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행 지 : 준모드 아미게 나담축제 승마경기 관람, 둔드고비(Дундговь/Dundgovi) 아이막(aimag). (몽골)
여 행 일 : 2023. 07. 28.(금)
여행코스 : 테를지 Briga Resort ~ 준모드 아미게 나담축제 승마경기 관람 ~ 만달고비 휴게소 ~ 고비 카라반세라이 롯지(Gobi Caravanserai Lodge) (460km, 11시간 반 소요)
여행참석 : 20 백두.
<여행지도>
여행 일정표에 따르면 몽골 여행 두번째 날인 오늘은 테를지를 출발하여 칭기즈칸 마동상을 관람하고 둔드고비 차강소브락으로 이동하여 트레킹을 한 후, 지평선에 펼쳐지는 황홀한 일몰을 감상하기로 되어있다. 하지만 칭기즈칸 남부의 준모드 지나는데 나담축제 승마경기(6세 이상)가 개최되고 있어서 나담축제를 관람하기로 전격 일정을 변경하는 바람에 다른 관광지 탐방을 희생하여 나담축제를 관람하고 바로 둔드고비의 숙소로 이동하였다.
몽골 남부 고비사막은 몽골 여행자들이 많이 찾고 선호하는 코스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광활한 사막과 낙타, 그리고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낭만을 느끼고자 하는 젊은 여행객들이 주로 고비사막을 찾는다. '고비(Говь)'라는 말은 몽골어로 '황무지'라는 뜻으로, 고비사막은 동서 1500km, 남북 800km, 면적 129만 5천 km²에 이르는 암석 사막이다. 그 넓이가 엄청나며 포장된 도로가 거의 없는 상태라 여행에는 많은 시간과 준비가 필요한 곳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고비사막 여행코스는 5박6일 정도로 진행되며,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극성수기인 7~8월에 여행일정을 잡는다. 하지만 고비지역은 물이 매우 부족한 곳으로 관광객들이 몰리는 성수기는 씻거나 사용할 물이 부족해지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그래서 극성수기를 피하는 5월 중순 ~ 6월 말 정도가 무난한 편이지만, 4월이나 5월 초도 여행은 가능하다. 고비사막의 가장 대표적인 여행지는 바가 가즈링 촐로(Baga Gazriin Chuluu), 아흐 가즈링 촐로( Gazriin Chuluu), 차강소브락, 욜리암, 홍고르엘스, 바양작 등이 있다.
어제의 일정이 이것저것 다 생략하고 간략하게 진행되었고, 저녁식사에 이은 게르에서의 술자리도 일찍 끝나서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데 전혀 부담이 되지 않았기에 아침식사까지 넉넉하게 마치고 고비사막으로 떠날 준비를 마친다.
풍성한 조식뷔페는 아니지만 꾀나 맛난 단초롬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비르가 리조트 앞을 보니 구름한점 없는 청명한 날씨가 미지의 고비사막으로 향하는 오늘 여행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리게 한다.
찜을 꾸려 리조트 주차장으로 나오니 소형 벤 다섯 대가 나란히 서 있다. 어제는 대형버스로 이동을 했는데 오늘은 고비사막으로 가야 해서 길없는 황무지를 달릴 수 있는 차를 타게 되는 듯하다. 그런데 세워진 차들이 모두 일본산 차들이다. 일본 차가 고장의 확률도 낮고 승차감도 좋겠지만 아무래도 몽골 여행의 핫템 '푸르공'의 감성은 따라가지 못하여 살짝 아쉬움을 느끼며 주차된 차에 캐리어를 싣고 탑승한다.
