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행 지 : 네팔 랑탕히말 트레킹(Langtang Himal Trekking) 5일차 (랑탕~강진곰파)
산 행 일 : 2019. 04. 30.(화)
산행코스 : 랑탕(Langtang, 3,420m)~강진곰파(Kyanjin Gompa, 3,730m)+강진리II(Lower Kangin Ri, 4,350m) 왕복
(9.3km, 7시간 소요)
산행참가 : 17백두.
<산행지도>
오늘 걸어야 할 구간은 랑탕에서 강진곰파까지로, 거리는 6.8km, 고도는 400m 정도만 높이면 되므로 3시간 정도만 걸으면 된다. 하지만 이미 고산증이 발생하는 높이에 진입해 있는 탓에 몸이 고소에 적응할 수 있도로 미리띠리 미스띠리(천천히) 움직여야야 하고, 점심 때쯤에 목적지인 강진곰파에 도착하여 오후에는 산책이나 하면서 몸이 고소에 적응하는 시간을 주도록 하는 날이다. 점심식사 후 오후에 주어지는 산책시간에는 강진곰파 뒷산쯤인 강진리(4,770m)나 강진리II(강진리 전망대)에 올라서 조망을 즐겨도 좋다. 우리는 다음날 체르코리를 올라야 하는 부담감으로 1.2km 거리인 강진리II 까지만 다녀왔는데, 강진리II 는 강진리 전망대라고도 불리는 강진리의 전위봉으로, 정상에 오르면 랑탕리웅을 비롯한 주변의 설산과 빙하가 조망되며 멋진 히말라야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날의 트레킹도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지만 지난밤에도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아침에 눈을 뜨니 6시가 가까워지고 있다. 시차에 적응한 탓인지 아니면 고산증 증세가 나타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잠을 충분히 잤음에도 몸이 게운치 않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몸이 고소에 적응하는 상황이 아닌가 추측된다. 어제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반 고산증 증상을 보이지 않았지만, 한두 분은 머리가 아프고 입맛이 없다는 정도의 증세를 겪는 사람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가벼운 증상은 몸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상들이라 조금 더 주의해서 증세를 관리하면 되지만, 아무튼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면 조금 더 증상들을 살피며 관찰해야 한다.
어제저녁 무렵에는 구름이 몰려와 빗방울까지 떨구다가 잠자리에 들 무렵에는 다시 맑아지는 듯했는데, 아침에 창밖을 보니 산과 하늘의 경계가 뚜렷하게 보이는 청명한 날씨다. 아마도 이제 막 몬순(Monsoon)이 시작되려는 시기라서 그런게 아닌가 짐작된다.
랑탕의 롯지에서 본 가야 할 강진곰파 방향.
앞쪽으로 언덕이 가리고 있고, 야크가 풀밭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제법 목가적인 풍경이다.
남쪽 3시 방향 조망.
지도상 Baden-powel Peak 방향인데, 앞쪽 산에 가려서 보이지는 않는다.
서쪽 6시 계곡 하류 방향 조망.
북쪽 9시 방향 바위능선 너머로 랑탕리웅쯤의 봉우리가 숨겨놓은 보석처럼 빛난다.
랑탕리웅의 반짝이는 모습을 보면서 티타임을 갖는다.
어제까지는 네팔 전통차인 찌아를 마셨는데, 오늘부터는 봉다리커피(일명 다방커피)다.
물티슈로 눈곱만 제거하고, 보온을 위해 쓰고 잤던 벙거지와 넥워머를 고스란히 쓰고서 하루를 시작한다.
씻지 않아도 아무도 흉보지 않는 천국 같은 세상. 네팔 완전 내 체질이다!
묻혀버린 랑탕 마을에서 묵념을 하는 문대통령 사진이 식당 벽에 걸려있다.
랑탕의 대부분의 롯지는 새로 지은 롯지라서 그런지 실내는 비교적 깨끗하고,
통신은 안 되지만 전기도 들어와서 충전도 가능하다.
고산증의 영향인지 어제와 또 다른 입맛 탓에 아침식사를 먹는둥 마는둥 하였지만,
화창한 날씨에 가벼운 차림으로 트레킹 준비를 마치고,
강진곰파를 향해 랑탕 롯지를 뒤로한다.
