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지 : 연가리골에서 아침가리골로 피서 트레킹.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산 행 일 : 2019. 08. 24.(토)
산행코스 : 연가리골 입구 ~ 연가리골 ~ 백두대간 연가리골 갈림길 ~ 백두대간 968봉 ~ 왕승골 갈림길
~ 가르미골 ~ 조경동 ~ 조경동교 ~ 아침가리골 ~ 아침가리골 입구(진동리경로당)
(20.6km, 9시간 소요)
산행참가 : 20백두.
<산행지도>
대한민국에서 오지를 꼽으라면 '삼(三)둔 사(四)가리'를 첫째로 꼽는다. 조선시대 비결서(秘訣書) <정감록(鄭鑑錄)>에 나와 있는 3둔4가리는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 즉 물.불.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삼둔사가리는 세 군데의 '둔'자가 들어가는 살둔.월둔.달둔 마을과, 네 군데의 '가리'자가 들어가는 아침가리.연가리.적가리.명지 가리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 삼둔사가리라는 일곱 군데의 마을은 전쟁도 피해 가고, 설악산에 살던 곰도 이곳에 들어와 길을 잃었다고 전해질만큼 가장 외지고 험한 땅인데, 모두 방태산을 중심으로 인제군 기린면과 흥천군 내면 일대에 걸쳐있다. 여기서 '둔'은 둔덕의 의미로 골짜기의 평퍼짐한 땅을, '가리'는 협착하지만 사람이 일구고 살만한 농토가 있는 골짜기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모두 방태산을 가운데 두고 골짜기 하나씩을 차지하고 들어앉아 있다.
먼저 3둔은 홍천군 내면 방태산 자락에 사람이 살 만한 3개의 편평한 둔덕으로 살둔(생둔), 월둔, 달둔을 말하며 내린천을 끼고 있다. 그중 살둔은 한자로 표기하는 생둔(生屯)이라고도 한다. 아침가리골을 따라 올라 능선을 넘어서면 월둔골이 시작되고 월둔골이 내린천에 합쳐지는 곳에 바로 월둔이 있고, 월둔을 기준으로 내린천 하류 쪽에 살둔이, 상류 쪽에 달둔이 있다. 그리고 4가리는 점봉산에서 발원한 진동계곡이 인제군 기린면 현리에서 내린천과 합류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골짜기의 물이 합쳐지는데, 그중 가장 큰 골이 바로 아침가리와 연가리, 적가리골이다. 적가리는 일찍이 방태산 자연휴양림이 들어서면서 마을이 사라졌고, 좀 더 상류의 연가리골은 원주민이 모두 떠나고 두 가구의 객이 들어와 살고 있다. 명지가리는 아침가리골 상류로 현재는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지경이다. 이 중 아침가리골이 가장 길고 웅장하다.
<삼둔사가리 위치도>
지난해 강원도 정선의 덕산기계곡 트레킹에 이은 삼척 문지골 트레킹으로 여름철 산행을 대신한 이후로, 올해도 혹서기 피서를 위해 계곡 트레킹에 대한 요구가 빗발침에 따라, 지난달 7월 넷째주 산행으로 진동리의 연가리골과 아침가리골을 탐방하기로 했었다. 코스는 연가리계곡을 따라 백두대간에 접속하여 968봉을 올랐다가 왕승골 갈림길에서 우측 가르미골을 따라 조경동으로 내려서고, 아침가리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코스다. 등로는 계곡 트레킹과 일부 백두대간 그리고 임도길이 대부분이다. 일부 구간은 등로가 극히 희미한 곳도 있지만 큰 어려움이 없이 무난히 진행할 수 있는 등로가 이어진다. 또한 산행 거리가 다소 부담스러운 분들을 위해 방동약수에서 출발하여 아침가리골만 탐방하는 짧은 코스를 따로이 준비하여, 조경동교에서 만나 아침가리골로 함께 계곡 트레킹을 즐기기로 했다. 하지만 산행일을 앞두고 연거푸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이 몰고 온 많은 강수로 두 번씩이나 연기를 하다가, 마침내 입추를 지나고서야 피서 아닌 계곡 트레킹을 가게 되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일본 아베 정부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트럼프의 트윗이라는 끝모를 분탕질', '조적조(曺敵曺)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낸 정치인의 위선' 등 나를 화나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양재에서 출발하는 산행 버스에 몸을 싣고 산행 출발지인 진동리 연가리골 입구에 도착하니 새벽 2시밖에 되지 않았다. 방동약수에서 출발하는 아침가리골팀과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조금 일찍 출발을 하려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연가리골을 캄캄한 한밤중에 모두 지나가버리기에는 아쉬움이 남을 듯하여, 버스에서 쪽잠을 잠시 더 청한 뒤 3시 20분에 일어나 산행 준비를 시작한다.
