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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강기맥 03차(호령봉~계방산 주목삼거리) : 원시림, 호랑이 숲 트레킹은 멀고먼 옛날의 기억일까!

by 재희다 2017. 8. 13.

산 행 지 : 한강기맥 03차(호령봉~계방산 주목삼거리) 강원도 평창군, 홍천군.

산 행 일 : 2017. 08. 12.(토)

산행코스 : 오대산 상원사 ~ 중대사 계곡 ~ 서대사 갈림길 ~ 호령봉 ~ 뾰지개봉 ~ 1462봉 계방지맥 분기봉

              ~ 1551봉 소계방산갈림봉 ~ 주목삼거리 ~ 이승복 생가 ~ 노동계곡 주차장 (20.5km)

산행참가 : 22 백두.

 

<산행지도>

 

요즘 북한에서 핵폭탄을 만들고 이를 멀리까지 운반할 수 있는 ICBM까지 시험발사에 성공하며 세상이 온통 시끌시끌하다. 엄청난 살상력을 가진 무기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라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가 우려를 한들 별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의 핵무기는 그에 상응하는 핵으로서만이 견제가 되는 '핵균형'이라는 대책이 그동안의 유일한 대응책이었다. 과연 우리도 그러한 핵균형이라는 유일한 대응 수단을 만들 수 있을 것인지!

과거의 역사를 찾아보면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싸움은 대체로 뺏으려는 자의 절박함이 승리를 했었고, 넉넉한 자와 궁한 자의 싸움에서는 대체로 궁한 자가 최종적인 승자가 되었었다. 과연 현재 우리의 넉넉한 자로서 지키려는 자세가 우리의 최종적인 안전과 승리를 확보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인지는 다시 한번 되짚어 볼 일이다. 김정은과 트럼프의 으르렁 거림에 찍소리도 내지 못하는 우리의 신세가 처량하고 답답하니, 그냥 배낭 메고 산으로나 가야겠다.

 

이번 산행에서는 그동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도를 해 볼 참이다. 지난번 호령봉에서 서대사 능선을 따라 상원사로 하산하면서 서대사 갈림길에서 조금 내려온 안부에서 좌측 중대사계곡 방향으로 뚜렷한 등로의 흔적을 발견했었고, 그에 따라 이번에 상원사에서 호령봉으로 오를 때는 서대사로 우회하지 않고 중대사계곡을 통해 지름길로 가 보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아무리 인터넷과 오래된 등산지도를 뒤져도 중대사계곡으로 등로가 있다는 기록은 없다. 다만 최근의 등산앱에 중대사계곡으로 오른 흔적을 하나 찾았고, 그 들머리는 상원사에서 중대사로 오르는 등로가 계곡을 건너는 지점에서 계곡을 따라 들어선다는 정도였다. 사실 이 정도의 희미한 정보만 가지고서 야간에 백두 회원들을 미지의 계곡으로 인도한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올여름 계곡 트레킹도 못했는데 계곡 따라 오르다가 길이 없으면 돌아온다는 각오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하고, 오프라인 지도를 만들어 가야 할 트랙을 그려 넣고는 사뭇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시도한다. 까짓것 인생이 도전인데 뭐!

 

산행 출발을 하루 앞둔 목요일 송교화 회원님의 모친께서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부고를 받고, 금요일 산행 출발 전에 단체 조문을 하기로 했다. 평소보다 서둘러 퇴근하려는데, 휴가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직원들이 어거지로 만든 저녁 모임에 참석했다가, 서둘러 양평동 강남성심병원 장례식장에 들러 조문을 하고는 버스에 올라 오대산으로 향한다.

 

 

월정사 매표소에서 입장료와 주차비를 정산하고 상원사로 향하는데, 앞쪽에서 길을 막고 촬영을 하고 있다.

혹시 예쁜 영화배우가 나오나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수확이 없고, 촬영장비를 이동을 기다렸다가, 상원사로 향한다.

 

 

상원사 주차장에 도착한 버스에서 한 시간쯤 쪽잠을 즐기고, 3시에 기상하여 산행 준비를 시작한다.

지난밤 비가 내린 듯 주차장 바닥은 젖어있지만, 더 이상 비는 오지 않을 듯하여 가벼운 차림으로 버스를 나선다.

