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6년(-10)

계방산에서 오대산으로 : 끝없는 눈(雪)과의 사투(死鬪) !

by 재희다 2016. 12. 24.

산 행 지 : 계방산, 오대산
산 행 일 : 2006. 12. 23(토)(무박산행)
산행코스 : 운두령~1462봉~계방산~주목삼거리~1462봉~방아다리갈림길~1374봉~1369봉~호령봉

              ~오대산/비로봉~적멸보궁~상원사 (실제 산행은 적설과 일몰로 호령봉에서 상원사로 하산)
              (약 21km, 도상거리 기준)

산행참가 : 21백두.

 

<산행지도>

 

 

2주 전 오대산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전화 문의를 했더니 적설량이 30센티 이상이라고 했다. 또한 지난 주말에 강원도 전역에 걸쳐 큰 눈이 다시 내린 상태이니, 족히 50센티쯤 쌓였을 거라 짐작이 되었다. 사뭇 산행에 대한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래서 적설량에 따라 중간 탈출계획까지 세워 놓기는 했었다. 그래도 기온이 올라 조금은 따뜻해졌고, 오대산에서 계방산 구간은 한강기맥 등산로라서 겨울철임에도 몇 팀 정도는 지나다녔으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위안해 보면서 예정대로 산행을 진행하기로 한다. "폭설이 내린지 일주일도 넘었는데 뭐! 2~3일 내에 눈이 추가로 더 내리지 않으면 괜찮겠지!"라고 낙관적으로 마음을 고쳐 먹자며 스스로 위안해 보기도 했다.

 

여튼 그렇게 산행일인 금요일은 어김없이 다가왔고, 모처럼 손축지님께서 안양에서 동창회 참석 후 영등포로 온다기에 조금은 여유롭게 집을 나서서, 국내 최고의 설산 산행에 대한 기대을 안고 영등포로 향했다.

 

 

04 :00 운두령 도착.

해발 1,089m로 국내 최고 높이의 자동차 도로가 통과하는 고개다.

 

산행 준비를 하고 운두령 고갯마루에 내리니,

예상대로 매서운 북풍도 잔잔하고 조금은 포근한 기운마저 느끼며 산행 준비를 한다.

 

 

04:06 아름다운 눈 산행을 꿈꾸며 운두령의 계방산 산행 들머리 나무계단으로 들어선다.

 

 

04:38 운두령을 출발하여 첫번째 이정표를 지난다.

운두령에서 계방산까지의 등산로는 많은 적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잦은 발걸음으로 내린 눈이 이미 다져진 상태라 걷기에 부담이 없다.

밝은 낮이었으면 여유롭게 설경을 만끽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도 든다.

 

이정표 맞은편에는 어느 이름 모를 산객이 만들어 놓은 눈사람이 밤길을 지키고 있다.

 

 

05:25 앞서간 분들의 발자국을 따르다가 주변의 화려한 설경을 담아볼 요량으로 셔터를 눌러보는데,

 

기대와 달리 인물만 커다랗게 찍혀 국적불명의 배경이 되어 버린다.

 

 

05:36 혹시 연리지 나무일까 싶어서,

두 나무가 붙어 있는지 밀어보는 손점장님.

 

 

05:44 계방산 정상에 도착한다.

 

 

05:45 후미에서 함께 오른 손점장님 홀로 계방산 정상 증명을 남긴다.

매서운 한겨울 밤의 칼바람에, 먼저 도착한 분들은 잠시도 지둘리지 못하고 서둘러 길을 재촉한 듯하다.

 

 

06:37 1462봉 오름길 눈밭에 깊게 파인 발자국 흔적이 선명하다.

주목삼거리 갈림길에서 잠시 망설이던 선두들이,

노동계곡 방향 하산길을 두고, 오대산 방향으로 길을 잡아 들어섰고,

무릎을 넘게 쌓인 눈을 헤치며 산행을 이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다리에 힘이 넘처서 쌓인 눈을 헤치며 걷는 게 마냥 즐겁기만 했던 듯.