돌아본 랑탕마을 전경.
작은 구릉 정도를 오르는데도 숨이 가빠온다.
이제부터는 정말 미스띠리 미스띠리(천천히 천천히) 걸어야 하는가 보다.
랑탕 마을을 뒤로하고 언덕을 오르자, 기~인 돌담과 동행하게 된다.
이곳 사람들은 라마불교의 경전이나 '옴마니반메홈'을 새긴 돌을 '마니스톤, 석장경(石藏經)'이라 부르는데,
이런 마니스톤(石藏經)을 담(Wall)처럼 이어서 쌓아놓은 것을 '마니스톤월'이라 한다.
경전이 새겨져 있는 마니스톤.
돌에 새겨진 문자가 네팔어인지 티베트어인지 조차 구분을 못하는 눈뜬 소경인 나로서야 그 뜻을 알 길이 없어,
그저 산행기에서 읽은 '옴마니반메흠'정도가 새겨져 있을 것으로 짐작만 할 뿐이고,
혹여 내가 살아오며 쌓은 업보를 저 돌 틈 사이에 모두 밀어 넣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앞쪽에서 따사로운 해가 비추는 마니스톤월이 이어진 길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마니스톤월이 길 한가운데로 이어져 있어서 무심코 우측(네팔도 우측통행)으로 진행하려는데,
앞서가던 셀파가 좌측으로 진행한다.
셀파에게 왜 우측으로 가지 않고 좌측으로 가냐고 물었더니, 그냥 그렇게 한단다.
뭔가 심오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나도 네팔 사람인양 좌측 길을 따를 뿐이다.
우측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티 없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햇살에 눈이 부신 듯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고,
길가에 핀 야생화도 보라색 꽃잎을 구겨서 산의 모습을 흉내 내고 있다.
오늘도 눈부신 태양을 향해 평온한 야크의 길을 따른다.
이곳의 주민이 그리 많지 않은데,
사람들의 불심이 얼마나 강했기에 마니스톤월이 끝없이 이어지는지 하는 궁금증에 사로잡힐 즈음에,
앞쪽으로 산사태가 났는지 흙이 강을 이루며 앞길을 막아선다.
근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흙이 아니라 눈(雪)이다.
새벽에 셀파들이 눈사태가 나서 길을 내려 다녀왔다고 했는데,
그 눈사태가 발생한 곳이 이곳이었나 보다.
셀파들이 내어놓은 길을 따라 눈사태 지역으로 들어서니,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눈사태가 아니라 숫제 빙하가 흘러와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인다.
눈사태 지역을 통과하여 돌아본 모습.
눈사태 지역을 통과하니 내일 올라야 할 체르코리와 그 우측으로 칸첸포(6,6387m) 쯤이 시야에 들어온다.
길게 이어지는 마니스톤월을 따르면 문두(Mundu, 3,550m)를 지나게 된다.
이곳이 문두라는 안내판도 보이고,
꾀나 편평한 지역에 자리한 문두 마을이 예상보다 훨씬 큰 마을로 보인다.
좌측 랑탕리웅 방향.
우측 나야캉가(Naya Kanga) 방향.
칸첸포를 배경으로 셀카를 남겨 보는데, 며칠 동안 씻지 않아서 그런지 꾀죄죄.
문두 마을 쉼터에 여유만만한 대장셀파 텐디의 좌측에 있는 영어 안내판은,
Sea buckthorn(산자나무, 비타민나무) 열매로 만든 주스가 몸에 좋으니 사 먹으라는 광고판이다.
커다란 등치에 무섭게 생긴 뿔까지 달린 좁교가 트레커들이 나니는 길을 활보하고 있는데,
보기와는 다르게 성질은 매우 온순한 듯하다.
짧은 쉼을 뒤로하고 길게 이어진 마니스톤월을 따라 강진곰파로 향하는데,
생소한 전깃줄이 길을 따라 이어져 있다.
아마도 강진곰파 수력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문두까지 끌어와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완만한 야크의 길을 따르는데,
좌측으로 멋있게 생긴 야크가 풀을 뜯고 있다.
뿔이 뒤쪽으로 휘어져 있고 털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이 녀석은 좁교가 아닌 야크인가 보다.
