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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낙동정맥 05차(답운치~애미랑재) : 짧은 산행 기~인 뒷풀이

by 재희다 2007. 11. 25.

산 행 지 : 낙동정맥 05차(답운치~애미랑재) 경북 울진군, 영양군

산 행 일 : 2007. 11. 24.(토)

산행코스 : 답운치 ~ 889봉 ~ 통고산 ~ 937봉 ~ 애미랑재

(약 13km, 5시간 남짓)

참가인원 : 17명

 

<산행지도>

 

이번 주에도 어김없이 주말에 회사의 연수 일정이 잡혀 있다. 어떤 분은 부친 위독에도 불구하고, 또 어느 분은 장인 고희연에도 불참하고 산행에 참여한다. 요즘은 늘 별거 아니라고 치부했던 질문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놓고 고민스러운 때가 적지 않다. 어찌 되었는 이번 주에도 주위 친지분의 유고를 전하며 언제 다른 날짜에 혼자서 다시 연수를 받기로 하고 연수를 제끼고 산행에 참가하기로 한다. 산행일 늦은 밤에 차를 달려 집 앞에 도착하여 도시락을 들고 서 있는 아내의 걱정스런 모습을 뒤로한 채 양제로 마구마구 달려서 겨우 늦지 않게 답운치행 우리의 애마에 올랐다.

옥방벨리 휴게소에 도착한 버스의 엔진을 멈추자 사위가 조용하고 회원들의 숨소리만 울러 퍼진다. 엔진과 함께 히터도 잠들고 나자 버스 안은 초겨울의 서늘함이 몰려와 잠든 이들의 몸뚱이를 잡아 흔들어 깨워 놓는다. 하는 수 없이 버스는 다시 움직여 답운치에 도착하니 아직 5시가 되지 않았다. 어느 분이 이번에는 코스도 짧고 하니, 날이 밝고 나서 산행을 시작하자고 제안했으나, 버스 안에서 또 한참을 뒤척이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어서 그냥 천천히 걷기로 하고 (절대로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또다시 어둠을 뚫고 산행을 시작한다.

 

 

04:55 답운치에서 산행 준비를 마치고 들머리로 들어서는데 통고산 등산 안내문이 보인다.

 

 

05:05 답운치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오세민님.

답운치(踏雲峙)라면 고개가 높아 구름을 밟는 고개라는 뜻인 듯한데, 어둠으로 구름은 보이지 않는다.

 

 

05:52 헬기장 지나고, 이어서 무명봉도 넘는다.

 

 

06:47 통고산 임도 도착.

 

돌아본 날머리 모습.

 

통고산 방향 들머리의 멋진 금강송 모습.

 

 

07:03 호젓한 통고산 오름길.

 

날이 밝아 오면서 보이기 시작한 금강송 모습.

 

 

07:22 통고산휴양림 갈림길.

 

직진의 오름길로 진행한다.

 

 

07:28 통고산 긴급구조 요청 3번 지점을 지난다.

 

 

 

07:36 통고산 정상 헬기장.

 

 

07:37 통고산 정상 증명.

 

 

통고산에 먼저 도착하신 분들 중 몇몇 분은 벌써 하산길로 접어든다. 아마도 통고산에 올라서 한참을 기다린 모양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걸음을 멈추고 쉬면서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고통이라는 것을 잘 아는 터라, 같이 가자는 말을 할 수가 없다. 산행 페이스를 대충이라도 맞추어야 하는데, 여름철이라면 그늘나무 아래서 한참을 쉬면서 함께 산행을 하더라도 전혀 부담이 없으련만, 겨울은 단체 산행을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함을 새삼 느낀다.

 

<통고산(通古山, 1,066.5m)>
통고산은 이 근처 낙동정맥에서 정상석이 있는 유일한 산인 듯하다. 통고산 장상석의 후면에 적힌 통고산의 유래를 보면, 부족국가시대 실직국(悉直國)의 왕이 다른 부족에게 쫓기어 이 산을 넘으면서 통곡하였다고 하여 통곡산(通哭山)으로 부르다가, 그 후 언제부턴가 통고산(通古山)으로 불리고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고려 공민왕이 이 산에 피난할 때 산이 높다고 하여 통곡산이라고 하였는데 지금은 통고산이라고 한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통고산 정상석.

 

정상석 뒷면의 안내문.

 

 

통고산 정상에서 본 답운치 방향.

 

통고산 정상 이정표.

 

통고산 정상의 산불 감시초소.

 

통고산 정상의 통신탑.