연가리골 입구에 정차한 버스에서 연가리골에서 출발하는 긴 산행을 선택한 분들만이 잠에서 깨어나 조용히 산행준비를 하여, 달빛조차 잠든 캄캄한 어둠 속으로 나오니 청량한 밤공기가 서늘하게 온몸을 감싸고,
길 옆에는 연가리(적암)마을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연가리골>
연가리계곡은 대자연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전설 속의 삼둔사가리(연가리, 아침가리,적가리, 명지가리)중의 한 곳이다. 인제 연가리골은 방태천 진동계곡에 위치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인 열목어, 퉁가리, 동자개, 쉬리, 수달, 도롱뇽, 반딧불이 등 1급수 어종과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지역이다. 연가리골은 백두대간인 조침령과 갈전곡봉 사이의 중간에 위치한 오지의 깊은 계곡으로, 인적이 드물어 원시림이 살아있는 곳이어서 계곡트레킹 명소로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또한 진동리 적암 마을에서 시작하는 연가리골 산행은 방태천에서 연가리골을 따라 백두대간 능선까지 유순한 골짜기를 따라 6km 정도 이어진다. 이후 조침령이나 구룡령 방향으로 백두대간을 진행하거나 아침가리골, 갈천리 등으로 산행할 수 있다.
방동약수에서 출발하여 아침가리골 트레킹만 하기로 한 분들을 버스에 남겨두고,
연가리골에서 출발키로 한 10분 중에서 9명만이 연가리골을 향해 트레킹을 시작한다.
새벽잠에 취해 있는 연가리민박 앞을 지나고,
속삭이는 듯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비오면잠수다리'를 건너서 상류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르면,
방태천에 합류하는 연가리계곡 입구가 나오는데,
다행히 물이 많지 않아서 위태로운 징검다리로 겨우 건너 본격적인 연가리골로 들어선다.
연가리골은 순하고 고운 골짜기로 골 중간까지 물줄기 옆에는 간간이 널찍한 밭이 펼쳐지고 민가도 들어앉아 있다.
좌측 언덕 위로 가면 연가리맑은터 민박집이 있다는 갈림길에서 우측의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진행한다.
계좌 좌측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도로를 따르며 단출한 전원주택도 지나고,
가끔씩 농막이나 비닐하우스도 보인다.
계곡 좌측으로 길게 이어지던 도로가 처음으로 계곡 우측으로 이어지는데,
사람들이 건널 수 있게끔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도로가 끝나는 지점 우측에 꾀나 넓어 보이는 밭이 있고,
이곳부터는 작은 오솔길이 계곡을 따라 이어져 있다.
도로 끝 지점에서의 짧은 쉼을 뒤로하고 수레길 수준의 오솔길로 들어서면,
우측 비탈에서 내려오는 작은 지계곡도 건너게 되고,
한참을 올라와서 그런지 수량이 많이 줄어든 연가리계곡을 우에서 좌로 다시 건너고,
이번에는 좌측 지계곡에서 내려오는 꾀나 큰 지류를 건넌다.
오늘은 계곡트레킹을 위해 보통의 중등산화가 아닌 물이 잘 빠질 수 있는 운동화 수준의 신발을 신어서 그런지, 신발에 모래와 작은 자갈이 자주 들어가서 가끔씩 신발을 벗어서 털어 주어야 한다.
다시 좌측에서 흘러내리는 지계곡을 건너서 홍수에 쓸려내려가 거칠기는 하지만 뚜렷이 이어지는 등로를 따른다.
이제는 수량이 줄어들어 한번에 훌쩍 뛰어 건널 수 있을 정도의 연가리골을 이쪽저쪽으로 건너며 오른다.
좁아진 등로가 계곡 우측 사면으로 이어지는가 싶더니,
다시한번 물길이 희미해진 계곡을 건너고,
물길에서 멀어져서 그런지 제법 뚜렷해진 등로가 좌측 사면 숲으로 이어지더니,
백두대간 능선으로 오르는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의 우측 길은 계속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인 듯 짐작되고, 우리는 좌틀하여 백두대간 능선을 향한다.