 

 

07:06 1462봉 내림길에서 바라본 훤히 밝아오는 동쪽 하늘.

중앙의 희미한 봉우리가 황병산이다.

 

 

깊게 파인 백두들의 눈산행 흔적.

 

 

07:28 드디어 앞서가던 백두들을 따라잡았다.

아무래도 눈길에 길을 내며 걷는 게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걸음 느린 내가 이렇게 빨리 따라잡지는 못했을 듯.

 

 

08:00 방아다리 갈림길을 지나고 있는 백두들.

우측 표지기가 걸린 동역골 쪽으로 내려서면 방아다리약수터가 나오는 모양이다.

 

기냥 여기서 방아다리약수 마시러 갔어도 좋았을 텐데..ㅉㅉ

 

 

08:13 1208봉 정상에서 잠깐 멈춰서서 식사 장소를 물색한다.

 

 

08:15 봉우리 남쪽 사면의 눈을 발로 다져서 식당을 마련한다.

 

 

08:37 1208봉 정상 남사면에서 쌓인 눈을 다지고 식사를 하는 백두들.

 

다행히 바람이 심하지 않아서 라면 국물까지 나누는 여유를 가진다.

 

동쪽 뾰지게봉에서 척천리 방향으로 뻗은 능선 위로 높게 날아오르는 태양이,

눈밭에서 하는 아침식사로 식어가는 몸을 어루만져 준다.

 

 

08:38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산행 준비를 하는 백두들.

 

 

09:15 빽빽한 잡목과 깊게 쌓인 눈은 등로조차 찾기 어렵게 하지만,

 

능선 내림길에서는 제법 속도를 붙여 보기도 한다.

 

등로의 흔적을 찾으려는 시도 조차 소용없는 일이 되면서,

능선 마루를 따라 눈이 적게 쌓인 곳으로 러셀을 하면서 진행한다.

 

 

09:44 헬기장이 있는 뽀지게봉(1374봉) 정상에 도착한다.

널찍한 헬기장에 쌓인 눈이 동심을 발동케 한다.

 

뽀지게봉에서 한결 느긋해진 백두들.

 

눈밭에 뒹굴며 신나는 경옥님.

 

동쪽 진부면 탑동리 방향 조망.

 

 

09:47 지나온 계방산을 배경으로 뾰지게봉 증명.

 

찍사 바꿔서!

 

박두규 지점장님 내외분.

 

권용호 법무사님 가족.

 

이곳이 계방산에서 오대산으로 이어진 한강기맥 능선에서 탈출이 가능한 마지막 장소다.

남쪽 척천리 방향으로의 탈출을 두고 잠시 논의를 진행하다가 오대산행을 결정한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고, 오대산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ㅉㅉ

 

 

09:50 뽀지게봉에서 우측 방아다리 방향 탈출로를 뒤로하고,

오대산을 향해 한강기맥 방향 들머리로 들어선다.

 

 

09:53 간첩출현지역 표지판을 지난다.

옛날 이승복 일가를 살해한 무장공비들을 말하는 모양이다.

 

무장공비 출현지역을 거리낌 없이 지나는 백두들.

 

 

10:09 1366봉 갈림길에서 좌측 오대산 방향으로 길을 잡아 나가는 백두들.

오대산 방향 능선으로 들어서자, 겨우내 지나다닌 흔적이 전혀 없다.

한강기맥길이라 꽤나 많은 꾼들이 다녔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워낙 오지라서 범접을 못한 게 아닌가 살짝 걱정이 된다.

 

1366봉 내림길에서 아직은 백색의 눈이 마냥 즐겁기만 한 듯..ㅉㅉ

 

쌓인 눈의 깊이가 훨씬 깊어졌다는 생각에 염려가 되기는 했지만,

백두들의 산행 능력에 별반 문제될 게 무어냐며..ㅎ~ㄹ

 

 

10:19 호령봉 방향의 가야 할 능선 조망.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봉우리가 호령봉일 짐작했지만 막상 나중에 보니 호령봉 직전의 1537봉이었다.