 

 

상원사 입구를 지나 중대사 사자암으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한강기맥 세번째 산행을 시작한다.

 

 

좌측 서대사 수정암으로 이어지는 샛길 갈림길에 도착한 백두들이 결정을 기다린다.

지난번 하산 루트를 따라 호령봉으로 갈 것인지, 직진의 중대사 계곡을 따라 오를 것인지를.

세상살이가 도전인데, 뭘 망설이겠는가. 결정적 위험도 없는 듯 보여, 직진의 '중대사계곡 트레킹길'로 접어든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던 등로가 우측으로 꺾여 계곡 건너 사자암으로 오르는 지점에 도착하니,

직진의 계곡 방향으로는 사자암으로 짐을 운반하는 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부근에 등산로가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무성한 수풀과 어둠으로 들머리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계곡 좌측편에 상수도용 파이프가 설치된 곳이 길흔적으로 보여서 들어서니,

과연 오래선 등로를 따라 파이프를 설치했는데 인적이 뜸해져서 수풀에 덮여 있다.

어차피 등로가 없으면 계곡을 치고 오르려 했는데, 희미한 족적이나마 있으니 다행이라 여기며 들어선다.

 

 

희미한 족적은 계곡 좌측 사면을 따라 이어지다가 잠깐씩 계곡을 건너기도 하는데,

계곡으로 내려서게 되면 그나마 희미하던 족적을 찾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선두의 몇몇 분이 이쪽저쪽을 들쑤시다가 누군가가 흔적을 발견하면 그쪽으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힘겹게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비는 그쳤지만 수풀이 물방울을 잔뜩 매달고 있어서 모두들 물에 빠진 생쥐로 신세가 되었고,

캄캄한 숲으로 덮인 계곡길을 가다 보니 앞사람과 조금만 간격이 벌어져도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그나마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불안한 마음을 잠재워 주고,

 

또 계곡에서 족적을 잃어버렸는데. 뒤쪽에서 흔적을 찾던 두규형이 이쪽 같다는 말에 다시금 안도의 숨을 내쉰다.

 

 

따르던 계곡을 뒤로하고 좌측 사면으로 이어지는 족적을 따라 오르다가, 도대체 어디쯤일까 궁금하여 잠시 발길을 멈추고 오프라인 지도를 확인하며 뒤를 돌아보니, 처음으로 하늘과 땅이 구분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뒤쪽으로 능선이 보이는 모양새로 '꾀나 많이 왔나 보다!'라고 짐작한다.

 

 

서대사 능선으로 오르는데 앞쪽으로 가로등 불빛처럼 밝은 빛이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구름과 우거진 숲을 뚫고 들어온 달빛이다. 세상에나! 달빛이 이렇게 반가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가파른 사면 오름길을 치고 오르는데, 뒤쪽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앞사람과 간격이 벌어져 등로를 찾지 못해서 부르고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백두~'라고 소리를 질러서 위치를 확인해 주고는 따라붙기를 기다리는데,

뒤쪽으로는 상왕봉쯤으로 짐작되는 봉우리가 덮고 있던 구름 이불을 걷어내고 있다.

 

길 찾느라 보지 못했던 초롱꽃도 눈에 들어오고,

 

뒤쳐졌던 분들이 무성한 잡목들을 헤치고 올라오고 있다.

등로에는 마땅히 쉴만한 장소도 없어서 자리에 선 체로 잠시 쉼을 하고는 다시 서대사 능선을 향한다.

 

 

거의 두 시간 만에 서대사(수정암) 능선에 도착하여 잠시 쉼을 한다.

 

현대인의 신무기인 GPS와 오프라인 지도가 없었으면 감히 도전을 꿈꾸지 못했을 중대사계곡 야간트레킹이 마무리 되는 순간이다. 나도 한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던 커다란 짐에서 벗어나는 희열을 맛본다. 아울러 묵묵히 신뢰를 보내준 여러 백두님들께도 크나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

 

 

지난 산행에서 하산 루트로 잡았던 능선을 따라 호령봉으로 향한다.

 

 

한강기맥 주능선 도착.

 

지난번 산행 때 비로봉에서 상원사로 탈출했던 분들은 처음이겠지만,

눈에 익은 주변 풍경에 다들 안도하며 지나온 중대사계곡 트레킹에 대해서 한마디씩 무용담을 나눈다.

