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행 지 : 테를지 국립공원 아리야발 사원 탐방 (몽골)
여 행 일 : 2023. 07. 27.(목)
여행코스 : 칭기즈칸 국제공항 ~ 준모드 ~ Nalaikh ~ 툴 강(Tuul River) ~ 테를지 Briga Resort ~ 거북바위 ~ 아리야발사원 ~ Briga Resort ~ 말타기 체험 ~ Briga Resort (대형 버스로 이동)
여행참가 : 20 백두.
<몽골 비르가 여행사에서 제공한 여행 일정표>
<여행지도>
지난해 '몽골 고비사막 트레킹'을 가자는 예기가 나올 때만 해도 한국인들의 몽골 여행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고비사막 트레킹'을 검색하면 아무것도 나오는 게 없었다. 그래서 고비사막을 걸어서 여행하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몇 해 전에 몽골을 다녀오신 회장님과 총무님이 '고비사막 트레킹'을 가자는 데는 나름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으로 넘겨짚으며 선뜻 '고비사막 트레킹'에 참여하겠다고 동의를 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올 초 항공권 예약을 해야 한다며 제공된 일정표를 보고서, 도대체 '고비사막 트레킹'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궁금하여 일정별로 구글링을 해 보았지만 한글로 표시된 지명이나 관광지 등이 제대로 검색되지도 않아 도저히 '트레킹'이라는 말을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행이란 게 모르고 하는 것이 훨씬 더 재미와 스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하며 여행 일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없이 그저 막연한 기대를 부풀리며 '몽골 고비사막 트레킹'에 나서게 되었다.
금번 몽골 트레킹은 일반적인 국내 여행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백두산우회 회원들의 희망사항을 몽골 현지 여행사에 요청하여 만들어진 일정으로, 일정에 따른 왕복 항공권은 각자가 먼저 구매하고 여행 경비는 몽골 현지에 도착하여 달러($)화로 지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하여 몽골 현지 여행사에 지급하고 몽골 여행사가 이를 몽골 투그릭으로 환전하여 사용하는 방식인데, 우리는 원화나 투그릭으로 바로 지급하면 달러를 거치는 이중환전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을 터인데, 일반적인 관행이 달러($)로 계산하는 듯하다.
중앙아시아 고원지대에 자리 잡은 몽골은 인구는 3백만 명 남짓이지만, 그 면적은 자그마치 우리나라의 16배에 달한다. 마치 지구의 민낯처럼 광활하게 펼쳐진 거친 대지, 늘 복작대는 도시 생활을 벗어나 인적 없는 초원과 거친 땅을 달리며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맞닥뜨리는 곳, 우리는 그런 몽골 고비사막으로 향한다.
하루는 보통 아침에 시작하게 되지만 몽골행 비행기가 새벽 1시쯤에나 출발하는 관계로, 장상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여 저녁식사까지 마치고도 시간 여유가 있어서 승용차나 공항버스가 아닌 가장 경제적인 전철을 타고 인천공항 1터미널 H카운터 앞에 도착하니, 약속 시간인 22:30분이 20여분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모든 분들이 와 계신다. 나름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의 금번 몽골 여행에 대한 기대가 어떠한지 사뭇 짐작이 된다.
코로나로 한산해졌다는 면세점도 둘러볼겸 지체 없이 체크인을 하는데, 권법사님이 소지하고 계신 여권이 유효기간이 지난 옛날 여권이다. 아마도 새로이 발급받은 여권을 휴효기간이 지난 옛날 여권과 함께 보관하다가 무심결에 옛날 여권을 들고 온 것이다. 그래도 댁이 멀지 않다며 부리나케 택시를 타고 여권을 가지러 댁으로 가시는 바람에 한동안 카운터 앞에서 기다리다가 총무님만 남아서 기다리기로 하고 다들 탑승 수속을 하기로 한다.
