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지 : 낙남정맥 02차(길마재~배토재)
산 행 일 : 2010. 11. 27.(토)
산행코스 : 장재기마을 + 길마재 ~ 칠중대고지 ~ 양이터재 ~ 방화고지 ~ 돌고지재 ~ 천왕봉 ~ 배토재
(2km +14km, 7시간 30분 소요)
산행참가 : 20백두.
<산행코스>
지리산 영신봉에서 출발한 지난번 첫번째 낙남정맥 구간을 청학동에서 그치지 않고 고운동재까지 이었다면, 오늘 산행을 고운동재에서 출발하게 되어 어프로치 2km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산행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외삼신봉을 앞두고 청학동갈림길에서 산행을 마치는 바람에, 두번째 구간 산행 거리를 어느 정도 늘리느라 이번 구간을 길마재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또한 지난주부터 지리산 국립공원이 겨울철 출입통제에 들어감에 따라 부득이 두번째 구간을 뒤로 미뤄 두고, 세번째 구간을 02차로 진행하게 되었다. 아마도 내년 초여름쯤 지리산 출입통제가 풀리면, 고운동제에서 출발하여 역방향으로 진행하여 마루금을 잇게 될 것이다.
낙남정맥 종주를 시작하게 되면 버스의 운행 시간이 무척 길어질 것으로 짐작했었는데, 양재를 출발한 버스는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면서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산행 출발지 인근에 도착했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단성 IC를 빠져나온 버스는 지리산 중산리로 향하는 20번 국도를 달리다가, 청학동으로 이어지는 묵계터널을 통과하여 널찍한 공터에 40분쯤 주차하였다가, 4시쯤에 오늘 산행의 출발지점인 하동군 장고재 마을로 이동하였다. 버스가 마을 앞에 도착하니, 온 동네 개들이 자다가 일어나 지리산 곰탱이들도 깨울 정도로 짖어댄다. 동네 주민들의 단잠을 방해할까 저어되어 서둘러 산행 준비를 하고는 낙남정맥 산행에 나선다.
묵계리 장재기(장고재) 마을 앞에 도착하여 산행 준비를 마치고,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질마재로 향한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굽이굽이 올라가니 "봉화사"라는 사찰 앞을 지나게 된다.
간판에 "고요한 숲속의 수행처"라고 쓰여 있는데 우리가 방해를 한 건 아닌지..,
그래도 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이기는 하다.
해발 400여 미터에 위치한 길마재에 도착하여,
우측으로 표지기가 주렁주렁 열려있는 나무 옆 들머리로 들어서며 낙남정맥 잇기를 시작한다.
이곳 길마재는 6.25 동란 당시 지리산을 근거지로 했던 남부군 빨치산들의 주요 통로였다고 한다.
10여분 정도 어둠을 뚫고 오르니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555봉에 도착한다.
555봉을 지난 이후는 뚜렷한 고도차가 없는 뚜렷한 등로가 이어지며 이름도 특이한 '칠중대고지'도 그냥 스쳐 지나친다. 60여년 전, 6.25 동란 이후 지리산 빨치산 공비토벌작전으로 유명한 칠중대고지와 방화고지 등이 이번 낙남길 구간에 있는데, 칠중대고지는 지리산 공비토벌 때 7중대가 주둔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는지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는 6.25 전쟁은, 전쟁 중에서도 가장 치열하고 비극적이라는 동족 간의 전쟁으로 슬픈 비극의 역사가 지명으로 남아있는 현장이다.
정맥능선 좌측의 궁항리(弓項里)는 지형이 활처럼 생겼다고 해서 활미기 또는 궁항이라고 부른다는데, 아직 캄캄한 한밤중이라 볼 수는 없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어느새 양이터재에 다다른다.
양이터재에 도착하여 산행 시작 후 첫 쉼을 한다. 두 시간 만의 쉼은 좀 너무한다는 느낌인데...ㅉㅉ
<양이터재(480m)>
양이터는 궁항 서쪽에 있는 마을로, 동학란 때 양씨와 이씨들의 피난처였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라 한다. 아마도 양이터 마을로 넘어가는 고개가 지금 서 있는 양이터재이리라 짐작한다.