 

 

호령봉으로 향하는 능선 등산로는 2주 전 잡목들을 걷어 놓았음에도 어느새 다시 무성하게 얽혀있고,

 

눈에 익은 주목과 고사목이 함께하는 지점도 지난다.

 

 

고사한 주목들이 실제로 살아서 천년을 버텼는지, 또 죽은 후로는 얼마큼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혹여 먼 훗날 손자 손녀가 찾았을 때에도 살아있는 것들은 모습이 달라져 있겠지만,

저 고사목은 그대로 남아서 할아버지 사진 속의 모습을 기억해 낼 수 있을런지도!

 

 

2주 전의 야생화 꽃밭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 호령봉 정상에 도착한다.

 

어찌 이리도 호령봉과는 인연이 없을까!

이번으로 세번째인데 올 때마다 안개 자욱한 호령봉만 보게 된다.

 

<호령봉(虎嶺峰, 1,561m)>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과 홍천군 내면의 걸쳐있는 오대산의 다섯개 봉우리 중 하나로, 오대산 국립공원의 고봉(高峰) 가운데 비로봉 다음으로 높은 제2고봉이며, '범이 다니는 길목이었다'고 하여 호령(虎嶺)이라 불렀다고 하는 이 봉우리는 호랑이의 양쪽 귀 모양으로 생긴 2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암릉이 유난히 많은 이곳을 '숫봉'이라 부르고, 이곳에서 남쪽으로 40분 거리에 있는 무명봉을 '암봉'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오늘 가게 될 한강기맥의 1537봉이 '암봉'쯤 되지 않을까 짐작한다.

 

 

조금 이른 시간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한참 동안도 너른 장소를 찾기가 싶지 않을 듯하여 호령봉 정상에서 아침 도시락을 꺼낸다. 주변 풍광이 그지없이 좋다는 호령봉에서 풍광을 가리는 안개 커튼을 치고는 호령봉 꽃밭에서 느긋한 아침식사를 한다.

 

꽃밭에서의 식사라 좋기는 한데, 8월이라 얇게 입은 옷 때문인지 추워도 너무 춥다.

배낭에서 재킷과 비옷을 꺼내어 입어도 스며드는 한기는 초겨울 수준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호령봉 정상 인증을 하는 백두들의 복장이 한겨울 산행 복장이다.

이로써 올여름 제대로 된 피서를 한다!

 

 

인증을 마치고 호령봉을 뒤로하려는데, 마침 주변의 안개가 걷히며 서쪽 을수골 방향이 살짝 드러나 보인다.

식사를 조금 더 천천히 할걸! 그래도 하는 수 없다. 추워서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

 

 

호령봉에서 좌측 한강기맥 능선으로 들어서면, 예상과 달리 등로 상태가 호령봉 오름길보다 훨씬 양호하다.

 

 

10여 년 전 겨울에 보았던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지판이 아직도 걸려 있다.

무슨 표식인지는 몰라도 뽀지개봉 전까지 C-4에서 C-10까지의 표지판이 연이어 나타난다.

 

 

'암봉'쯤으로 보이는 암릉을 우측 사면을 따라 우회한다.

 

한강기맥 능선 위의 백두들.

 

 

오래된 지도에 표시된 좌측 동피골 방향 갈림길 지점을 지나는데, 자세히 보니 희미한 흔적이 남아 있기는 하다.

올해 예정했던 동피골 트레킹은 다음으로 미루었는데, 이리도 등로 흔적이 희미해서 찾아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1537봉 전망바위에서 물에 빠진 서 여사님이 잠시 포즈를 취한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닙니다!'

 

 

이내 1537봉 능선 갈림길을 지나는데, 이곳에서 좌측 능선을 따라 동피골로 내려설 수 있다.

 

 

우측으로 홍천군 내면 방향 조망이 트인다.

구름이 없었으면 개인산과 방태산이 시원스레 조망되었을 텐데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앗! 구름 위로 조그마한 섬이 떠 있다.

아마도 방태산쯤이 아닌가 짐작된다.

 

 

덩치도 그리 크지 않은 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있다.

'그대를 새발낙지 나무라 명명 하노라!'

