 2,030m)>
행정구역상 바그마티 주의 8개 지구(district) 중 라수와(Rasuwa) 지구의 수도이다. 주도이자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로부터는 북쪽으로 약 43.57km 지점에 있다. 기후는 아열대 동계 건조 기후에 해당하며 연평균 기온은 15.0°C, 연평균 강수량은 1,572mm이다. 트리슐리 강의 동안, 랑탕 국립공원(Langtang National Park:면적 1,710km²)의 서단에 위치하며 랑탕 국립공원을 관장하는 중심지 역할을 한다. 해발고도 약 2,030m의 산지에 있으며 도로는 파상 라무 고속도로(Pasang Lhamu Highway)가 지난다. 고속도로라고 해도 비포장이거나 시골길 수준이지만.
환한 표정으로 지프차에 타기는 했는데,
카트만두까지의 오랜 여정 동안에 머리와 엉덩이가 얼얼해지고,
흙먼지와의 전쟁은 어떻게 잘 이겨낼 수 있을런지..ㅉㅉ
타르초가 내걸린 둔체를 뒤로하고 카트만두를 향해 출발한다.
둔체에서 람체로 이어지는 도로는 트리슐리강 동쪽의 깍아지른 절벽 사면으로 어이져 있고,
우측 트리슐리강 건너편 산 중턱의 고그네(Gogne)마을과 경작지로 꼬불꼬불 이어진 길이 조망된다.
둔체를 출발한 지 10여분 만에 검문소가 나타난다.
우리 같은 보통사람들은 잘못한 일도 없는데 검문소 앞에서는 늘 움츠려 든다.
대기하는 차량도 없는데 한참을 기다리다가,
지프차에 실려있던 트레킹 백을 모두 내려서 검색을 해야 한단다.
무기나 테러에 사용되는 물품을 검색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희귀 동식물 반출 여부를 검색한다고 한다.
이곳 랑탕국립공원은 UNDP 자금을 지원받고 있어서 UNDP에서 요구한 희귀동식물 보호 활동을 하는 것이란다.
군인들의 검색에 응하기 위해 모든 트레킹 백을 일일이 내려서 검사하고 다시 실어야 한다.
군인들의 검색이 이어지는 동안에 랑탕국립공원 안내도를 살피는 백두들.
검문소 옆에는 랑탕국립공원 홍보실도 있는데, 공원 관련 기사와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30여 분간의 검색을 마치고 다시 람체를 향해 출발한다.
명색이 하이웨이인데 바위 절벽을 살짝 깎아서 길을 내어 놓았다.
가끔씩 보이는 길을 오가는 주민들을 아슬아슬 스쳐지나고,
교행이 불가능할 듯이 보이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교행 할 때면 저절로 눈을 감아버리게 된다.
인가가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싸데(Thade) 쯤을 지나고 있는 듯하다.
속도도 줄이지 않고 절벽길 급커브를 돌아서는데,
앞쪽에서 나타나는 버스가 길을 모두 차지하며 달려오고 있다. 질끈 눈을 감는 수 밖에는 ~~
지도상 그랑(Grang)이란 마을쯤을 지나니,
산허리로 이어진 가야 할 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도로가 비포장으로 바뀌는데도 속도는 줄이지 않고,
탑승자들은 연신 엉덩방아를 찧으며 비명을 내뱉는다.
우리 차가 일으킬 자욱한 흙먼지를 뒤집어쓰게 될 주민들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이거 하이웨이(Highway) 맞어?!
앞쪽 멀리로 람체쯤으로 짐작되는 제법 큰 마을이 보이고,
낙석이 떨어지고 있는 곳을 지나는데,
차를 운전하고 있는 기사는 전혀 당황스런 기색도 없이 돌이야 굴러 떨어지던지 말던지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몰아,
람체 마을로 들어선다.
교복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눈에 띈다.
유실된 도로를 복구하는 공사를 하고 있는데,
중장비는 보이지 않고 모두 사람의 손으로 하고 있다.
교복을 차려입은 학생들이 가방을 메고 등교하고 있는데,
람체가 꾀나 큰 규모의 마을이어서 등교하는 학생들의 숫자도 무척이나 많아 보인다.
네팔의 학교 등교 시간은 오전 10시, 하교 시간은 오후 4시쯤이라고 하는데,
통학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서 그렇게 할 수 밖에는 없단다.