코로나 여행객이 줄어서 그런지, 아니면 지금이 한밤중이어서 그런지, 거의 모든 면세점이 문을 닫은 상태라 바로 탑승구 앞으로 이동하여 여권을 가지러 가신 권법사님이 무사히 합류하기를 기다리는데,
여권을 가리러 댁으로 갔던 권법사님 부부가 마침 이웃과 전화 연락이 되어 여권을 가져다주는 바람에 늦지않게 탑승수속을 마치고 다시 밝아진 얼굴로 합류하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주류와 간식으로 미지의 여행에 대한 긴장을 삭이며 탑승을 기다리다가,
01:35에 출발하는 몽골항공 비행기에 탑승하며 기나긴 코로나의 역경을 딛고 첫 해외여행길에 오른다.
세 시간 남짓의 비행시간에 그냥 내리 자고 싶었지만, 굳이 기내식까지 준다고 하여 떠지지 않은 눈을 개슴츠레 뜨고는 그닥 먹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 기내식을 먹느라 부산을 떠는 사이에 몽골 울란바토르의 칭기즈칸국제공항에 도착하여 입국수속을 하고,
"백두산우회"란 종이 판넬을 들고 기다리는 현지인 가이드를 만나 몽골 여행 첫번째 인원 점검을 하고는, 개인경비로 쓸 몽골 투그릭 환전을 위해 개인당 5만 원씩을 공항 내 환전소에서 환전한다. 여행 도중 물과 간식 등은 모두 공동경비로 지출하여, 환전한 투그릭은 개인적인 기념품을 사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의 금액은 마지막날 백화점에서 보드카 사는 데 사용하게 된다.
칭기즈칸 공항 내에서도 해외라는 실감이 별로 없었지만, 공항을 나서자 바로 "와~!" 하는 탄성과 함께 몽골에 왔음을 실감하게 되는데,
일출을 준비하고 있는 몽골의 대지와 하늘이 멋진 그림을 그려내고 있다.
칭기즈칸 국제공항을 나와 버스로 이동하는 백두들.
<칭기즈칸 국제공항(Chinggis Khaan International Airpor)>
기존 울란바토르 도심 근처에 있던 보얀트 오하 국제공항(舊 : 칭기즈칸 국제공항)이 노후화와 나날이 증가되는 수송량을 감당 못하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남쪽으로 약 50km 떨어진 곳에 신공항을 건설하였다. 일본 정부의 ODA를 통해 2017년 완공되어 2021년 7월 4일에 개항했다.
2021년 개항 전까지는 신 울란바토르 국제공항(New Ulaanbaatar International Airport, NUBIA)이라고 불렀으나, 개항 이후 이전의 공항이름으로 변경할 것을 2020년 결정했고 개항당일 공식적으로 변경되었다.
몽골 여행의 감성이 뿜어져 나오는 푸르공이 서 있지만,
우리는 첫째 날은 대형 버스로 이동하였고 이튿날부터는 스츠키나 닛산 등 일본산 미니-벤을 이용하였다.
<푸르공(Purgon,Пургон)>
러시아의 우아즈(UAZ) 사에서 1965년부터 현재까지 제작하고 있는 수동변속기 오프로드-밴 및 4륜구동 승합차로, 본래 이름은 '우아즈 부한카'이다. 동유럽의 마이크로버스라는 별명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생산되고 있는 단일세대 승합차량"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소련 최초의 캡오버 승합차이며, 원래는 육군 수송차로 납품하려고 설계됐으며, 2023년부로 생산 58주년을 맞이했다. 이 차의 엔진은 본래 소련의 군용 차량이었던 GAZ-69의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했으며, 포워드 컨트롤이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개척한 차량이기도 하다.