귀여운 새끼 야크가 어미 야크 옆에서 놀고 있는데,
머리는 송아지이고 몸통은 양을 닮았다. 고놈 참 귀엽게 생겼다!
엄마 야크와 아기 야크.
계곡 멀리 중앙의 산이 오늘 걸으며 계속 보게 되는 캉젠포 쯤이고,
그 우측이 퐁겐독쿠(Pongen Dopku), 또 그 우측이 나야캉가(Naya Kanga) 쯤이다.
그렇게 한가로이 마니스톤월과 설산이 닮았다는 생각도 해 보면서 걸음을 떼다가,
또다시 마을 쉼터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네팔인들이 짐을 운반할 때 사용하는 커다란 바구니도 메어 보고,
일상의 분주함에서 놓여난 백두들이 '한가로움'이라는 단어를 몸소 체험한다.
한가함이 지겨움으로 바뀔 즈음에, 다시금 설산을 찾아 길을 떠난다.
자라나는 풀과 나뭇잎을 깨끗이 먹어 치우는 야크가 보라색 꽃이 피는 풀은 남겨 두었다.
예쁜 꽃을 달고 있어서 야크도 차마 먹지를 않고 두고 보며 즐길 요량인가 보다.
한가로운 황소걸음에도 앞쪽의 설산은 조금씩 자라나고,
문두 마을에 들어선 지 한참 만에야 마을이 뒤돌아 보인다.
앞쪽으로 보이는 모퉁이를 돌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가 궁금해지려는 즈음에,
뒤쪽 풍경도 사라지기 전에 카메라에 담아둔다.
마침내 산모롱이를 돌아서니 한동안 보이지 않던 체르코리(4,984m)도 시야에 들어오고,
그 우측으로 랑시샤리(6,427m), 캉첸포(6,387m), 퐁겐독쿠 등의 랑탕히말의 연봉들이 호위하듯 서 있다.
오늘의 트레킹은 걷는 것보다 쉬는 게 중요하다며,
외딴 롯지 앞마당에서 멋진 조망 감상을 시작한다.
롯지 앞 길 중앙에 세워놓은 광고판에는,
낯익은 한글이 영어 다음으로 중요 언어의 위치를 점했다.
체르코리와 칸첸포 방향 조망.
다시금 강진곰파를 향하는 백두들.
더욱 멋진 모습으로 다가서는 체르코리와 칸첸포.
커다란 낙석 바위와 설산 봉우리들이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우전방으로는 나야칸가(Naya Kanga) 방향의 암봉이 멋지다.
한국에 있었으면 멋진 이름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ㅉㅉ
랑탕히말의 연봉들이 차례차례 그 모습을 나타내면서 한가롭던 트레킹이 한결 활기를 띤다.
백두들의 최종 목표인 체르코리가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고,
목표를 향한 발걸음에도 한결 힘이 붙는다.
지난해 오랜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산행 실력이 일취월장하신 권선생님.
우전방으로 나야칸가(Naya Kanga)의 모습이 살짝 드러나고,
앞쪽으로 보이는 체르코리와 칸체포 사이에 있을
야크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초원인 '랑시샤카르카'도 보고 싶은 열망이 샘솟는다.
룽다가 나부끼는 물길 위의 사원도 지나,
백두들은 기필코 체르코리를 오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강진곰파를 향한다.
우측의 나야칸가(Naya Kanga)를 담는 권샘.
작은 언덕을 올라서니 체로코리 우측으로 뾰족이 솟은 강진리II(강진리 전망대)도 모습을 드러낸다.
좌측 뾰족봉이 강진리II, 그 우측 깃털구름 아래에 있는 봉우리가 체르코리, 우중앙 멀리의 뾰족봉이 랑시샤리(6,427m) 쯤.
랑시샤리와 체르코리를 배경으로.
좌중앙으로 랑탕히말 트레킹의 베이스켐프 역할을 하는 캉진곰파 마을이 시야에 들어오는데,
캉진곰파(Kyanjin Gompa, 3,770m)는 랑탕II(6,561m), 랑탕리웅(7,205m), 킹슝(7,225m), 체르코리(4,984m), 알라픽(5,500m), 랑시샤리(6,427m), 간첸포(6,387m), 퐁겐독쿠(5,930m), 칸자라출리, 나야캉가(5,844m), 등 수많은 봉우리들로 둘러싸여 있다.