 

 

07:43 통고산을 뒤로하고 내림길로 들어서는데, 수염 달린 나무가 이채롭다.

 

 

07:44 1056봉 헬기장 갈림길.

 

통고산 정상 헬기장에서 아침식사를 하자고 했었는데,
잡목으로 덮여있어서 그런지 이곳이 그 헬기장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멋진 헬기장이 나올 때까지 계속 진행하게 됨에 따라,
결국은 939봉을 지나서 있는 헬기장에서 늦은 아침을 먹게 된다.

 

07:46 자욱한 아침 안개를 뚫고 솟은 해!

 

 

 

08:01 시리도록 조용하고 호젓한 산길을 이어간다.

 

 

 

08:07 낙엽을 떨구어 앙상한 모습의 통고산의 원시림.

 

 

08:10 드디어 금강송이 떼 지어 나타난다.

 

 

이번 구간은 금강송을 감상하는 맛이 쏠쏠하다. 한 뿌리에서 나온 금강송의 가지가 여러 개로 갈리어 뻗어가는 금강송을 보고는, 혹시 저것이 '10지 춘양목'이 아닌가 했으나 '10지 춘양목'은 다음 구간에 있다.

 

금강송(金剛松)은 적송(赤松) 중에서도 수형이 곧고 재질이 단단한 소나무의 왕자다. 더디게 자라 나이테가 조밀하고 송진 함유량이 많아 잘 썩지 않고 갈라지지도 않으며, 강도도 높아 조선시대부터 우수한 목재로 인정받아 궁궐과 천년고찰의 대들보로 사용되어 왔다. 조선시대에는 금강송이 자라는 경북과 강원도 지역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황장금산이나 봉산(封山)으로 지정되어 엄격한 보호를 받았다. 현재에도 경북 울진군 소광리와 경북 봉화군 춘양면과 소천면 일대는 산림청에서 유전자원보전림으로 지정하여 금강송을 보호하고 있다. 그리고 금강송은 속이 창자 모양과 같이 황금빛을 띠어 황장목(黃腸木)으로도 불린다. 1950년대 춘양, 영주, 석포를 잇는 영암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금강송의 무분별하게 남벌하였는데, 특히 춘양역은 금강송이 외지로 반출되는 주요한 통로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금강송을 춘양목(春陽木)으로도 부른다.

 

춘양역에서 ‘억지춘양’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1950년대, 당시 자유당 국회의원(춘양면 서벽리에 고향을 둔 정병문 국회의원)이, 본래는 철도가 건설되지 않을 지역이었던 춘양면으로 억지로 노선을 변경해서 철도가 휘어져 들어오게 만들면서 생긴 말이 ‘억지춘양’이다. 이 지역 지도를 보면 영주와 철암을 잇는 영암선(현 영동선) 철길이 부자연스럽게 춘양역 방향으로 남자의 거시기(?)처럼 불쑥 솟아있다.

 

억지춘양이지 억지춘향이 아니다.
억지춘향이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고, 변사또가 춘향이로 하여금 억지로 수청을 들게 하였다고 하여 ‘억지춘향’으로 부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이는 진정 억지다. 변사또가 춘향이로 하여금 억지로 수청을 들게 하였다면 ‘억지변사또’가 되어야지 ‘억지춘향’이 될 수는 없다. 억지춘향이라면 춘향이가 억지로 수청을 들었다는 것인데, 춘향이가 변사또의 수청을 거절하여 옥에 갇히게 된 것은 소학생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번 구간에서 금강송을 보니 하늘을 향해 치솟는 상승의 기개가 놀랍다. 외경(畏敬) 바로 그것이다. 이들 금강송의 모습에서 확고부동한 긍정의 자세와 직립의 정신,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온갖 유혹을 물리치며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 고고함을 본다.

 

 

08:13 통고산 남쪽 임도를 지난다.

 

남회동 방향 임도 모습.

 

왕피리 방향 임도 모습.

 

 

08:30 삼각점과 안내문이 있는 937봉 도착.

 

 

별다른 관심거리가 없으니, 잎사귀가 있을 때의 울창함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08:33 가끔씩 나타나는 금강송의 우람한 자태를 감상하며 낙동길을 이어간다.

 

상상!

 

 

08:43 937봉 지서 있는 헬기장에 도착하니 백두들이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08:59 후미가 도착하여 아침 식사를 시작하려는데, 선두들은 벌써 식사를 마치고 산행에 나서려 한다.

 

이곳도 헬기장이었다는데, 지금은 잡목들이 울창하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통고산 방향.