그런데 뒤이어 도착한 지도부가 배정된 차에 탑승해야 한다며 1호차로 옮기라고 한다. 차량 배정 내역은 어디에 있는지를 물었더니 카톡으로 넣었다고 한다. 지도부께서 로밍을 해서 카톡을 수시로 보니 다른 사람들도 모두 똑같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지도부가 하명하는 일이라 실었던 캐리어를 내려 1호차를 찾아 나서는데, 차량 어디에도 표식이 되어있지 않고 기사들도 자기 차가 몇호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면야 뭐 찍을 수 밖에 없는 일이라 앞쪽인 멘 아래에 있는 차량에 가서 짐을 싣는데, 또 지도부가 다가와 1호차는 멘 위에 있는 차량이라고 한다. 개뿔! 인프라도 갖춰놓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머릿속에 그린 대로 움직일 것이라 생각하다니 어이가 없다. 하지만 여행 중에 사소한 마찰로 즐거워야 할 여행을 망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에 지도부가 1호차로 지명한 차에 캐리어를 싣고 남은 자리에 몸을 싣는다. 그런데 지도부가 1호차에 가이드 2명 중 한 명이 동승하도록 되어있다고 했는데, 좌석이 4개뿐인 작은 차다. 그리고 내게 배정된 뒷좌석은 캐리어와 배낭 등으로 3면이 막힌 상태여서 우측 창문으로만 밖을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이후 남은 일정 내내 같은 차를 타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조차 모른 채 짐짝인 듯 살려 다녀야만 했다. 여행 전 과정을 사진과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내게는 이런 여행은 돈을 받고서도 사양하는 여행이다. 내 선택의 착오를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부자유스런 여행은 하지 않도록 주의할 밖에는!
그래도 함께 하는 분들이 거의 20여 년 가까이 산행을 함께 해 온 분들인지라 대책없는 혼선에도 모두들 잘 적응하여 차량 탑승을 마치고, 어제 왔던 길을 되짚어 칭기즈칸 국제공항 방향으로 진행하여 툴강을 건넌다.
구글 지도상 툴강을 건너 좌측에 있는 것으로 표시되는 '칭기즈칸 기마동상' 탐방은 생략한 채, 칭기즈칸 국제공항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다가 '준모드'로 표시되는 지역에서 도로 좌측 평원에서 펼쳐지는 '준모드 나담축제 승마경기'를 관람하기로 한다. 일정표에 없던 것이라 오늘 예정된 다른 일정도 조정되며 고비사막의 숙도 도착도 늦어지게 된다.
주차장에서 본 나담축제 승마경기장 조망.
돌아본 주차와 매점 등의 게르가 설치된 구역 전경.
'준모드 아미게 나담축제 승마경기장' 전경.
<나담 축제(Nadam Festival)>
'게임', '축제', '경기' 라는 뜻을 가진 나담 축제는 몽골에서 가장 큰 행사로, 한 달 동안 울란바토르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행해지는데,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는 몽골 혁명기념일인 매년 7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 동안 열린다. 이 축제의 정식 명칭은 ‘에링 고르붕 나담(Eriin Gurvan Nadam)’으로 '세 가지의 중요한 게임'이란 뜻이다. 세 가지 게임은 씨름, 경마, 활쏘기 경기를 말하며, 나담 축제 동안 이 세 가지 경기를 통해 가장 뛰어난 사람을 선발한다. 이 외에도 전통 음식과 그들의 춤과 음악 등 다양한 몽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나담 축제의 기원은 몽골 제국의 역사 문화와 관련이 깊다. 몽골 제국을 세운 칭기즈칸의 군대는 뛰어난 조직력을 갖췄다. 전체 군사를 10명씩 묶어 그룹을 구성하고 한 명의 대장이 그들을 이끌었다. 이때 각 대장은 자신의 그룹에 속할 병사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씨름 기술에서 드러나는 힘, 움직임, 민첩성 그리고 활쏘기와 창던지기에서 드러나는 시력과 주로 사용하는 손 방향, 말을 다룰 때의 용감성 등 종합적 판단에 근거하여 병사를 선택했다. 주요 전투에 참전하기 전과 후에 레슬링, 말 타기, 활쏘기를 연마하고 수련했다. 이런 문화가 나담으로 불리곤 했다. 그러나 청 왕조가 약 200년 동안 지속되면서 몽골인들이 나담에 참여하거나 무술 훈련을 하는 것에 많은 방해가 있었다. 다행히도 몽골족들은 종교의식, 결혼 등 특별한 날에 진행한다는 명목 하에 소규모의 나담 행사를 열면서 문화를 지켰다. 마침내 1921년 중국으로부터 독립한 몽골은 독립 혁명의 성공을 기념하며 나담을 전국적인 행사로 개최하기 시작했다. 나담은 전투를 위한 체력 단련 활동에서 국가의 축제로 모습을 달리했다.