체르코리와 랑시샤리의 모습이 우리의 가슴속 심장을 역동케 하고,
우측으로는 나야칸가(Naya Kanga, 5,884m)도 설산임을 뽐내고 있고,
랑탕리웅은 이제 우후방으로 보인다.
강진곰파 주변의 풍경이 문득 어디에서 본듯한 느낌이 들어 곰곰 기억들을 헤집어 보니,
10여 년 전 캐나다 로키 트레킹에서 본 풍경이 떠오른다.
강진곰파가 보이는 지점에서의 랑탕계곡 주변 풍경(동영상)
하늘색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티없이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흰색으로 장식된 검은 봉우리들!
랑탕히말의 연봉들에게로 천천히 하지만 쉼 없이 조금씩 다가선다.
강진곰파를 앞두고 본 랑탕계곡 풍광(동영상)
강진곰파 방향으로 몇 개의 탑이 보인다.
'강진곰파'란 마을 이름에 '곰파(Gompa, 사원)'가 붙은 것으로 미루어보아,
강진곰파에는 제법 큰 규모의 사원(곰파)이 있는가 보다.
지나는 사람들이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기도사원을 지나는데,
아마도 우리나라의 서낭당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지 않나 짐작할 뿐이다.
야크의 길은 뾰족이 솟아 있는 탑을 향해 이어지고,
탑들은 강진리와 체르코리 앞에서 등대 인양 트레커들을 이끈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닮은 바위 위에 탑이 자리한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 방향으로 'KYANJIN GUMBA(3,755M) 30분'이라는 이정표가 있지만,
우리는 우측으로 다리를 건너 진행한다.
개울을 건너서 돌아본 랑탕계곡 모습.
길은 체르코리 방향의 언덕으로 이어지고,
좌측으로 흰색의 뾰족한 사원탑과 그 뒤쪽의 설산 킴슘과 우브라, 그리고 강진리II가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작은 언덕조차 힘겹게 올라서면,
길은 체르코리와 랑시샤리가 있는 계곡 방향으로 이어진다.
우측 나야칸가 방향 조망.
돌아본 랑탕계곡.
좌측 랑탕리웅과 킴슝 방향.
강진곰파 직전에 본 주변 풍광(동영상)
강진리 방향을 배경으로.
우측으로 킴슝과 우브라도 멋진 설산의 위용을 뽐내고 있고,
그 아래 중앙에 있는 파란 지붕 건물은 수력발전시설이다.
고소증으로 인해 잠시 잠깐 걸음을 옮기다가는,
주저앉기를 반복하면서도,
주변 설산들의 풍경에 넋을 놓는다.
강진곰파 주변의 설산 파노라마.
랑탕리웅 방향의 이름 없는 암봉 모습.
랑탕리웅과 킴슝 방향.
10시 강진리 방향.
12시 체르코리 방향.
3시 나야칸가 방향.
6시 랑탕계곡 하류 방향.
강진리II와 언덕 위의 바위가 흡사하다.
앞쪽으로 강진리와 체르코리를 바라보며 강진곰파를 향한다.
힘든 길은 아니지만 심한 고산증을 호소하는 분들도 발생한다.
강진리II를 배경으로.
마니스톤이 있고 룽다가 나부끼는 야크의 길을 따라, 강진리 아래에 자리한 강진콤파를 향해 발길을 이어가다가,
심한 고산증을 겪고 있는 분들이 걱정스러워 잠시 멈춰서기도 하면서,
드디어 강진곰파 마을이 한눈에 조망되는 언덕 위에 올라선다.
북쪽 킴슝 방향으로 흘러내리는 킴슝빙하도 보인다.
동쪽 야크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랑시샤리 방향.
남쪽 나야캉가 방향.
<강진곰파(Kyanjin Gompa, 3,830)>
랑탕계곡의 마지막 지점에 위치한 마을로, 이곳보다 더 높은 고지대에는 숙박시설이 있는 마을이 없어서 더 이상의 진입은 허용되지 않는 곳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트레커들은 이곳을 기점으로 주변의 전망대나 봉우리에 올라갔다가 다시 계곡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이곳을 방문하는 트레커들이 적어도 2박 이상은 하는 장소이기에 생각보다 많은 숙박업소들이 강진곰파에 몰려 있다.