1537봉에서 호령봉까지는 보통 20여분 남짓 걸리는 거리지만, 실제 진행에는 1시간 반 이상이 걸렸다.

 

지나온 눈밭에 새겨진 백두들의 흔적.

 

사람의 흔적은 온통 흰 눈으로 덮여 버린 오지 능선에 새로운 길을 만들며 가고 있는 백두들.

 

 

10:38 눈이 깊게 쌓인 잡목지대 오름길은 산전수전을 모두 격은 백두들 조차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난코스다.

백두대간으로 단련된 꾼들의 발걸음 조차도 세살배기 아기 발걸음보다 못하게 만든다.

 

가끔씩 나뭇가지들의 성김이 보여주는 등로의 흔적은 반갑기만 하다.

 

선두가 눈밭에서 기를 쓰고 러셀을 하느라 느려진 덕분에,

뒤따르는 회원들은 못다 한 예기를 나누며 조금은 여유로운 산행을 이어간다.

 

 

11:46 한시간 반쯤을 걸었는데도 거리는 좁혀지지를 않는다.

이제는 지쳐서 쉴 곳을 찾아야겠기에 능선을 벗어나 우측 사면으로 내려서 본다.

 

혼자서 아침부터 내내 깊은 눈밭에 길을 내신 손사장님.

 

쌓인 눈으로 힘든 다리를 쉬게 할 틈을 찾지 못하고,

쉬는 사이에도 눈밭에 서서 목을 축여야 하는 힘겨운 상황의 백두들.

 

발에는 무거운 쇳덩이를 달고서, 이렇게라도 다리를 잠시 쉬게 해야..ㅉㅉ

 

아무리 러셀이 된 눈길이라지만 다져지지 않은 눈길은 뒤따르는 분들도 지치게 하기에 충분했던 듯!

 

여유롭던 산꾼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며 공포의 기운조차 감돌기 시작한다.

 

 

11:51 뒤쪽에서 조용히 나타난 오세민씨.

혼자서는 진행이 불가능함을 진즉에 알아차린 듯!

 

 

12:24 잠시의 쉼을 가지고 1315봉 오름길을 오르는데,

1315봉 남쪽 사면에서 햇볕을 쬐고 있던 멧돼지 무리가 인적에 놀라서 달려 나온다.

 

바로 뒤에 계시던 회장님께서는 오는 도중 내내,

산돼지 한 마리 잡어서 메고 가서 송년파티를 하자고 하였는데,

근데 그 산돼지를 눈앞에 두고도 발길이 천근만근이라 감히 잡으러 나서지를 못한다!

 

달려오던 멧돼지들도 우리가 물러서지 않고 전진을 하자,

오히려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한다.

전체 맷돼지 무리는 족히 4~50마리는 되어 보였는데,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선두에서 러셀 중이던 손축지님도 산행 중에 멧돼지를 직접 보기는 처음이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멧돼지들을 흥분시키지 않으려 천천히 진행한다.

 

멧돼지와의 조우를 뒤로하고 1537봉을 향하는 능선길은 서쪽 사면으로 이어져 있는데,

쌓인 눈의 깊이는 능선 마루보다 훨씬 깊어서 허벅지까지 묻히고,

빼곡한 관목 사이로 이어진 등로의 흔적을 따르려니,

눈과 나뭇가지를 동시에 헤치고 나가야 하는 악전고투의 산행길이 이어진다.

 

계속되는 러셀로 힘든 손축지님을 대신해 앞으로 나가서 러셀을 해 보았지만,

미쳐 20분을 채우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야 했다.

참으로 막강 체력의 손축지님이 아니었다면,

감히 생각하기 조차 어려운 산행길이었다.

 

 

13:03 힘든 산행을 이어가느라 사진 찍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사이에,

1537봉이 눈앞에 다가서고, 뒤로는 호령봉도 모습을 드러냈다.

 

 

13:03 1369봉 헬기장에 도착하여 잠시 가빠진 숨을 고른다.

이제 백두들의 표정은 굳어지다 못해 경악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힘든 상황에도 뒤쳐진 회원들이 없는지 챙기는 손총무님.