나담축제 승마경기장 전경.
가이드 세나가 옛 나담축제 승마경기의 우승자이고 현 승마경기를 주관하고 있다는 노인 한 분을 소개한다.
결승점 연단에 올라서 본 승마경기장 전경.
오늘 경기는 기수 나이가 6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20여 킬로미터를 달리는 경기로, 11시에 출발하여 13시쯤에 결승점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한다. 일반적인 승마경주에서 기수의 몸무게가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6세 이상 출전이 가능한 경우 대부분 6세의 아이들이 참가하게 되고, 6세 이하의 부정선수 여부는 출발선에서 검사하게 된다고 한다. (어떻게 검사하는지는 비밀!)
승마경주 출발선으로 가는 선수들.
당겨본 승마경주 출발선 전경.
출발선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알 수는 없지만 11시에 경기를 시작한 듯하고, 우리는 다시 게르가 설치된 곳으로 돌아나와 나담축제장의 이모저모를 둘러보다가 간단한 몽골 간편식으로 점심식사를 때우기로 한다.
언덕 위 주차장에서 본 출발선 방향.
멋진 말에 올라서 기념촬영을 하는 관광객.
오래 매달리기일까?
보는 내내 매달려 있어서 얼마나 오래 매달려 있는지 확인은 못했다.
사람 모이는 곳이면 의례히 있는 투전판.
아이들 놀이시설.
말고삐 등 승마용품 판매상.
이름은 모리것고 기름에 튀긴 호떡 같은 빵과 마유차로 점심식사를 하는데,
몽골식 호떡이 생각보다 먹을만하여 한 끼 식사를 때우기에는 괜찮아 보인다.
이제 한 시간쯤 경과되었으니 선수들이 반환점을 돌았을 시간이고,
아마도 한 시간쯤이 더 지나면 저 결승선을 향해 어린 선수들이 모는 말들이 쇄도해 들어올 것이다.
미끈하게 잘 생긴 말.
말안장도 없이 말을 타는 몽골 아이들.
선수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관객들.
서 있는 관객들 뒤로 말을 탄 몽골인들이 말잔등에서도 여유로운 모습이다.
오후 1시를 조금 넘어서자 멀리로 선수들이 일으키는 흙먼지가 시야에 들어오더니,
사뭇 지친 기색이 역력한 선두그룹의 말들이 결승선을 향해 사력을 다해 달려들어 온다.
두번째로 들어오는 그룹.
뒤이어 많은 선수들이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며 다가온다.
우승은 아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어린 선수들 모습.
또 한 무리의 선수들이 들어오고,
연이어 또다른 한 무리의 선수들이 결승선을 향해 달려온다.
승마경기 동영상(34초)
말을 타고 경기를 관람하는 몽골인들.
결승선 단상에 올라서 본 경기장 광경.
경기장 주변 전경.
경기가 종료된 주변 전경.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며 서둘러 차량에 탑승하여 나담축제 현장을 뒤로하고 지름길(초원)로 남고비를 향한다.
초원에 파 놓은 웅덩이 주변으로 물을 마시려 몰려든 양떼 모습.
울란바토르에서 남남서쪽 만달고비를 지나 달란자드가드로 이어지는 도로를 달리는 차에서 본 몽골초원 풍경.
주유와 간식을 먹기 위해 들른 만달고비(Mandalgovi)의 Nomin Wholesale 내부 전경.
좌석이 캐리어와 배낭으로 둘러싸인 3열 우측이라 시야가 제한되어 위치와 방향 가늠이 불가능하고, 좌측 귀의 청력이 형편없는 내게는 다른 사람과의 대화도 불가능하여 트럭에 실린 짐짝이 된 기분이다. (폭망한 여행객 표정)
남부 고비사막으로 향하는 몽골초원에는 소(牛)는 거의 보이지 않고 주로 양(羊)들이 많이 보인다.