강진곰파를 베이스켐프로 하여 강진리 전망대나 강진리 정상을 다녀오기도 하고, 체력이 허용하는 트레커들에게는 랑탕 계곡 트레킹의 마지막 정수라 할 수 있는 체르고리 정상은 히말라야 설산을 조망할 수 있는 곳 중 단연 최고다. 푼힐 전망대에서는 설산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다이내믹한 파노라마를 즐길 수 없었지만 이곳에서 볼 수 있는 360도로 펼쳐진 설산과 빙하, 랑탕계곡 풍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멋지다. 또한 랑탕계곡을 따라 야크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랑시샤카르카를 다녀오기도 한다.
강진곰파 동남쪽 가장자리 부근에 있는 롯지에 도착하여,
오늘의 트레킹 일정을 마무리한다.
롯지 마당에서 뜨거운 햇살에 체온을 올리며 고소적응을 하다가,
점심으로 준비된 카레밥을 앞에 두고 고소증으로 사라진 입맛의 꼬랑지를 부여잡으려 애를 써 보지만..ㅉㅉ
강진리II(전망대)까지 왕복 3시간 이상을 잡아야 하므로 점심 후 바로 출발하기로 한다.
한 대장이 셀파를 붙여주겠다고 했지만 셀파들도 내일을 위해 쉬어야 하고 빤히 보이는 곳이므로,
손 총무님의 배웅을 받으며 방을 같이 쓰는 창병씨와 둘이 배낭을 메고 숙소를 나선다.
노랑 바탕의 이정표에는,
직진 방향으로 강진리(4,350m)까지 2시간,
우측 방향 랑시샤까지는 5시간이 걸린다고 표시되어 있다.
강진리를 향한 오름길에 들어서자 좌측 랑탕리웅과 킴슝 방향으로 설산의 모습이 점점 커지고,
강진리 방향 이정표도 지난다.
강진리를 다녀오는 트레커들의 표정이 환한 것을 보니,
강진리 정상에서의 조망이 더욱 기대 된다.
돌아본 강진곰파 전경.
칸첸포 방향을 배경으로.
올려다본 강진리II가 금방 닿을 듯이 보이지만,
등로는 급경사의 사면을 따라 'Z'자로 이어지며 좀처럼 거리가 줄어들지를 않는다.
건너편 산 사면에는 마치 코끼리 몸통의 주름 같이 가늘게 난 자국들이 보이기에,
자세히 주변을 살피니 이곳도 저곳과 비슷한 길 흔적이 사방으로 이어져 있다.
약초를 캐러 다지지도 않았을 텐데 무엇 때문에 길이 저리도 촘촘히 만들어져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저 길은 이곳에 살고 있는 야크들의 먹이활동을 하는 길 이리라 짐작해 본다.
좌측이 가야 할 강진리 전망대인데, 쉬이 거리 좁히기를 허락치 않는다.
어차피 내일 체르코리에 오르면 보게 될 전망이므로,
힘들면 되돌아가고 무리하지 말자며 쉬어가기를 반복한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나왔던 권상무님과 권샘이 우리를 보고 따라온다.
돌아본 랑탕계곡 바닥에 온천수 분출구처럼 보이는 분화구 자국이 여렷 보인다.
나중에 셀파에게 물어보았더니 바닥에 묻혀있던 얼음이 녹아서 물이 밖으로 분출된 흔적이란다.
'Z'자로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랑탕리웅의 지능선 암봉이 뾰족하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내일 올라야 할 체르코리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 보이며,
위쪽으로 올려다보면 강진리II가 금방 닿을 듯이 서 있다.
앞쪽에서 한 무리의 트레커들이 희열에 찬 웃음소리를 내려 내려오는데,
올라가는 우리의 발걸음은 시야에 들어오는 멋진 풍경조차 뇌에 전달되지 않을 정도로 무겁기만 하다.
돌아본 강진곰파와 랑탕계곡 방향.