지금까지의 연가리골 등로는 한번의 올려침도 없이 유순하게 이어졌는데,
이제 계곡을 벗어나서 능선으로 오르려면 제법 가파른 오름길이 있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능선을 향한 오름길도 우거진 원시림 속으로 계곡길과 마찬가지로 유순하게 이어진다.
연가리계곡에서 백두대간 능선까지 20여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딱 3분 만에 백두대간 능선에 오르게 된다.
백두대간의 연갈리골 갈림길 이정목.
가야 할 왕승골 갈림길 방향의 대간길 모습.
거칠고 희미한 연가리골 등로를 따르다가 대간길을 보니, 왜 대간길을 고속도로라고 하는지 쉽게 이해가 된다.
진동리 연가리골 입구에서 이곳까지 약 6km 정도의 연가리골 트레킹에 3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밤이라서 그렇겠지만 딱 2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한번의 까플막도 없는 유순한 길이였다.
백두대간 연가리골 갈림길에서 한결 느긋해진 마음으로 여유를 부린 뒤,
갈전곡봉 방향의 대간길로 접어드니,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아침해가 찬란하다.
깊디깊은 산속의 대간길이 고속도로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널찍하지만, 그래도 제법 가파른 오름길이 길게 이어진다.
이곳이 처음에는 한여름 무더위에 허덕이며, 두번째는 장마철 억수 같은 비를 맞으며 걸었던 구간이라서 그런지,
동안 세월이 많이 흐른 탓도 있겠지만 무척이나 생소한 느낌이지만, 원시림이 내뿜는 공기를 들이키며 대간길을 따른다.
제법 긴 오름길을 오르면 옛날에는 없던 멋진 이정목도 세워져 있고,
연가리골과 아침가리골을 가르는 지능선이 분기하는 지점에서 대간길은 좌측으로 휘어지며 이어진다.
이런 오지에 대간길 이정목을 세울 정도면 범법자를 양산하는 출입금지구역도 개방하는 게 정상인데..ㅉㅉ
좌측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동쪽 하늘이 멋지고,
대간길은 싱그러운 원시숲 사이로 완만하게 이어져 내려가면,
어린 시절 그렇게나 달게 따먹었던 돌배나무가 먹음직해 보이는 돌배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짧은 오름길을 오르면,
작은 봉우리를 지나게 되고,
또 내려서는 짧은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대간길은 산죽밭 사이로도 이어지며,
좌측으로 양양군 서면 갈천리의 연내골이 내려다 보이고,
갈천리 건너편 미천골 방향의 능선이 멋지게 조망된다.
둥그런 안부를 지나 잠시 오르면,
대간길 좌측 편에 삼각점이 있는 968봉에 오르게 된다.
968봉에서 본 동쪽 미천골 방향의 능선 조망.
968봉 이정목 옆에는 널다란 공터가 있다.
이곳에서 30여분 더 진행하면 나오는 왕승골 갈림길에서 식사를 예정하고 있었지만,
시장끼를 느끼는 분이 한분이라도 있으면 아무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기에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한다.
늘 그렇듯이 되는대로 아침식사를 챙기고는 다시금 산행에 나서면,
안부를 지나 제법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지며,
갈천리 약수골 방향 갈림길이 있는 봉우리를 우회하고,
키높이의 산죽밭 사이로 이어진 내림길을 내려서면,
우측으로 조경동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는 왕승골 삼거리에 도착한다.
왕승골삼거리 갈림길 이정표.
우리는 우측의 조경동 방향으로 들어서서 가르미골을 따라 조경동으로 향하게 된다.
옛날 우리가 대간길을 걸을 때는 조경동 방향 등로가 희미하고 왕승골 방향으로만 등로가 뚜렷하여 왕승골 삼거리라 하였는데,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정표가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왕승골 삼거리에서 인증을 남기고,
조경동 방향의 가르미골로 들어서면,
이내 가르미골 계곡이 뚜렷하고,
희미한 등로를 따라 내려서면 옛날 화전민의 주거지쯤으로 보이는 곳이 나오는데,
버려진 밭에는 당귀를 심었던 흔적도 보인다.
하늘까지 닿은 듯이 보이는 아름드리나무가 멋지고,
가르미골도 연가리골과 마찬가지로 작은 폭포조차 보이지 않는 유순한 계곡이 이어진다.