 

 

뒤쪽으로 지나온 호령봉이 구름 이불은 걷어내고 있다.

30분만 늦게 왔으면 호령봉에서의 끝간데 없는 조망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은 또 다른 도전을 잉태한다!

 

 

등로를 따라 늘어선 거목들의 사열을 받으며,

 

한여름에도 서늘한 한기를 머금은 오대산의 숲길을 가는 백두들.

 

 

1371봉 정상쯤을 지난다.

좌측으로 분기되는 능선 갈림길이 있는 곳으로, 지능선을 따르다면 동피골로 들어서는 오솔길이 있다고 한다.

 

 

1315봉 오름길의 창병 선두대장.

오늘도 멘 앞에서 물방울과 거미줄 제거에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

 

 

1315봉 정상을 지난다.

숲이 워낙 우거져서 봉우리와 안부의 구분조차 쉽지가 않다.

 

 

숲에도 분류기준에 따라 여러 종류의 숲이 있다고 한다.

산림의 이용과 개발의 유무에 따라 원시림·시업림(),

성립 조건에 따라 천연림·인공림,

수종의 혼합 상태에 따라 단순림·혼효림,

임목의 종류에 따라 침엽수림·활엽수림,

임목의 연령에 따라 동령림·이령림·노령림·장령림·유령림 등등등.

 

그러면 이곳은 어떤 종류의 숲일까?

 

이곳 오대산의 숲은 천연의 원시림으로 분류될 것임에 틀림이 없을 듯하고,

늙은 나무와 어린나무가 함께 자라고, 높이와 방향에 따라 침엽수와 활엽수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C-8 표식을 지나는 것으로 보아 뽀지개봉이 가까워지고 있나 보다.

 

 

한국의 걷고 싶은 술길 1선!

도회지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천연의 숲을 늘 동경한다.

하지만 이런 호랑이의 숲을 걸어 볼 수 있는 이는 드물다.

 

호랑이의 고향쯤으로 보이는 이 숲은 노거목들의 진열장처럼 보인다.

 

군데군데 고사목들이 만들어 놓은 호랑이 문에 백두들이 이름을 달아 주느라 여념이 없다.

 

 

천둥과 벼락에 가지가 찢기어도 남은 가지를 살리려 최선을 다하는 거목의 모습에서,

마치 우리네 할머니의 모습을 닮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쓰러진 나무들이 워낙 커서 넘지를 못하고 우회를 해야 할 정도다.

 

 

그렇게 원시림을 유유자적 만끽하다가,

 

뜻하지 않게 노루궁뎅이버섯도 발견한다.

서당개 3년에 풍월을 읊는다더니, 요즘 서 여사님은 약초꾼으로도 등극하려나 보다.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을 걷다가 문득 이 숲에서 길을 잃고 싶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

 

 

마지막 표식인 C-10을 지난다.

이제 한 시간쯤 더 가면 이 숲도 끝이 나고 뽀지개봉에 도착할 것이다.

 

 

작은 나무들이 자라는 곳에는 덩굴들이 얽혀있어서 걷기가 힘드는데,

어른 나무와 어린 나무가 함께하는 이런 숲은 산꾼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보통 이런 장소에서 쉼을 하기 마련인데, 그냥 걷는 게 쉬는 것이라며 그냥 가자고 한다.

 

또 노루궁뎅이를 따는 분들.

 

 

완만한 오름길도 유유자적 걸을 수 있게 하는 숲!

 

 

이제 좌측 조개골로 이어는 마지막 안부로 내려서는 백두들.

 

 

조개골로 이어지는 안부를 지나자 탑동리 방향으로 이어지는 뾰지개봉능선 오름길이 시작되고,

 

 

뾰지개봉 능선 갈림길에 도착하는데, 좌측 능선은 알바라고 표시된 한강기맥 안내판이 나무둥치에 기대어져 있다.

 

 

능선 갈림길에서 우측 능선을 따라 완만한 숲길을 따르면,

 

 

뽀지개봉 직전 헬기장을 지나게 되고,

 

 

잠시 더 오름길을 따르면,

 

 

이내 뾰지개봉 정상에 도착하게 되는데, 마침 후미팀을 이끌던 총무님이 쫓아와 배탈약을 찾는다.