내려오는 분을 붙잡고 '얼마나 남았는지, 정상의 조망이 좋은지?'라는 일상의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우측으로는 체르코리의 모습이 조금 더 드러나고,
뒤쪽으로는 나야칸가가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가야 할 강진리II는 아직도 그자리에 있다.
잠시 경사가 완만해진 곳에 도착하니 앞서 오르던 트레커 한분이 바위에서 쉬고 있고,
가야할 강진리 전망대는 오히려 멀어져 보인다.
좌측의 랑탕리웅은 구름에 가려지고 있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설산과 흰구름이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설산 사이의 랑탕계곡은 야크의 전설이 깃든 '랑시샤카르카'로 이어질 터!
다시 강진리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돌아본 강진곰파 마을이 자그마하게 보이고,
건너편 나야칸가의 모습은 더욱 뚜렷해진다.
계곡 안쪽에 있을 랑시샤카르카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간다.
천근만근으로 느껴지는 발걸음을 천천히 옮기다가 또 쉬기를 반복하는 사이에,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던 강진리II에 지척으로 다가서고,
나야칸가((Naya Kanga, 우) 좌측으로 칸자라출리(Kanja La Chuli)도 가늠된다.
강진곰파 롯지를 출발하여 1시간 40여분 만에 강진리II, 일명 강진리 전망대 갈림길 능선에 도착한다.
뒤따르던 권상무님은 앞쪽으로 빤히 보이는 강진리 정상을 향하고 싶어 하지만,
내일 올라야 할 체르코리를 떠올리며 이곳 강진리II 정상에 오른 것으로 힘든 산책길의 발걸음을 멈추기로 한다.
뒤이어 창병씨와 권샘도 도착한다.
뒤이어 도착한 창병씨가 빤히 보이는 강지리 정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오늘은 이곳에서 발길을 돌리자는 외침에도 불구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강진리 정상으로 향하는데,
지금까지의 급경사에 비해 빤히 보이는 강진리 정상까지의 능선이 조금은 만만해 보이기는 하다.
좌측으로 보이는 체르코리를 돌아 랑탕계곡을 따라 오르면,
야크의 전설이 깃든 '랑시샤카르카'가 있단다!
티베트어로 '랑(Lang)'은 야크, '시샤(Sisha)'는 죽는 곳, '카르카(Kharka)'는 초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랑시샤 카르카'는 '야크의 전설이 깃든 초지'라는 뜻이란다.
어떤 곳인지 꼭 가보고 싶은 궁금증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불러도 불러도 강진리를 향한 창병씨의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뾰족한 암봉만큼이나 화가 난 상태에서 강진리II(강진리 전망대)에 선다.
남쪽 나야칸가((Naya Kanga) 방향.
서쪽 랑탕리웅 방향.
동쪽으로는 칸자라출리와 퐁겐독푸, 캰첸포 등의 설산이 구름과 어울려 놀고 있고,
그 좌측에는 내일 올라야 할 체르코리가 듬직이 서서 지켜보고 있다.
북동쪽 강진리와 체르코리 방향.
북쪽 구름에 가려진 킴슝 방향으로 킴슝빙하도 뚜렷이 조망되고,
북서쪽 랑탕리웅 방향으로는 리웅빙하가 거대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리웅빙하(좌)와 킴슝빙하(우) 모습.
서쪽 랑탕계곡 방향으로 빙하호(湖)도 내려다 보인다.
남서쪽 강진곰파와 랑탕계곡 방향.
강진리(Kyangin Ri)와 킴슝빙하를 배경으로.
강진리II(Kyangin Ri II, 4,350m) 정상에서.
강진리II에서 본 파노라마.
강진리 전망대에서 본 주변 설산 풍경(동영상)
내일 기필코 올라야 할 체르코리를 배경으로.
구름에 가린 랑탕리웅이 아쉽지만, 내일 체르코리 정상에서 다시 보게 될 것을 확신하며.
체르코리와 칸첸포 방향으로 이어진 랑탕계곡이 바라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한다.
강진리 정상에서 한 무리의 트레커들이 내려오고 있는데,
창병씨는 어디쯤에 있는지?
강진리 정상 방향을 당겨보지만 보이지를 않는다.
창병씨를 기다리는데, 권선생님께서 건네준 과자의 봉지가 한껏 부풀어 있다.