 

 

 

09:11 아침 식사 장소였던 헬기장을 뒤로하고, 호젓한 낙동길 잇기에 나선다.

 

 

연이어 나타나는 금강송.

 

 

 

 

 

09:28 완만하고 걷기 좋은 편안한 낙동길을 따르는 백두들!

 

 

자작나무 숲.

 

 

 

09:35 자그만 봉우리를 몇 개 넘었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낙엽 쌓인 낙동길이 포근하기만 하다.

 

 

09:44 늘 이런 길만 이어졌으면 좋으련만..ㅉㅉ

 

 

 

09:47 무슨 버섯?

 

 

 

09:48 두텁게 쌓인 낙엽으로 낙동정맥 능선길은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지만,

 

희미한 흔적을 쫓아가면서,

 

주위의 이런저런 괴목들도 감상하고,

 

앙상한 숲속에서 푸른 잎사귀를 달고 있는 멋진 소나무에 감탄하기도 한다.

 

 

09:56 넘어져도 ~~, 미끄러져도 ~~, 손차장은 안울어 ~~!

 

 

무릎까지 빠지는 낙엽 함정도 지난다.

 

 

10:06 절대로 다치지 않을 만큼 쌓인 낙엽을 보며 뒹굴까 말까?

 

 

10:07 이 나무도 '십지춘양목'일까?

다음 구간의 10지와 구분해 봐야지!

 

못 미친 십지춘양목 앞에서.

 

 

 

 

10:09 놀며 쉬며 가다 보니,

 

 

10:14 벌써 애미랑재에 도착해 버렸다.

 

먼저 도착한 손총무님은 다음 구간 들머리를 확인하러 반대편으로 가 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애미랑재 또는 애매랑재라고 하는 고갯길이다. 인근에 광비천이 흐른다고 하여 광비령으로 표기되어 있기도 하고, 애미랑재라고도 하는 곳이다. 이곳은 바로 울진군, 봉화군, 영양군 3개 군의 접경지로 주변 산의 높이가 엇비슷하여 애매하다고 하여 애매랑재 또는 애미랑재로 불리게 되었단다. 양쪽으로 어마어마한 절개지를 만들어 놓았다. 이 정도 깎을 요량이면 그냥 터널을 만들 일이지..ㅉㅉ

 

 

절개지 우측을 따라 고개로 내려서는 백두들.

 

조심해서 내려오슈!

 

고개 옆 골짜기로 내려섰다가 다시 도로로 올라야 한다.

 

절개지 옆의 계류 모습.

 

 

10:20 애매랑재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애마!

 

 

10:39 옥방벨리휴게소 식당으로 이동하여,

 

<옥방천>
경북 봉화군 소천면 남회룡리의 개울로, 경북 봉화군 소천면 장군봉(1,135m) 남쪽 오미마을에서 샘물 하나가 땅 속에서 솟아 북쪽 방면으로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영양군과 경계를 이루는 이 물줄기의 이름은 회룡천, 남회룡분교 앞을 지나면서는 옥방천으로 불리다가 36번 국도를 만나는 지점부터는 광비천으로 개명되고, 이어 영동선의 승부역과 분천역 중간쯤에 가서는 승부리에서 내려오는 물과 합쳐져 낙동강으로 변신하는 물줄기다.

 

예절의 고장 봉화!

 

옥방 휴게소까지 직접 "문어숙회, 육회, 사과"를 가져오신 권용호님 동생분!

 

너무너무 맛나게 잘 먹었습니다. 고맙슴다^^

 

 

흘린 땀이 전혀 없었음에도 어김없이 샤워를 하고,

 

 

11:49 옥방벨리휴게식당에서 담소를 나누며 뒤풀이 시간을 갖는다.

 

 

 

식당 뒤 계곡 건너편 절벽에 있는 '부처바위'라는데, 아무리 보아도 부처가 보이지 않는다.

술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이겠지!

 

 

13:48 짧은 산행 긴 여흥을 마무리한다.

 

 

13:56 술병을 들고서 버스 안까지 배웅 나오신 쥔장!

(뭣 땜시 이러시는지 다 압니다...ㅋㅋ)

 

 

 

편안한 애마에 올라서,

 

서울로 향한다.

 

그렇게 짧은 산행, 긴 여흥은 마무리되었다.

모두들 선릉에서 내리셨는데, 무사히 잘들 들어가셨는지 모를 일이다.

 

다음 산행도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밖에는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듯한데, 눈이 내리면 바리 싸들고 삼성산이라도..!

 

즐거운 한주 되시고 주말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