방화고지를 향해 어둠 속에서 한참을 걷다 보니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 온다.
아마도 이즈음부터 일출 때까지의 잠깐 동안이 무박산행의 진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방화고지를 향하는 백두들.
날이 밝아오면서 좌측 진주 방향 조망이 그림처럼 펼쳐지기 시작한다.
걸어온 낙남능선 뒤로 지리산 천왕봉도 가늠된다.
좀 더 당겨본 지리산 천왕봉과 주능선.
돌아본 낙남능선.
방화고지 도착.
직진의 능선길은 말치재를 향하는 능선이고, 낙남길은 이곳에서 좌틀하여 내림길로 이어진다.
방화고지 내림길 전망바위에서 일출을 맞는다.
당겨본 해!
남동쪽 봉명산 방향.
아침해는 조용히 잠든 대지를 어루만지며 단잠에서 깨워낸다.
우측 커다란 봉우리가 남해대교 뒤쪽의 금오산쯤이고, 좌측의 희미한 봉우리가 사천의 와룡산쯤이다.
아침 해의 우측 펑퍼짐한 봉우리가 사천의 와룡산쯤인 듯하다.
동쪽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물줄기는 진양호쯤일까?
다시 한번 해를 가까이 당겨본다.
또 해 보고 싶어서..ㅋㅋ
651봉 오름길에 돌아본 지리산 천왕봉 방향.
651봉 정상에 도착한다.
북동쪽 청암면 회신리 방향 조망.
산청 방향.
동쪽 진주 방향.
동남쪽 사천만 방향.
남쪽 하동 방향.
서남쪽 광양 방향으로 백운산도 살포시 보인다.
서쪽 방향으로는 방화고지에서 말치재로 이어진 능선이 지척이다.
좌측 앞쪽이 하동군의 금오산, 우측 뒤쪽이 남해도의 망운산인 듯.
가야 할 천황봉(좌측끝)으로 이어진 낙남능선을 살피고,
천황봉 직전에서 우측의 금오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백두대간 꼬리라고 불려지는 '백두대간 우듬지' 능선이다.
어느새 해는 대지에서 하늘로 한 뼘을 올라 붙었다.
옥종면 사림산(우측끝) 방향 조망.
다시 한번 산청 방향을 조망해 보고,
얼마 전 호남정맥길을 마감했던 하동 쪽도 다시 한번 돌아본다.
저 멀리 어슴푸레한 산 너머에 광양제철소의 용광로가 끓고 있으리라 짐작하며,
대지를 바다로 바꾼, 구름바다를 당겨본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억새도 담으며,
자연이 그린 수묵화도 감상한다.
윗안양 뒷산에 도착하여,
보람찬? 아침식사를 한다.
오늘도 산꼭대기에서 아침을 먹으며, 이제 야외 아침밥이 자연스워졌음을 느낀다.
빨간 망개(청미래의 갱상도 사투리) 열매가 탐스럽게 주변을 장식한 자연식당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윗안양 뒷산을 뒤로한다.
서쪽 청암면 방향 조망.
돌고지재를 지나 천왕봉으로 이어진 가야 할 낙남능선.
금오산으로 이어진 백두대간 우듬지 능선 모습.
하동 금오산과 남해도의 망운산 방향.
능선 우측으로 청암에서 돌고지재로 이어지는 도로가 함께 하더니,
낙남 능선은 도로와 겹쳐지고, 우측으로는 백운산에서 갈미봉으로 이어진 호남정맥도 조망된다.
남쪽 남해 방향 조망.
잠시의 포장도로와의 동행을 뒤로하고, 좌측 억새밭 능선으로 들어서서,
자그만 언덕을 넘고,
억새꽃 만발한 구릉을 지난다.
지나온 낙남능선도 돌아보고,
억새밭을 헤쳐 나아가면,
돌고지재에서 옥산으로 이어진 임도가 먼저 시야에 들어오고,
이내 돌고지재에 도착한다.