강진리 뒤쪽으로 보이는 킴슝빙하가 마치 폭포처럼 보인다.
살짝 당겨본 킴슝빙하 모습.
강진리 정상으로 간 창병씨를 기다리며 전망대 한켠의 바위에서 조망을 즐긴다.
당겨본 나야칸가와 퐁겐독쿠 방향.
체르코리 방향.
칸첸포 방향.
나야칸가 방향.
랑탕리웅 방향.
살짝 당겨본 리웅빙하가 만들어 놓은 빙하계곡 모습.
강진리로 향했던 창병씨가 잠시 전에 다른 트레커와 함께 정상 부근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보였고,
등로가 빤히 보이는 곳이라 하산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여 먼저 하산하기로 한다.
멋진 조망을 선사받은 강진리 전망대를 뒤로하고 하산길에 나선다.
랑탕계곡의 빙하 퇴적물이 마치 소금사막처럼 희게 빛나고,
내려다보이는 강진곰파 마을이 마치 아이가 어지럽혀 놓은 레고불럭처럼 보인다.
올라올 때는 보이지 않던 조망처도 지나고,
우측으로 리웅빙하가 만들어 놓은 빙하호가 살짝 보인다.
고도를 낮추자 강진곰파가 점차 마을의 모습으로 변하고,
오를 때와는 달리 내림길은 금방 거리가 좁혀진다.
강진곰파 위를 나는 한마리의 독수리가 트레커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다.
우측 랑탕리웅 방향의 뾰족산 모습.
계곡 건너편의 나야캉가 모습.
계곡 바닥의 빙하수 분출구 흔적.
오를 때와는 달리 금세 강진리II가 멀어져 있다.
퐁겐독쿠 방향.
내려다본 강진곰파 좌측으로 빙하수 분출구가 선명하다.
살짝 당겨본 빙하수 분출구 모습.
오늘 올라온 랑탕계곡 방향 조망.
강진곰파와 랑탕계곡 조망.
강진곰파 마을이 한눈에 들어오고,
랑탕리웅은 아직도 구름에 휘감겨 있다.
바람소리만 들리는 곳에 굉음이 들리더니,
자그마한 헬기가 강진곰파로 날아온다.
빨간색의 작은 헬기는,
마을 옆 공터에 내려앉는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 트레킹을 마친 사람들을 카트만두로 싣고 가는 헬기인데,
오늘 우리가 저녁식사로 먹을 닭 등 부식을 싣고 왔단다.
강진리II에서 출발한지 50분 만에 강진곰파에 도착한다.
돌아본 강진리II.
숙소 롯지 도착.
배낭을 벗어두고 식당으로 가니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다.
강진리II에 함께 간 사람 중에서 한분이 강진리 정상을 가는 바람에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가 식당으로 들어서자 한 대장이 내게 책임을 지라고 한다.
뭐, 함께 트레킹을 온 동료로서 책임을 지지 못할 바는 아니지만,
여행 인솔자에게서 들을 말은 아닌 듯하여 여간 실망스럽지가 않다.
자세한 전후 사정이야 각자 처한 상황이나 사정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만,
강진리에 다녀온 것이 특별한 돌출행동이었다고는 생각지 않기에,
'책임'이라는 예기까지 하면서 팀의 분위기를 험악한 상황으로 만들 일은 아니지 싶다.
평소 함께 산행을 하면서 내가 담당한 역할이 산행대장이었기에
강진리II에서 강진리 정상을 향하는 분을 극구 만류하였고,
그런 만류를 뿌리치고 가버렸던 분에게 현재의 우리 상황을 망각하고
평소 산행의 연장선으로 착각하여 걱정스럽고 화가 났던 내가 돌이켜 보면 우스울 따름이다.
산우회는 그저 동호회로서 모든 판단은 전적으로 각 개인의 몫이며 그에 따른 결과도 고스란히 본인의 것이다.
그저 나로서는 내가 판단하기에 최선의 선택을 제시할 뿐, 그 이상은 주제넘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있는 약간의 부담감 조차 떨칠 수 있는 방책이 어떤 게 있을지,
문득문득 고민스럽기 짝이 없다.
(네팔 랑탕트레킹 6일차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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