고단한 몸을 뉘인 통나무들이 등로를 막기도 하지만,
희미한 등로는 끊어졌다가는 이어지기를 반복하며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예상보다 유순한 가르미골 등로는 지긋이 눈을 감고 내려서도 될 정도!
멋진 쌍둥이 거목 앞에서,
한결 편안해진 백두들의 얼굴을 담아 본다.
살아오면서 원수(怨讐)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는데, 계곡을 가로지른 천연 외나무다리가 있다.
모두들 원수가 생길 리 만무한 분들인데도 외나무다리를 건너게 된다.
그렇게 폭포와 소(沼)가 있는 험한 계곡이 나타날까 봐 살짝 우려도 하며 유순한 가르미골을 내려선다.
군데군데 등로의 흔적이 끊어진 곳도 있지만, 계곡을 따르면 별반 문제 될 게 없다.
앗 폭포다!
에게, 이런 정도를 폭포라고..ㅉㅉ
등로의 흔적을 쫒다가 안 되면 그냥 계곡으로 내려서면 되고,
이제 가르미골이 제법 멋진 계곡의 면모를 갖춰 간다.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멋진 계곡을 따르는 백두들.
흙, 바위, 물, 나무, 사람 등등 가르미골의 모든 게 그냥 자연이다.
가르미골(네이버 지도에는 '골뱅이'로 표시됨)을 반쯤 내려온 지점에서 원시계곡의 숨결을 느끼려 걸음을 멈춘다.
티 없이 깨끗한 원시계곡과의 호흡 맞추기를 마치고 다시 조경동을 향하자,
계곡 우측으로 녹색 이끼가 덮인 석축이 나타난다.
녹색 이끼로 뒤덮인 가지런히 쌓아 올려진 석축은 과거 계곡 옆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있었다는 증거인데..
잠시 더 진행하니 계곡에 시멘트 교량 구조물의 잔해가 보인다.
청정, 원시,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아름다운 가르미골을 잠시 더 따르니,
다시 옛 교량의 흔적으로 보이는 시멘트 구조물이 나오고, 희미한 족적이 계곡 우측 사면으로 이어진다.
두번째 교량의 흔적이 있는 곳에서 우측 사면으로 들어서면, 낙엽이 가득 쌓인 옛길 흔적이 이어진다.
옛날에는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으로 보일 정도로 널찍한 길 흔적이 이어지고,
좌측으로는 원시의 가르미골이 이어지고 있다.
작은 폭포와 소도 지나며,
잡목들이 자라난 옛 도로의 흔적을 따르면,
조경동 아침가리골 도로가 나온다.
<아침가리골>
아침가리는 조경동(朝耕洞)이라고도 하는데, 한자를 그대로 풀면 '아침 한나절이면 밭을 다 갈 수 있을 만큼 좁은 골짜기'란 뜻이다. 아침가리는 골짜기의 길이만 약 21km에 해발 1,000m가 넘는 구룡덕봉, 응복산, 가칠봉, 갈전곡봉 등으로 둘러싸여 있는 요새와도 같은 지형으로, 세속의 세계와 담을 쌓고자 했던 은자들에게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런 이유로 아침가리는 오지의 대명사가 되었고, 수많은 오지여행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아침가리길은 산림청에서 조성한 양구에서 홍천을 잇는 151km의 백두대간 트레일의 6구간이 지나는 코스로 사전에 예약한 하루 100명만 출입이 허용된다. 대신 아침가리 마을 입구인 조경동교에서 시작하여 진동리 갈터 마을에 이르는 약 6km의 계곡 트레킹 코스는 허가 없이도 출입이 가능하다.
조경동 도로로 나서는 백두들.
우측으로 보이는 도로는 아침가리골 상류의 명지가리로 이어지고,
우리는 아침가리골 도로를 따라 하류의 조경동 마을로 향한다.
아침가리골을 우에서 좌로 넘는 교량을 건너게 되고,
아침가리골 전경.
널찍한 도로를 따르면,
이 길이 백두대간트레일 코스라는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다시 아침가리골을 좌에서 우로 건너고,
더없이 여유로워 보이는 백두들과 함께,
아침가리골 입구를 향한다.
좌측으로 순백색 살결을 드러내고 있는 자작나무숲이 나오고,
이내 우측으로 지금은 폐교된 방동초등학교 조경동 분교터가 나온다.