 

그래도 두려운 기색을 드러내지 않고,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는 백두들.

 

 

14:18 1537봉을 살짝 좌회하여 돌탑봉에 올라 돌아본 능선.

능선 저~ 위 하늘에 걸려있는 희미한 산이 계방산이다.

 

돌탑봉에서 바라본 가야 할 능선과 호령봉 방향.

우측으로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오대산 비로봉도 보인다.

호령봉이 금방 닿을 듯 가깝게 보이지만...ㅋㅋ

 

 

14:21 백두대간 줄기인 동대산 너머로 황병산도 조망된다.

 

 

15:30 지척으로 보이던 호령봉을 한시간여 만에 올라선 Best님!

 

오대산을 배경으로 포즈를 요청해 보지만,

자세만 취할 뿐 표정은 실종 상태다.

 

그렇게 기다리고 고대하던 호령봉에 도착했것만, 잠시 현재의 위치를 되돌아볼 여유는 우리에게 사치였을 뿐!

우리의 발걸음은 오직 이 경외로운 사지(死地)에서 벗어나기 위한 끊임없는 반복운동으로 몸을 움직여 나갈 뿐!

 

그래도 백전노장의 박두규 지점장님은 집나갔던 표정을 찾아와서, 여유로운 채를 해 준다!

 

호령봉에 올라서며 만세를 부르는 모습은,

그래도 우리가 베테랑임을 보여주는 조그만 흔적 일듯!

 

 

호령봉에서 바라본 황병산 너머 동해 방향 조망.

 

눈을 지그시 감고 뒤에 있는 비로봉을 회상하는 갑돌님.

 

아하 눈에 반사되는 햋빛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었구먼!

 

머~얼~리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 면산을 배경으로.

 

당겨본 면산 모습.

 

 

15:40 호령봉 정상부에서 잠시 여유를 찾으며,

눈 덮인 오대산 능선을 헤매느라 긴장했던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예정했던 오대산 비로봉까지의 산행을 이어갈 것인지,

우측 서대사 방향으로 탈출할 것인지를 논의한 끝에,

 

 

16:17 서대사 갈림길에서 비로봉 방향 능선을 두고, 우측 서대사 방향 지능선으로 들어서며 하산길에 들어선다.

하루 종일 러셀에 지친 축지님을 배려해 앞으로 나서신 회장님.

 

손축지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힘, 그 책임감, 그 인내와 노고에 감사한다는 말 밖에는...!

 

 

16:46 서대사에서 올라와 비로봉으로 사라진 외로운 산꾼의 흔적이,

탈출길에 나선 우리들에게 크나큰 위안이 된다.

 

짧은 쉼의 여유나, 카메라 셔터 누를 여유도 갖지 못한 채,

3시간 반여 동안이나 쉼 없이 서대사 방향 능선길을 더듬어 내려서서,

상원사에서 사자암으로 이어지는 등로에 내려선다.

 

 

19:34 한번도 쉬지 못하고 달려 내려,

드디어 눈밭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났다!

 

살았습니다!!

 

드디어 돌아볼 여유도 찾고,

 

불 밝힌 상원사도 스쳐지나고,

 

 

17:54 우리의 애마가 기다리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18:42 많이 늦어버린 점심과 백두산우회 망년회를 위해,

오대산 시설지구 내에 있는 비로봉식당으로 이동하여,

 

 

19:28 이번 산행을 반성하고,

 

잠시 자성의 시간을 가진 후!

 

 

이제 다시금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앉은 누님들과 함께,

 

문어회, 매실주 등등 백두들의 정성을 나누며,

 

생사기로의 역경도 한때의 추억으로 돌린다.

 

누님, 겁나셨죠!

 

금번 산행이 이렇게 모질게도 힘든 산행이 될 줄,

미처 예측하지 못한데 대해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좀 재미있고 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좀 더 세심한 노력을 약속드립니다만,

당장 새해 첫 산행인 덕유산에서 적상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산행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스키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제발 덕유산에 눈이 내리지 않기를 기원하며 새해를 맞이해 볼까 합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새해 맞으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요^^