특징은 통통하고 귀엽게 생긴 차체와, 클래식한 외관이라고 할 수 있다. 반세기가 넘도록 생산된 차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값이 싸고 험지 주파능력이 매우 좋아 아직까지도 팬 층이 많은 차이기도 하다. 특이하게도 주유구가 양 옆 운전석 뒤에 하나씩, 그러니까 2개가 존재한다. 이는 동사의 SUV인 헌터도 마찬가지이다. 높이가 무려 2m나 되는데, 러시아의 자연환경 때문인지라, 쇼크 업소버가 높아 지상고가 20cm를 조금 넘고, 화물차나 경운기 등에서나 보는 저속/고속 선택레버가 있는 등 실내는 영락없는 산업차량이다.
오랫동안 별명으로 쓰인 이름이 "빵덩어리(буханка, 부한카)"인데, 짧고 통통한 차체 디자인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그 외의 별명들도 재밌는데, 앰뷸런스 모델인 UAZ-3962(구 UAZ-452A)에 붙은 간호사(санитарка, 사니타르카) 또는 알약(таблетка, 타블례트카), 트럭 모델인 UAZ-3303(구 UAZ-452D)에는 올챙이(голобастик, 갈로바스틱) 등의 괴상한 별명이 붙어있다.
칭기즈칸 국제공항 모습.
한국의 기아차 상표를 달고 있는 대형 BUS에 올라 첫번째 숙소가 있는 테를지(Terelj)로 향하는데,
늘 산과 건물 풍경만 보다가 맞닥뜨린 대 초원의 풍광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본다.
40여분 가까이 같은 풍경이 계속되다가 철도 건널목을 건너서도 또 비슷한 풍경이 펼쳐지다가,
툴(Tuul) 강(江)이 시야에 들어오더니,
툴강을 건너게 된다.
<Tuul River(툴강 또는 툴라강)>
툴강 또는 툴라강(Tuul River or Tula River)이라 하며 몽골 중부와 북부에 있는 강이다. 총연장 704km에 유역면적은 49,840㎢로, 몽골 중북부 헨티산맥 'Khan Khentein Nuruu 자연보호구'에서 발원해 테를지 국립공원과 울란바토르를 지나 오르혼 강에 합류되어 바이칼호수로 흘러간다.
11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동결되며, 버드나무 숲은 툴강을 따라 자라며 강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철갑상어가 서식하고 있다. 현재 강은 울란바토르의 중앙하수처리시설로 인한 오염과 Zaamar의 금광 채굴로 인한 중광물 및 퇴적물 오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또한 강 주변에 정착하는 사람들의 꾸준한 유입으로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지나 바이칼 호수로 흘러가는 툴강 전경.
보통 현지 가이드를 만나게 되면 자기소개에 이어 여행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그 나라의 역사나 근황 그리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 가이드는 자기소개만 간단히 하고는 우선 묵게 될 숙소로 간다고만 이야기하고 별다른 정보 제공도 않은 채 그냥 앉아 버린다. 그나마도 맨 뒷자리에 앉은 사람은 거의 들리지가 않아 대충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할 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어 보인다. (박수, 웃음 등등)
평원에 구릉 수준의 언덕들만 보이던 차창 밖으로 근사한 바위산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들어선 모양이다.
<고르히 테를지 국립공원>
울란바토르에서 가까운 국립공원으로 몽골의 최대 휴양지이며 1993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푸르고 드넓은 초원과 나무가 우거진 숲을 볼 수 있고, 밤에는 별이 쏟아지며 은하수를 보기 쉽다. 수도 울란바토르와 차로 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여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몽골에 오면 많이 찾는 대표 휴양지이다. 몽골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휴양지여서 게르 캠프들의 시설이 가장 좋다.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은 포장도로를 공사용 차량이 막고 있어서 대형 버스도 별수 없이 비포장 도로를 달리게 되는데, 도로 공사를 하는 현장은 보이지 않는다. 도로에 파인 곳이 많아서 통제를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버스가 거의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다.
버스가 우회전하여 달리던 포장도로를 두고 비포장 도로로 접어든다.