곳곳이 공사판인 람체 마을을 벗어나니,
차는 요동을 치며 다시금 비포장 도로를 달린다.
지나온 람체 마을이 한눈에 조망되는 곳에서 잠시 차를 멈추고 쉬어가기로 한다.
트리슐리강 건너편 산에는 구름이 걸려 있고,
돌아본 람체 마을 방향에는,
람체 마을과 우리네 다랑논(Terraced Paddy Field) 모양의 경작지가 보인다.
람체 마을을 배경으로.
10분간의 쉼을 뒤로하고 다시금 차에 올라 트리슐리로 향한다.
추월이 불가능해 보이는 버스도 추월하고,
도로를 독차지하고 달리는 트럭도 추월하여,
다이붕(Dhaibung) 마을 검문소에 도착한다.
이곳 검문소에서는 가이드만 내려서 간단히 신고를 마치고 바로 출발하는데,
이곳부터 베트라와티까지는 급경사 사면을 따라,
지그제그로 이어지며 수많은 헤어핀이 있는 도로를 달려 내려가게 된다.
유턴 표시가 아니라 도로가 180도 굽어 있다는 표시다.
비교적 포장 상태가 좋아서 그런지 급경사에 급커브 도로를 빠르게 내달려서 탑승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지프차의 에어컨이 신통치 않으니 그렇게 해서라도 한기를 느끼게 하려는 기사의 배려인지도..ㅉㅉ
가야 할 트리슐리로 이어지는 도로가 저 아래로 조망된다.
트리슐리강과 베트라와티강이 합류하는 베트라와티 갈림길을 지난다.
카트만두에서 샤브루베시로 갈 때는 이곳에서 람체 방향으로 가지 않고,
트리슐리 강을 따라 이어진 도로로 진행했었다.
트리슐리강에 합류하는 베트라와티강 교량을 건너면,
트리슐리강 동안으로 이어진 비포장 도로를 따라, 흙먼지를 뒤집어쓰면서 트리슐리로 향한다.
도로를 새로이 포장하려는지 곳곳에 도로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며칠 전 샤브루베시로 갈 때 점심을 먹었던 트리슐리의 짐부(Jimbu)라는 식당에서,
트레킹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서 그런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트리슐리를 뒤로하고 카트만두로 향한다.
도로는 제법 너른 평지로 이어지는데, 비포장에 도로공사가 한창이라서 흙먼지와의 전쟁은 불가피하다.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가져갔지만 더운 날씨에 쓰고 있기가 여간 괴롭지 않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과 교행이 불가능해 보이지만, 어떻게든 충돌은 모면하며 내달린다.
리쿠강(Likhu River)을 건너 강 남쪽을 따라 탄싱(Thansing)으로 이어진 도로는 비포장이기는 하지만 상태는 좋은 편이다.
탄싱(Thansing)의 양호한 비포장 도로가 끝나고 다시 노면이 거칠어지며,
카트만두의 경계 지역인 타나반장(Thana Bhanjyang)을 향해 급경사의 꼬불꼬불한 오름길을 시작한다.
비포장 도로에서 차가 심하게 요동을 칠 때마다,
기사가 "Ok?"라고 상태를 물어오는데,
승객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No ok!"다.
좌측 멀리로 카트만두의 경계지점 검문소가 있는 안부 고갯마루가 가늠된다.
차가 꼬불꼬불 고도를 높여 가자, 좌측으로 골짜기와 건너편 산이 내려다 보인다.
저 너머 어디쯤에 출발지였던 둔체가 일을 터.
돌아본 리쿠 강(River) 방향.
가야 할 도로의 흔적이 녹색의 산사면에 선명하다.
지나온 도로 모습.
지나온 마을 풍경.
저 건너편 능선 너머 멀리에 코사이쿤드와 랑시샤카르카가 있을 터.
지나온 도로가 녹색 산허리에 선명하다.
카트만두의 경계쯤에 있는 검문소에 도착한다.
좌측 산허리로 지나온 도로가 보인다.
이곳은 시바푸리 나가르전 국립공원의 출입구 이기도 하다.
고갯마루 검문소 전경.
검문소를 뒤로하자 가야 할 카트만두 시가지가 내려다 보인다.
샤브루베시로 갈 때 차가 올라가지 못할까봐 조바심을 내던 곳도 지나고,
카트만두를 향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 내려가면,
이윽고 포장도로가 나오며 카트만두 시내로 진입하게 된다.