<돌고지재(260m)>
하동군 횡천면 전대리와 옥종면 회신리 돌고지를 넘나드는 고개로, 돌거리재, 회티(回峙), 돌고개라 부르는 것으로 보아, '돌아 올라가는 고개' 또는 '돌고 도는 고개'라는 뜻이거나, '돌고지로 가는 재'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라 짐작된다.
우측 횡천면 방향.
좌측 옥종면 방향.
날머리 모습.
오늘 산행에는 김영식님의 큰아들과 조카가 함께했다.
힘든 산행길에 나선 아버지를 살뜰히 이해하려는 듯,
일반 산행도 아닌 정맥산행을 함께하려는 마음 씀씀이를 가진 자제분들이 너무도 든든해 보인다.
돌고지재를 뒤로하고, 옥산으로 이어진 임도를 따라 천황봉을 향한다.
가파른 시멘트 도로 오름길이 이어지더니,
우측 숲으로 들어오라고 표지기들이 손짓한다.
돌아본 돌고지재 뒤쪽으로 광양 백운산이 듬직하니 자리하고 있다.
후미를 기다렸다가 가파른 숲길로 들어서서 잠시 오르니,
이내 잠시 전까지 따르던 시멘트 도로에 다시 올라서게 된다.
시멘트 도로는 467봉을 우회하지만,
좌측 머리 위로 보이는 467봉에 오르면,
멀리 지리산에서 이어온 낙남정맥 능선이 가늠되고,
북동쪽 옥종면 방향으로, 산들이 울룩불룩 솟아 있다.
돌고지재 너머로, 좀 전에 지나왔던 낙남능선도 가늠해 보고,
지난해 여름에 걸었던 백운산에서 망덕봉으로 이어진 호남정맥 마지막 능선도 가늠해 본다.
북동 진주 방향 조망.
남쪽 남해 방향 조망.
가야 할 526봉 우측으로 임도길도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다시 임도로 내려와 526봉과 546봉을 우회하니 임도 갈림길에 이르게 되고,
가야할 좌측의 옥산 방향 임도는 비포장이고,
우측 능선 방향의 백두대간 우듬지 능선 임도길이 마치 낙남정맥인 양 착각이 들게 한다.
혹시 앞서간 분들이 우측 화정 방향 임도로 가지 않았을까 불러 보았더니,
역시 짐작대로 몸풀기 산행을 하다가 돌아온다.
다시 임도 갈림길로 돌아와, 옥산 방향 임도를 따라 진행한다.
좌측으로 546봉에서 이어오는 날머리를 지나 임도를 조금 더 따르니,
가끔씩 반가운 표지기들이 걸려 있다.
옥산으로 이어지는 직진의 임도를 두고, 우측 천왕봉 방향 숲길로 들어서서,
호젓한 소나무숲 오름길을 잠시 오르면,
천황봉 정상부에 도착한다.
철 지난 철쭉꽃은 늦잠꾸러기 게으름뱅이 인지, 부부금슬이 좋아 태어난 늦둥이 인지?
광양 백운산도 다시 한번 돌아보며,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천황봉에 올라선다.
<천황봉/천왕봉(602m)>
정상석은 없고 조그마한 활공장 표지판만 있다. 옥종면 청룡리 무쇳골과 북청면 화정리 들녘이 내려다보이고, 옥산 정상이 가까이 보인다.
신백두대간론을 주장하는 이들에 따르면, 지리산 영신봉에서 잠시 전에 지나왔던 546봉까지의 수계는 낙동강과 섬진강이며, 546봉에서 김해 '신어산'까지의 수계는 낙동강과 남해(南海)다. 이렇게 수계가 다르기 때문에 '신백두대간論'에서는 이 546봉이 백두대간과 낙남정맥의 분기점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546봉에서 금오산을 지나 남해 노량 앞바다로 내려가는 능선을 낙남금오지맥(백두대간 우듬지)이라고 하고, 이 마루금이 바다를 건너 남해대교 끝 부근에서 미조항까지 연결되며 남해지맥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신백두대간론’에서는 낙남금오지맥을 백두대간에 포함하고 있으며 낙남금오지맥의 끝을 ‘신백두대간’의 끝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천황봉 정상은 페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꾸며져 있어서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다.