구글 지도를 보니 우측 산 아래에 숙소인 브리가 리조트(Briga Resort)가 있는데,
칭기즈칸 CC 앞을 지나며 심하게 요동치는 버스가 혹여 수렁에 빠지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는 사이에,
바위산 아래에 20개 정도의 게르가 자리한 비르가 리조트(Birga Resort)에 도착하였지만,
아직 전날 묵었던 분들의 Check-out이 이루어지지 않아 여행가방은 버스에 그대로 두고,
비르가 리조트(Birga Resort) 앞 풍경.
식당에서 점심 같은 느낌의 아침식사를 한다.
비르가 리조트(Birga Resort) 앞 풍경.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버스에 올라 저~기 어디에 있는 거북바위와 아리야발 사원을 보러 간다.
아침에 왔던 포장도로로 나와 잠시 동북쪽으로 진행하다가 좌틀하여 비포장 도로로 들어서서,
거북바위 전망대를 지나고,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손꼽히는 아리야발 사원 입구에 도착하여 탐방에 나선다.
<아리야발 사원(Aryapala Temple)>
아리야발 사원은 테를지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불교 사원으로, 아리야발(Aryapala)은 '관세음보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부처님이 타고 다니셨다고 전해지는 코끼를 형상화한 사원으로, '새벽사원'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불교에서 중요시하는 숫자인 108개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하는데, 이 계단이 코끼리의 코를 상징하고 사원 본당이 코끼리의 머리를 상징한다. 러시아 군정기 불교 탄압으로 많은 사찰이 사라져서 몽골에 몇 남지 않은 사원 중 하나로 1988년에 복원되었다.
아리야발 사원은 고승들이 수행을 하기 위하여 찾는 사찰로 에너지(氣)가 강한 곳이라고 한다. 자연을 제외하고 고르히 테럴지 국립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로,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56km 떨어진 산속에 자리한 이 사원은 거북바위 근처에 있다. 구불구불한 강과 나무숲이 있는 경치 좋은 계곡이 내려다 보이는 화강암 봉우리 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아리아발은 인류의 모든 기도를 들어주고 고통에서 인류를 해방시키는 불교의 신이다. 코끼리 머리 모양으로 지어졌는데, 108이라는 숫자는 불교에서 상서로운 숫자다. 그래서 사찰로 향하는 계단은 108 계단으로 코끼리의 길쭉한 코를 상징한다. 게다가 사원으로 가는 길 양쪽에는 영어와 몽골어로 쓰인 144개의 불교 가르침이 적힌 표지판이 줄지어 있다. 사원 스타일은 흰색 사각형 음영 및 흰색 색상의 본관과 불교 및 종교 기호로 장식된 도자기 지붕과 같은 티베트 스타일이다. 사원의 장식은 놀랍도록 특이하고 특히 낙원과 지옥이 무엇인지 묘사하고 있다.
Aryabal 사원은 Kalachakra 불교 종파에 속하고, 1810년경에 몽골과 티베트 예술가에 의해 지어졌으며 Manzushir 수도원의 불교 승려가 명상을 위해 이 사원에 왔다. 2000년 후반에 울란바토르에 있는 라미란 사원의 불교 승려들이 이 사원을 복원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하여 2004-2007년에 복원 작업을 완료했다. 라미란 사원 승려들이 때때로 이 사원에 와서 이곳에서 종교 서비스를 제공하며, 연중 많은 날 신에게 감사하고 명상을 하고 싶어 하는 방문객과 관광객들에게 개방된 장소이다.