차량과 오토바이 그리고 행인들로 붐비는 카트만두 시내로 진입하는데,
뒤죽박죽인 듯 보이는 도로에서 사고가 안 나는 게 신기할 정도다.
차선도 보이지 않는 도로에서 차들과 오토바이가 뒤엉켜서 지나가는 모습이 곡예를 보는 듯하다.
대통령궁 근처의 번화가를 지나,
숙소인 야크엔예티 호텔에 도착한다.
배정받은 호텔 방에 트레킹 백만 올려두고, 랑탕 트레킹을 자축하는 만찬을 하러 야크엔예티 호텔을 나선다.
근데 둔체에서 카트만두로 오는 동안에 10년은 늙어버린 모습이다.
야크엔예티 호텔 진입로 모습.
만찬을 위해 식당으로 향하는 백두들.
만찬 장소인 타칼리 퓨전요리 식당 도착.
정갈해 보이는 식당 만찬장에 자리한 백두들.
랑탕 트레킹의 주인공 한대장과 보좌진들.
보기에 우아해 보이는 스테이크 요리가 나오고,
모든 일정을 무난하게 소화해 준 보조출연진들도,
'함께 가야 한다'는 임무 완수를 자축한다.
만찬이 무르익을 즈음에 보조출연진들의 소회를 듣는 자리가 마련되는데,
우선 고희를 맞으신 회장님깨 축하와 함께 백두산우회를 이끌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리고,
랑탕 트레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백두들이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과,
트레킹 도중에 겪었던 역경을 이겨낸 기쁨을 나누고,
여러모로 많은 위로와 도움이 되어 준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또한 앞으로도 백두산우회가 모든 회원들의 성원으로 더욱 발전하길 기원하며,
향우 네팔 트레킹에 대한 희망도 제시한다.
그렇게 소회를 밝히는 순서가 이어져서 나의 순서가 되었기에,
이번 트레킹을 마련해 주신 회장님께 감사를 드리며,
우리가 누린 벅찬 환희와 기쁨은 백두들이 함께 했었기에 누릴 수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아울러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생존과 자유를 추구하는 생명체인 인간들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여행을 하게 될 때면,
평소보다 좀 더 자유롭기를 원하게 되는데,
혹여 일탈로 비춰질 수도 있는 이런 모든 여행자의 갈구가
정상적이고 우리를 더욱 건강하게 할 것임을 예기했다가,
만찬장의 분위기를 일순간에 시베리아로 만들어 버리는 일도 있었다.
조연들과 건배를 나누며 저녁 만찬을 마무리한다.
만찬을 마치고 야크엔예티 호텔로 돌아와,
호텔 방에 다시 모인 백두들이 랑탕 트레킹에서의 환희와 난관들을 모두 추억으로 갈무리하며,
랑탕히말 트레킹 일정을 마무리한다.
라마호텔 직전의 롯지 벽에 쓰인 글귀가 생각난다.
"Come as Tourist, Go as Friend"
그저 무심한 관광객으로 방문했다가 랑탕을 사랑하는 친구가 된다는 예기인데,
나도 그저 랑탕이 좋은 곳이려니 하고 왔다가, 랑탕계곡과 그곳의 모든 것들을 친밀하게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트레킹에서 하나 더 느낀 게 있다면,
부부가 함께 여행을 하면 이혼을 하고,
낯선 이와 함께 여행을 하면 절친이 된다는 것이다.
설령 실상이 그러하다는 것을 절감한 바이지만,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주변을 바라보게 된다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조금이나마 살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랑탕트레킹 마지막 서울로 돌아오는 날로..)
'2019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태극유람 6차(삼각봉~벽소령) : 지리산을 찾아 시산제를 올리며 오늘과 같은 내일을 기원드린다. (0) | 2019.05.26 |
---|---|
네팔 랑탕 트레킹 11일(카트만두~인천) : 돌아갈 집이 있어서 다행인 나그네 (0) | 2019.05.06 |
네팔 랑탕 트레킹 9일(툴루샤브루~둔체) : 스스로 선택한 언덕길, 그 너머에는? (0) | 2019.05.04 |
네팔 랑탕 트레킹 8일(라마호텔~툴루샤브루) : 집으로 가는 길에서 찾아야 할 것은 (0) | 2019.05.03 |
네팔 랑탕 트레킹 7일(강진곰파~라마호텔) : 발길을 돌리며 되돌아 본 삶 (0) | 2019.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