북쪽으로는 옥산(614m)이 지척이고,
북쪽 옥종면 방향의 산세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돌아본 지리산 천왕봉은 성긴 구름에 살짝 가려져 있다.
옥종면 방향 조망.
지리산 보다 조금 낮은 광양의 백운산(1,222m)은 그 모습을 훤히 드러내고 있다.
남쪽 북천면 방향 조망.
활공장으로 조성되어서 그런지, 조망이 훤한 천황봉 정상에서 느긋하게 주변 조망을 감상한다.
남동쪽 북천면 방향으로 사천만 바다도 살짝 보인다.
하동과 사천을 잇는 사천대교(공사 중)도 당겨보고,
북천면 화정리가 조용한 전원생활의 꿈을 다시금 일깨운다.
하늘을 가르는 독수리의 고향은 멀고 먼 시베리아일 듯한데, 어느새 여기까기 겨울을 지내려 왔나 보다.
천황봉 정상에서.
천황봉 정상 증거를 남기고,
천황봉을 뒤로하고 오늘의 종착지인 배토재를 향한다.
옥산 방향.
옥산2봉이라는 표지판이 걸려있는,
옥산 갈림길에 도착한다.
아마도 옥산이 614m이고 천왕봉이 602m인 것으로 보아, "옥산 천황봉"으로 표시했어야 맞는 듯하다. 주변의 산새로 미루어 보아 커다란 정상석이 있음직한 데도 아무런 표식이 없었던 천황봉은, 옥산의 두번째 봉우리임에 틀림없다. 이리도 옥산이 지척인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서둘러서 옥산을 다녀왔어야 하는 것인데'라며 뒤늦은 후회를 한다. 언제가 옥산은 한번쯤 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옥산 가는 길도 뒤로한다.
배토재로 향하는 내림길은 완만한 소나무숲길이 이어지다가,
봉우리라 인식하기도 어려운 '옥산3봉'이라는 표지기가 걸린 곳을 지난다.
'이런 길이라면 천리길도~~'라며 룰루랄라 걸음을 재촉한다.
주변에 돌도 눈에 띄지 않는데도 몇 군데의 돌탑을 지나면,
배토재가 1.5km 밖에 남지 않았다는 팻말이 나오고,
소나무 숲길은 임도로 바뀌더니,
배토재 도로가 눈앞에 나타나고,
오늘의 산행 종점인 배토재에 도착한다.
<배토재/백토재>
하동군 북천면과 옥종면의 경계 지점으로, 1005번 지방도가 지난다. 옥산에는 고령토 광산이 산재해 있고, 일제시대엔 세계 최고의 고령토를 자랑하던 고장이었다. 고령토의 색깔이 흰색이라 하여 '백토'라고 하고, 고령토(백토)를 나르던 고갯길이라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배토재 우측에는 요양병원이 자리하고 있다.
다음 구간 들머리에서 낙남정맥 산행 지도를 살펴보고,
배토재 정상에는 옥종면에서 새운 커다란 이정석이 자리하고 있다.
'고향옥종' 이정석 앞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버스정류소 이름에서, 배토재가 백토에서 유래되었음을 확인한다.
아마도 공식 지명은 백토재가 맞는 듯하다. (네이버 지도)
그다지 흘린 땀이 없음에도, 땀을 닦으려 버스에 오른다.
능선 아래 옥종면에 있는 온천으로 가서 느긋한 목감을 즐기고,
온천 앞 식당에서,
호남의 정식과 경남의 정식이 어찌 다른지를 확인하며,
또 그렇게 낙남정맥길 한 구간의 기억을 추억으로 갈무리한다.
뒤풀이를 마치고 왔던 곳으로 향한다.
촬영 시간이 22시 38분이다. 지금까지 뭘 했는지 기억이 없다..ㅋㅋ
건강한 모습들 내내 간직하면서,
즐거운 산행 계속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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