야생화로 가득 채워진 조경동 분교터.
조경동 분교터 입구를 지나면,
딸기와 고추, 약초 등을 재배하는 밭이 나오고,
외딴 농가도 보인다.
좌측의 아침가리 계곡이 보는 것만으로도 세상 모든 시름을 씻어주고,
아침가리 계곡 우측으로 이어진 도로를 따르다가 보면,
길 가의 숲에는 자연과 하나 되는 쉼터도 있다.
드디어 방동약수에서 능선을 넘어서 조경동으로 들어서는 조경동교가 나오고,
조경동교 상류 모습.
조경동교를 건너니 출입을 통제하는 초소도 있다.
아침가리골은 산림청에서 조성한 양구에서 홍천을 잇는 151km의 백두대간 트레일 6구간이 지나는 코스로 사전에 예약한 하루 100명만 출입이 허용되고, 대신 아침가리 마을 입구인 이곳 조경동교에서 시작하여 진동리 갈터 마을에 이르는 하류 약 6km의 계곡 트레킹 코스는 허가없이 출입이 가능하다.
돌아본 조경동 방향.
조경동교 초소 옆에는 현지의 임산물과 간단한 음료수와 막걸리를 파는 컨테이너 매점이 있다.
새벽에 방동약수터에서 트레킹을 시작한 A팀은 벌써 이곳에서 아침가리 계곡 트레킹에 나선 듯하고,
아직은 조금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한산한 편이다.
백두대간트레일 조경동교 이정목.
오로지 막걸리만이 최고인 권상무님이 션한 막걸리를 한잔씩 돌리고,
본격적인 계곡 트레킹을 준비하여,
진동리 아침가리골 입구까지의 계곡 트레킹에 나선다.
돌아본 조경동교 방향.
이곳에서 아침가리골 트레킹을 위해 좌측 계곡으로 들어서면,
계곡으로 이어지는 등로에는 수많은 표지기들이 걸려있고,
계곡 좌측으로는 등산로도 이어져 있지만,
계곡 가장자리로 이어지는 등로를 두고,
우측 아침가리 계곡 물에 발을 담그기로 한다.
좌측 지계곡 전경.
아침가리계곡 상류 모습.
이제 저 맑은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흐르는 계류와 함께 하기로 한다.
지난해 갔던 삼척 문지골 계곡은 거칠고 험해서 계곡으로 들어서기가 어려웠고,
영월의 덕산기 계곡은 물이 말라 있어서 계곡트레킹 기분을 느끼기에 부족했는데,
오늘 아침가리 계곡은 그야말로 여름철 계곡트레킹에 최적의 조건인 듯 보인다.
하지만 등산에 최적화된 백두들은 계곡 가장자리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르는 분들도 있다.
계곡에 있는 커다란 바위가 깊은 여울을 만들고 있고,
맑은 계곡물이 하얀 물줄기를 그리며 바위를 타고 넘는다.
바위들이 나뒹구는 계곡길이 힘들면 잠시 계곡 가장자리로 이어지는 등로를 걸어도 좋고,
등로가 계곡을 건너는 곳에서는,
다시 계곡물에 들어서도 좋기만 하다.
한여름에 왔더라면 옥빛의 맑은 물에 몸을 담그었을 텐데..
계곡물이 아이들 놀이터처럼 흐르다가는,
여울을 만나면 물거품을 내뿜으며 헐떡이기도 하고,
이내 깊은 소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
옥빛의 물을 담은 개울이었다가는,
이내 그 옥빛 도화지에 멋진 바위그림을 그려낸다.
옥빛의 여린 물줄기가 단단한 바위를 조각해 놓은 곳도 있고,
개울 바닥에는 모서리가 둥글어진 자갈들이 보는 이의 마음조차 둥글어지게 한다.
여름 한철의 트레킹 코스임에도 계곡 가장자리로 이어지는 등로에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 듯 보이고,
계곡을 건너는 곳에는 표지기도 보인다.
계곡 가운데의 풍광 좋은 바위에서,
코냑 잔을 주고받으며 잠시 아침가리골의 풍광을 즐기는 여유도 부린다.
앞서가던 여성 백두들도 커다란 바위 위에서 멋진 골짜기의 모습에 하나 되어 쉼을 하고 있다.