그림을 팔고 있는 카페가 있는 사원 주차장에서 비포장 오름길을 잠시 오르면,
아리야발 사원 매표소 건물이 나오는데,
가이드가 2000투그릭(750원)인 입장료를 지불했는지 그냥 통과하여 사원 안으로 들어서니,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초원 뒤로 바위산이 둘러싸고 있는 아리야발 사원이 자리하고 있고,
많은 불교 사원들이 그러하듯 아리야발 사원도 본당에 가려면 약간의 노력이 필요한데, 본당으로 가는 길에는 몽골어와 영어로 쓰인 144개의 불교 가르침이 적힌 표지판이 줄지어 있어서 찬찬히 마음에 담으며 올라도 좋으련만,
새로운 것을 곁에 두고서 또 새로운 것을 찾는 관광객들이 그러하듯,
경전이 적힌 패널이 늘어선 길을 따라 무심히 오르면 거북비석과 마니차 정자에 도착한다.
장자의 마니차를 돌리면 큰 바늘과 작은 바늘이 가리키는 숫자가 나온다. 그 숫자에 적힌 경문이 여행자에게 주는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한다. '피안의 다리'까지 걸어가는 동안에 숫자에 해당하는 글을 찾아서 읽어보면 되는데, 역시 몽골어와 영어로 되어 있어서 뜻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몽골인들도 영물로 여기는 거북이 받치고 있는 비석에 대해 가이드가 열심 설명을 해 주는데 기억에 남아 있는 게 없다.
<대지의 자비로운 신 "백발노인">
몽골에서 '백발 할아버지'로 불리는 신은 대지를 관장하는 자연의 수호신으로, 이 세상의 모든 생물을 위해 여섯 가지 즉 바위, 산, 물, 나무, 영양, 새를 창조하였다. 백발노인은 이 세상과 땅의 주인이니 누구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환란을 일으키고 참된 믿음으로 기도하면 땅의 복을 내려줄 것이다.
마니차를 돌리면 나오는 숫자에 해당하는 경구가 적힌 패널이 서 있는 길을 따르면,
부처님과 두 분의 제자 석상을 지나게 되고,
잠시 더 경구가 적힌 페널이 도열한 길을 따르면,
아리야발 사원에서 내려다 보이는 계곡 조망.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해탈한 이후에 세상인 피안의 세상으로 이어지는 '피안의 다리'가 나오는데,
죄지은 사람은 다리를 건너지 못한다고 하는데도 우리 일행들은 모두들 무사히 건넜고,
피안의 다리를 건너면 어느새 사원 본당으로 오르는 코끼리 코 형상의 108 계단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부처님께서 타고 다니셨던 코끼리의 코를 본떴다는 본당으로 가는 계단은 모두 108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애초에 아리야발 사원이 부처가 타고 다닌 흰 코끼리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108 계단을 오르며 "옴마니반메홈(온 우주에 충만한 지혜와 자비가 지상의 모든 존재들에게 그대로 실현될지어다)''을 외며 좋은 것들을 생각하면 이뤄진다고 한다. 그래서 '옴마니반메홈'을 외며 허르헉을 떠올렸더니 진짜로 나중에 허르헉을 질리도록 먹게 되었다. '로또!', '로또!'를 떠올렸어야 했는데, 그 생각을 못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았다.
돌아본 아리야발 사원 앞 계곡 풍경.
지나온 마니차 정자 방향.
108 계단을 올라가니 통상적인 한국 사찰의 대웅전보다는 작은 규모의 본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도 없는 본당 안은 한국의 대웅전보다 화려하기는 하지만 그 형식은 별반 다르지 않고,
먼저 도착한 백두들이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고 있다.
한국의 부처님과 몽골의 부처님이 다르지 아니하니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같은 뿌리를 가진 기독교와 예수교 그리고 이슬람은 왜 그리도 다투고 있는지 씁쓸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아리야발 사원 본당을 둘러싸고 있는 마니차도 108개라고 한다.
모두 돌리면 전생의 죄가 사라진다고 하는데, 몇 개밖에 돌리지 못한 나는 돌아가서 모두 돌려야 하나? 어쩌지!