테를지 숙소에서 달려온 420km가량의 포장도로를 두고 좌틀하여 도로의 구분조차 없는 황무지를 달려 차강 소브라가(Tsagaan suvarga, 흰 사리탑) 인근의 숙소로 향하는데, 사막에서 보는 일몰 풍경이 장관이다.
(덜컹거리는 차의 좁은 창틈으로 보이는 일몰)
원래 예정에 없던 나담축제를 관람하는 바람에 오늘 예정되었던 차강 소브라가 트레킹은 할 수 없게 되었다. 차강 소브라가 트레킹이 취소된 줄 모르는 차량 3대의 기사는 아침에 전달받은 대로 차강 소브라가로 가고, 지도부와 가이드가 탑승한 차량 2대는 도중에 있는 숙소로 바로 갔다. 앞서 간 차량들이 보이지 않아서 확인 전화를 한 기사가 차를 돌려 숙소로 향한다.
비르가 여행사 가이드의 성실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도로표시조차 없는 사막 40km 정도를 1시간 남짓 달려 고비 카라반세라이 롯지(Gobi Caravanserai Lodge)에 도착한다.
배정된 방에 짐만 옮겨 두고 바로 저녁식사를 하는데, 물과 전기가 귀한 이곳에서는 불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이른 시간에 저녁식사를 한다고 한다. 우리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식당을 전세 내어 서둘러 저녁식사를 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서 간단히 몸을 닦고,
가져간 소주와 맥주, 그리고 지도부에서 몽골 체류 기간 내내 끊임없이 공급해 준 보드카로 몽골의 밤을 보낸다.
물과 전기가 부족한 사막이라 일찌감치 직원들이 문을 닫고 퇴근한 식당 야외테이블에서 나름 운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 노력하는데, 감성이라고는 애당시초 한국의 장롱 속에 고이 감춰두고 사는 사람들이라 뜻을 이루기가 여의치 않다.
몽골은 세계 3대 별자리 관측지로 유명하며, 별자리 관측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인 별자리를 관측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공기가 깨끗하고 습기도 적어 시야가 맑다고는 하여도 달빛이 밝으면 별은 그 빛을 잃기 마련이다. 마침 우리가 방문한 시기가 몽골의 보름달이 뜨는 기간으로 한국과 날짜로 3~4일 차이가 난다. 만약 몽골의 별과 은하수를 제대로 체험하고 싶다면 달빛이 약하거나 없는 시기를 택해야 할 듯하다.
사람들이 고비사막의 밤을 즐기는 사이에 스마트폰으로 몽골 고비사막의 별을 담아보는데.
한국에서 보던 달보다 훨씬 커 보이는 둥그런 달빛 때문인지 옛날 시골 마당에서 보던 별빛보다 못하다.
스마트폰 카메라도 별과 은하수를 촬영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1. 프로모드에서 ISO : 800, 셔터스피드 : 30S, FOCUS : 0.7~0.8, WB : 4600.
2. EXPERT RAW모드로 촬영.
두가지 모드 중에서 두번째 RAW모드로 찍는 게 시간이 좀 많이 걸리기는 하지만 훨씬 편하고 좋다.
고비사막으로 흐르는 은하수.
모래 사막에 가져간 돗자리를 깔고 은하수를 찍고 있는데 모래바람이 심하게 불어온다.
거의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이고 코와 귀, 입으로도 모래가 마구 들어와 부득이 촬영을 멈추고 후일을 기약한다.
예정에 없던 몽골 나담축제를 보느라 한두 곳의 다른 관광지를 보지 못했지만, 나담축제를 직접 눈으로 불 수 있어서 몽골을 이해하는 데는 한층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고비사막에서 별이 촘촘히 박힌 밤하늘과 은하수를 보며 어린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려던 기대는 여행일정 내내 밝은 달빛으로 포기해야만 했던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자유롭지 않은 여행임을 감내하고 시작하는 패키지여행과 달리 이번 몽골 여행은 좀 더 자유롭고 능동적인 여행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후 여행기간 내내 짐짝이 된 듯한 느낌으로 뭣도 모른채 이곳저곳으로 실려 다녀야 했던 것은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See you Tomor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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