뒤에 한분이 복통을 일으켜 약을 구하러 왔는데, 복통약을 가진 이는 없다.

아스피린은 상비약으로 가지고 다니는데, 당일산행을 하는 우리에게 복통약은 그다지...ㅉㅉ

 

<뽀지개봉(1,358m)>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척전리와 홍천군 내면 광원리의 경계능선에 있는 봉우리다. 선답자의 산행기와 옛 등산지도를 보면 뽀지개봉이라고 기록되어있다. 이곳에서 좌측 능선으로 가면, 탄산과 철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방아다리 약수터가 있는 진부면 척전리로 가는 길이다.

 

선두 B팀은 한강기맥을 따라 계방산으로 향하고,

남은 분들은 후미를 기다려 척천리 방아다리 약수 방향으로 탈출하기로 한다.

 

<방아다리 약수>

강원도 진부면 척전리에 있는 약수로,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에서 북쪽으로 12km에 있는 이 약수터는 조선의 숙종조에 알려진 역사 깊은 약수터다. 약수에는 탄산, 철분 등 30여 종의 무기질이 들어 있는데, 특히 많이 함유된 철분은 위장병, 빈혈증, 신경통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주변에 전나무 100만 그루를 비롯하여 잣나무, 소나무, 가문비나무, 박달나무, 주목나무 등 70여 종의 나무들이 빽빽이 우거져 있어 산림욕에 좋으며, 경관이 좋아 여름 한철 피서를 겸할 수 있다. 특히 방아다리 약수터 입구부터 약수터로 가는 약 1km 구간은 전나무 숲이 울창하여 산책을 즐기기에도 적격이다.

약수와 관련된 전설에 따르면, 옛날 경상도 태생의 노인이 신병으로 고생을 하다가, 각처의 유명한 의원을 찾아 벽방으로 약을 써도 아무런 효험이 없어 거의 삶을 포기할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이곳에 이르러 아늑한 나무 밑에 잠자리를 정하고 밖에서 잠을 잤다. 꿈에 백발이 성성한 풍채 좋은 노인이 나타나 말하기를, '어인 사람인데 산중에서 노숙을 하느냐?' 꿈이었지만 이분은 틀림없는 산신령이라는 생각이 들어, '신령께서 제 인생을 가련하게 생각하시어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가 있는 곳을 가르쳐 주시오'라고 하니, '그러면 네가 누워있는 자리를 파 보아라'하며 사라졌다. 그는 소스라쳐 깨어나 있는 힘을 다해서 땅을 파헤치니, 지하에서 맑은 물이 솟아올랐다. 약초를 기대했던 터에 실망을 하면서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물을 퍼 마셨더니 정신이 맑아지고 원기가 소생했다. 며칠을 머무르면서 물을 마셨더니 병이 씻은 듯 나아져 산신단을 모셔 크게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탈출팀을 두고 나도 선두팀을 쫓아 고난의 계방산 방향 한강기맥길로 들어서는데,

뽀지개봉 내림길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급경사로 한참을 내려간다.

 

 

1271봉을 지나고,

 

1233봉도 지나서,

 

방아다리약수 안부를 지나는데, 좌우측으로 희미한 길 흔적이 이어져 있다.

 

 

또 1224봉을 지나고,

 

힘겹게 무명봉을 지나서 내려서면,

 

좌우로 길흔적이 뚜렷한 사거리 갈림길 안부를 지나는데,

좌측은 방아다리약수터로, 우측은 을수골로 이어지는 안부다.

 

 

1462봉을 향해 급격히 고도를 높이다가 돌아본 한강기맥 능선.

 

 

힘들게 1462봉 아래 주왕지맥(계방지맥) 분기점에 도착한다.