본당 좌측에 있는 ' ZANDAN ZHUU / SANDALWOOD BUDDHA'
삼십삼천에서 강림하신 첫 번째 부처님의 실제 형상으로, 세상에 남아있는 가장 귀중한 부처님 신상이라 한다.
Zandan zhuu는 Udayana 왕의 장인이 만든 최초의 부처상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깨달음을 완전히 이룬 지 6년 후에 도리천사에 가서 어머니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고 몇 달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부처님을 몹시 그리워한 우다야하 왕은 마하마우드갈랴야나(부처님의 가장 가까운 제자)에게 자신의 초자연적인 힘을 사용하여 32명의 장인과 함께 부처님의 반영을 만들어 달라고 간청했다.
본당 좌측으로 보이는 '밀라레파(MILAREPA) 동굴'.
밀라레파는 11세기에 살았던 불교 명상의 주요 상징 중 한 분이다. 그는 젊은 시절의 비참함을 딛고 일어나 구루(Guru)의 도움으로 깨달음의 정점에 도달할 때까지 고독한 명상 생활을 했으며, 다시는 삼사라(생사의 소용돌이)에 태어나지 않았다. 세상사에 얽매인 존재인 인류에 대한 자비심에서 그는 불교의 깨달음의 상태에 도달하고 그의 업적을 나머지 인류에게 전달하기 위해 가장 엄격한 고행에 착수했다. 그의 상서로운 삶은 불교 신앙을 환하게 밝히고 모든 중생들에게 지혜의 등불이 되고 있다.
밀라레파 동굴 앞으로 펼쳐지는 멋진 풍광을 배경으로.
다시 본당으로 향하다가,
살짝 당겨본 거북바위 방향.
아리야발 사원 본당 뒤편의 마니차를 한두 개 더 돌려본다.
가급적 죄를 짓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많은 불편을 끼쳤으려니,
혹여 그런 불편을 덜을 수 있을까 해서..ㅉㅉ
아리야발 사원 본당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는,
왔던 길을 되돌아나간다.
이 피안의 다리를 되 건너면 다시금 윤회의 굴레가 기다리는 세상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인지는 내 알 바가 아니고,
근사한 아치교가 보이기에 앞서 가는 분들에게 모델이 되어 주십사 했는데,
꾀나 멀리까지 갔던 분들도 발길을 돌리게 하여 괜한 불편을 끼친 게 아닌지 염려가 커졌다.
마니차를 많이 돌린 분들은 좌측 꽃밭을 짓밟고 가도 되고,
마니차를 돌라지 않아 죄를 사면받지 못한 분들은 우측 시멘트 길로 가는 모양이다.
나도 몇 개는 돌렸으니 꽃밭으로 가기로 한다.
마니차를 돌리지 않아 시멘트 길을 따라 즐비한 경구를 읽으며 마음수양을 하며 내려가는 백두들.
몽골의 짧은 여름을 빛나게 하는 야생화 화원.
돌아본 아리야발 사원 전경.
아리야발 사원 추자장에는 멋진 그림을 파는 카페가 있지만,
그림에는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고 곧장 버스로 오르는 백두들이 야속하다는 생각을 하며 아리야발 사원을 뒤로한다.
아리야발 사원 가는 길에 지났던 거북바위 전망대다.
옆으로 돌아가면 거북바위 꼭대기로 오를 수도 있다는데, 그냥 멀찍이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단다.