계곡이 온통 바위 투성이라서 약간의 방심에도 발을 헛디뎌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발을 물에 담근 분들과 등산화를 젖지 않게 하려는 굳은 집념을 가지신 분의 차이.
아침가리계곡 멋져요!
옥색 연못 가운데의 흰 바위가 눈길을 끌고,
그렇게 아침가리 계곡을 따라 물과 함께 흐른다.
녹색의 이끼가 덮인 작은 지계곡이 반야봉 아래의 이끼폭포를 떠올리게 하고,
계곡을 몇 번이나 건너 다녔는지 헤아리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또 계곡을 건넌다.
물길이 거칠고 험한 곳에서는 계곡 가장자리로 진행하고,
물길이 넓고 잔잔한 곳에서는 물길을 따라 내려선다.
발을 물에 담그지 않으려는 두규형은 몸이 고생을 한다.
여기까지 온 게 아깝다며 끝까지 등산화에 물을 넣지 않겠다고,
도하 성공!
나뭇가지에는 다녀간 분들의 흔적이 나부끼고,
앞쪽에서 아침가리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한 무리의 트레커들과 조우한다.
물이 세워 놓은 선바위가 이채롭고,
잠시 사면 길을 따르다가는,
이내 다시 물길로 들어선다.
멋진 아침가리골 모습.
낯선 탐방객의 마음이 느껴지는 작은 돌탑이 있는 곳에는,
옥색의 물빛이 마음도 깨끗이 해 주고,
널따란 반석에서 물빛을 감상하는 트레커들의 마음을 알듯도 하다.
사면으로 오르지 말고 계곡을 따르라는 표지판을 따라 계곡으로 진행하면,
물에 떠밀려온 바위에서 자라난 소나무가 눈길을 끌고,
아침가리골에 더하여지는 작은 지계곡의 물줄기가 원시 자연의 느낌을 배가한다.
이제 저 모퉁이만 돌아가면 아침가리계곡도 끝이 나게 될 듯 보이는 지점에서,
물길이 깊고 거칠어서 계곡 좌측 사면 길을 따른다.
계곡 옆 사면 길은 높이 자란 전나무 숲으로 이어지고,
아침가리골 끝 지점이 가까워지며 계곡에서 놀고 있는 탐방객들도 많이 보인다.
아침가리골이 방태천 진동계곡으로 합류하기 직전의 시멘트보가 나오면,
시멘트보를 따라 계곡 좌측으로 건너도 되고,
그냥 계곡 우측을 따라 진행하여 진동계곡을 건너도 된다.
돌아본 아침가리골 모습.
잠시 널찍한 수레길을 따르면,
우측으로 방태천 진동계곡이 나오고,
진동계곡 건너편으로 오늘의 목적지인 진동리가 보인다.
넓은 방태천 진동계곡을 건너서,
돌아본 아침가리골 합수부 전경.
진동 1리 계곡 주차장에 도착하여 멋진 계곡 트레킹을 마친다.
먼저 도착하여 샤워까지 마친 총무님께서 샤워장 위치를 알려준다.
근방에 마땅한 목욕탕이 없어서 고민스러웠는데, 1,000원에 샤워가 가능하단다.
샤워장이라야 넓은 비닐하우스 안에 커다란 플라스틱 다랑이를 두고 물을 받아 놓은 게 고작이지만..ㅉㅉ
진동리에서 샤워까지 마치고, 뒤풀이 장소가 있는 상남면으로 향한다.
전 소장님 단골집이라는 상남면의 선우회관으로 이동하여,
뒤풀이 시간을 갖는다.
백두산우회 역사사 가장 값비싼 요리 중의 하나가 된 양념장어를 먹고,
입가심이라며 주문한 삼겹살로 소주 소비량도 한껏 늘린다.
전 소장님이 식당 쥔장에게 부탁하여 옥수수를 한 봉다리씩 가지고 귀가하여,
인터넷에서 삶는 법을 찾아서 삶아 며칠 동안이나 맛나게 먹었다. 행복^^
강남역 2차.
사당역 3차를 위해!
깜깜한 한밤중에 걸은 연가리골은 낭랑한 물소리가 귓전에 선하고,
울창한 숲길로 이어진 백두대간길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으며,
원시의 자연을 고스란히 품은 가르미골은 계곡트레킹의 진수를 보여 줬다.
아침가리골 그곳은 몇 번을 더 찾아야만 그 진면목을 알아챌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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