 

<주왕지맥(住王枝脈)>

한강기맥의 계방산(1,577m)의 동쪽 2.3km(1462봉 삼각점에서 동쪽 210m 지점)에서 남쪽으로 가지를 쳐 내려가, 백적산(1141.2m), 잠두산(1243.2m), 백석산(1364.6m), 주왕산(住王山, 2003년 이전엔 中旺山 1376.1 m), 청옥산(1255.7m), 삿갓봉(1055.4m), 접산(835.3m), 발산(675.0m)을 일구고, 영월읍 하송리에서 남한강에 발을 담그며 그 맥을 다하는 도상 거리 약 83.1km의 산줄기다. 이 산줄기 동쪽으로 흐르는 물은 오대천이 되어 조양강에 합수하여 동강이 되고, 서쪽으로 흐른 물은 속사천이 되어 흥정천과 만나서는 평창강이 되고 주천강을 만나서는 서강이란 애칭을 얻고, 동강(한강)과 서강(평창강) 두강은 영월읍 하송리에서 만나 남한강이 되어 충주호로 흘러간다. 주왕지맥은 이 산줄기의 제일 높은 산인 주왕산(1376.1m)의 이름을 따서 주왕산이라 부르는데, 예전에는 중왕산(中旺山)이라 부른던 것을 2003년에 중왕산(中旺山)의 지명이 주왕산(住王山)으로 변경 고시되었다. 주왕지맥은 계방산에서 분기하고, 높이로나 유명세로도 쉽게 알수있어 계방지맥(桂芳枝脈)으로도 불린다.

 

 

선두를 따라잡으려고 급경사를 급하게 오르다 보니 다리에 쥐가 난다.

앞쪽에서 선두팀의 목소리가 들리기에 기를 쓰고 올랐는데, 어느새 빈 공터만 남아 있다.

모처럼만에 엉덩이를 붙이고 배낭에 두었던 사과를 하나 꺼내 먹는다.

아직 두 개가 더 남았는데 같이 먹었으면 배낭도 가벼워지고 좋았으련만!

 

 

주왕지맥 분기점에서 조금 오르면 1462봉 정상인데, 등로는 정상 좌측으로 우회하여 지나간다.

 

 

앞쪽 나뭇가지 사이로 계방산 정상이 살짝 보이고,

 

좌후방으로는 계방지맥 능선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봉우리를 수없이 넘었는데, 또 봉우리를 하나 우회하여 오른다. 옛날 반대방향으로 갈 때도 쉽지 않다고는 생각했지만, 뽀지개봉에서 계방산으로 가는 한강기맥 능선에는 오름길에 수많은 봉우리가 이어져 있다.

 

 

이제 1551봉 오름길이 시작되는 즈음에, 등로는 좌측 사면을 따라 이어지며 시야가 트인 곳이 나타난다.

 

남동쪽 발왕산 방향으로 계방지맥이 쭉쭉 뻗어 있고,

 

우측 나뭇가지 사이로는 지나온 호령봉이 조망된다.

 

당겨본 호령봉 방향의 한강기맥 능선.

 

 

1551봉 직전 봉우리쯤에 올라서니 우측으로 소계방산이 보인다.

다음 산행에서 저기 소계방산을 올라 볼 예정이다.

 

다시 호령봉 방향.

 

 

등로 한켠에 오늘 처음으로 본 안내판이 떨어져 있다.

이 안내판은 소계방산 방향 갈림길에 있다고 했는데, 1551봉 정상에서 한강기맥 뽀지개봉 방향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 아마도 누군가가 떨어진 표지판을 들고서 옮겼나 보다.

 

 

좌측으로 거대한 주목이 한그루 보이고,

 

천근만근의 발걸음을 힘겹게 옮기는 사이에 좌후방으로는 계방지맥이 조망되고,

 

계방산 정상은 아까와 비슷한 거리를 유지하는데, 내 걸음의 속도가 기어가는 수준이라 그런가 보다.

 

 

우측으로 소계방산을 다시 한번 담아보고,

 

 

소계방산 갈림길을 찾으려 올라선 1551봉 정상에서 홍천군 내면 방향으로 문암산쯤이 조망되고,

 

다음 산행에서 걷게 될 소계방산 능선이 내려다 보인다.

 

 

1551봉 소계방산 갈림길을 지난다.

 

<소계방산 갈림길>

소계방산(1,490.3m)은 강원도 홍천군 내면 창촌리, 오대산 아래 소한동에 있는 산이다. 한강기맥이 호령봉에서 약 9km 거리에 이른 지점(계방산 전방 0.8km)인 1551봉에 이르면 북으로 능선 하나를 분기시킨다. 이 1551봉에서 분기한 능선은 1.7km 거리인 1390봉에서 Y자형으로 갈라진다. 북동으로 갈라진 능선이 1km 거리에 이르러 들어올린 산이 소계방산(1,490.3m)이다. 소계방산에서 계속 이어지는 능선은 약 2km 거리인 1388봉을 지나면서 방향을 북서쪽으로 틀어, 약 10km 거리인 광원리에 이르러 여맥들을 계방천과 자운천에다 가라앉힌다.