<거북바위>
거북이는 몽골에서도 장수를 상징하는데, 바위의 모양이 거북이처럼 생겼다 하여 거북바위라 불린다. 약 30m 크기의 거북바위는 테를지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거북바위 전설"
오이라트(Ойрад)의 갈당(Галдан) 왕은 전쟁 중 열세에 시달리다가 거북 바위 앞에서 병력을 정비했다. 그는 서쪽으로 퇴각하기로 결정하고, 가지고 있던 금은보화를 거북바위 협곡에 묻었다. 그러자 그의 부인들 중 만주 왕비는 돈과 보물을 두고 갈 수 없다고 반대했고, 이에 화가 난 갈당 왕은 그 왕비를 죽여버렸다. 이에 왕비의 원혼이 그 자리에 남았다. 그 후 사람들이 금은보화를 가지러 이곳에 왔는데 그들은 보물을 가져가려고 젖은 소고기를 이용했다. 동전이 젖은 고기에 잘 들러붙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달라붙어있던 동전이 가져가려 하기만 하면 바위 아래쪽으로 굴러 떨어져 버리면서 왕비의 원혼이 웃어대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거북바위 전망대 옆에 있는 기념품 가게가 꾀나 널찍하고 다양한 기념품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손점장이 추천하는 2천 투그릭 짜리 칭기즈칸 사진 자석 펜던트가 인기다.
다른 분들이 기념품 가게와 상점을 둘러보는 사이에 건너편으로 보이는 풍광을 담아본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키우던 '쫑'을 닮은 몽골 개(犬).
규모에 비해 잘 갖춰진 기념품 가게.
다시 버스에 올라 숙소인 비르가 리조트(Birga Resort)로 가는데,
멀리 산등성이의 바위가 마치 삼장법사 행렬처럼 보인다.
아직도 12시가 안 된 시간이라 미처 방 청소를 끝내지 못했다며...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는 모를 지도부에서 배정한 게르 앞에서 한참 동안이나 대기를 하다가,
4 개의 침대가 배치된 게르에 여장을 풀고,
리조트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여느 유럽의 맛난 식당보다 더 맛있다고들 이구동성이고,
원단 토종 입맛을 가진 나도 넉넉한 접시를 완전히 비웠으니 맛있다고 해도 될 듯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게르에서 두 시간여 동안 빈둥거리며 여유를 즐기다가 말타기 체험을 하러 가는데,
숙소에서 불과 1.2km 거리를 버스를 타고 가려기에,
점심으로 불어난 체중이 말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우겨서 빤히 내려다 보이는 말타기 체험장으로 걸어서 간다.
그래도 이런 거대한 강을 건너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법도 하고,
말똥에 둘러싸인 야생화들이 가엽게 여겨져 발걸음을 떼기가 어려웠다는 분들도 있었고,
행여나 먹이활동에 여념이 없던 말들이 달려들까 봐 안절부절못하며 불안함을 토로하기도 하는 사이에,
말타기 체험장에 도착하여,
마유를 가공하여 몽골 전통의 수태차(말젖과 찻잎으로 만든 음료)와 유제품를 비롯한 전통 간식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 듣고,
몽골 전통 게르 안으로 들어가 수태자와 전통 간식거리를 맛보기도 하는데,
다들 한두 개씩 입에 넣기에 나도 따라서 하나를 먹었는데, 삼키기까지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다.
몽골 전통가옥인 게르 내부 모습.
<게르(Ger)>
나무로 엮은 벽에 양털로 만든 펠트와 하얀색 천을 씌워 만든 둥근 천막집 형태의 이동식 텐트 가옥으로, 수도인 울란바토르(UlanBator) 이외의 초원지대에 살고 있는 주민들 대부분이 게르(Ger)에서 생활한다.
금세 마유주 통을 알아보는 김사장님.
<마유주/아이락(айраг/애륵)>
말의 젖을 발효시킨 음료로 막걸리와 비슷하며 약 2~3%의 도수가 있다.
사진빨을 잘 받는다는 게르를 배경으로.
말은 동화책 속에서만 접했던 우리는 말을 타고 몽골 대초원을 달려보는 꿈을 꾸게 마련인데,
드디어 오늘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말타기 체험을 시작한다.
먼저 쥔장이 시범을 보여주고,
인원이 많은 관계로 반으로 나누어,
A조가 먼저 별다른 어려움 없이 현지인들이 말고삐를 잡은 말잔등에 올라타고,
말타기 체험을 출발하는데, 현지인들이 말고삐를 잡은 상태라 말잔등 올라타기 체험만으로 그치는 듯하여 고삐를 잡지 않고 혼자서 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얼마 전에 사고가 있어서 안된다'는 예상했던 대답이 돌아온다.
쉬엄쉬엄 20여분 와서는 말머리를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이제 좀 말잔등에 자리를 잡은 듯한데 처음 시작했던 방식 그대로 말고삐가 잡힌 채 되돌아간다.
출발지로 돌아오니 말타기 체험을 기다리는 B팀 분들이 무사히 돌아왔음에 박수를 보낸다.
말타기가 조금 늘었는지 갈 때는 20분 걸렸는데 올 때는 15분 걸렸다. 많이 늘었나?..ㅉㅉ
기다리는 동안에 연습이라도 한 듯, A팀 보다 훨씬 여유롭게 말잔등에 오르는 B팀들.
훨씬 여유로워 보이는 B팀의 승마체험이 시작된다.
승마체험을 마친 A팀들은 꿀단지를 숨겨둔 숙소로 향하고,
홀로 남은 나는 마못과도 인사를 나누며 혼자놀기 모드로 들어간다.
한층 능숙해 보이던 B팀도 여지없이 35분 만에 되돌아온다.
기수의 능숙함과 무관하게 고삐를 잡은 마부의 걸음걸이에 따라 정해지는 승마체험이다.
승마체험을 마치고 마부로 고삐를 잡았던 아이가 말타기 시범을 펼치는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과 갈채가 이어진다.
다른 여행기에서 본 승마체험은 훨씬 재미가 있어 보이던데, 우리는 마부가 끄는 말을 타는 것으로 승마체험을 마쳤다.
다른 곳에서는 혼자서 말고삐를 직접 잡고서 말을 타고 약간은 속도를 내어 보기도 한다.
또 어떤 곳은 자작나무숲을 지나며 개울을 건너기도 하는 등 훨씬 더 실감 나는 승마체험을 하는데,
우리의 평균연령 때문인지 아니면 체험장 쥔장의 방침이 원래 보수적인지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승마체험을 했다.
아낙이 마유주를 만들고 있는 말타기 체험장을 뒤로하고,
먼저 간 분들의 발자국을 더듬어 숙소인 비르가 리조트(Birga Resor)로 향한다.
숙소인 게르에 도착하여 승마로 쌓인 피곤함?을 삭이다가,
7시에 예정된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이동한다.
아리야발 사원에서 108 계단을 오르며 빌었던 허르헉으로 맛난 저녁식사를 하는데,
확실히 아리야발 사원에서의 기도가 바로 효과를 보였다.
<호르혹/허르헉(khorkhog)>
호르혹은 양고기와 뜨겁게 달군 돌, 각종 야채를 찜통에 넣고 구워내는 요리로 우리로 치면 갈비찜 정도로 볼 수 있다. 이때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보드카라고 한다.
한 시간 남짓의 저녁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오니 멋진 일몰광경이 펼쳐진다.
아직 초저녁이라며 게르에 모여 가져간 소주와 맥주를 마시며 몽골 고비사막 여행에 대한 기대를 부풀린다.
우리의 몽골 여행 일정을 주관하는 비르가(Birga) 여행사의 현지 가이드가 바빠서 다른 여행사의 가이드가 첫날 일정을 인솔했다. 그래서 전체 일정이나 몽골의 대략에 대한 소개 등은 생략되었고,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여 울란바토르 부근의 명소를 한두 곳 더 둘러보아도 되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 하루가 되었다.
하지만 빡빡한 도시일상에서 벗어나 심신의 여유를 되찾고 자유스러움과 한가로움을 즐기는 것이 몽골 여행의 묘미다. 그래서 여유로왔던 오늘의 일정이 몽골이 좀 더 편안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나 생각도 해 본다.
See you tomorro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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