소계방산에서 광원리로 이어지는 능선을 경계로, 동쪽은 을수골이고 서쪽은 소한동계곡이다. 소한동계곡 서쪽은 소계방산이 북동으로 갈라지는 1390봉에서 소계방산 반대 방향으로 뻗어 나간 북서쪽 능선이 감싸주고 있다. 북서로 이어지는 능선은 약 11km 거리인 자운천과 소한동 계류가 합수되는 광대평에 이르러 여맥들을 가라앉힌다. 소계방산(1.490.3m)은 아직 등산인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산이다. 워낙 유명한 계방산(1577.4m) 그늘에 가려진 이유도 있지만, 산으로의 접근이 만만치 않은 오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산에는 아직 뚜렷한 등산로가 없다. 산중에는 멧돼지들이 많은 탓에, 여름철 산행의 복병인 진드기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 산행에 우리가 가야 되는 산인데..ㅉㅉ

 

앞쪽으로 계방산 정상의 돌탑이 분간된다.

 

 

다음 산행에서 걸어야 할 소계방산 능선을 다시 한번 확인해 둔다.

 

 

주목삼거리 도착.

이제 저 울타리만 넘으면 非法에서 法의 품으로 들게 된다.

 

산행 중에 권 선생님이 국립공원 법정탐방로와 비법정탐방로의 차이에 대해 한 예기가 생각난다.

공단에서 관리하기 귀찮고 사고가 나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대부분의 탐방로를 비법정탐방로로 바꾸고 있다고 했다. 더구나 생태복원이라는 명분도 얻으며 샛길 벌금 징수라는 실리도 챙기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던 등로를 느닷없이 비법정으로 지정하여 벌금을 물리는 이런 행태는 제고되어야 할 듯하다.

 

주목삼거리에서 계방산 정상으로 올라 능선길을 타고 노동계곡 주차장으로 향할 계획이었으나, 버스를 이승복 생가까지 몰고 올 예정이므로 노동계곡을 따라서 하산하라는 연락을 받고는 오토캠핑장으로의 하산길에 접어든다.

 

주목삼거리 이정표.

 

 

노동계곡 방향 하산로 주변에는 아름드리 주목이 즐비하다.

 

동쪽 대관령 방향.

 

앞쪽으로 계방지맥 능선이 내려다 보인다.

 

 

급경사의 돌계단길이 잠시 완만해지더니,

 

자갈밭 쉼터를 지난다.

 

 

한동안 호젓한 오솔길이 이어지더니,

 

넓어진 계곡을 건너는 교량을 만난다.

 

다리를 건너며 내려다본 노동계곡.

 

 

두번째 다리를 건너면,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는 돌다리도 나타난다.

 

 

쉬어가고 싶은 계곡을 건너서 등로를 따르면,

 

사방댐을 만나는데, 사방댐 옆에 계방산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등로가 쭉쭉 뻗은 삼나무 조림지 사이로 이어지더니,

 

차량이 다닐 정도로 널찍하게 변한다.

 

 

오토캠핑장 도착.

 

 

 

어느새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을 비어 가는 오토캠핑장이 말해주고 있다.

 

 

잠시 도로를 따라 내려서니 송 기사님이 마중을 나와 있고,

 

이승복 생가터 옆에 주차된 애매가 보인다.

 

이승복 생가터 안내비.

 

이승복 생가.

 

 

용골송어라는 민박겸 식당에서 민박객용 사워장에서 땀을 닦고,

 

긴~ 산행의 피로를 푼다.

 

그런데 송어회 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

비교적 싼값에 먹을 수 있어서 자주 찾곤 했는데, 이제는 보통의 식사로는 부담스러운 정도다.

 

송어회가 살짝 아쉬움을 남겼는지, 강남역 아지트(?)에서 생맥주로 못다 한 산행의 뒷 예기를 풀어 본다.

 

'원시의 숲 정원은 이런 것이다'고 알려준 호령봉에서 뽀지개봉 사이의 숲길은,

오래도록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